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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업 머신-243화 (243/284)

레벨업 머신 243화

황금 알을 낳는 거위(1)

아쉽기 그지없는 사건(?)이 있고 난 후 영식은 길드원들을 한 명씩 불러 슈트 제작에 필요한 제작 틀을 완성했다.

‘일단은 외골격부터.’

다른 제조품처럼 스킬만 사용하면 질량 보존의 법칙 따위는 엿이나 바 꿔먹으라는 듯이 바로바로 만들어지 는 것과 다르게 슈트 제작에는 손이 많이 갔다.

영식이 직접 금속을 녹이고 부품을 하나하나 만드는 것은 아니었지만 재료로 사용되는 코어마다 별도의 조정을 일일이 해줘야 하는 것은 사 실이었다.

그는 드래곤의 비늘에서 추출한 금 속 코어로 슈트의 외골격부터 만들 었다.

지금 만들고 있는 슈트는 티리아의 것.

‘색상은 하얀색이 가장 어울리겠

지.’

티리아를 떠올리면 가장 먼저 생각 나는 것이 그녀의 등 뒤에 찬란히 돋은 천사의 날개였다.

천사의 힘을 가진 탓인지 정확하게 알 수는 없지만 실제 성격도 이상적 인 천사의 모습에 가까웠으니 하얀 색으로 하는 것이 가장 적합하리라.

“크흠. 역시 크군….”

외골격을 만들고 있는 도중, 상당 히 많은 재료가 필요한 흉부 부분을 제조하던 영식의 입에서 헛기침이 흘러나왔다.

‘설마 여기서 더 커지는 건 아니겠

지?’

지금 그가 만들려는 슈트는 몸에 딱 달라붙는 스타일이다 보니 여기 서 사이즈가 변하게 되면 별도의 조 정이 따로 필요했다.

‘뭐… 성장기는 이미 오래전에 끝 났을 테니까.’

영식은 설마 여기서 더 커질 일이 일어나겠냐, 라고 생각하며 슈트 제 조를 이어갔다.

‘날개를 펼칠 수 있도록 등 부분은 개방이 가능하도록 만들어두고, 총 이나 미사일 같은 무기는 오히려 티 리아에게 방해가 돼. 원거리 공격을 안정적으로 할 수 있도록 베리어에 기능을 중점적으로 두는 게 좋아.’

-철컥. 철컥.

영식은 직접 제조하는 것인 만큼 조금이라도 그녀에게 더 적합한 성 능을 가진 슈트를 만들어주기 위해 심혈을 기울였다.

톱니바퀴가 맞물리는 듯한 소리와 함께 슈트 내부 부품이 하나씩 만들 어지기 시작했다.

‘날로 먹는다는 게 이런 기분인가.’

레노스가 개발한 슈트의 제조 방법 은 감탄사가 절로 나올 정도로 훌륭 했다. 머릿속으로 기술을 흡수했을 때와 직접 그 기술을 사용해 보는 것은 역시 다른 느낌이었다.

기본적으로 슈트는 영식과 같은 기 계의 신체를 가진 이들, 즉 창조주 를 위해 만들어졌다.

내부의 무기와 슈트의 무기가 연동 되는 것도 그러한 이유 중 하나였 다.

그런 슈트를 최대한 성능을 유지한 채 인간이 사용할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은 쉽지 않은 작업이었다.

루시아가 레노스에게 슈트를 받기 까지 왜 반년이 걸렸는지 알 수 있 는 부분.

영식은 레노스에 대한 고마움까지 느끼며 슈트 제조를 이어갔다.

-띠링.

[슈트의 내부 조정에 들어갑니다.]

[내부 조정에는 765시간이 소요됩 니다.]

‘765시간?’

많다면 많고, 적다면 적은 시간. 한 달이라는 시간이 아깝기는 했지 만, 슈트가 가진 성능을 생각해 봤 을 때 오히려 짧은 것일 수도 있었 다.

‘시간이 좀 애매하긴 하네.’

왜 765시간이라는 애매하기 짝이 없는 시간이 필요한지 알 수 없었지 만 지금 상황에서 저 시간을 단축할 만한 기술은 가지고 있지 않았다.

‘어차피 그동안 다른 것도 할 일이 많고.’

오히려 한 달이라는 시간이 생겼기 때문에 다른 곳에 신경 쓸 여유가 있다는 생각이 들 정도.

영식은 티리아의 슈트에 이어 길드 원들의 슈트를 하나씩 제조하기 시 작했다.

한 번에 하나의 슈트밖에 만들지 못했다면 저 한 달이라는 시간은 엄 청난 압박이 되겠지만 다행히 재료 만 있으면 동시에 여러 개의 슈트를 만드는 것이 가능했다.

-띠링. 띠링. 띠링.

슈트 하나가 완성될 때마다 맑은 방울 소리가 울려 퍼졌다.

산더미처럼 쌓여 있던 재료들이 빠 른 속도로 줄어드는 것을 본 영식의 입에서 짧은 침음이 흘러나왔다.

그는 길드원들에게 줄 슈트만 만드 는 것이 아니었다.

살바토르 길드가 다른 길드와 경쟁 하는 입장이었다면 당연히 그의 길 드원들만 사용할 슈트를 만들겠지 만, 지금은 그럴 수도 없는 상황.

연합군 자체의 전력을 올려야 하는 상황이었다.

‘강한 소환자가 슈트를 사용하는 것이 훨씬 더 효율적이니까.’

특히 슈트의 특성을 생각했을 때 근접 전사가 사용했을 때 가장 효율 이 좋았다.

마법사가 힘이 좋아지고, 빨라진다 고 해서 얻을 수 있는 이득은 전사 보다는 확실히 적었으니까.

‘무기를 보급할까?’

원거리 소환자들에게는 무기를 따

로 만들어 보급할까 고민하던 영식 은 이내 고개를 저었다.

무기를 만드는데 들어가는 재료만 해도 막대했고, 사실 효율이 너무 좋지 않았다.

예를 들어 박시아에게 레일건과 같 은 무기를 준다고 하더라도 그녀의 본래 힘과 전혀 어울리지 않았다.

‘어차피 레일건 정도의 파괴력은 그녀의 마법으로도 낼 수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재료를 효율적으 로 사용하는 것.

그렇기 위해서 일부러 자동으로 사 이즈 조정이 되는 기능조차 제작 틀 로 대체한 것이다.

‘우선 천태황, 알렉 장군, 서강준 씨의 슈트를 만들고….’

포르테와 백강현, 강하린의 슈트까 지. 슈트를 받을 만한 사람은 넘쳐 흘렀다.

“이거… 재료가 모자라겠는데?”

영식은 빠른 속도로 줄어들고 있는 재료들을 바라보며 표정을 일그러뜨 렸다.

슈트를 제조하는데 드는 재료들이 워낙 막대했기 때문에 일어난 일이 었다.

‘이러면 곤란한데.’

슈트 제작에만 모든 재료를 사용할 수도 없었다. 연합군에게 무기를 만 들어주는 것과 락테온을 업그레이드 하는 일등. 아직 재료를 사용할 곳 은 넘쳐흘렀다.

‘어쩔 수 없군.’

영식은 자리에서 일어나 방문을 열 었다.

그가 찾으러 가는 것은 루크델라. 바둑 승부를 벌인 이후 계속해서 정 신을 차리지 못하고 있는 드래곤이 있는 장소였다.

-끼익.

“아, 영식 군.”

“여기 계셨습니까 형님?”

영식은 방에 있는 길수를 바라보며 손을 흔들었다.

“오늘은 내가 감시역이어서 말이 지.”

“아, 그러셨군요.”

일단 루크델라는 각종 마력 구속구 로 완전히 제압해둔 상황이지만 혹 시 모를 상황을 대비해서 한 명씩 돌아가며 그를 감시하고 있었다.

용언도 있긴 하지만 그가 명령을 내리기도 전에 도망쳐버리면 곤란했 다. 블랙큐브처럼 원거리에서도 조 종 가능하다는 보장이 없었으니까.

‘조심해서 나쁠 건 없지.’

앞으로 활용 방법이 많은 소중한 존재였다.

함부로 도망치게 놔둘 수는 없었 다.

“일어날 낌새는 없습니까?”

“전혀. 아까 혹시 몰라서 건드려봤 는데 반응조차 하지 않네.”

“흠…. 그때 충격이 크긴 큰가 보 네요.”

이전에 영식과 벌였던 바둑 대결.

생물의 한계를 초월한 연산의 대결 에서 루크델라는 강제로 자신의 한 계를 뛰어넘은 수를 뒀다.

그 대가가 만만치 않을 거라고 예 상은 했지만 이렇게까지 오랫동안 정신을 차리지 못할 거라고는 예상 하지 못했던 일.

그동안은 조금 너그럽게(?) 기다려 주고 있었지만 그럴 수 없는 상황이 되어버렸다.

“흐음. 곤란하게 됐네요.”

“무슨 문제 있나?”

“얼마 전에 형님에게 슈트를 만들 어 드린다고 했잖아요?”

“아, 그랬지.”

석고 틀에 알몸으로 누웠던 것을 생각하며 길수는 살짝 침음을 흘렸 다. 차가운 석고로 가득 찬 곳에 누 운 것은 결코 기분 좋은 경험은 아 니었다.

“슈트를 제조 중인데 재료가 좀 부 족해서요.”

“흐음. 그래서 이 용을 죽여서 재 료를 충당할 생각인가?”

“아뇨. 딱히 죽일 생각까지는 없습 니다. 조금 도움을 받긴 하겠지만 요.”

“끄응. 근데 일단 일어나지를 않으 니….”

길수는 곤란하다는 표정으로 루크 델라를 내려다보았다.

영식은 눈을 감은 채 잠들어 있는 루크델라의 코에 손을 가져다 대었 다.

‘숨도 거의 쉬지 않고 있어.’

과연 살아 있는 건지 의심스러운 상황.

“강제로 용의 상태로 돌리는 방법 은 없는 건가?”

“글쎄요. 용언의 강제력도 의식이 없으면 듣지 않는 것 같아서요.”

잠들어 있는 루크델라에게 몇 번이

고 명령을 내려 봤지만 아무 소용이 없었다.

의식이 없는 상태에서 강제로 용의 상태로 돌릴 수 있는 것도 아니었 다.

‘죽이면 다시 원래대로 돌아오려 나?’

그런 생각도 해봤지만, 만약 돌아 오지 않는다면 여간 복잡해지는 것 이 아닌 상황.

함부로 시험해 보기 부담스러운 것 이 사실이었다.

“이렇게 기다리는 수밖에 없나….”

“아뇨. 더 이상 여유를 부릴 수는

없을 것 같습니다. 방법을 찾아보 죠.”

영식은 루크델라의 몸을 침대 위에 눕히고는 생각에 잠겼다.

‘드래곤을 상대로 통할지는 모르겠 지만….’

의식을 잃고 쓰러진 상대를 깨우기 적합한 것.

‘뭐라도 해봐야지.’

더 이상 가만히 기다리고 있을 수 는 없는 노릇. 생각나는 건 뭐든지 시험해 볼 생각이었다.

-파직, 파지직.

“우선 이걸로 가죠.”

영식은 일단 간단하게 전기 충격기 를 만들어 누워 있는 루크델라의 심 장 쪽으로 가져다 대었다.

지구에서 쓰이는 의료용 전기 충격 기보다 훨씬 더 강력한 전류를 내뿜 는 충격기.

드래곤의 강력한 신체를 고려한 전 기 충격기였다.

에르노어 대륙에 어울리지 않는 물 건에 길수는 미묘한 표정을 지었다.

‘뭐, 이제는 익숙해질 때도 됐지.’

길수는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고개 를 끄덕였다.

영식은 마치 의사라도 된 것처럼 전기 충격기를 양손에 쥐고 루크델 라의 가슴에 가져다 대었다.

-파지지직!

_쿵!

“의식이 돌아오지 않네요. 형님, 더 전압을 올려주세요.”

“아, 알겠네.”

-파지지지직!

“더!”

-파지지지지직!

-쿵! 쿵! 쿵!

“여, 영식 군. 그러다가 죽는 거 아닌가?”

“괜찮습니다. 그래도 명색이 드래 곤인데 이런 거로는 죽지 않겠죠!”

-파지지지직!

“아직 환자의 의식이 돌아오지 않 았습니다!”

“자네... 혹시 즐기고 있는 건가?”

“그럴 리가요.”

영식은 전압을 높여가며 계속해서 루크델라의 심장에 전류를 흘려보냈 다.

루크델라의 입이 벌어지며 새하얀 거품이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의식 을 깨우는 것이 아닌 영원히 잠들게 만들려는 듯한 모습.

“후우…. 이걸로는 안 되겠네요.”

“…혹시 의식을 차렸는데 다시 기 절한 것일 수도 있네.”

길수는 입에서 거품을 홀리며 눈을 까뒤집은 루크델라를 바라보며 어색 한 미소를 지었다.

‘어떻게 할까….’

다소(?) 거친 방법을 사용해도 루 크델라의 의식이 돌아오지 않자 다 시 영식의 표정이 고민에 잠겼다.

‘진짜 죽일 수도 없는 노릇이고.’

“하아….”

깊은 한숨이 절로 흘러나왔다.

움찔.

‘응…?’

고개를 숙인 영식의 눈에 루크델라 의 손끝이 아주 살짝 꿈틀거리는 것 이 보였다. 영식의 눈이 반짝 빛났 다.

‘어라?’

분명 전기 충격에 의해 몸을 떠는 것과는 다른 움직임.

영식은 눈을 뒤집어 깐 채 거품을

흘리고 있는 루크델라의 몸을 가만 히 내려다보았다.

새하얀 거품 사이로, 그의 혀가 아 주 살짝 움직이고 있는 것이 보였 다.

‘이 새끼….’

사쿠라였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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