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벨업 머신 241화
슈트 제작(1)
‘황성 보호막이 왜 내 몸 안에 있 는 거야?’
영식은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으로 얼굴을 찡그렸다.
그는 황성에 복귀한 후, 루시아가 방에 은거하고 있는 동안 영웅의 요 새에 대한 서류를 검토해 왔다.
영웅 요새의 치안이 좋지 않다는 것과, 최근 들어 랭커급의 소환자들 이 빠른 속도로 늘어나고 있다는 것 도 서류들을 정리하면서 확인한 사 실이었다.
당연히 그중에는 영웅의 요새 내에 서 가장 중요한 사업 중 하나인 보 호막에 대한 서류도 있었다.
워낙 밝혀진 부분이 없었기 때문에 양 자체는 얼마 되지 않았지만 그 내용은 영식으로서도 흥미롭기 그지 없었다.
어떤 공격으로도 뚫리지 않는 절대 적인 보호막.
영식은 확인 차 서강준과 다른 소 환자들을 불러 황성 벽을 향해 공격 을 시도해 본 적도 있었다.
결과는 서류상에 쓰여 있는 것과 완전히 동일했다.
드래곤조차 죽인 멤버들이 모여 집 중 공격을 퍼부어도 황성 외벽에는 흠집조차 생기지 않았다.
그가 에너지 제어를 통해 보호막을 이루고 있는 힘의 정체를 파악하려 해도 지금과 같이 현재 단계에서 감 지할 수 없는 에너지라고 표시될 뿐 이었다.
‘언제부터 내 안에 있었던 거지?’
에너지 자체가 감지가 불가능하고, 그의 의지로 다뤄지는 것도 아니었 으니 언제 그의 코어 안에 들어 와 있었는지 알 수가 없었다.
만약 드래곤 하트를 그의 코어 안 으로 흡수하려 하지 않았다면 나중에 도 그 존재를 몰랐을 것이 분명했다.
‘?내가 잠들어 있는 사이 들어온 건가?’
의식이 깨어난 후에 이런 에너지가 몸속으로 들어올 만한 일은 없었으 니 가능성이 있다면 그가 수개월 동 안 잠들어 있을 때가 가장 유력했다.
하지만 그것도 결국은 추측에 불과
한 것.
지금 상황에서 그의 안에 왜 황성 의 보호막과 같은 기운을 가진 힘이 들어가 있는지 확인할 수 있는 방법 은 없었다.
- 경고.
-코어 외부에 저장할 수 있는 에 너지의 한계치에 도달하였습니다.
-더 이상의 에너지를 흡수할 시 오 버로드가 발생할 위험이 있습니다.
‘다른 생각을 할 때가 아니었군.’
영식은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전신 에 폭발할 정도로 차오른 드래곤 하 트의 마력을 느끼며 살짝 표정을 찡 그렸다.
지금 당장은 갈 곳을 잃은 에너지 의 저장소를 찾아야 했다.
‘내 코어에 넣을 수 없다면, 다른 코어에 넣는 수밖에.’
영식이 가지고 있는 다른 하나의 코어. 사용할 방법이 없어 방치하고 있었던 코어를 그는 인벤토리에서 꺼내들었다.
반으로 갈라졌던 락테온의 코어.
그 코어는 이전 복구 작업으로 인 해 완전한 형태로 돌아와 있었다.
하지만 사실 완전히 돌아왔다고 해 서 영식이 사용할 수 있었던 것은 아니었다.
완전히 돌아온 것은 그 형태뿐.
정작 중요한 에너지는 거의 다 고 갈된 상태였기 때문이었다.
텅 비어버린 거대한 그릇과도 같은 상태.
그것이 지금까지 영식이 락테온의 코어를 사용할 수 없었던 이유였다.
‘하지만 그 그릇에 물을 넣어주게 되면.’
영식은 드래곤의 마력을 그 코어 안으로 흘려 넣었다.
-우우우우웅!
마력에서 순수한 에너지로 변환된 힘이 흘러들어가자 락테온의 코어에 서 푸른빛이 흘러나왔다.
- 찰칵.
?기이이이잉.
톱니바퀴가 맞물리는 소리와 함께 엔진음이 흘러 나왔다.
영식은 드래곤 하트를 역장으로 분 해하며 계속해서 그 에너지를 락테 온의 코어에 흘려 넣었다.
-치익.
-코어 가동에 필요한 에너지를 확 보하였습니다. 락테온 2식의 코어를 가동합니다.
마치 한 번 가동하기 위해 어마어 마한 열이 필요한 핵융합과도 같은 모습.
한 번 가동된 코어는 불이 지펴진 듯 스스로 에너지를 재생산하여 뿜 어내고 있었다.
‘이건 사용할 수 있겠어.’
영식은 정상적으로 가동하고 있는 코어를 바라보며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코어를 사용할 수 있는 방법은 어 느 정도 생각해 둔 것이 있었다.
이제까지는 재료도, 코어도 빈껍데
기에 가까운 상태였기 때문에 실현 에 옮기지 못했지만 지금은 그 두 조건 모두 충족된 상태.
‘락테온을 업그레이드할 수 있어.’
그가 기억 속에 남아 있는 창조주 의 이름을 따서 만든 안드로이드.
이브가 떠나간 후 큰 충격을 받은 듯 최근에는 평소와 같은 애교를 부 리지 않게 된 락테온을 더욱 강력하 게 만들어 주는 것이 가능했다.
‘락테온에게 락테온의 코어를 넣는 다는 게 조금 아이러니 하지만….’
둘의 이름이 똑같다 보니 뭔가 복 잡한 기분이었다.
영식은 그런 생각을 하며 드래곤 하트에서 추출한 에너지를 락테온의 코어로 흘려 넣었다.
“후우….”
‘이거 전투에서는 아직 못 쓰겠는 데.’
영식은 필사적으로 역장을 유지하 며 거친 숨을 몰아 내쉬었다.
역장을 사용할 때 연산 장치의 대 부분이 사용되다 보니 조금이라도 정신이 흐트러지면 바로 역장 자체 가 사라지려 했다.
지금처럼 가만히 서 있는 상태에서 는 어찌 사용할 수 있다고 하더라도 초 단위의 싸움이 이루어지는 실전 에서는 사용하기가 부담되는 기술.
‘그래도 사용할 수 있다는 게 어디 야.’
엘리아를 상대하면서 역장이 가진 절대적인 힘에 대해서 뼈저리게 깨 달았다.
역장은 그가 기존에 가지고 있는 샷건, 미사일, 플라즈마와 같은 무기 와는 격을 달리하는 힘을 가지고 있 는 기술이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이 기술은 또 다른 장점은 플라즈 마와 같이 다른 무기에도 섞어서 사 용할 수 있다는 것.
역장만으로 싸우는 것이 벅차다면 총탄에 역장을 담아 쏘기만 하더라도 에너지 분해 기술이 들어간 총탄 이 상의 효율을 보여줄 것이 분명했다.
‘실전에서 사용할 수 있도록 꾸준 히 연습해야지.’
계속해서 역장을 다루는 것을 수련 해 나간다면 언젠가는 전투에서 사 용할 수 있을 정도로 능숙해질 수 있을 것이다.
“좋아.”
역장을 타고 들어오는 마력이 서서 히 줄어드는 것이 느껴졌다.
흡혈귀처럼 달라붙어 빨아먹고 있 던 드래곤 하트가 거의 다 분해되었 다는 의미.
그처럼 강대한 마력을 가지고 있던 드래곤 하트가 얼마 지나지 않아 모 두 분해된 것만 보더라도 역장이 가 진 시간당 에너지 분해량이 얼마나 뛰어난지 알 수 있는 부분이었다.
영식은 활발하게 가동하고 있는 락 테온의 코어를 바라보며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좋아해 줬으면 좋겠는데.’
이브가 사라진 후 전과 같은 활발 함이 사라진 락테온을 떠올리며 영 식은 인벤토리 안에 코어를 집어 넣 었다.
“끝나신 건가요?”
“응. 이제는 다시 시체 해체 작업 을 시작해 괜찮아.”
“흐음. 어떻게 루크델라의 일은 잘 처리된 건가?”
“아, 알렉 씨. 오셨군요.”
“오기야 한참 전에 왔지. 자네가 집중하고 있는 것 같아 굳이 말을 걸지 않았네.”
“하하. 감사합니다. 조금 문제가 생 겨서요.”
“문제라니? 괜찮은 건가?”
“네. 지금은 해결했습니다. 일단 드 래곤 슬레이어 부대에게 드래곤의 비늘을 해체하는 작업을 도와달라고 명령해 주세요.”
“흠. 전투라면 몰라도 그런 단순 노동 작업은….”
드래곤 슬레이어 부대는 그 하나하나 가 랭커로 이루어진 만큼 연합군 내에 서 직위가 높고, 자존심이 강했다.
군대로 치면 대대장급 이상의 간부 들만 모아놓고 삽 들고 땅을 파라는 노역을 시키는 것과 마찬가지인데, 반발이 없을 수가 없었다.
“잠깐만요. 저희들은 지금 몇 시간 동안 드래곤과 싸울 준비를 하며 기 다렸는데 기껏 시키는 게 드래곤 비 늘을 뽑는 거라고요?”
근처에서 둘의 말을 듣고 있던 소 환자 하나가 앞으로 나섰다.
박설 연.
얼마 전 순찰을 돌던 도중 습격당한 레드 로즈 길드의 길드 마스터였다.
원래는 랭커가 아니었지만 영식이 잠들어 있는 사이 랭커의 반열에 오 른 그녀는 레즈 로즈 길드의 명성을 드높이기 위해 스스로 드래곤 슬레 이어 부대에 지원했다.
그만큼 자존심과 명예욕이 강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다른 소환자들도 직접 말하지는 않 았지만 그녀와 같은 생각을 하고 있 는 듯 고개를 끄덕이고 있었다.
영식은 그녀를 향해 몸을 돌렸다.
“비늘을 뽑아 모으는 것이 불만이 라는 말씀이십니까?”
“당연히 불만이죠. 그런 단순 노동 은 다른 병사들을 불러서 해도 괜찮 지 않나요? 저는 드래곤과 싸우기 위 해서 온 거지 그 비늘이나 뽑으려고 이 부대에 지원한 것이 아닙니다.”
“드래곤의 비늘은 일반 병사들이
뽑는 것 자체가 불가능합니다. 랭커, 그중에서도 근접 클래스만 간신히 뽑을 수 있을 정도죠.”
“그건 한 명을 고려했을 때의 얘기 아닌가요? 여러 소환자들이 힘을 합 쳐서 뽑으면 비늘을 뽑는 것 정도는 문제가 없을 텐데요.”
“문제가 있습니다. 효율 자체가 다 르니까요. 시간이 급한 연합군의 입 장에서 그럴 여유가 없다는 건 알고 계시지 않나요?”
“흐, 흥. 어쨌든 저는 여기까지 와 서 그런 노동을 할 수는 없을 것 같네요.”
말문이 막힌 박설연은 새침한 표정 으로 고개를 돌렸다.
그녀는 총사령관이라는 연합군 최 고 직책을 맡고 있는 영식의 말에 정면으로 대들고 있는 것이다.
비단 그녀만이 아니었다.
다른 소환자들의 표정에도 ‘고작 그 따위 일을 왜 내가?’라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
급조한 연합군의 부작용을 적나라 하게 드러나는 순간이었다.
만들어진 지 고작 1년이 넘었을 뿐인데다가, 무리하게 연합군을 결 성하기 위해 강제적으로 소환자들을 끌어들였기 때문에 나타나는 부작용 이었다.
“이런 건방진 년이….”
그런 그녀의 태도에 루시아가 반응 하지 않을 리가 없었다.
루시아는 도끼눈을 뜨며 영식에게 대놓고 반항하고 있는 박설연을 향 해 살기를 내뿜었다.
“가만있어, 루시아.”
영식은 당장에라도 그녀에게 달려 들 듯이 검을 움켜쥐고 있는 루시아 를 말리며 박설연을 바라보았다.
“흐음. 이거 아쉽게 됐네요.”
“…아쉽다뇨?”
“아, 이번 드래곤 해체 작업에 도 움을 준 사람들에게는 드래곤의 시 체로 만든 장비를 지급해 드리려고 했거든요. 하지만 박설연 님께서는 아쉽게도 지급해 드리지 못할 것 같 네요.”
“예…? 자, 잠시만요.”
“드래곤의 시체로 만든 장비라면 못해도 드급. 그중에는 SS급의 장비 가 나올지도 모르는 일인데 참 안타 깝네요.”
“으읏….”
능글능글한 미소를 짓고 있는 영식
을 바라보며 박설연은 입술을 깨물 었다.
“지, 지금 저를 놀리실 생각이신 가요.”
“물론 그런 생각은 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얼마 전 괴생명체에 의해 레드 로즈 길드가 안타깝게 습격당 한 사실이 떠올라서 말이죠. 드래곤 의 시체로 만든 장비라면 그냥 판다 고 해도 수십만 골드가 넘게 나올 텐데….”
“수, 수십만….”
박설연의 눈빛에 강렬한 동요가 생 겼다.
“어떻습니까? 지금 상황이 좋지 않 은 길드를 위해서 길드 마스터가 솔선 수범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도 길드 마스터로서의 도리 아니겠습니까?”
영식은 방긋 미소를 지으며 그녀에 게 손을 내밀었다.
박설연은 가늘게 몸을 떨며 그를 노려보았다.
“저를 모욕하실 생각이신가요? 저 를 돈으로 사려고 하는 건가요?!”
라고 꾸짖기에는, 너무나 많은 돈 이었다.
“그, 그러네요. 생각해 보니 오랜만 에 몸을 움직이는 것도 좋을 것 같 아요. 노, 노동의 가치랄까? 그런 걸 느껴볼 시간이 최근에는 없었거 든요. 이, 이런 경험이 다 미래에 도움이 되는 거죠.”
박설연은 천천히 손을 들어 내밀어 진 영식의 손을 움켜쥐었다.
“하하. 현명한 생각이십니다. 역시 한 단체의 수장다운 깊은 생각이시 군요.”
영식은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으며 마주잡은 손을 흔들었다.
자존심 위에는 자본이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