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벨업 머신 235화
게임을 제안하지(1)
드래곤 슬레이어 부대 재소집.
이 충격적인 소식에 영웅의 요새 전체가 술렁였다.
요새에 사는 사람들은 큰 전쟁이라 도 나는 것은 아닌지 걱정스러운 표 정으로 주변의 눈치를 살폈다.
지난 수개월 사이 새롭게 랭커의 반열에 오른 소환자, 전투 중에 죽 어버린 소환자, 더 높은 경지에 오 른 소환자들을 대상으로 간단한 조 정을 거친 후 드래곤 슬레이어 부대 는 빠르게 출정 준비를 마쳤다.
-뿌우우우우!
웅장한 나팔소리와 함께 드래곤 슬 레이어 부대의 출정이 시작되었다.
사람들은 길거리에 몰려들어 너도 나도 드래곤 슬레이어 부대를 구경 하는데 여념이 없었다.
“햐?. 저게 바로 랭커들로 이루어 진 부대인가?”
“대체 얼마나 강할까?”
“듣기로는 왕국 하나는 그냥 눈 깜 짝할 사이에 지도에서 없애버릴 수 있다고 하더구만.”
“제발 별일 없어야 할 텐데.”
“난 여기 온 지 한 달밖에 안 되었 단 말이야. 이제 슬슬 먹고 살 만해 졌는데 왜 하필 이때….”
거리에 모인 사람들은 걱정과 홍분 이 뒤섞인 표정으로 드래곤 슬레이 어 부대를 바라보았다.
그들의 표정에 떠오른 여러 감정 중에는 드래곤 슬레이어 부대에 대 한 경외심과 함께 부러움도 섞여 있 었다.
드래곤 슬레이어 부대를 이루는 구 성원들은 하나 같이 랭커 이상의 힘 을 가진 자들.
에르노어 대륙, 그중에서도 영웅의 요새에서 가장 강력한 권력을 가지 고 있는 존재들이었다.
돈과 명예를 모두 가지고 있는 그 들에게 질투 어린 시선을 보내는 이 들의 숫자는 결코 적지 않았다.
“엄청난 숫자의 사람들이네요.”
“영식 씨가 잠들어 있는 동안 대륙 전역에서 사람들이 영웅의 요새로 몰려들었으니까요. ”
“뭐… 좋은 현상이긴 합니다만.”
연합군의 병사들도 사람이었다.
아무리 요새라고 하지만 순수 병사 만으로 이루어진 사람들끼리 몇 개 월이나 생활할 수는 없었다.
군대는 특유의 억압된 환경으로 인 해 구성원 전체에게 극도의 스트레 스를 가져다주었다.
하다못해 근무시간이 끝나고 전우 들과 술 한잔 마실 장소조차 없다면 병사들은 스트레스를 풀 방법이 아 예 없을 것이다.
요새의 도시화.
이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임과 동시 에, 반드시 필요한 현상이었다.
‘어느 정도 손은 봐야겠지만.’
영식은 사람들 속에 딱 봐도 험악 해 보이는 인상을 가진 사람들이 섞 여 있는 것을 보고는 살짝 표정을 일그러뜨렸다.
먹음직스러운 음식에는 그만큼 파 리가 꼬이는 법.
그들이 마음 것 날뛰게 내버려 둘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헤헤헤. 다시 이렇게 주인님을 위 해 싸울 수 있게 되다니…. 꿈만 같 아요.”
영식의 옆에 찰싹 달라붙어 걸어가 고 있는 루시아는 만면에 미소를 띠 우며 그의 팔을 끌어당겼다.
“이번 상대할 적은 저번과 같이 드 래곤이죠? 후훗. 이미 한 번 상대해 봤으니 전보다 훨씬 잘 싸울 자신 있어요.”
루시아는 자신감 넘치는 목소리로 그렇게 말하며 영식의 어깨에 뺨을 비볐다.
용은 분명 강한 상대였지만 한 번 상대해 본 경험이 있으니 또 상대하 지 못할 것은 없었다.
게다가 이번에는 그녀의 힘을 한
단계 높은 경지로 이끌어 줄 수 있 는 슈트 또한 있지 않은가.
그녀가 이런 자신감에 차 있는 모 습을 보여주는 것도 당연했다.
영식은 피식 웃음을 홀리며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어주었다.
“믿을게. 아, 하지만 일단 가능한 대화로 풀어볼 생각이니까 처음부터 적의를 발산하지는 말고.”
“네!”
루시아는 방긋 미소를 지으며 밝은 목소리로 대답했다.
며칠 전 그녀의 모습이라고는 상상 할 수 없는 활기찬 모습에 영식은 자기도 모르게 입가에 미소가 지어 졌다.
“여긴... 여전하네.”
카르가스와의 전투가 있었던 장소.
검게 타버린 대지를 바라보며 아라 가 질린다는 표정을 지었다.
잉그리움 제국의 영토 자체가 이미 거대한 황무지가 되었지만 이곳은 특히 더 심했다.
앞으로 몇백 년의 시간이 흐른다고
하더라도 정상으로 돌아올지 의문이 들 정도로 대지가 죽어 있었다.
“어쩔 수 없지. 그만큼 큰 전투가 있었던 장소였으니까.”
“…솔직히 여기는 다시 오고 싶지 않아.”
아라는 영식의 손을 살짝 움켜쥐며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이곳에서 전투 이후 영식이 몇 개 월 동안 잠들어 있던 것이 떠오른 것이다.
“괜찮아. 이번에는 그럴 일은 없을 테니까.”
“흥. 그래놓고 또 무슨 문제가 생
기면 혼자서 희생하려고 할 생각이 지?”
“하하. 튼튼한 게 장점이니까.”
영식은 희미한 미소를 입가에 머금 은 채 통신기를 들어올렸다.
“알렉 씨, 그쪽은 준비가 끝났습니까.”
-그러네. 이 통신기, 라고 했던가? 여기에 붉은빛이 들어오면 10분 내 에 그쪽에 합류할 수 있네.
“예. 그럼 부탁드리겠습니다.”
영식은 손에 쥔 통신기를 집어넣고 는 멀리 보이는 카르가스의 시체를 향해 발걸음을 옮겼다.
지금 이곳에는 드래곤 슬레이어 부 대 중에서도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전력이었다.
만약 전투가 일어난다고 하더라도 본대가 합류할 때까지의 10분은 여 유롭게 버틸 수 있을 정도의 정예.
영식이 나중에 있을 창조주와의 전 투를 위해 개인적으로 슈트를 제조 해주려고 생각 중인 사람들이기도 했다.
“음…. 근데 이 주변에 루크델라라 는 용이 있다고 하지 않았나요?”
주변을 살피던 박시아가 영식에게 물었다.
“예. 알렉 장군에게 듣기로는 그렇 습니다.”
“태황아, 주변에 뭐 강한 마력 기 운이 느껴지는 건 없어?”
박시아는 천태황에게 살짝 다가가 며 물었다.
천태황은 천천히 고개를 저으며 대 답했다.
“아뇨. 다른 기운이 느껴지는 건 없습니다.”
“그래?”
“시, 시아 언니. 우리 태황이에게 너무 가까이 달라붙는 거 아니야?”
천태황의 팔을 끌어당기며 강하린이 경계심이 가득한 목소리로 말했다.
천태황은 둘 사이에 끼어 난처한 표정을 짓기 시작했다.
영식은 그런 그를 바라보며 굳게 입을 다물었다.
지금 그의 주변에서 루시아와 아 라, 티리아가 신경전을 펼치는 것과 는 살짝 다른 분위기였다.
그녀들의 경우 서로를 어느 정도 인정해 주면서 애교에 가깝게 투정 을 부렸다.
이미 영식이 세 여인을 모두 받아 들이겠다고 한 이상 필요 이상의 경 쟁을 서로의 관계에 흠집만 남기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강하린과 박시아는 말 그대 로 하나의 먹잇감을 둔 포식자들처 럼 서로를 향해 팽팽한 신경전을 펼 치고 있었다.
천태황은 그들 사이에 끼어 당황한 표정을 지은 채 아무런 행동을 취하 고 있지 않았다.
‘ 쪼다.’
영식은 수라장을 지나온 선배(?)의 기분으로 흐뭇한 미소를 지은 채 천 태황을 바라보았다.
세 여인을 모두 받아들이겠다는 자 신의 욕심을 관철한 것이 현명한 선 택이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나저나….”
영식은 천태황에게서 시선을 돌려 카르가스의 시체를 바라보았다.
100미터에 달하는 거구를 가진 카 르가스는 죽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저절로 숨이 막히는 듯한 위압감을 뿜어내고 있었다.
‘저걸 다 추출할 수 있다면.’
작은 산만 한 크기의 드래곤.
그 몸 전체를 덮고 있는 붉은 비 늘이 보였다.
자기 절제가 뛰어난 영식이라도 저 모습을 보니 욕심이 끓어오를 수밖 에 없었다.
“근데 정말 루크델라라는 용의 모 습이 안 보이네요. 어디로 간 걸까 요‘?”
티리아는 고개를 두리번거리며 살 짝 긴장된 표정을 지었다.
“그렇게 말만 하고 자리를 비웠을 수도 있지. 3년 동안 이 허허벌판에 서 지키고 있을 것도 아닐 테니까. 일단은 사체 쪽으로 가보자고.”
영식은 사람들을 이끌고 카르가스 의 사체에 다가갔다.
카르가스의 사체 곳곳에는 격렬했 던 지난번 전투의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 있었다.
“다행히 썩지는 않았네.”
“드래곤의 人}체는 아무리 시간이 지나도 썩지 않는다고 전해져요. 드 래곤 하트는… 기록에 없어서 저도 잘 모르겠지만요.”
“신기하네. 그런 정보는 어디에 나 와 있는 거야?”
“천마대전에 대해서 기록된 책에 나와 있어요. 나중에 영식 씨에게도 빌려드릴게요.”
티리아의 말에 영식은 가볍게 고개 를 끄덕이며 카르가스의 시체를 향 해 손을 뻗었다.
영식은 카르가스의 몸에 가득한 비 늘 하나를 집어 힘을 주었다.
하지만 어찌나 단단하게 박혀 있는 지 쉽게 뽑혀 나오지 않았다.
“흐읍!”
영식은 부스트까지 사용해서 카르 가스의 몸에서 비늘을 잡아 뽑았다.
-우드득!
“이거 다 뽑는 것만 해도 일이겠는데.”
영식은 사람 크기만 한 비늘을 들 어 올리며 질린다는 표정을 지었다.
“영식 군, 여기에 붙은 비늘들을 다 떼어내면 되나?”
신기하다는 듯이 카르가스의 비늘 을 툭툭 치고 있던 길수가 물었다.
“잠깐만 기다려주세요. 우선 시험 해 볼 게 있거든요.”
‘우선 추출이 되는지부터 확인해 봐야지.’
영식은 카르가스의 비늘에 손을 올 리고 추출 스킬을 사용했다.
그의 손에서 흘러나온 푸른빛이 붉
은 비늘 전체에 퍼져 나갔다.
?띠링.
[드래곤 스케일의 추출이 성공적으 로 이루어졌습니다.]
[S급 금속 코어 3개와 SS급 금속 코어 1개를 습득하였습니다.]
‘이건...’
영식의 눈이 반짝였다.
대성공도 아닌 일반적인 성공에서 S급과 SS급 금속코어가 추출되다니.
단순히 추출만 놓고 보면 오리하르 콘을 추출한 것과 같은 정도의 효율 이었다.
‘ 대박이야.’
기껏해야 아다만티움을 추출했을 때와 비슷한 등급의 금속 코어들이 추출될 것이라고 예상했었다.
하지만 드래곤 스케일은 그의 예상 을 뛰어넘고 오리하르콘에 뒤지지 않는 등급의 금속코어가 나왔다.
복권에 당첨되기라도 한 기분.
영식의 입가에 짙은 미소가 지어졌다.
영식은 자신을 지켜보고 있는 사람
들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여러분은 일단 비늘을 뽑아 이곳 에 모아주세요.”
예상을 뛰어넘는 대박에 영식도 살 짝 흥분한 듯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의 말을 들은 소환자들은 드래곤 의 비늘을 뽑아 그의 앞으로 가지고 왔다.
-띠링. 띠링. 띠링.
한 번 추출할 때마다 들리는 맑은 방울 소리.
영식은 콧노래라도 흥얼거릴 것처 럼 계속해서 추출을 이어갔다.
‘크기에 비해 재료가 많이 나오는 건 아니네.’
한동안 추출을 이어가던 영식은 살 짝 아쉽다는 표정으로 드래곤 스케 일을 바라보았다.
비늘 하나 당 크기는 사람보다 컸 지만 실제 추출되어 나오는 재료의 양은 그리 많지 않았다.
아무리 그래도 오리하르콘보다는 재료가 나오는 효율이 좋지 않다는 의미였다.
‘조금 빠듯할 수도 있겠는데.’
슈트 제조에 필요한 재료의 양이 워낙 많다 보니 결코 여유롭다고는 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었다.
‘일단 할 수 있는 데까지 해보자.’
대륙의 오리하르콘이 씨가 말라버린 시점에서 이런 높은 등급의 재료를 얻을 수 있는 기회는 흔치 않았다.
영식은 사람들이 가져다주는 비늘 에 차례차례 추출 스킬을 사용했다.
그때 였다.
“여기서… 뭐 하는 짓이지?”
짙은 불쾌감이 섞여 있는 목소리가 영식의 귓가에 흘러들어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