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벨업 머신 233화
승리의 보상(2)
“읏…!”
루시아의 입에서 짧은 침음이 흘러 나왔다.
그녀는 마치 영식의 기운이 전신에 흘러들어오는 듯한 기묘한 감촉에 움찔거리며 손을 뒤로 빼내려 했다.
영식은 그녀의 손을 굳게 잡은 채 구조파악을 이어갔다.
-띠링.
-데이터화된 슈트의 구성 기술을 스캔합니다.
-해당 기술은 현 메모리 데이터에 없는 정보로 판단, 분석 및 습득을 시작합니다.
-우우우웅.
묵직한 울림과 함께 영식의 머릿속 으로 슈트의 구성을 이루는 기술들 이 흘러들어오기 시작했다.
‘이건...’
영식은 머릿속으로 흘러들어오는 막대한 정보들을 받아들이며 눈을 빛냈다.
경이롭다는 표현이 절로 나오는 기 술들.
괜히 심혈을 기울였다고 말한 것이 아닌 듯 이 문양 안에 담긴 기술을 지금 영식의 입장에서는 상상도 할 수 없을 정도로 높은 경지에 도달해 있었다.
고정된 질량을 가진 슈트를 일종의 데이터 형식으로 변환하여 문양에 이식하는 기술.
원래는 창조주들만 사용할 수 있게
제조된 슈트를 인간이 사용할 수 있 도록 조정한 기술.
슈트를 제조하는 데 필요한 재료, 구성품, 동력원 등 무수한 정보가 영 식의 머릿속으로 쏟아져 들어왔다.
‘ 엄청나군.’
영식은 입이 떡 벌어질 정도로 엄 청난 양의 정보에 살짝 창백한 표정 을 지었다.
그가 업그레이드를 겪으면서 정보 처리 능력이 비약적으로 상승하지 않았다면 그대로 의식이 끊어져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로 무식한 양의 정보들이었다.
‘하지만.’
그만큼 그 정보들은 영식에게 엄청 난 지식들을 가져다 주었다.
[띠 링.]
[제조 스킬의 레벨이 9레벨로 상승 하였습니다.]
[제조 스킬의 레벨이 10레벨로 상 승하였습니다.] [새로운 제조 레시피들이 추가되었 습니다.]
[제조 스킬의 레벨이 10레벨에 도 달하면서 ‘자원 감소’ 효과가 적용 됩니다. 기계 제품을 더욱 적은 재 료로 만드는 것이 가능해집니다.]
머릿속에 흘러들어온 기술들로 인 해 오랜 시간 오를 생각조차 하지 않고 있던 제조 스킬이 단숨에 2레 벨 상승했다.
그에 더불어 귀중한 자원들을 아낄 수 있는 자원 감소라는 효과를 얻은 것 은 영식으로서는 두 손 들어 반길 일.
영식은 새롭게 추가된 제조 레시피 들을 살펴보기 위해 고개를 돌리려 고 했다.
그런 그의 귓가에 맑은 방울 소리
가 계속해서 이어졌다.
[분석, 습득을 통해 새로운 기술을 획득하였습니다.]
[슈트 제조 기술을 습득하였습니다.]
[데이터 이식 기술을 습득하였습니다.]
‘그렇지.’
영식이 노리고 있던 기술들을 습득 했다는 메시지창에 그의 눈이 반짝 였다.
그와 동시에 현재 루시아가 사용 중인 슈트에 대한 자세한 정보가 그 의 머릿속으로 흘러들어왔다.
‘엄청난 성능이야.’
물론, 지금 그가 사용하고 있는 락 테온 2식과 같은 ‘창조주’의 슈트에 는 미치지 못하는 성능이었다.
애초에 인간이 사용할 수 있도록 조정하면서 그 성능이 상당부분 제 한되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이것만으로도 과거 창세교 의 사제들이 입었던 슈트와는 차원 이 다른 힘을 사용자에게 부여해 주 었다.
‘대략 락테온 2식의… 50% 정도 성능인가.’
과거 영식이 50% 출력의 락테온 2식을 사용했을 때를 생각해 본다면 이것만으로도 SS급 장비와 동급이라 고 해도 될 정도였다.
게다가 슈트의 가장 큰 장점 중 하나는 그 강력한 방어력에 있었다.
그가 소중하게 여기는 사람들을 지 켜줄 든든한 보호막을 만들 수 있다 는 것만으로도 엄청난 성과였다.
“끄, 끝나셨나요. 주인님?”
영식에게 계속 손을 잡혀 있던 루 시아가 조심스러운 목소리로 그에게 물었다.
영식은 고개를 끄덕이며 잡고 있던
그녀의 손에서 손을 떼어냈다.
루시아는 그의 손이 떨어지자 순간 적으로 아쉽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래. 덕분에 상당한 정보를 얻을 수 있었어.”
“후훗. 주인님의 도움이 될 수 있 었다니 다행이에요.”
루시아는 방긋 미소를 지으며 정말 로 즐겁다는 듯이 웃음을 흘렸다.
영식은 그런 그녀의 어깨에 손을 올리며 나지막한 목소리로 입을 열 었다.
“그럼 루시아, 이제 넌 다른 길드 원들을 찾아가서 사과하고 와.”
“읏….”
“걱정하지 마. 우리 길드원들 중에 서 널 탓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테니까. 특히 티리아랑 아라는 네게 신경을 많이 써줬으니 가장 먼저 찾 아가고.”
M 99
?
영식의 말에 루시아는 살짝 두렵다 는 표정을 지었다.
그녀의 행동으로 많은 길드원이 상 처를 입고, 위기에 처했다.
그들에게 자신이 먼저 다가가는 것 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하지만 다른 누구도 아닌 영식의 명령.
그녀가 따르지 않을 수가 없었다.
‘그리고….’
루시아는 살짝 주먹을 움켜쥐며 티 리아와 아라를 떠올렸다.
목숨이 경각에 달한 그때도 자신을 걱정하며 정신을 차리라고 말해준 티리 아.
서로에 대한 죄책감에 지지부진하 던 영식과 자신을 화해할 수 있도록 만들어준 아라.
두 사람에게는 그녀도 직접 사과와 감사의 말을 전하고 싶다고 생각했다.
“알겠습니다, 주인님. 길드원들을 만나고 올게요.”
“그래. 너무 딱딱하게 굳어 있지 말고, 솔직하게 네 심정을 전하면 돼. 그러면 모두 용서해 줄 테니까.”
영식은 루시아의 머리칼을 상냥하게 쓰다듬어주며 가볍게 입을 맞췄다.
루시아는 배시시 미소를 지으며 한 결 긴장이 풀린 표정으로 방 밖으로 나섰다.
“자, 그럼….”
혼자 있게 된 영식은 이번에 새롭 게 추가된 제조 목록을 살폈다.
“호오.”
제조 목록에 추가 된 물품들을 본 영식의 눈이 반짝였다.
‘이거라면….’
지금 영식에게 주어진 또 하나의 과제.
연합군의 평균적인 전력을 강화시 키는 데 상당한 공헌을 해줄 만한 물건을 목록에서 발견할 수 있었다.
“하하. 이거 또 한소리 듣겠네.”
이 물건을 본 길드원들이 지을 표
정을 상상한 영식은 피식 웃음을 흘 렸다.
‘하지만 이로써 두 가지 문제를 해 결 할 수 있는 방법이 생겼어.’
강력한 특수부대를 만들어냄과 동 시에 연합군의 평균적인 전력을 강 화하는 것.
불가능해 보일 것 같았던 두 마리 의 토끼를 동시에 잡을 수 있는 방 법을 알 수 있었다.
‘나중에 레노스에게 고맙다고 전해 줘야 하나.’
영식은 자신을 대신해(?) 신나게 연구를 해준 레노스를 생각하며 피 식 웃음을 흘렸다.
‘그렇기 때문에 더더욱 가만히 둘 수 없는 놈이지만.’
그가 개발한 기술들이 영식의 성장 에 도움을 주었다는 의미는 그가 영 식을 성장시킬 수 있을 정도로 뛰어 난 기술들을 가지고 있다는 의미였다.
그런 레노스를 가만히 내버려두는 것은 언제 폭발할지 모르는 폭탄을 끌어안고 있는 것과 같은 일이었다.
‘해야 할 일이 많네.’
다른 사람들의 전력을 강화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당장 영식 자신의 힘을 키 우는 것도 만만치 않게 중요했다.
이제는 그의 힘의 핵심이 되어버린 에너지 제어 기술을 수련하는 것과 동시에 슈트의 제조부터 연합군의 군사력 강화까지 모두 자신이 주도 해야 했다.
몸이 몇 개라도 부족한 상황이었다.
‘바쁘게 움직여야겠어.’
영식은 그런 생각을 하며 슈트 제 조에 필요한 재료들을 확인했다.
“허….”
재료들을 확인한 영식의 입에서 허 탈한 탄성이 흘러나왔다.
각오하고는 있었지만 슈트 하나 제
조에 필요한 재료들은 무시무시할 정도였다.
‘이거 자원 감소 효과가 적용된 게 맞아?’
이쯤 되니 과연 자원 감소 효과가 적용되고 있는 게 맞는지 의심스러 울 지경.
하지만 몇 번을 다시 봐도 슈트 제조에 필요한 재료들은 줄어들지 않고 있었다.
“하아….”
영식의 입에서 깊은 한숨이 흘러나 왔다.
자원 감소 효과고 나발이고 슈트
제조에 필요한 재료들을 충당할 방 법이 현실적으로 없었다.
특히 슈트의 외골격을 이루는 금속 은 철을 사용해서 만들시 그 강력한 에너지를 견뎌낼 수가 없었다.
슈트를 가동하는 순간 슈트 자체가 박살 나거나, 녹아 버린다는 의미였 다.
슈트를 만들기 위해서는 더욱 단단 한 강도를 지닌 금속이 필요했다.
“곤란하네….”
영식의 표정을 일그러뜨리며 낮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이 에너지를 견디기 위해서는 미스
릴도 부족했다. 아다만티움쯤 돼야 어떻게 시도를 해볼 수 있는 정도.
지금 대륙 연합이 이루어지면서 전 대륙에서 채굴되는 광석들을 모두 모은다고 해도 과연 만족할 만한 숫 자의 슈트를 만들 수 있을지 의심스 러운 상황이었다.
‘그리고 사실 아다만티움으로도 좀 부족해.’
루시아가 이번에 얻게 된 슈트는 레노스가 심혈을 기울여 만든 모델 이었다.
아다만티움으로는 그 성능을 온전 히 끌어내기 힘들었다.
“아다만티움보다 강도 높은 광물이 라고 한다면….”
당장 떠오르는 것은 오리하르콘.
‘있어야 구하지.’
오리하르콘은 얻고 싶다고 얻을 수 있는 광물이 아니었다.
애초에 오리하르콘을 구할 수 있었 다면 영식이 블레이드에만 에너지 분해 기술을 사용하지도 않았을 것 이다.
“후우….”
영식은 아쉽다는 표정으로 깊은 한 숨을 내쉬었다.
슈트를 제조할 수 있는 능력이 있 으면 뭘 하겠는가.
제조에 필요한 재료가 없는데.
“성능을 낮춰야 하나.”
가장 현실적인 타협안이었다.
아다만티움을 사용하면 만족할 만 한 성능은 아니지만 일단 만드는 것 자체는 가능했다.
만족할 만한 성능을 보여주지 못하 겠지만 전력 상승에 도움이 되는 것 은 확실했다.
“흐음….”
영식은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표정
으로 침음을 흘렸다.
더 좋은 성능을 가진 슈트를 만들 수 있는데 재료 때문에 만들지 못한 다고 생각하니 어쩐지 답답함이 밀 려왔다.
‘굳이 오리하르콘이 아니라도 아다 만티움보다 좀만 더 강도가 높으면 되는데.’
오리하르콘까지도 필요 없었다.
아다만티움보다 조금만 더 강도가 높아도 슈트의 성능을 최대로 끌어 올리는데 문제없었다.
“끄응.”
하다못해 드래콘 스케일 정도의 강
도를 가진 광석만 있었어도 이렇게 아쉬울 일은 없었을 것이다.
“웅…?”
그때, 영식은 자신이 무언가를 잊 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잠깐만… 드래곤 스케일?”
영식은 자기도 모르게 허탈한 웃음 을 흘렸다.
연합군이 많은 피를 홀리며 간신히 잡은 거대한 붉은 용의 모습이 그의 머릿속에 떠올랐다.
카르가스. 기록상에 남아있는 네 마리 드래곤 중 ‘불’을 관장하는 강 력한 드래곤.
창조주들에게 패배해 기계몬스터가 되어버렸지만 그가 원래 가지고 있 던 단단한 비늘은 그대로 가지고 있 었다.
“그걸 깜빡하고 있었네.”
영식의 입가에 짙은 미소가 지어졌다.
엘리아의 등장으로 인해 희석된 승 리긴 하지만, 그에게는 한 가지 더 취할 수 있는 보상이 남아 있었다.
‘이런 걸 시체 파밍이라고 부르던가.’
영식은 게임 속 용어를 하나 떠올 리며 입맛을 다시듯 입술을 핥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