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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업 머신-232화 (232/284)

레벨업 머신 232화

승리의 보상(1)

“하아, 하아….”

격전을 치른 영식의 입에서 거친 숨소리가 흘러나왔다.

결국 날이 밝고서야 간신히 그녀에 게 해방된 영식은 행복하게 미소 짓 고 있는 루시아를 바라보았다.

“후홋. 왜 그래요 주인님? 아직 부 족하신가요? 저라면 얼마든지 더….”

“아니.”

영식이 칼같이 답했다.

이 바쁜 시기에 하루를 통째로 날 려 버렸는데, 더 이상 시간을 허비 할 순 없었다.

“히잉….”

루시아는 풀이 죽은 표정으로 고개 를 숙였다.

영식은 그런 그녀를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그런데 날 주인님이라고 부르는

거, 계속할 생각이야?”

“네?”

루시아는 갑자기 무슨 소리를 하냐 는 듯이 그를 바라보았다.

“말했잖아. 이제부터는 자유롭게 살라고. 그러니까 더 이상 네가 노 예 입장일 필요가 없다는 말이지.”

“그, 그런…! 앞으로 영원히, 단 한 순간도 떨어지지 않겠다고 말씀하셔 놓고 절 버릴 생각이신가요!”

“그게 아니라….”

‘아니, 애초에 그렇게까지 말한 적 없는데.’

영식은 억울하다는 표정으로 그녀 를 바라보았다.

루시아는 득의양양한 미소를 지으 며 영식에게 몸을 기댔다.

“후훗, 한 번 주인님은 영원한 주 인님! 저는 제 자유의지로 노예가 되겠습니다!”

“뭐… 그렇다면 말릴 생각은 없지만.”

자기가 원해서 노예로 있겠다는데 무슨 더 할 말이 있단 말인가.

영식은 피식 웃음을 흘리며 루시아 의 손을 잡았다.

“그리고 따로 할 얘기가 있어.”

“네, 뭐든 말씀해 주세요, 주인님.”

“아마... 루시아 입장에서는 아픈 기 억을 떠올리게 만들 수도 있지만….”

그녀를 걱정한다고 물어보지 않을 수 없는 질문이었다.

“루시아, 내가 잠들어 있는 수개월 동안 창조주들의 거처에 있었다고 했지?”

“……네.”

“그곳에 대해 자세히 듣고 싶어.”

기억이 명확하지 않은 지금, 창조주 들의 거처에 대해서 정보를 얻을 수 있다는 것은 분명 엄청난 메리트였다.

중앙 지역을 되찾은 것은 난관 하 나를 넘은 것에 불과했다.

결국 궁극적인 목적은 처음 창조주 들이 내려온 북방을 되찾는 것.

그리고 창조주들을 이 대륙에서 몰 아내는 것이다.

그 목적을 위해서라도 창조주들의 아지트에 대한 정보는 절실했다.

“…거대한 금속 산이었어요.”

“금속?”

“예. 주인님이 기계… 라고 부르는 그 복잡한 형태의 금속 있으시죠? 그 걸로 이루어진 거대한 산이었어요.”

기계의 산.

아주 희미하게나마 그의 기억 속에 서 본 적이 있는 장소였다.

보안레벨을 해방하는 도중 분명 몇 번인가 그 거대한 산을 향해 걸어가 고 있는 자신이 있었다.

‘역시 그곳이 창조주들이 있는 곳 인가.’

그 형태는 명확하지 않았다.

흐릿한 실루엣만 간신히 기억나는 정도.

하지만 그 장소에 창조주들이 거주

하고 있다는 것은 이것으로 확실해 졌다.

“어떤 곳이었어?”

“음... 어둡고… 제가 모르는 금속 장치들이 가득한 장소였어요.”

“단테리온 이외에 다른 존재는 없 었어?”

“그... 주인님이 만드신 안드로이 드? 처럼 생긴 금속 가디언이 많이 보였어요. 창조주는… 레노스라는 이름을 가진 창조주가 한 명 더 있 었어요.”

“흐음-.”

단테리온이 만들어 낸 안드로이드.

아니, 어쩌면 과거 자신이 만든 안 드로이드일 가능성도 있었다.

‘좋지 않아.’

지금 영식이 만들어낸 안드로이드 들만 하더라도 인력부족에 허덕이던 살바토르 길드를 단숨에 3대 길드와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도록 만들어 주었다.

현재로도 그 정도로 강력했는데,

과거의 그가 만든 안드로이드는 얼 마나 강력할지 상상조차 어려웠다.

‘제어권이 나에게 있다면 좋겠지 만….’

단테리온은 머저리가 아니었다.

분명 그는 어딘가가 어긋나 있지 만, 그렇다고 멍청한 것은 아니었다.

제어권을 자신에게 돌리는 것 정도 는 이미 다 작업해 두었을 것이다.

“그 레노스라는 놈은 어땠어?”

“저도 직접 얘기를 나누지는 못했 어요. 항상 연구실에 박혀서 나온 걸 본 적이 없었거든요.”

“ 연구실?”

“네. 생긴 것도 되게 깡말라서… 연금술사나 흑마법사 같은 이미지였 어요.”

그녀의 말에 영식의 표정이 살짝 일그러졌다.

‘그러고 보니 루시아에게 있는 블 랙큐브의 제작자가 레노스였지.’

외형만 가지고 판단하기는 어렵지 만 그는 엘리아와 같은 직접적인 전 투에 특화된 존재라고 하기보다 연 구와 개발 쪽으로 특화된 존재인 것 같았다.

‘엘리아가 4식이었으니까… 레노스 는 3식인가.’

이제까지의 패턴을 본다면 아마 레 노스가 3식이 맞으리라.

‘…곤란한데.’

연구자의 존재는 단테리온만큼이나 껄끄러웠다.

연구자가 있다는 것은 그들이 다루 는 병기를 더욱 발전시킬 가능성이 있단 의미였다.

기계 몬스터와 같은 신종 괴물의 출현만 하더라도 그렇게 고생을 했 는데, 거기에서 더 발전된 병기가 개발된다면 인류로서는 절망할 수밖 에 없었다.

괜히 전쟁시에 과학자들에게 적극 지원하는 것이 아니었다. 그들은 기 존의 무기를 더욱 강력하게 만들었다.

‘발전하고 있는 건 인간만이 아니

라는 건가.’

영웅의 요새를 만들면서 소환자들 의 성장 속도는 무서울 정도로 빨라 졌다.

주변에는 하나하나가 끔찍한 괴물 인 기계몬스터들이 즐비했고, 요새 로 오는 중간에는 아직 많은 보스몬 스터들이 남아 있었다.

이런 괴물들이 소환자들에 의해 토 벌되면서 소환자들의 폭발적인 질적 향상을 불러일으키고 있는 것이다.

특히 목숨을 건 전투는 소환자의 성장을 가로막고 있는 레벨 제한을 극복하는 데 지대한 역할을 미치고 있었다.

안전한 사냥을 추구하던 소환자들 이 안전한 곳 자체가 없는 장소에서 활동하다 보니 저절로 그 한계를 뛰 어넘고 있는 것이다.

‘물론, 아무리 그렇다고 해도 조금 이상하게 많긴 하지만.’

각성이라는 것이 그렇게 쉬운 것도 아니고, 대부분의 경우 목숨의 위기 에 처하면 그냥 그대로 죽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하지만 최근 들어서는 자신의 한계 레벨을 뛰어넘는 이들의 숫자가 이 상할 정도로 많아졌다.

그가 자리를 비우는 동안 살바토르 길드원들 중에서도 몇 명이 한계 레 벨을 돌파했다고 들었다.

‘뭐... 반길 만한 소식이지만.’

사람들의 태도만 보더라도 랭커가 얼마나 많아졌는지 알 수 있었다.

예전에는 100레벨만 달성해도 사 방에서 굽실거리며 유명세를 탔지만 지금은 100레벨이라고 하면 그러려 니 하는 수준.

102, 103레벨에는 도달해야 전과 같은 대우를 받을 수 있었다.

이렇게 빠른 속도로 발전하고 있는 인류기 때문에 지금은 힘을 키우고 다가올 큰 전투를 대비해야겠다고 생각했지만, 아무래도 창조주들 또 한 가만있지는 않을 것 같았다.

‘그래도 지금으로서는 부족해.’

중앙 지역을 탈환하는 것만으로도 자칫하면 전멸의 위기를 몇 번이나 넘겼다. 브레스 때도, 엘리아 때도 연합군의 목숨은 칼날 위에 선 것이 나 마찬가지였다.

여기서 무리하게 북방으로 진격을 감행했다가는 연합군 전체가 전멸할 것은 너무나도 뻔한 일이었다.

힘을, 전력을 키워야 했다.

소환자들 전체에 해당하는 말이지

만 특히 영식 자신은 더더욱.

사실 그를 비롯한 몇몇 소환자를 제외하면 창조주와의 싸움에서 큰 역할을 하지 못할 것이 확실하니까.

‘전체적인 질을 올리는 것과 동시 에 강력한 특수부대를 만들어야 한 다는 건가.’

말은 간단했다.

‘세상이 말처럼만 되면 얼마나 좋 겠냐만.’

영식은 표정을 찡그리며 깊은 한숨 을 내쉬었다.

“그리고….”

루시아는 딱딱하게 표정을 굳힌 채 말을 이었다.

영식은 생각하던 것을 멈추고 그녀 를 향해 시선을 옮겼다.

“그곳에… 엘리아가 있었어요.”

“?.?뭐라고?”

영식은 예상 밖의 말에 표정을 일 그러뜨렸다.

분명 엘리아는 그가 역장을 사용해 그 몸을 반으로 찢어버린 상대.

코어가 폭발하는 것까지 두 눈으로 확인했다.

당시 죽을 각오를 하고 엘리아와 싸웠던 그는 어떻게든 창조주의 숫 자를 하나 줄이기 위해 철저하게 그 녀를 파괴했었다.

그런데 살아 있다니?

대체 어떻게 된 일인지 감히 잡히 지 않았다.

“엘리아가 살아 있었어?”

그의 말에 루시아는 굳게 입을 다 물었다.

거대한 살덩어리가 된 채 고통에 몸부림치고 있던 그녀.

과연 그것을 ‘살아 있다’고 말할 수 있을까?

“?잘 모르겠어요.”

“그건 또 무슨 말이야.”

루시아는 자신이 봤던 것을 영식에 게 전해주었다.

그녀의 말이 이어질수록 영식의 표 정이 거칠게 일그러졌다.

‘단테리온.’

그가 어딘가 결정적인 부분이 어긋 나 있다는 것은 처음 만났을 때부터 어렴풋이 느끼고 있었다.

‘부하를 실험체로 쓰다니.’

광기라는 표현도 부족할 정도로, 그는 미쳐 버렸다.

‘내가... 널 그렇게 만든 거냐.’

자신에 대한 단테리온의 집착.

어쩌면 그것이 그가 가진 어긋남의 근원일 수도 있었다.

영식은 거칠게 주먹을 움켜쥐었다. 단테리온을 이대로 놔주어서는 안 된다, 라는 생각이 더더욱 확고하게 그의 머릿속에 자리잡았다.

“그렇다면 괴생명체의 정체가….”

“네. 영웅들의 유체와 엘리아가 섞

인... 혼종이에요.”

“그래서 처음 조사를 했을 때 유나 랑 아라가 반응한 거군.”

“맞아요. 단테리온은 일부러 조사 대를 끌어들이기 위해서 엘리아를 보낸 거예요.”

몇 가지 의문이 풀렸다.

영식은 머리가 아프다는 듯이 이마 에 손을 올리며 말을 이었다.

“조사대를 더 파견해 달라고 말해 야겠네.”

엘리아라는 변수를 가만히 내버려 둘 수는 없는 노릇.

최대한 처리할 수 있을 때 처리하 는 것이 좋았다.

“제게 물어보실 건 이제 끝이신가 요?”

“그래.”

“그렇다면 다시 주인님과 오붓한 시간을….”

“미안하지만 그전에 해야 할 일이 하나 더 남았어.”

영식은 자신을 향해 달라붙는 루시 아를 살짝 밀어내며 그녀의 왼손을 잡았다.

그녀의 왼 손등에는 영식과 같이

바코드 형태의 문양이 자리 잡고 있 었다.

그녀가 단테리온에게 받은 슈트가 잠들어 있는 문양.

영식은 그 문양을 손으로 쓰다듬었다.

“루시아, 분명 단테리온이 네게 이 슈트를 건네주었을 때 레노스가 심 혈을 기울여 만든 슈트라고 했다고 했지?”

영식의 질문에 루시아는 고개를 끄 덕였다.

“예. 분명 만족할 만한 성능일 거 라고 말했어요.”

“그렇다는 얘기는….”

레노스의 연구 결과를 집대성한 슈 트일 가능성이 크다는 의미.

아무렴 단테리온의 슈트나 자신의 슈트처럼 ‘규격 외’의 성능은 기대 할 수 없겠지만 지금 소환자들의 입 장에서는 상상하기 힘든 힘을 부여 해주는 슈트일 것이다.

약한 자는 강하게, 강한 자는 더욱 강하게 만들어 줄 수 있는 만능의 물건.

‘심혈을 기울였다고 했지.’

영식의 입가에 짙은 미소가 지어졌다.

소환자 전체의 질적인 향상은 뒤로 하더라도 창조주를 상대할 ‘특수부 대’를 조직하는 것에 대한 희망이 보이는 것 같았다.

승자의 권리. 격렬한 싸움 끝에 얻 은 달콤한 보상을 즐길 시간이었다.

‘그 심혈을 기울인 기술들, 모두 다 가져가주마.’

“구조파악.”

영식의 손에서 흘러나온 빛이 루시 아의 손등으로 흘러들어갔다.

영식은 이 슈트를 만들 기술을 개 발하기 위해 머리를 쥐어짜냈을 레 노스를 향해 감사의 인사를 올렸다.

‘고맙다 삼식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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