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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업 머신-226화 (226/284)

레벨업 머신 226화

재가동 (3)

-쿠구구구궁!

“무, 무너진다!”

“피해!”

폭발하듯 주변에 뿌려진 보랏빛 기 운에 광산 전체가 뒤흔들렸다.

입구를 향해 달려가던 소환자들은

새파랗게 질린 얼굴로 비명을 질렀다.

-쩌적.

보랏빛 기운에 강타 당한 광산이 갈라지기 시작했다.

광산 벽이 곳곳에서 터져나가며 끈 적한 점액들이 비산했다.

“모두 진정해라!”

서강준은 와이어를 통해 조사대 전 체를 감싸며 소리쳤다.

하지만 그렇게 소리치는 그의 표정 도 초조함에 일그러져 있었다.

‘좋지 않아.’

광산 벽에 생긴 균열이 점점 더

커져갔다.

오리하르콘 자체가 워낙 깊은 곳에 서 극소량 채굴되는 희귀 금속이다 보니 광산의 깊이는 서강준도 가늠 하기 어려웠다.

이런 장소가 붕괴되기라도 했다가 는 수십만 톤이 넘는 흙더미가 쏟아 질 것이 분명했다.

‘빨리 탈출해야 해.’

서강준은 아직 좀 거리가 남아 있 는 광산 입구를 바라보며 입술을 깨 물었다.

“속도를 높여!”

“으아아아아!”

서강준의 외침에 조사대는 발악을 하듯 함성을 내지르며 입구 쪽으로 달려갔다.

유나를 비롯한 근거리 클래스들은 상대적으로 속도가 느린 원거리 소 환자들을 들쳐 메고 전속력으로 땅 을 박찼다.

하지만.

“피오레 디 리베리에.”

-쿠구구구궁!

붕괴가 시작된 벽에 마무리를 가하 듯 수십 개의 검영이 쏟아졌다.

안 그래도 간당간당하던 광산의 벽

이 그 충격을 견뎌낼 수 있을 리가 없었다.

“크윽!”

서강준은 무너져 내리기 시작한 천 장을 바라보며 표정을 굳혔다. 그는 거칠게 발을 구르며 양팔을 옆으로 뻗었다.

“와이어 캐슬!”

수백, 수천가닥의 와이어가 그의 손목에서 뿜어져 나왔다.

복잡한 형태로 얽히는 와이어.

그 형태는 점점 거대한 성처럼 변 해갔다.

- 쿠구구궁!

“허업….”

서강준의 입에서 신음이 ■흘러나왔다.

천장이 무너지면서 쏟아져 내린 어 마어마한 양의 흙이 와이어로 만들 어진 성을 짓눌렀다.

본래는 상대방을 옴짝달싹할 수 없 도로 완벽하게 구속하는 스킬이었지 만 그는 즉석에서 스킬을 응용하며 거대한 보호막으로 만들었다.

“이, 이 틈에 도망치게.”

서강준은 아직 도망치지 못한 조사 대원들을 향해 힘겨운 목소리로 말 했다.

조사대원들은 서강준을 도와줘야 할지 아니면 도망쳐야 할지 결정하 지 못한 채 안절부절못하는 모습을 보였다.

“빨리!”

“?알겠습니다.”

다급한 그의 외침에 티리아는 무거 운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이고는 입 구 쪽을 향해 달려갔다.

미처 서강준이 막아내지 못했던 흙 더미들이 비처럼 쏟아져 내렸다.

‘어째서 여기에 루시아 씨가?’

티리아는 입구를 향해 달려가면서 도 혼란스러운 표정으로 입술을 깨 물었다.

거리가 꽤 되었기 때문에 자세히 보지 못했지만 입구 쪽에 서있는 인 영은 수개월 전에 모습을 감춘 루시 아가 확실했다.

‘어떻게 된 일인지 알아내야 해.’

티리아는 여덟 장의 날개를 펼치며 속도를 높였다.

그때 였다.

- 찌걱.

“키에에에에엑!”

무너진 벽 틈에서 끔찍한 외형을 가진 괴생명체가 도망치는 소환자들 을 습격했다.

이제까지 기척을 감추고 있던 녀석 이 기회를 틈타서 공격을 시작한 것 이다.

“천벌!”

-파지지직!

“끼에에에에엑!”

거대한 살덩어리를 향해 쏘아지는 새하얀 뇌전.

살이 타들어가는 역겨운 냄새와 끔 찍한 비명.

티리아는 도망쳐오는 길드원들을 돌아보며 소리쳤다.

“이놈은 제가 상대하고 있을 게요! 모두 빨리 도망가요!”

“하, 하지만….”

“빨리 유나야! 시간이 없어!”

“으... ”

유나는 거칠게 표정을 일그러뜨리 며 채린을 안은 손에 힘을 주었다.

그녀는 입구를 향해 거칠게 발을 박찼다.

“후우...”

길드원들이 자신을 지나쳐 도망친

것을 확인한 티리아는 깊은 한숨을 내쉬며 괴생명체를 향해 고개를 돌 렸다.

‘대체 어디서 저런 괴물이.’

티리아는 끔찍한 외형을 가진 괴물 을 보며 표정을 일그러뜨렸다.

영상을 통해서 대략적인 생김새는 봤지만 이렇게 가까이에서 본 것은 처음이었다.

“어...?”

살덩어리의 한 가운데, 살에 파묻혀 있는 곳에 떠올라 있는 얼굴을 본 티리아의 표정이 급속도로 굳었다.

진홍색 머리칼. 드세 보이는 눈매.

분명 그녀의 기억 속에 있는 얼굴 이었다.

“어, 어째서? 그때 분명 영식 씨 가….”

영식에게 죽었다고 생각했던 창조주.

엘리아라는 이름을 가진 그 여인의 얼굴이 살덩어리에 파묻혀 있었다.

티리아는 너무나도 끔찍한 그 모습 에 당황하여 괴생명체를 공격해야 한 다는 것도 깜빡 잊어버리고 말았다.

“키에에에에엑!”

“아!”

티리아가 정신이 팔려 있는 틈을

타 살덩어리로 이루어진 괴생명체는 무너지는 광산의 균열로 다시금 숨 어버리고 말았다.

티리아는 다급하게 괴생명체를 향 해 뇌전을 쏘았지만 이미 그 모습은 홁더미에 파묻혀 사라져 버린 후였다,

- 쿠구구궁!

“읏…!”

혼들림이 더욱 심해지며 천장이 무 너져 내렸다.

티리아는 두 눈을 질끈 감은 채 두 팔을 머리 위로 올렸다.

여덟 장의 날개가 그녀를 감쌌다.

굉음과 함께 광산이 완전히 무너져 내렸다.

“으읏….”

티리아의 입에서 가느다란 신음이 흘러나왔다. 그녀는 천천히 눈을 떠 서 주변을 둘러보았다.

“여긴….”

낮은 천장을 가지고 있는 좁은 공동.

빛 한 점 들어오지 않는 짙은 어둠 이 공동 안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

광산이 무너져 내리면서 생긴 공동 이었다.

“그래도 다행이네.”

티리아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자 리에서 일어섰다. 흙먼지에 더러워 진 옷을 가볍게 털며 그녀는 주변을 둘러보았다.

좁다고는 하나 충분히 몸을 움직일 수 있을 정도의 크기는 가지고 있는 공동이었다.

‘다들 무사히 빠져 나갔을까.’

티리아는 초조한 표정으로 입술을 핥았다.

공동에 갇힌 것 자체는 별로 걱정 되지 않았다.

그녀는 랭커 중에서도 상위권의 힘 을 가지고 있는 랭커.

시간만 있다면 맨손으로 굴을 파서 라도 이곳에서 탈출할 수 있었다.

그녀가 걱정하는 것은 자신을 앞질 러간 길드원들이 무사한지였다.

‘빨리 찾으러가자.’

그녀는 몸에 힘을 일으키며 벽에 손을 가져다 대었다. 지반이 무너지 지 않을 장소를 찾아서 굴을 파야 했다.

-카드득. 파삭.

그때, 공동의 벽에 균열이 일어났다.

티리아는 소리가 들리는 쪽으로 재 빨리 고개를 돌렸다.

“루시, 아 씨…?”

“오랜만이네요, 티리아 씨.”

균열 틈에서 나타난 건 루시아였 다. 초췌한 얼굴에 퀭한 눈. 며칠 밤은 새운 것 같이 지쳐 있는 모습. 과거 쾌활했던 루시아의 모습이라고 는 생각되지 않는 모습이었다.

“왜 루시아 씨가 이곳에 있는 거 죠? 아니, 그보다 이제까지 어디에 계셨던 거예요?”

티리아의 질문에 루시아는 굳게 입 을 다문 채 답하지 않았다.

-지잉.

루시아는 허리춤에서 라이트 세이 버를 뽑아들었다.

“티리아 씨.”

“ 예?”

“티리아 씨는 더 없이 사랑하는 사 람과, 더 없이 증오하는 사람이 같 은 사람이라면 어떻게 할 거예요?”

루시아의 질문에 티리아는 굳게 입 을 다물었다.

그녀가 지금 말하고 있는 것이 무 슨 의미인지는 깊게 생각할 것도 없 었다.

과거의 영식이 그녀에게 저지른 참 혹한 죄악에 대해서는 그녀도 잘 알 고 있었으니까.

“그건….”

티리아는 루시아가 느끼고 있을 절 망을 상상하기 어려웠다.

하지만 그것이 말 한두 마디로 해 결되지 않을 깊은 절망이라는 것은 알 수 있었다.

만약 자신도 사랑하는 사람의 과거 가 그녀의 가족을 죽인 헨드릭 왕이 라는 얘기를 듣는다면 어떻게 해야 할지 몰랐을 테니까.

“전 둘 다 포기하고 싶지 않았어요. 욕심이라는 걸 알지만, 후회할 걸 알 지만 그래도 포기할 수 없었어요.”

“그게… 무슨 말씀이세요, 루시아 씨.”

“전 악마와 손을 잡았어요.”

루시아는 티리아를 향해 천천히 걸 음을 옮겼다.

“으]기'… 라요?”

“대체 무슨 말씀을 하시는… 꺄악!”

-촤악

순식간에 휘둘러진 루시아의 검이 티리아의 몸을 살짝 베고 지나갔다.

반사적으로 몸을 뒤로 뺀 티리아는 화끈한 통증이 배에서부터 올라오는 것을 느꼈다.

라이트 세이버에 베인 상처는 검상 이라기보다는 화상에 가까운 상처를 남긴다.

티리아는 흉측한 화상을 입은 자신 의 배를 움켜쥐며 당황스러운 표정 으로 루시아를 바라보았다.

“루, 루시아 씨? 이게 무슨….”

“미안해요, 티리아 씨. 주인님을… 다시 원래의 모습으로 되돌리기 위 해서는 티리아 씨를 죽여야 한대요.”

“대체 누가 그런 말을….”

“미안해요. 미안, 해요.”

루시아는 거칠게 입술을 깨문 채 가늘게 몸을 떨었다.

단테리온이 그녀에게 알려준 ‘영식 을 원래의 모습으로 되돌리는’ 방 법.

그것은 티리아를 죽여 영식에게 정

신적으로 큰 충격과 상실감을 안겨 줘야 한다는 것이었다.

더 이상 ‘쓸모없는 것’에 신경을 쓰지 않도록.

“정신 차리세요, 루시아 씨! 저희 는 가족이잖아요. 같은 사람을 사랑 하는 사이잖아요!”

“예. 그랬죠.”

루시아는 서글픈 눈빛으로 말을 이 었다.

“지금 이 순간도 주인님의 목소리 가 생각나요. 따듯한 온기가, 상냥한 미소가 떠올라요. 티리아 씨를 죽이 게 되면 주인님이 슬퍼할 생각을 하 면 가슴이 짓이겨지는 것 같아요.”

“그렇다면 어째서!”

“그만큼 제 손으로 죽인 부하들의 비명도 떠올라요. 살려달라고, 정신 을 차리라고 소리치는 부하들의 모 습이 떠올라요.”

?

“모르겠어요, 티리아 씨. 둘 중 어 느 것을 선택해야 하는지. 과거의 복수를 해야 하는지, 지금의 감정을 따라야 하는지 모르겠어요.”

루시아는 덜덜 떨리는 목소리로 말 을 이었다.

“그래서, 주인님을 둘로 나누기로

했어요.”

“…그게 무슨.”

“제가 사랑하는 주인님. 제가 증오 하는 주인님. 두 개로 나누면 모든 게 해결돼요. 그렇게 하기 위해서도 일단 주인님에게 자신의 과거를 깨 우치게 할 필요가 있어요. 미안해요, 티리아 씨. 제 욕심을 위해서 티리 아 씨를 이용하게 되었어요,”

점점 거칠어지는 목소리.

광기에 젖어가는 눈빛.

티리아는 루시아의 분위기에 압도 되어 말을 잇지 못했다.

“하지만 상냥한 티리아 씨라면 이

해해주실 거라고 믿어요. 아니, 이해 해주지 않으신다고 해도 이제 늦었 어요. 이미 전 너무 먼 곳까지 와버 린 걸요.”

“루시아 씨….”

“아, 정 그렇다면 팔이나 다리 한 짝을 잘라서 주인님에게 보여주는 것 은 어떨까요? 충격을 주는 거라면 그것만으로도 충분하지 않을까요? 아… 하지만 팔이나 다리만으로는 티 리아 씨라는 것을 알기 어렵겠죠?”

루시아는 진지하게 고민에 잠긴 표 정으로 중얼거렸다.

티리아는 섬뜩한 전율이 전신에 퍼

져 나가는 것을 느꼈다.

‘제정신이 아니야.’

미쳤다고 표현하는 게 옳으리라.

티리아는 주먹을 굳게 움켜쥐며 입 술을 깨물었다.

‘영식 씨.’

지금 이 순간 그의 얼굴이 너무나 도 보고 싶었다.

든든한 등에 기대 의지하고 싶었다.

‘어떻게든 루시아 씨를 정신 차리 게 만들어야 해.’

티리아는 약해지려는 마음을 다잡 으며 광기에 물든 표정으로 중얼거 리고 있는 루시아를 바라보았다.

-파지 직.

-역장에 구성에 필요한 기초 신체 데이터 구성 완료.

-오류 사항 체크를 위해 구성된 신체 데이터를 체크합니다.

-체크 완료. 검색된 오류 사항이 존재하지 않습니다.

-재가동에 필요한 준비가 끝났습 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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