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벨업 머신 207화
영웅 이벨린의 유산(1)
“대체 어떻게 된 일입니까, 길수 형님?”
간단한 회의가 끝난 후, 길수의 방 으로 달려온 영식은 참을 수 없이 궁금하다는 표정으로 물었다.
길수의 소식을 듣고 달려온 것은 영식만이 아니었다.
살바토르 길드원 전체가 고작 한 달 사이에 있었던 믿을 수 없는(?) 변화에 홍분에 찬 눈빛으로 길수의 방으로 들이닥쳤다.
길드원들의 표정은 과장을 좀 더 보태면 영식의 정체가 과거 창조주 를 이끄는 대장이었다는 것이 밝혀 졌을 때보다 더 충격을 받은 듯한 표정이었다.
“하하. 그런 일이 좀 있었네.”
길수는 특유의 사람 좋은 미소를 지으며 머리를 긁적였다.
유나는 이해가 되지 않는다는 표정 으로 길수를 바라보았다.
“아니…… 아무리 그래도 어떻게 한달만에……
“맞아. 특히 포르테 씨는 별로 사랑 이나 연애에 관심이 없어보였는데.”
“대체 무슨 일이 일어났던 거예요?”
채린은 흥미진진하다는 눈빛으로 길수에게 물었다.
길수는 쓴웃음을 지으며 말을 이었다.
“뭐…… 큰일이라면 큰일이었지. 자네들이 황성을 비운 사이에 반란 이 일어났네.”
“반란이요?”
갑작스러운 그의 말에 길드원은 당
황스럽다는 표정을 지었다.
“뭐, 반란이라고는 했지만 그리 큰 건 아니었네. 제국군에 편입되는 것 을 거부한 소환자들이 모여서 황성 을 습격했어.”
“……듣기로는 엄청 큰일인 것 같 은데요.”
“소환자의 수는 꽤나 많았지만 대 부분 형편없는 실력이었네. 황성에 남아 있는 제국군만으로 충분히 정 리가 되는 상황이었지.”
“호오.”
“그런데 그 반란군을 이끄는 수장 이 꽤나 뛰어난 실력을 가지고 있더 군. 포르테 양과 싸우던 도중 그녀 의 목숨이 위급해졌을 때 내가 도와 주었네. 그 뒤로는 뭐…… 일이 잘 진행됐지.”
“흐 ”
그의 말에 영식은 침음을 흘렸다.
목숨을 구해줘서 반했다니, 이유로 는 나쁘지 않지만 현실성은 좀 떨어 지는 일이었다.
애초에 전장에서 동료의 목숨을 구 해주는 것은 의무에 가까운 일이었 으니까.
그런 영식의 표정을 읽었는지 길수는 희미한 미소를 지으며 말을 이었다.
“자네들 생각대로 사이가 진전된 것은 아니네. 아직은 연인 사이도, 결혼을 결정한 사이도 아니지. 폐하 께서 포르테 양과 내 사이에 너무 환상을 가지고 계신 것 같네.”
“그래도 서로에게 마음은 있는 거죠?”
“나 같은 아저씨야 당연히 포르테 양에게 마음이 있지. 그녀는 그냥 폐하의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억지 로 나와 같이 붙어 있는 것뿐일세.”
길수의 말에 영식은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도 아예 마음이 없는 것 같지 는 않으니 잘해보세요, 형님.”
“하하. 네가 멍석을 이 정도로 깔 아줬으니 노력해 봐야지. 뭐…… 결 국 이것도 북방 정벌이 성공적으로 끝나야 진행될 얘기지만 말이야.”
길수는 영식의 어깨를 두드리며 믿 고 있다는 듯한 눈빛을 보냈다.
“……예. 꼭 성공할 수 있도록 준 비하죠. 형님의 봄을 위해서라도.”
“하하하. 그래. 믿고 있겠네.”
영식은 제이슨에게 받은 기다란 상 자를 꺼냈다.
“기왕 길드원들이 다 모인 김에 이 걸 확인해 보죠.”
“영식 씨, 이건.
“그래. 방금 전에 제이슨 황제에게 받았어.”
영식은 제이슨에게 받은 상자를 열 었다.
“읏……
“엄청나군요, 이건.”
상자를 열자마자 뜨거운 공기가 순 식간에 방 안을 채웠다.
“이게 무엇입니까, 영식 씨‘?”
“영웅 이벨린의 유산입니다.”
상자를 열자 나온 것은 새하얀 지 팡이 였다.
그 지팡이에서는 피부가 저릿할 정 도로 강렬한 마력과 함께 뜨거운 열 기가 뿜어져 나오고 있었다.
‘불에 관련된 지팡이인가?’
영식은 이벤린의 지팡이를 바라보 며 생각에 잠겼다.
강렬한 열기를 뿜어내는 것을 보아 하니 불에 관련 된 지팡이처럼 보였 다.
‘유나가 다루지 못 하는게 아쉽네.’
현재 살바토르 길드원 중에서 가장 ‘불’과 친화력이 높은 것은 유나였 다.
하지만 그녀에게는 이미 쌍식이라 는 무기가 있으니 이 지팡이를 사용 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렇다면……
영식은 시선이 채린을 향했다.
폭발 마법을 주로 사용하는 그녀는 유나 다음으로 불에 친화력이 높은 소환자였다.
“채린아, 이 무기에 한 번 손을 대봐.”
“응? 내, 내가?”
채린은 자신에게 영웅의 유산을 만 져보라고 할지 상상조차 하지 못했 다는 듯이 당황스러운 표정으로 되 물었다.
영식은 진지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 덕였다.
“일단…… 느낌만 보면 불에 관련 된 무기 같은데 유나를 제외하면 네 가 가장 불과 친화력이 좋잖아.”
“으응…… 그, 그렇긴 하지만……
채린은 부담스럽다는 표정으로 지 팡이를 향해 손을 뻗었다.
- 화아아악!
“꺄아아악!”
“채 린아!”
지팡이에 손을 대려하자 이벨린의
유산에서 뿜어지는 열기가 한층 더 강해졌다.
유진은 다급한 표정으로 그녀의 손 을 잡아 뒤로 당겼다.
“흐..”
r그 ?
영식은 짧은 침음을 삼키며 이벨린 의 유산을 내려다보았다.
‘채린이를 선택하지는 않은 건가.’
겉보기에는 왈가닥처럼 보여도 채 린은 폭발 계열 마법에는 특출한 재 능을 지녔다.
필연적으로 불에 대한 친화력이 높 을 수밖에 없음에도 이벨린의 선택 을 받지 못한 것이다.
‘이 힘을 다른 방법으로 사용할 수 밖에 없는 건가.’
길드원 중에 유나와 채린을 제외하 고 불에 대한 친화력이 높은 소환자 는 없었다.
영식은 아쉬운 표정으로 이벨린의 지팡이를 내려다보았다.
“저기, 영식아……
그때, 그의 옆에 있던 아라가 그를 불렀다.
“웅? 무슨 일이야?”
“뭔가…… 누군가가 속삭이는 듯한 소리가 들려.”
“……뭐라고?”
“저 지팡이에서 아주 희미하지만
목소리가 새어나오고 있어.”
영식은 당황스럽다는 표정으로 아 라를 바라보았다.
그녀는 길드원 중에서 가장 ‘불’과 는 관련 없는 소환자였다.
“한 번 만져볼래?”
≪o w
흐...?
아라는 고개를 끄덕이며 이벨린의 지팡이를 향해 손을 뻗었다.
?화아아아악!
“읏……
이벨린의 지팡이에서 뿜어져 나오 는 새하얀 빛이 아라의 몸속으로 홀 러들어가기 시작했다.
아라는 몸속으로 흘러들어오는 막 강한 힘에 고통스러운 침음을 삼켰 다.
“아, 아라 씨!”
티리아는 다급한 표정으로 그녀에 게 손을 뻗으려고 했다.
“잠깐만, 언니!”
그런 그녀를 막은 것은 유나였다.
그녀는 깊게 가라앉은 눈빛으로 아
라의 상태를 살폈다.
“지금 손 대면 위험해.”
그녀는 쌍식의 힘을 받아들였을 때 를 떠올렸다.
끔찍한 마력 속에서 당장에라도 끊 어질 것 같았던 정신을 붙잡았던 그 때.
지금 아라의 몸에 손을 대는 것은 자칫하면 그녀의 집중력을 흩뜨릴 수도 있는 위험한 일이었다.
“아, 으으으..으아아아.”
이벨린의 지팡이를 쥔 손을 따라 아라의 전신에 굵은 혈관이 돋아났 다.
그녀는 전신을 불태울 듯한 폭발적 인 열기에 이를 악문 채 견뎌냈다.
길드원들은 긴장에 찬 눈빛으로 아 라를 바라보았다.
“하아, 하아!”
억겁처럼 느껴지는 시간이 흐른 후, 아라는 거친 숨을 몰아 내쉬며 바닥에 쓰러졌다.
쓰러지는 그녀의 몸을 영식이 받아 냈다.
“……괜찮아?”
“응. 엄청 아팠는데.. 이제는 괜
찮아.”
“무기의 선택을 받은 거야?”
영식의 물음에 아라는 힘겨운 표정 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응. 아이리스…… 라는 이름을 가 진 무기였어.”
그녀는 손에 쥔 지팡이를 쓰다듬으 며 희미한 미소를 지었다.
지팡이를 통해 흘러들어온 막대한 마력이 몸속에 느껴졌다.
지금 당장은 아주 조금 밖에 다룰 수 없는 마력이었지만 성장에 대한 가능성이 생긴 것만으로도 충분히 만족스러웠다.
“음. 곤란…… 해졌네.”
영식은 눈살을 찌푸리며 아라의 손 에 있는 새하얀 지팡이를 바라보았 다.
아이리스라는 이름을 가진 이 지팡 이는 불을 다루는 지팡이일 가능성 이 컸다.
냉기를 다루는 것에 특화된 아라와 는 전혀 맞지 않는 무기인 것이다.
‘대체 어떻게 해서 무기의 선택을 받은 거지?’
영식은 영문을 알 수 없다는 표정 으로 아라를 바라보았다.
“어……?”
그때, 아라의 표정이 굳어졌다.
영식은 그녀를 향해 시선을 옮겼다.
“왜 그래?”
“마, 마법이 발현되지 않아.”
“……뭐라고?”
“지팡이의 마력하고 섞여서... 냉 기 마법이…… 캐스팅 되지 않아.”
영식의 표정이 딱딱하게 굳었다.
속성이 전혀 다른 마력이 서로 섞 이면서 마법의 발현을 막아버리는 것 같았다.
‘ 최악이야.’
가장 큰 문제는 아라가 본인의 마 력보다 아이리스를 통해 얻은 이벨 린의 마력이 압도적으로 크다는 점 이었다.
이렇게 되면 그녀는 이제까지 익혀 왔던 모든 냉기 마법을 사용할 수 없게 되었다.
“어, 어떻게 하지, 영식아?”
아라는 초조한 표정으로 영식의 소 매를 움켜쥐었다.
무기의 선택을 받아 새로운 힘을 얻은 것까지는 좋았지만 그것 때문 에 기존에 익혔던 모든 마법을 사용 하지 못한다면 본말 전도도 정도가 있었다.
영식은 불안에 떠는 그녀를 보며 생각에 잠겼다.
‘열기를 다루는 마력.’
지금 아이리스가 보여준 모습을 생 각했을 때 그 무기가 가진 힘은 열 기를 조종하는 것이 확실했다.
‘……뭔가 놓치고 있는 게 았을 거야.’
만약 아라가 이대로 마법을 사용하 지 못하게 된다면 영식의 입장에서 아라와 이벨린의 유산 둘의 전력을 모두 잃어버리는 꼴이 되었다.
잠시 생각을 이어가던 영식은 채린 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채린은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아라 의 어깨에 손을 올리고 있었다.
‘ 잠깐.’
그때, 영식의 머릿속에 한 가지 생 각이 번뜩였다.
상식적으로 생각했을 때 이벨린의 유산이 채린이 아닌 아라를 선택할 이유가 없었다.
채린을 선택하지 않은 것은 그럴 수 있다고 해도 불과는 전혀 연관이 없 는 아라를 선택하는 것은 아무리 생 각해도 납득이 되지 않는 일이었다.
“그래……. 그거였어.”
영식은 방 안에 가득 찬 ‘열기’를 느끼며 작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그가 착각하고 있었던 것. 아이리 스는 ‘불’이 아닌 ‘열기’를 방출하고 있다는 점이었다.
“잠깐만.”
영식은 그렇게 말하고는 열기가 가 득 찬 방 밖으로 나왔다.
차가운 공기가 영식의 전신에 몰아 닥쳤다.
열기가 가득한 방 안과 달리 방
밖에는 한 겨울처럼 차가운 공기가 가득 차 있었다.
밖으로 나온 영식의 눈이 반짝였다.
“역시.”
그가 예상하고 있던 것이 들어맞았다.
영식은 아라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알아냈어.”
“뭘..9”
“아라 네가 이 무기를 사용할 수 있는 방법.”
영식은 입가에 한 줄기 미소가 걸 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