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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업 머신-205화 (205/284)

레벨업 머신 205화

서부에 부는 피바람(2)

적귀 권오진.

초인들의 땅이라고 불리는 서부에 서 다섯 손가락 안에 꼽히는 강자이 자, 잔혹하고 탐욕스러운 성정으로 악명이 자자한 소환자다.

잔혹한 성정과 함께 조금이라도 화 가 나면 얼굴이 새빨갛게 변하는 특 징 때문에 ‘적귀’라는 음산한 별명 으로 불리고 있었다.

주로 사용하는 무기는 거대한 양날 도끼. S급 아이템이라고 알려진 ‘피 흘리는 전쟁도끼’였다.

고레벨 랭커 중에 드물게도 히든 클래스가 아닌 순수한 전사 클래스 로 그의 이미지와는 맞지 않게 굉장 히 기본기가 충실한 전사였다.

“뭐 하는 놈들이냐.”

권오진은 자신의 저택을 박살 내고 들어온 영식 일행을 노려보며 흉포 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평소처럼 대낮부터 미녀와 술, 값

비싼 음식을 즐기고 있던 그는 마치 재앙이 일어난 것 같은 굉음에 다급 하게 무기를 들고 밖으로 나왔다.

밖으로 나온 그는 저택을 박살 내 고 들어온 장갑차를 보며 어처구니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에르노어 대륙에서 자동차라니?

그는 자신의 눈을 의심하며 몇 번 이나 자동차를 바라보았지만 어떻게 보더라도 그가 지구에서 봐오던 자 동차였다.

그리고 그런 그를 더욱 어이없게 만 든 것은 안에서 내린 사람들이었다.

못해도 수백에 달하는 병력이 침입

했을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그 차에 서 내린 사람은 고작해서 4명.

그것도 그가 얼굴을 알고 있는 서 부의 강자들이 아니었다.

“제 이름은 영식입니다.”

“어디서 온 놈들이지?”

“동부입니다. 서부와의 동맹을 제 안하기 위해 왔습니다.”

장갑차에서 내린 영식은 태연한 목 소리로 대답했다. 그의 말에 권오진 은 코웃음을 쳤다.

“동맹 제안? 지금 이 짓거리를 해 놓고 동맹 제안이라고?”

권오진은 어처구니없다는 표정으로 주변을 살폈다.

그가 거금을 들여서 만든 화려한 저택의 벽이 폭탄이라도 터진 듯이 박살 나 있었다. 아니, 저택의 벽만 이 아니라 멀리 보이는 성벽마저 일 부분이 무너져 있었다.

그가 적대 세력의 침공을 방비하기 위해 성벽에 투자했던 막대한 돈을 생각하면 머리가 아찔해질 정도였 다.

이런 무식한 소란을 일으켰으면서 동맹 제안이라니, 개소리에도 정도 가 있었다.

“하하. 뭐, 그러면 정중하게 찾아왔 으면 뭐가 좀 달라졌을 것 같습니 까?”

영식은 비웃는 듯한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적어도 지금처럼 네 목이 달아날 일은 없었을 지도 모르지.”

권오진은 허리춤에서 ‘피 흘리는 전쟁도끼’를 꺼내며 으르렁거리는 듯한 목소리로 말했다. 영식은 그의 말에 피식 웃음을 흘렸다.

“아니죠. 어떤 식으로 해도 결과는 같았을 겁니다.”

영식은 깊게 가라앉은 눈빛으로 권

오진에게 말을 이었다.

“당신 같은 사람에게는 정중한 태 도 따위는 아무런 의미가 없다는 걸 잘 알고 있거든요.”

가는 말이 고와야 오는 말이 곱다 는 말은 권오진과 같은 인간에게는 통용되지 않는 말이었다.

그에게 정중한 태도를 보여 봤자 결과는 지금과 전혀 다르지 않을 것 이다.

“하, 어떤 새끼인가 했는데 그냥 미친놈이었군. 동맹 제안은 무슨 동 맹 제안이냐. 차라리 그냥 자살하러 왔다고 해라.”

권오진은 살기를 풍기며 영식을 노 려보았다.

그의 손에 쥔 양날도끼에 검붉은 마력이 맺히기 시작했다.

“다시 한번 말씀드리지만, 전 어디 까지나 서부와 동부의 동맹을 제안 하기 위해서 온 겁니다.”

영식은 차분한 목소리로 말하며 왼 팔을 늘어뜨렸다.

“가장 효과적인 방법으로요.”

- 철컥.

그의 왼쪽 손등에서 블레이드의 칼 날이 튀어나왔다. 은은한 에메랄드 빛으로 빛나는 칼날이 그 예리함을 드러냈다.

권오진과 같은 인간에게 가장 효과 적인 방법.

그것은 두말할 것도 없이 힘으로 찍어 누르는 것이다.

“ Q.≪

M..?

권오진의 입에서 무거운 침음이 흘 러나왔다. 그는 영식의 손등에서 튀 어나온 칼날을 향해 시선을 옮겼다.

‘뭐지 이 불길함은.’

저 칼날에서 흘러나오는 빛을 보자 그의 본능이 위험하다고 소리치고 있었다.

u . .= - = ≫

O O

걱정에 잠겼던 것도 잠시.

권오진의 입가가 비틀어 올라갔다.

“꽤나 좋은 무기를 가지고 있나보 군. 애송이.”

그는 영식의 블레이드를 보며 눈을 반짝였다.

그에게 무심코 ‘위기감’을 느끼게 만들 정도의 무기라니. 어떤 방식으 로 손등에서 튀어나오게 했는지는 모르지만 그의 흥미를 끌기는 충분 한 물건이었다.

“크크크. 날 위해서 머나먼 동부에

서부터 선물을 가지고 와준 모양이 군.”

그는 영식을 죽여 저 정체불명의 무기를 뺐을 생각에 흥분에 찬 목소 리로 말했다.

패배한다는 생각은 하지도 않았다.

적은 고작 4명에 불과했고, 그는 서부에서 다섯 손가락 안에 드는 강 력한 소환자였다.

군대를 보내도 그를 이길 수 있을 지 없을지 알 수 없는 판에 저런 소수의 병력이라니.

성문을 돌파해서 정면으로 들어온 것을 보아하니 실력에 상당히 자신 이 있는 것 같았지만 크게 신경 쓰 지 않았다.

그의 저택에는 성문에 배치된 부하 들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강력 한 부하들이 있었으니까.

_탁!

권오진은 느긋한 표정으로 손가락 을 튕겼다.

그의 주위에 몸을 숨기고 있던 13 명의 소환자가 나타났다.

얼굴을 모두 검은색 복면으로 가린 소환자들이었다.

혹귀 부대.

그가 수년을 서부에서 생활하면서 얻은 강력한 부하들이었다.

최소 100레벨을 넘는 랭커들로만 구성된 부대로 그들의 실력과 잔혹 함은 서부에서도 유명했다.

“박시아 씨, 천태황 씨. 저놈들을 부탁합니다.”

영식은 주변을 둘러 싼 흑귀들을 힐끔 보며 말했다.

“……알겠습니다.”

혼자서 권오진을 상대할 수 있겠 냐, 고 물으려던 박시아는 영식의 얼굴에 떠올라 있는 자신감에 찬 표 정에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가 알고 있는 영식은 아무런 근거도 없이 저런 자신감을 내비치 는 소환자는 아니었다.

“감히 내 도시를 침입한 동부 머저 리들에게 서부의 두려움을 알려주어 라!”

_쿵!

권오진은 거칠게 발을 구르며 흉포 한 목소리로 소리쳤다. 성난 짐승의 포효와도 같은 울림이 저택에 울려 퍼졌다.

전투에 대한 훙분으로 차오른 권오 진의 얼굴은 그가 가진 이명처럼 붉 게 달아올라 있었다.

“그래, 이렇게 나와야지.”

영식은 흥분에 찬 권오진의 모습이 만족스럽다는 듯이 씨익 미소를 지 었다.

거의 가능성을 생각하지는 않았지 만 그가 여기서 진짜 동맹 제안을 받아들이거나, 영식 일행과 싸우지 않고 도주했다면 좀 곤란한 상황이 었다.

영식은 몸을 낮게 낮춤과 동시에 발쪽에 부스트를 사용했다.

그의 몸이 빙그르르 회전하며 공중 에서 내려찍듯이 블레이드가 권오진 의 머리를 노렸다.

“홉!”

인성이야 어쨌건 권오진 또한 수 많은 전투로 단련된 전사.

이 정도 공격에 당황하지는 않았다.

그는 살짝 뒤로 몸을 기울여 블레 이드를 피한 후 양날도끼를 횡으로 휘둘렀다. ‘피를 홀리는 전쟁도끼’라 는 이름에 걸맞게 진한 검붉은 마력 이 반월형으로 뻗어나갔다.

-슈우우우우!

영식은 부스트를 사용해 공주에서 몸을 틀어 그의 공격을 피했다.

블레이드와 도끼가 허공에서 격돌

했다.

-까아아앙!

“크윽!”

권오진의 입에서 다급한 신음이 홀 러나왔다.

그는 녹색빛을 뿜어내는 블레이드 에 닿자마자 도끼에 두른 자신의 마 력이 갑작스럽게 흩어지는 감각을 느꼈다.

‘이게 무슨……!’

마력을 상쇄하는 것도 아니라 아예 공중으로 흩트려 놓다니?

그가 에르노어 대륙에서 활동한 수

년간 듣도 보도 못한 일이었다.

“하, 하하. 그 무기. 예상대로 예사 로운 무기가 아니었군.”

권오진은 그의 눈을 욕망으로 이글 거리며 도끼를 들어올렸다.

닿는 것만으로 마력을 흩트려 놓는 무기라니.

상상만 해도 전율스러운 힘이었다.

“제 검이 좀 좋기는 좋죠.”

“흐흐흐! 무기가 좋다고 전부가 아 니라는 걸 내가 직접 알려주마!”

권오진은 상상 이상의 힘을 가진 영식의 무기에 탐욕에 찬 웃음을 터 뜨리며 달려들었다.

나보다 더 좋은 무기를 가진 적을 상대하는 법. 에르노어 대륙에서 많 은 전투를 겪어온 그는 그것을 너무 도 잘 알고 있었다.

“광폭화!”

권오진이 휘두르는 도끼의 속도가 무시무시할 정도로 빨라졌다.

받는 대미지를 늘리는 대신 힘과 민첩 스탯을 폭발적으로 상승시켜주 는 전사 스킬의 기술이 그를 통해 발휘됐다.

“광폭화!”

광폭화 한 번에 이은 또 한 번의

광폭화.

본래는 겹쳐서 사용할 수 없는 스 킬이지만 그는 광폭화 스킬의 숙련 도 최고치를 찍어서 중복해서 사용 하는 것이 가능해졌다.

“광폭화!”

-쿠구구구구궁!

세 번째 광폭화.

그의 몸에서 무시무시한 마력이 뿜 어져 나왔다. 그의 도끼에 흘러넘치 는 검붉은 마력이 단단한 형태를 갖 췄다.

“호오.”

영식은 흥미롭다는 눈빛으로 권오 진을 바라보았다.

방어를 포기한, 공격에 목숨을 걸겠 다는 의지가 느껴지는 광폭화 3중첩.

스탯이 상승함에 따라 그의 도끼에 서 흘러나오는 마력이 예사롭지 않 게 느껴졌다.

‘에너지 분해도 뚫을 수 있겠군.’

루시아와 실험을 해본 결과 저 정 도의 마력이면 블레이드의 에너지 분해량으로 한 순간에 홑트려 버릴 수는 없었다.

“좋아.”

영식은 입가에 만족스러운 미소가 지어졌다.

적귀 권오진은 소문대로 무시무시 한 힘을 가진 강력한 소환자였다.

영식은 슈트를 꺼내어 입을까 잠시 고민하다가 이내 고개를 저었다.

‘오래 싸울수록 좋지.’

슈트의 압도적인 성능으로 권오진 을 찍어 누르는 방법도 있었지만 지 금 영식의 상황으로서는 별로 ‘이득 이 되지 않는’ 일이었다.

-치익.

-새로운 전투 데이터를 발견하였

습니다.

-전투 데이터 수집 시작을 시작합 니다.

귓가에 익숙한 기계음이 흘러들었 다. 영식의 눈이 희미한 붉은빛으로 빛나기 시작했다.

-콰앙! 쿵! 쿠웅!

영식과 권오진의 전투가 이어졌다.

강력한 두 존재의 격돌에 권오진의 저택이 형편없이 터져나갔다. 지진 이 일어난 것 같은 충격이 주변 땅 을 뒤흔들었다.

“후우! 후우! 이 자식……!”

영식과 전투를 이어가던 권오진의 표정이 일그러졌다. 무서울 정도로 정교한 움직임이었다.

아니, 단순히 정교한 것만이 아니 었다.

정교함 속에 언제라도 목을 물어뜯 으려고 하는 교활함까지 겸비한 검 술이었다.

권오진은 처음 겪어보는 경이로운 검술에 당황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이대로라면……!’

공격을 허용당할 수도 있다는 위기 감이 그의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다.

광폭화를 3번이나 중첩한 상태에서 어떤 공격이라도 허용했다가는 바로 치명상으로 이어질 것이다.

권오진은 영식에게 점점 밀리는 것 을 느끼며 초조한 표정으로 뒷걸음 질 쳤다.

‘대체 이런 괴물이 어디서!’

그는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으로 영식을 바라보았다. 서부도 아닌 동 부에 이런 강자가 있다는 얘기는 들 어본 적도 없었다.

-촤앙!

한계까지 버티던 권오진의 방어가 영식의 블레이드에 의해 뚫렸다. 권 오진은 죽음을 각오하고 두 눈을 질 끈 감았다.

“음……T

하지만 그가 예상하던 공격은 들어 오지 않았다. 권오진은 당황스러운 표정으로 영식 쪽을 바라보았다.

영식은 씨익 미소를 지으며 그를 바라보고 있었다.

“벌써 끝내기는 아깝잖아. 조금 더 싸워야지.”

영식은 아직 부족하다는 듯이 혀로 입술을 핥으며 다시 한번 권오진을 향해 달려들었다.

‘뽕을 뽑을 수 있을 때까지 뽑아먹

어야지.’

권오진이 그간 쌓아온 전투 기술.

영식은 그것을 모두 남김없이 먹어 치울 생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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