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벨업 머신 191화
정답은 오른팔에 있다(1)
“유나야……!”
슈트 군단과 한창 교전을 이어가고 있던 티리아는 포위망을 뚫고 나타 난 유나를 보며 다급한 표정으로 다 가갔다.
“다행이다. 정말 다행이야……
그녀는 투명한 눈물을 홀리며 유나 를 끌어안았다.
포위망을 돌파한 이후 그녀와 채린 이 낙오되었다는 것은 바로 알아차 렸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길드원 전체 를 이끌고 간신히 뚫어낸 포위망 안 으로 다시 들어가는 것은 제정신으 로 할 수 있는 판단이 아니었다.
티리아가 할 수 있는 일은 유나와 더 이상 거리를 벌리지 않은 차원에 서 원을 그리듯 유나의 주변을 빙글 빙글 돌면서 싸우는 방법밖에 없었다.
점점 더 견고해지는 사제들의 포위
망을 바라보며 무리해서라도 유나를 구해야만 한다고 결심했을 때.
하늘에서 검붉은 화염이 쏟아져 내 림과 동시에 채린을 안은 유나가 슈 트 군단을 뚫고 길드원이 있는 곳으 로 도착하는 데 성공한 것이다.
“언니! 빨리 한성 씨를 불러줘!”
“……알았어.”
만남의 기쁨도 잠시.
거친 숨을 몰아쉬는 채린을 본 티 리아의 표정이 딱딱하게 굳었다.
티리아는 채린을 받아들고는 진형 안쪽에서 박철태 파티에 치유 마법 을 사용하고 있는 한성에게 다가갔 다.
“한성 씨! 채린이를 좀 봐주세요.”
“예, 알겠습니다.”
한성은 고개를 끄덕이며 거친 숨을 몰아 내쉬고 있는 채린을 바라보았 다.
그녀의 상처를 본 한성의 표정이 딱딱하게 굳었다.
‘총탄이 등 쪽에 박혀 버렸어.’
이 상태에서 치료 마법을 사용해 봤자 몸 속에 총탄이 박힌 채 상처 가 재생되어 버릴 것이다.
“?제길.”
한성의 입에서 거친 욕설이 흘러나 왔다. 그의 손이 가늘게 떨리기 시 작했다.
힐러 클래스 스킬 중에 몸에 박힌 이물질을 제거하기 위한 스킬이 있 기는 했다.
문제는 저 ‘에너지 분해’라는 기술 이 들어간 총탄은 그 자체로 마력을 분해하는 힘이 있었기 때문에 스킬 을 사용해 끄집어내는 것이 불가능 하다는 점이었다.
‘직접 빼내는 방법밖에 없어.’
한성의 표정이 긴장감에 물들었다.
외상을 치료하는 것에 대해서는 지
구 이상의 기술력을 가진 에르노어 대륙에서 직접 몸에 박힌 이물질을 제거할 일이 얼마나 있었겠는가.
“유진 씨. 채린이를 붙들어주세요.”
“……알았어.”
창세교 사제들을 향해 스킬을 난사 하고 있었던 유진은 무거움 표정으 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채린의 어깨를 누르며 나지막 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조금만 참아.”
“헤헤…… 날 걱정해 주는 거야?”
채린은 배시시 웃으며 그를 올려다
보았다.
유진은 억지로 미소를 짓고 있는 채린의 머리를 가볍게 쓰다듬어 주 었다.
“그래. 걱정하고 있어.”
“히히. 잘 참으면 상 주는 거야, 유진오빠?”
“?그래.”
“그 약속 꼭 지켜줘야 해.”
채린은 희미한 미소를 지으며 눈을 감았다. 입은 웃고 있었지만 그녀의 몸은 다가올 고통에 대한 공포로 가 늘게 떨리고 있었다.
“그럼…… 시작하겠습니다.”
한성은 마법으로 소독한 단검을 채 린의 등에 가져다 대었다.
유나가 응급처치로 최상급 회복 포 션을 들이부은 탓에 살이 재생되어 그 살을 째고 총탄을 빼내야 했다.
“아, 으. 아아아아아악!”
채린의 입에서 끔찍한 비명 소리가 울려 퍼졌다.
유진은 자신의 옷을 찢어 채린의 입에 물려주었다. 억눌린 신음 소리 가 그녀의 입을 통해 흘러나왔다..
한성은 다소 어색하지만 섬세한 손
놀림으로 그녀의 살을 갈라내고 그 안에 있는 종탄을 제거했다.
“리커버리!”
한성은 등에 멘 백팩에서 호스를 꺼내어 채린의 등에 가져다대며 동 시에 스킬을 사용했다.
외상에 대해서는 절단된 팔도 멀쩡 하게 이어붙일 수 있는 기술력을 가 진 에르노어 대륙이니만큼 총탄을 빼낸 상처를 치료하는 데는 오랜 시 간이 걸리지 않았다.
“휴우……
한성은 채린의 피가 가득 묻어 있 는 총탄을 바닥에 던져 버리며 안도 에 찬 한숨을 내쉬었다.
채린이 고통을 참으며 몸을 별로 움직이지 않아준 덕분에 생각보다 훨씬 깔끔하게 총탄을 제거하는 데 성공했다.
“채린이는 괜찮아?”
“예. 흉터는 좀 남을 수도 있겠지 만 조금만 쉬게 내버려 두면 멀쩡하 게 회복할 수 있을 겁니다.”
“다행이다……
유나는 가슴을 쓸어내리며 밝은 미 소를 지었다.
-거래는 끝났다.
-약속대로 그대에게 준 힘을 돌려 받도록 하지.
쌍식은 채린의 안전이 확보되자마 자 그들이 주었던 불의 힘을 다시 거둬들이려고 했다.
“마음대로 해.”
유나는 아무 미련 없다는 표정을 지으며 몸에 힘을 뺐다.
지금 자신의 몸에서 쌍식의 힘이 빠져나간다면 목숨을 유지할 수 있 을지 없을지 그녀도 알 수 없는 상 황이었지만 후회는 없었다.
‘그래도 채린이를 구할 수 있었으 니까.’
그녀는 그런 생각을 하며 살며시 눈을 감았다. 자신의 몸 안에 들끓 던 불의 힘이 쌍식을 향해 움직이려 고 하는 것이 느껴졌다.
_으음……?
-이런 말도 안 되는...
그녀의 귓가에 쌍식의 당혹스러운 목소리가 흘러들어왔다.
그들은 유나에게 주었던 힘이 자신 들의 의지를 거부하고 있다는 사실 을 깨달았다.
“응……?”
뭔가 이상함을 느낀 유나는 감았던
눈을 뜨며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쌍 식을 내려다보았다.
-라그나의 불꽃에게 선택을 받았 단 말인가.
?어찌 이런 일이...
쌍식은 자신에게 돌아오기를 거부 하는 라그나의 불꽃을 느끼며 당혹 스러운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너희 설마…… 나한테 준 힘을 다 시 못 돌려받고 있는 거야?”
-그, 그렇지 않다.
-라그나의 불꽃이여, 지금 뭘 하고 있는 건가. 그자는 영웅의 자격이 없다. 어서 다시 새로운 후예를 찾 쌍식은 당황했다는 듯이 어설픈 변 명과 회유를 하며 라그나의 불꽃을 다시 불러들이려고 했다.
하지만 라그나의 불꽃은 그들의 말 을 거부하며 유나에게서 떨어지지 않고 있었다.
“호오.”
유나의 눈이 반짝였다. 그녀는 씨 익 미소를 지으며 쌍식의 검자루를 톡톡 건드렸다.
“이거 어쩔 수가 없네. 돌려주려고 해도 받지를 않으니 내가 가질 수밖 에 없잖아?”
-이, 이런 어처구니없는 일이...
“하하하! 좋게 좋게 생각하라고! 다른 후예를 찾을 수고를 덜었잖 아?”
-크윽.
“자, 그럼 앞으로도 잘 부탁한다 중2 병들아.”
-그 중2병이라는 것이 무엇인지 모르겠지만.
-무척 모욕적으로 느껴지는군.
-명칭의 정정을 요청한다. 나는 일 식.
-나는 월식이다.
“에이, 안 돼. 너희들에게 그 이상 으로 어울리는 호칭은 없단 말이 야.”
- 크으으.
-감히 영웅 라그나의 무기인 우리 에게 그런 모욕적인 태도를…….
“하하하! 꼬우면 줬던 힘을 다시 가져가셔 보시든가요?!”
유나는 그들이 쩔쩔매는 모습이 아 주 마음에 드는지 폭소를 터뜨리며 말했다.
쌍식은 치밀어 오르는 모욕감에 검 신을 부르르 떨었지만 이미 라그나 의 불꽃이 그녀를 선택한 이상 그들 이 할 수 있는 일은 없었다.
유나는 쌍식을 뽑아들며 주변을 살 폈다.
영원히 이어질 것 같았던 사제들의 공격도 서서히 뜸해지고 있었다.
전방에서 치열하게 싸우고 있는 루 시아와 이브, 박철태 파티, 락테온과 그가 지휘하는 안드로이드 군단 덕 분이었다.
특히 루시아의 경우 거의 슈트 군 단을 학살하다시피 하며 그 숫자를 극적으로 줄여주고 있었다.
두 번이나 포위망이 뚫린 사제들은 서서히 그 기세가 줄어들고 있었다.
‘좋아.’
승기가 점점 이쪽으로 기울고 있는 것을 확인한 유나는 손에 쥔 쌍식에 힘을 더하며 발을 박찼다.
아직 상태창을 확인해 본 것이 아 니었기 때문에 라그나의 불에게 선 택 받음으로써 어느 정도까지 레벨 이 올랐는지 알 수 없었다.
하지만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이전 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몸에 힘이 넘쳐흐른다는 점이었다.
유나는 루시아를 향해 달려가며 소 리 쳤다.
“야! 얀데레! 도와주러 왔어!”
“얀…… 뭐요?”
루시아는 처음 듣는 단어에 살짝 눈살을 찌푸렸다.
촤악!
유나에게 시선을 돌리고 있는 와중 에도 그녀의 검은 정확하게 사제의 몸을 반으로 가르고 있었다.
“너 만약에 영식이에게 모르는 여 자가 찰싹 달라붙어 있으면 어떻게 할 거야?”
“당연히 사지를 뜯어내서 죽여 버 려야죠.”
“그래. 그걸 얀데레라고 하는 거
야.”
유..2”
루시아는 여전히 알 수 없다는 표 정으로 고개를 갸웃거렸다.
영식에게 감히 꼬리치는 여자가 있 다면 죽이는 것은 당연하지 않은가?
그런데 그것을 마치 어떤 병이라도 걸린 것처럼 말하는 유나가 이해되 지 않았다.
“……진짜 너도 중증이다.”
유나는 질린다는 표정으로 쌍식을 쥔 손에 힘을 더했다.
이미 병들어(?) 있어도 단단히 병
든 루시아에게 무슨 말을 해도 듣지 않을 것이다.
유나는 그녀를 설득하는 것을 깔끔 하게 포기하며 다시 전투에 집중하 기 시작했다.
-화르르륵!
유나는 머릿속에 떠오른 라그나의 검술을 직접 펼치기 시작했다. 아직 은 제대로 수련조차 하지 못한 검술 이기 때문에 어색하기 짝이 없었지 만 그 위력 하나는 확실했다.
검의 궤적을 따라 퍼져나간 라그나 의 불꽃이 주변을 잡어 삼켰다.
순식간에 주변 대지가 불길에 집어
삼켜졌다.
-치이이이이익!
“크으으윽!”
기도문만 줄창 외우며 싸우던 사제 들도 몸이 타들어가는 고통에는 신 음을 흘리지 않고 견딜 수가 없는지 몸에 달라붙은 그녀의 불을 떼어내 기 위해 몸을 비틀었다.
하지만 한 번 그들에게 달라붙은 라그나의 불꽃은 그들의 몸 전체를 집어삼킬 때까지 떨어지지도, 꺼지 지도 않고 격렬하게 타올랐다.
안 그래도 유리하게 흘러가고 있던 전장에 유나가 합류하자 더욱 빠르 게 전세가 기울었다.
‘주인님은……
전황이 점점 기울기 시작하자 루시 아는 잠시 공격을 멈추고 영식이 있 는 쪽을 바라보았다.
영식과 서강준은 박도훈을 상대로 팽팽하게 싸움을 이어가고 있었다.
아니, 정확하게 말하면...
‘밀리고 있어?’
영식과 서강준이 딱히 치명적인 상 처를 입은 것은 아니었지만 박도훈 을 상대로 점차 밀리고 있다는 것은 확실해 보였다.
바이저에 가려진 영식의 얼굴은 보 이지 않았지만 서강준의 표정에는 지친 기색이 역력했다.
자신과 대등하게 겨룰 수 있다고 생각한 서강준이 저렇게 지쳐 있으 니 영식의 상태는 더욱 심하면 심했 지 좋지는 않을 것이다.
“주인님……!”
루시아는 다급한 표정으로 영식이 있는 곳으로 달려가려고 했다.
그때 박도훈이 빠른 속도로 영식에 게 접근하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영식은 부스트를 사용하며 그와 거 리를 벌리려고 했지만 꽤나 지쳐 있 는지 완벽하게 그의 공격을 피하지 못했다.
-콰직!
박도훈의 손등에서 튀어나온 블레 이드가 영식의 슈트를 갈랐다.
공중에 떠올라 있던 영식의 몸이 바닥으로 추락하기 시작했다.
“아, 아아……
루시아의 입에서 절망에 찬 신음이 흘러나왔다.
“주인니 이이이 임!”
-콰아아아앙!
루시아는 거칠게 발을 박치고 바닥
으로 추락하고 있는 영식을 향해 달 려갔다.
음속을 넘은 그녀의 몸 주위로 강 렬한 소닉붐이 휘몰아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