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벨업 머신 184화
창세교 (1)
-띠링.
[‘자동 자폭 장치’에 구조 파악을 사용합니다.]
[경고. 현재 구조 파악 레벨로 해 당 장치를 완전히 해킹하는 것은 불 가합니다.]
[자폭 장치의 제어 기능을 30초간 획득합니다.]
“제길.”
영식의 입에서 거친 욕설이 흘러나 왔다.
정창호는 그다지 고위직에 있는 사 제가 아니었다. 강남이라는 변방 도 시까지 설교를 하러 파견된 것을 봐 도 그것은 쉽게 예상할 수 있었다.
‘그런 사제에게 걸린 문양 하나도 해석하지 못하다니.’
영식은 자신과 창조주들의 기술력 차이에 살짝 좌절감을 느꼈다.
간단한 비유를 들면 공장에서 찍어 내듯이 만들어낸 양산품에게 조차 기술력이 밀리는 것과 비슷한 상황 이라고 할 수 있었다.
-남은 자동 자폭 장치 제어 가능 시간 26초.
영식의 귓가에 경고음이 흘러들어 왔다. 정창호를 내려다보는 그의 표 정이 거칠게 일그러졌다.
좌절감을 느낄 시간조차 그에게 남 아있지 않았다.
“영식아, 그 문양을 제어한 거야?”
“아니. 30초밖에 시간이 없어.”
영식은 유나의 물음에 고개를 저으 며 정창호의 멱살을 잡았다.
“교단 본부의 위치는 어디지?”
“아 o O..”
I 9 ―“ ?
짧은 시간이나마 자동 자폭 장치의 제어권이 영식에게 돌아오자 눈을 까뒤집은 채 입에서 거품을 흘리고 있던 정창호의 몸이 안정됐다.
영식은 지금밖에 그에게 본부의 위 치를 들을 시간이 없다는 것을 직감 했다.
-짜악!
“말해!”
영식은 다소 거친 목소리로 외쳤다.
이미 자백제로 인해 인지가 마비된 상태이기 때문에 이런 행동을 한다 고 해서 달라지는 것은 없었지만 가 만히 그의 대답을 기다리기는 너무 답답했다.
“교단 본부, 위치는……
정창호는 멍한 눈빛으로 말을 이었다.
“권오진, 의 도시에……
“ 권오진?”
영식의 눈이 가늘어졌다. 분명 한 성이 나눠준 자료에서 보았던 이름 이었다.
적귀 권오진.
서부 최강자 중 하나로 불같은 성 정을 지닌 폭군이었다. 그가 지배하 고 있는 도시는 강남과 얼마 떨어져 있지 않은 장소에 있었다.
권오진이 다스리는 도시의 큰 특징 은 바로 그 도시에 살고 있는 원주 민들의 삶이었다.
서부 내에서도 최악의 폭군이라고 악명이 자자한 권오진의 도시에 사 는 만큼 하층민들이 극단적으로 많 았다.
아니, 사실상 도시에 있는 원주민 전체가 노예나 다른 없는 삶을 살고 있었다.
‘창세교의 본부가 있을 만하군.’
하층민을 중심으로 퍼져나간 창세 교가 자리를 잡기 가장 최적의 장소 였다.
인간은 절망적이면 절망적일수록 절대적인 존재를 바라는 법이다.
“교주의 이름은? 창세교 교주의 이 름은 뭐지?”
영식은 정창호의 멱살을 잡은 채 위협적인 목소리로 물었다.
자동 자폭 장치의 제어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그사이 최대한 정보를 뽑아먹을 수 있을 때까지 뽑아먹어 야 했다.
“교주님의 이름은…… 박……. 어, 으아. 아.”
-띠링.
-자동 자폭 장치의 제어 가능시간 이 끝났습니다. 자폭 장치가 다시 가동합니다.
-우우우우우웅!
귓가에 들리는 딱딱한 기계음과 함 께 정창호의 눈이 다시 흰자위로 물 들었다. 그는 입에서 새하얀 거품을 쏟아내며 바들바들 몸을 떨었다.
그의 왼쪽 가슴에서 다시 붉은 빛 이 뿜어지기 시작했다.
“제길! 제어 시간이 끝났어. 곧 폭 발한다!”
영식은 표정을 일그러뜨리며 말했다.
그 모습을 보고 있던 서강준이 사제 의 멱살을 거칠게 붙잡으며 물었다.
“폭발 범위가 얼마 정도인지 알겠나?”
“반경 300미터 정도입니다.”
영식의 대답을 들은 서강준은 고개 를 끄덕이며 거칠게 진각을 밟았다.
-쿠우웅!
허름한 여관 따위는 한 번에 무너 져 내릴 정도의 충격이 주변을 뒤흔 들었다.
서강준은 멱살을 잡고 있는 사제의 몸을 마치 투포환처럼 집어던져 버 렸다.
사제의 몸이 하늘 높이 치솟아 올 랐다. 그의 몸에서 뿜어져 나오던 붉은빛이 몸 전체를 집어삼켰다.
-콰아아아아앙!
“꺄아악!”
강남의 상공에서 어마어마한 폭발 이 일어났다. 수백 미터 상공에서 일어난 폭발임에도 불구하고 강렬한 열기가 영식 일행을 덮쳤다.
“뭐, 뭐야 이게?!”
“꺄아아아악!”
“부, 불이야!”
순식간에 도시 전체가 격렬한 혼란 에 휩싸였다.
폭발의 범위에 아슬아슬하게 걸렸 던 건물들이 불에 타올랐다.
그래도 서강준이 장창호를 집어 던 졌기 때문에 이 정도 피해해서 그친 거지 만약 지상에서 이런 대폭발이 일어났다가는 강남이라는 도시 자체 가 사라졌을 수도 있었다.
“ 아슬아슬했군.”
서강준 또한 끔찍한 위력의 폭발을
올려다보며 긴장된 표정으로 말했다.
아무리 그라고 하더라도 근처에서 이 폭발에 휩쓸렸다면 무사하지 못 했을 정도로 거대한 폭발이었다.
“……일단 이곳을 벗어나죠.”
영식은 주변의 시선이 하나 둘씩 자신들을 향하고 있는 것을 확인하 고는 재빨리 몸을 움직였다.
서강준과 영식 일행은 제압한 남은 사제들을 데리고 도시 밖으로 빠져 나왔다.
강남의 지배자였던 정화영도 없었 기 때문에 도시의 혼란은 쉽사리 사 그라들지 않을 것처럼 보였다.
“고맙네. 자네가 아니었다면 아무 런 정보도 얻지 못했을 거야.”
“아닙니다. 서강준 씨가 준비한 만드 라고라 추출액이 없었다면 이렇게 쉽 게 정보를 얻을 수 없었을 것입니다.”
도시에서 떨어진 숲으로 숨어들은 영식 일행과 서강준은 근처 바위에 걸터앉았다.
‘보안 하나는 지독하군.’
영식은 정창호를 떠올리며 표정을
굳혔다.
1차적인 보안은 광기에 가까운 신 앙심. 2차적인 보안은 교단의 주요 기밀을 유출하려고 할 때 자동으로 자폭하는 장치였다.
만약 만드라고라의 추출액으로 인 지를 마비시키고 영식의 구조파악으 로 30초의 시간을 벌지 못했다면 교단 본부의 위치는 절대 알 수 없 었을 것이다.
‘운이 좋았어.’
운이 좋았다. 그 이외에 다른 표현 을 사용할 수가 없었다.
서강준이 없었다면 그들을 제압하
고 나서 아무 단서도 얻지 못했을 가능성도 있었다.
“그나저나 적귀의 도시라……
서강준은 권오진에 대해서 떠올리 더니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듯이 눈 살을 찌푸렸다.
적귀 권오진. 서부 소환자들이 원 주민들을 착취하는 것은 일반적인 일이라고는 하지만 그는 그 정도를 넘어섰다.
서강준 개인으로서도 굉장히 혐오 하는 부류의 인간 중 하나가 바로 적귀 권오진 같은 자였다.
‘……드문 일은 아니지.’
적귀와 같은 소환자는 서부에 널리 고 널렸다. 인간의 욕망이 극대화 될 수 있는 환경이 조정되어 있었기 때문이었다.
서강준은 그 사실이 분하다 듯이 주먹을 움켜쥐었다.
서부에 고여 있는 썩은 물. 그들을 모두 처리하고 사람이 살 수 있는 나라를 만들고 싶었다.
하지만 그런 그의 계획은 괴물들의 창조주에 의해서 모조리 무너져 버 렸다.
그와 뜻을 함께하던 동료들이 모두 창조주의 손에 목숨을 잃었기 때문 이었다.
“바로 출발하지.”
서강준은 살짝 급한 표정으로 말했다.
강남에서 일어난 폭발로 인해 창세 교가 숨어들 가능성이 있었다.
그전에 조금이라도 빨리 그들의 본 부를 습격해야 했다.
“잠시만요.”
영식은 섣부르게 움직이려는 그를 막아섰다. 서강준은 영식을 향해 고 개를 돌리며 물었다.
“무슨 일인가.”
“……서강준 씨는 창세교의 배후에 괴
물들의 창조주가 있다고 말씀하셨죠?”
“그러네.”
“그렇다면……
영식의 눈빛이 깊게 가라앉았다.
“지금 이 인원으로 창세교를 공격 하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최악의 경우, 창조주 본인이 창세 교 본부에 있을 가능성도 있습니 다.”
그의 말이 이어지자 주변 사람들 표정에 긴장이 서렸다.
창조주가 그들의 배후라고 한다면,
아예 불가능한 가능성은 아니었다.
“하지만 이대로라면……
“그들이 도망칠 수도 있겠죠. 하지 만 그걸 생각한다고 하더라도 지금 인원으로 창세교 본부를 습격하는 것은 자살행위입니다.”
창세교 본부에 창조주가 있으리란 법은 없었다.
다른 인간을 꼭두각시 삼아서 창세 교를 운영하고 그들은 한 발짝 뒤로 빠진 상태에서 사태를 지켜보고 있 을 지도 모른다.
아니, 이제까지 거의 모습을 보인 적이 없는 창조주들의 성향을 생각 하면 그럴 가능성이 더 클 것이다.
하지만.
‘일말의 가능성이라도 있는 이상 지금 인원으로 습격할 수는 없어.’
영식은 날카롭게 눈을 빛내며 그렇 게 생각했다.
그 확률이 1프로라고 하더라도 길 드원 전원이 몰살당할 수도 있는 도 박을 하고 싶지는 않았다.
“……어떻게 할 생각인가?”
“우선 제국으로 돌아가죠. 동부와 남부의 군대를 끌고 적귀 권오진의 도시를 습격하는 겁니다.”
창조주와의 싸움에서 아예 도망칠 생각은 없었다. 병력을 끌어 모아, 무식하게 물량으로라도 밀어붙여 그 들을 잡아야 했다.
언제까지고 그들에게서 도망쳐봤자 해결되는 것은 아무것도 없을 테니 까.
“ 흐음?
서강준은 침음을 삼키며 살짝 눈을 감았다.
‘그의 말이 맞아.’
그는 자신을 엘리아, 라고 밝힌 창 조주 하나에 허망하게 목숨을 잃은 동료들을 떠올렸다.
지금 무턱대고 창세교 본부를 습격 한다고 하더라도 그때 일이 다시 한 번 일어날 뿐이었다.
‘내가 너무 급했군.’
창조주에 대한 복수심 때문에 그는 잠시 판단력을 잃었다고 생각했다.
서강준은 깊은 한숨을 내쉬며 그의 안대를 쓰다듬었다.
‘복수는 조금만 더 기다려다오.’
그는 자신과 함께 활동했던 동료들 을 하나씩 떠올리며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
그들과 함께 이루려고 했던 목표를
생각해서라도 섣부르게 움직일 수는 없었다.
그건 그들의 죽음마저 헛되이 만들 어 버리는 일이었으니까.
화산처럼 끓어오르던 그의 감정이 빠른 속도로 정리되었다. 그는 그 누구보다 에르노어 대륙에서 오랫동 안 활동한 소환자.
상실의 고통을 참아내는 것에는 익 숙해져 있었다.
“자네 말이 맞군. 그럼 우선 제국 으로 돌아가도록 하세.”
“예.”
영식은 고개를 끄덕이며 제압한 사
제들을 돌아보았다. 더 이상 필요한 정보도 없으니 그들은 쓸모없는 존 재였다.
-철컥.
영식의 왼쪽 손목에서 블레이드가 튀어나왔다. 그는 제압당한 사제들 을 향해 천천히 걸어갔다.
그때 였다.
“O O 0 0-111 O O O 읍II”
■ ■ -* 거 ? ? ? ?* 아 ? - - t그 ? ?
묶여있던 사제 중 하나가 미친 듯 이 몸을 비틀었다. 흰자위가 드러나 며 그의 입에서 새하얀 거품이 흘러 내렸다.
“무슨……
영식은 딱딱하게 굳은 표정으로 사 제를 바라보았다. 그 사제는 영식이 직접 입 안에 마인을 쑤셔 박았던 사제 였다.
- 우드드득!
사제의 턱이 있을 수 없는 길이로 벌어지며 입 안에 있던 마인을 토해 냈다.
흰자위가 가득했던 그의 눈에서 실 핏줄이 터지며 피눈물이 흘러내렸다.
붉게 물든 사제의 눈이 영식을 향 했다.
기괴하게 비틀려진 사제의 입가에 짙은 미소가 지어졌다.
“찾았, 다.”
사제의 비틀어진 입에서 광기에 찬 목소리가 흘러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