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레벨업 머신-181화 (181/284)

레벨업 머신 181화

광신 (4)

_쿵!

“누, 누구냐!”

“꺄아아아악!”

굉음과 함께 지하실 안이 혼란에 휩싸였다. 방금 전까지만 하더라도 광기에 물든 목소리로 기도문을 외 우고 있던 신도들은 갑작스러운 굉 음에 비명을 내질렀다.

“이런 씨..

영식의 입에서 자연스럽게 욕설이 흘러나왔다. 갑작스럽게 나타나 다 짜고짜 전투를 시작해 버린 사내 때 문에 그가 머릿속에 그리고 있던 계 획이 모두 망가져 버렸다.

“유진!”

“알았어.”

영식은 사내를 따라 교단 쪽을 향 해 달려들었다.

어찌 되었든 시작해 버린 이상 가 만히 보고만 있을 수는 없었다.

“스페이스 체인!”

유진의 외침과 함께 보이지 않는 공간의 사슬들이 몬스터를 끌고 나 왔던 두 명의 사제와 소년에게 다다 가고 있던 오우거의 다리를 결박했 다.

사제들은 다급한 표정으로 오른손 을 자신의 심장에 가져다 대려고 했 다.

그들이 ‘슈트’를 사용하기 위해서 는 왼쪽 가슴에 새겨진 문양을 사용 해야 한다는 사내의 말이 영식의 머 릿속을 스쳐 지나갔다.

-콰직!

“크윽!”

부스트를 사용하여 날아든 영식은 공중에서 몸을 반 바퀴 돌려 한 사 제의 오른팔을 발뒤꿈치로 내려찍었 다. 사제의 팔이 허망하게 부러지며 뼈가 박살 나는 섬뜩한 소리가 울려 퍼졌다.

“감히 신성한 의식을 방해하다 니..I”

얼굴 전체를 덮고 있는 두건 사이 로 분노에 찬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사제는 혼란에 빠져 있는 신도들을 향해 소리쳤다.

“저 간악한 이교도를 죽여라!”

“이교도……

“낙원 의식을 방해한 이교도!”

혼란에 빠져 있던 신도들의 눈빛이 광기에 물들었다. 영식은 오른팔을 뒤로 당긴 후 부스트를 사용하여 주 먹을 내질렀다.

?뻐억!

“커헉?!”

영식의 오른팔에 정확하게 얼굴을 얻어맞은 한 사제의 입술이 찢어지 며 붉은색 피가 흘러나왔다. 입에서 흘러나오는 피에 섞여 누런 치아들 이 바닥에 떨어졌다.

주먹 한 번에 거의 모든 치아가 박살 난 것이다.

“이교도를 죽여라!”

“큿……

광기에 물든 신도들이 다짜고짜 영 식을 향해 달려들었다. 영식은 눈살 을 찌푸리며 광기에 빠진 그들을 바 라보았다.

그들을 죽이는 것은 어렵지 않았 다.

자신의 목숨을 도외시하고 달려든 다고는 하지만 그들은 싸움 한 번 제대로 해보지 못한 하층민들이었 다.

영향 불균형으로 체격이 작은 것은 물론, 바짝 마른 몸에서는 어떤 힘 도 느껴지지 않았다. 영식이 마음만 먹으면 몇 초 내로 이들을 쓸어버리 는 것은 일도 아니었다.

영식은 순간적으로 공격을 망설였 다. 광기에 물들어 있다고는 하나 무기조차 없는 그들을 죽이는 것이 과연 옳은 일인지 망설여졌다.

‘어차피 이제는 돌이킬 수 없어.’

고민은 짧았다. 영식의 눈이 깊게 가라앉았다.

광신은 병이었다. 어떤 약으로도

치료가 불가능한 질병.

인간은 자신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사고하는 본능이 있었다.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믿고 싶은 것만 믿는 것 이다.

그것이 극으로 치달은 것이 바로 광신이었다. 이미 자신들만의 세계 를 만들어 버린 그들에게는 그 어떤 설득도, 논리도 의미 없었다.

애초에 들을 생각을 하지 않으니 까.

‘에너지 블라스트.’

-우우우우웅. 파앙!

“아아아아아악!”

영식의 오른팔 손바닥에 모인 푸른 색 에너지 블라스트가 신도들을 향 해 쏘아졌다. 굳이 차징을 할 필요 도 없었다.

영식의 손바닥에서 쏘아진 에너지 블라스트가 그들의 몸을 태우며 지 나갔다. 끔찍한 비명 소리가 사방에 울려 퍼졌다.

“이교도를, 죽여라!”

“의식을 방해한 자를 죽여라!”

“제길.”

신도들은 영식의 가벼운 공격으로 인해 십수 명이 불탄 것에도 아랑곳 하지 않고 불에 탄 시체를 넘어 영 식에게 달려들었다.

영식은 그들의 광기에 거칠게 표정 을 일그러트렸다.

“저희를 낙원으로 인도해 주소서!”

그 틈을 타 남아 있는 다른 한 명 의 사제는 다급한 표정으로 왼쪽 가 슴에 손을 대었다. 사제복 너머의 문양이 감청색으로 빛나기 시작했 다.

-철컥. 철컥.

-카앙!

심장에서 뻗어 나온 감청색 빛이 사제의 전신으로 퍼져 나갔다. 양 어깨부터 시작하여 그의 몸이 슈트 에 뒤덮이기 시작했다.

그들의 다리를 묶고 있던 공간의 사슬이 슈트에 밀려 끊어져 버리고 말았다.

‘진짜 문양을 사용해 슈트를 소환 하는군.’

애꾸눈 사내의 말대로였다.

어떤 방법으로 슈트를 소환하는지 는 알 수 없었지만 그들은 몸에 새 겨진 문양을 사용하여 슈트를 소환 하는 것이 가능했다.

영식은 새하얀 사제복 너머로 빛을 뿜어내는 문양을 자세히 바라보았 다.

‘북쪽만 표시된 나침반.’

감청색 빛을 뿜어내고 있는 문양은 영식이 예상한 모습을 하고 있었다. 문양을 본 영식의 눈이 날카롭게 빛 났다.

‘완전히 슈트를 소환하기 전에.’

변신을 하고 있는 도중이 가장 약 점이 많은 법이라고 했던가. 사제는 슈트가 자신의 몸을 감싸는 그 짧은 틈에 완전히 마음을 내려놓고 빈틈 을 보이고 있었다.

영식은 그 노골적인 빈틈을 놓치지 않았다.

영식의 눈에서 붉은색 빛이 뿜어져

나오기 시작했다. 눈 깜짝할 사이에 발사된 붉은색 레이저가 정확하게 사제의 왼쪽 가슴을 불태웠다.

-치이이이익!

“크아아아악!”

완전히 슈트로 보호받지 못하고 있 었던 사제의 가슴이 레이저에 의해 지져졌다. 매캐한 연기와 함께 살이 타들어가는 냄새가 진동했다.

영식은 고통을 호소하는 사제에게 달려들어 허벅지에서 꺼낸 마인 하 나를 그의 입에 쑤셔 넣었다. 우드 득! 주먹만 한 크기를 가진 마인이 그의 앞니를 모조리 박살 내며 입에 박혔다.

“꺼억. 컥!”

사제는 두 눈을 부릅뜬 채 영식을 노려보았다. 영식은 그가 입에 박힌 마인을 뻬내지 못하도록 두 팔을 우 그러트려 버린 후 반쯤 소환된 슈트 를 그의 몸에서 떼어냈다.

“안심하고 있을 틈은 없네. 바로 밖에 있는 사제들을 제압하러 가 지.”

때마침 교단에 서 있던 사제를 제 압하는 데 성공한 것으로 보이는 애 꾸눈 사내가 그에게 달려드는 신도 들을 가벼운 손짓으로 밀쳐내며 말 했다.

그럴 필요는 없습니다.”

영식은 품속에서 통신기를 꺼내어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루시아, 티리아. 길드원들을 시켜 서 밖에서 도망치는 사제들을 잡아 줘. 자살하지 못하게 입을 막고 왼 쪽 가슴에 있는 문양을 없애주면 돼.”

[알겠습니다, 주인님?]

[예, 영식 씨.]

통신기를 통해 루시아와 티리아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주변 포위도 이미 끝난 모양 이군.”

“이제 슬슬 당신이 누군지 말해줘 도 괜찮지 않습니까?”

영식의 경계 어린 시선에 애꾸눈 사내는 피식 웃음을 흘렸다.

“내 이름은 서강준이라고 하네.”

“……올드 원?”

“당신이 올드 원이라고요?”

밧줄로 묶여 있는 소년을 풀어주고 있던 한성이 깜짝 놀라며 그를 바라 보았다. 애꾸눈 사내는 희미한 미소 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 칭호로 불리고 있지.”

올드 원 서강준.

최초로 에르노어 대륙으로 소환된 소환자 중 유일한 생존자.

햇수로 따지면 무려 12년간 에르 노어 대륙에서 살아남은 존재였다.

‘보통 사람이 아니라고는 생각했지 만.’

그는 영식과 한성, 유진 일행이 집 회에 참석한 하층민들이 아니라는 것을 단번에 파악했다. 그에 비해서 영식은 그가 한성의 어깨를 잡을 때 까지 그가 접근하고 있는지도 몰랐 다.

영식의 감지 능력에 전혀 걸리지 않을 정도로 그의 실력이 뛰어나다 는 의미였다.

하지만 설마 그의 정체가 서부 최 강자 중 하나라는 올드 원이라고는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당신이 이곳에는 무슨 일이 죠.”

“오히려 내가 묻고 싶은 말이군. 자네들은 누구지?”

그의 질문에 영식은 순간적으로 입 을 다물었다. 자신들의 정체를 밝혀 도 될지 망설여졌다.

‘적으로 보이지는 않아.’

고민은 길지 않았다, 영식은 천천 히 입을 열었다.

“제 이름은 영식입니다. 살바토르 길드... 라고 들어보셨나요?”

“동부에 있는 길드 말인가? 얼마 전에 동부 전쟁에 참여했다는.”

서강준은 그래도 동부 소식에 대해 서 좀 알고 있었는지 아바돈 길드와 동부 연합 사이에 있었던 동부 전쟁 을 언급했다.

“예, 맞습니다.”

“……동부의 길드가 어째서 서부까 지 와서 창세교의 뒤를 캐고 있는 거지?”

서강준은 한쪽만 남은 눈을 가늘게 뜨며 영식을 노려보았다.

“저희는 아르난 제국 황성을 습격 한 배후를 조사하고 있습니다. 그리 고 그 배후로 가장 유력한 것이 바 로 창세교고요.”

“……아르난 제국을 습격한 배후를 왜 동부 길드에서 조사하는 건가?”

서강준은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으 로 물었다.

“현재 동부와 남부는 동맹을 맺은 상태입니다. 남부가 혼란을 정리하 고 있는 사이에 저희가 대신해서 조 사를 하고 있는 거죠.”

“……남부와 동부의 동맹이라. 처 음 듣는 얘기군.”

“얼마 전에 있었던 일입니다.”

영식의 말에 서강준은 고개를 끄덕 였다. 영식은 그런 그를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그럼 이제 제 쪽에서 질문을 하 죠. 당신은 왜 창세교의 뒤를 캐고 있었던 겁니까?”

“흠……

서강준은 팔짱을 끼며 낮은 목소리 로 말을 이었다.

“처음에는 나도 직접 나서서 조사 할 생각까지는 없었지. 하지만 창세 교의 세력이 급속도로 커지는 것을 보고 위험하다고 생각했다네.”

그는 한쪽만 남은 눈을 지그시 감 으며 말을 이었다.

“그리고 봐버렸지. 이들이 하고 있 는 낙원 의식이라는 것과 사제들이 가지고 있는 정체 모를 슈트를.”

서강준은 감았던 눈을 천천히 뜨며 영식을 바라보았다.

“난 이놈들의 배후가 괴물들의 창

조주라고 생각하네.”

단정 짓듯 말하는 서강준의 말에 영식은 굳게 입을 다물었다.

창세교의 배후가 괴물들의 창조주 라는 것. 그 점에 대해서는 영식도 충분히 가능성 있다고 예상했었다.

애초에 괴물들의 창조주가 아니라 면 슈트나 에너지 분해와 같은 상식 밖의 기술력을 가지고 있을 리가 없 었다.

‘간단하게 보이지만 슈트를 소환하 는 방법도 보통 기술력이 들어간 게 아니야.’

영식은 방금 본 몸에 새겨진 문양 을 통해 슈트를 소환하는 사제의 모 습을 떠올렸다.

지금 영식은 슈트를 입기 위해서는 인벤토리에서 꺼낸 후, 직접 몸을 가까이 가져다 대어야 했다.

몸만 가져다 대면 자동으로 입혀지 기 때문에 오랜 시간이 걸리는 것은 아니지만 문양을 통해 직접 소환해 서 입는 것과는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었다.

영식도 재현 불가능한 기술력을 가 진 존재가 창세교의 배후에 있다고 밖에 생각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문제는……

어떻게 서강준이 창조주와 슈트를 연결 지어서 생각할 수 있었냐는 것.

영식은 가늘게 눈을 뜨며 낮은 목 소리로 물었다.

“……그렇게 생각하시는 근거가 무 엇입니까?”

“뭔가 비슷한 느낌이 들거든. 저들 이 입고 있는 슈트와 창조주들이 입 고 있던 슈트가.”

마치 직접 창조주들이 슈트를 입고

있는 것을 본 적이라도 있는 듯한 말투였다.

“설마... 직접 창조주를 보신 적

이라도 있다는 말씀이십니까?”

그의 말을 들은 서강준은 피식 웃 음을 흘렸다. 그는 한 손을 들어 안 대를 쓴 왼쪽 눈을 쓰다듬었다.

“보기만 했겠나. 직접 싸우기도 했 지.”

“?예?”

예상치 못한 그의 말에 영식의 두 눈이 부릅떠졌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