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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업 머신-178화 (178/284)

레벨업 머신 178화

광신 ⑴

“창세……교?”

정화영은 당황스럽다는 표정으로 영식을 바라보았다. 처음 듣는 이름 에 당황하는 눈치가 아니었다.

‘네가 왜 그 이름을 알고 있냐?’라 는 느낌의 동요였다.

‘알고 있군.’

영식은 눈을 빛내며 살짝 몸을 숙 여 정화영과 눈을 마주쳤다.

“알고 있나 보군.”

“그걸 네가 어떻게 알고 있어…… 요?”

정화영은 눈을 데굴데굴 굴리며 조 심스러운 몸소리로 물었다. 영식은 어깨를 으쓱이며 그녀의 물음에 답 했다.

“그것까지는 네가 알 필요 없고. 창세교에 대해서 뭘 알고 있는 거 지?”

“……나도 자세히는 몰라…… 요. 다만 최근 하층민들 사이로 급속히 퍼지고 있다는 것과, 각 도시에서 매주 일요일에 집회가 열린다는 것 만 알고 있어요.”

“흐 ”

그녀의 말에 영식은 고개를 끄덕였 다. 사이비든 아니든 종교의 핵심은 믿음이었다. 매주 단위로 모여 교리 를 전파하고, 신에 대한 믿음을 고 취시키는 것은 선택이 아닌 필수였 다.

“강남에서도 그 집회가 열리는 거 야?”

“그렇…… 습니다.”

정화영은 조심스러운 목소리로 고 개를 끄덕였다.

“어디서 열리지?”

“동남부 쪽에 있는 낡은 성당 지하 에서 열립니다.”

꽤나 구체적인 정보였다. 영식은 가늘게 눈을 뜨며 그녀를 바라보았 다.

“그렇게 자세히 알고 있는 걸 보니 까 자체적으로 조사를 한 것 같네.”

“예……. 생긴 지 얼마 되지 않은 것 치고는 너무 세력이 빠르게 확장 되고 있는 종교라서 주의를 기울이 고 있었습니다.”

“그렇다면 왜 바로 집회를 금지시 키지 않은 거지?”

“그, 그게……

영식의 물음에 정화영은 대답할 말 을 찾지 못하고 눈을 내리깔았다. 그런 그녀의 모습을 바라보며 영식 은 쯧, 하고 혀를 찼다.

“돈 좀 벌 생각을 했나 보군.”

그의 말에 정화영은 푹 고개를 숙 였다.

종교는 돈이 된다.

아무리 하층민들이 중심으로 모였 다고 해도 숫자가 워낙 많다 보니 그 지배층이 거둬들이는 돈은 상상 을 초월할 정도였다.

정화영은 집회를 방치하고 그 지배 층을 걸러내어 그들에게서 돈을 갈 취할 생각이었으리라.

“그래서, 창세교의 지배층들은 누 구지?”

“그것이……

그녀는 조심스러운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모르겠다고?”

“예. 집회 장소를 알아낸 것만 하 더라도 최근 일이었으니까요.”

“흠……

영식은 가늘게 몸을 떨고 있는 그 녀를 가만히 내려다보았다. 거짓말 을 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는 않았 다.

‘일단 집회 장소를 알아냈다는 것 만으로 만족해야 하나.’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에서 무작정 서부로 출발한 것치고는 꽤나 좋은 수확이었다.

‘매주 일요일이라……

공교롭게도 당장 내일이 일요일이 었다.

정화영에게 간단한 약도와 집회 시 간에 대해서 전해 들은 영식은 자리 에서 일어섰다.

더 이상 그녀에게 볼 일은 없었다.

“오늘 일에 대한 건 아무에게도 얘 기하지 않겠지?”

“무, 물론입니다!”

정화영은 다급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영식은 인벤토리에서 최 상급 포션 하나를 꺼내어 그녀에게 던져주었다.

“그러면 이걸로 우리에 대한 것은 깔끔하게 잊어줘.”

최상급 포션을 받아 든 정화영은 치밀어 오르는 모욕감에 몸을 떨었 다. 그녀는 거칠게 입술을 깨물며 어색한 미소로 고개를 끄덕였다.

“아, 알겠습니다. 오늘 본 일에 대 해서는 모두 잊어버리겠습니다.”

“그래. 그러면 언젠가 기회가 되면 다시 보자고.”

영식은 피식 웃음을 흘리며 문 쪽

으로 몸을 돌렸다.

방 안에 홀로 남겨진 정화영은 문 을 닫고 나가는 영식 일행의 뒷모습 을 가만히 바라보았다.

“루시아.”

“예, 주인님.”

방 밖으로 나가자마자 영식은 루시 아를 불렀다. 그는 고개를 기울여 루시아의 귓가에 입을 가져다 대고 는 작은 목소리로 속삭였다.

“후훗. 알겠습니다.”

루시아는 방긋 미소를 지으며 허리 를 숙였다.

“그러면 이제 숙소를 잡으러 가 죠.”

“흐응. 이 도시에 숙박업을 하는 곳이 있을지나 모르겠네.”

“뭐, 설마 다른 도시와의 교류가 완전히 없는 것도 아니고 찾아보면 하나쯤은 있겠지.”

영식은 그렇게 말하며 앞서 걸어 나갔다.

그런 그에게 아라가 다가왔다.

“영식아.”

“응?”

“그 집회라는 거, 어떻게 할 생각

이야?”

“ Q.”

M..?

영식의 잠시 고민에 잠겼다.

‘습격은 리스크가 너무 커.’

중요한 것은 강남에서 일어나는 창 세교의 집회를 막는 것이 아니었다. 그 집회에서 교리를 전파하고 있는 존재와 접촉하여 창세교의 지휘부를 밝혀내는 것이 우선이었다.

“가장 좋은 방법은 집회 자체에 참 석해서 시민들에게 교리를 전파하고 있는 놈을 찾아내는 거야.”

“사이비 종교 집회에 참석한다고?”

“그래. 그게 그들이 어떤 단체인지 가장 확실히 알 수 있는 방법이니 까.”

“흐응.”

아라는 납득이 간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는 손에 쥔 지팡이를 살짝 쓰다듬으며 말을 이었다.

“그래서 집회에 누구랑 같이 가게? 길드원 전체가 참석하긴 힘들 것 아 냐.”

“그건 그렇지.”

살바토르 길드원의 숫자는 12명. 다른 길드에 비해서 압도적으로 적 은 숫자였지만 길드원 전원이 집회 에 몰래 참석할 수 있을 만한 숫자 는 아니었다.

‘애초에 효율도 좋지 않고.’

집회에 참석하는 사람은 3명이면 족했다. 나머지는 밖에서 혹시 모를 경우를 대비해서 포위망을 형성하고 있는 것이 훨씬 더 효율적이었다.

“우선 나랑……

“제가 같이 갈게요!”

루시아는 눈을 반짝이며 소리쳤다. 영식은 가늘게 눈을 뜨며 고개를 저 었다.

“루시아 넌 밖에서 대기하고 있 어.”

“엣……?! 어, 어째서 인가요?!”

“너무 감정적이니까.”

영식은 방금 전에 있었던 정화영과 의 일을 떠올리며 단호한 목소리로 말했다. 루시아는 영식과 연관된 일 에 지나칠 정도로 감정적인 모습을 보였다.

은밀하게 움직여야 하는 잠입에는 전혀 어울리지 않았다.

“이번에는 한성 씨, 유진하고 같이 갈 거야.”

두 사람은 그래도 다른 길드원들에 비해서 자기 자신을 컨트롤하는 능 력이 뛰어났다.

그리고 유진의 경우 공간 이동이라 는, 잠입에 있어서는 사기적이라고 부를 수밖에 없는 기술을 가지고 있 었다.

“그, 그럴 수가……

루시아는 절망스럽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푹 숙였다. 영식은 피식 웃 음을 흘리며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 어주었다.

“티리아는 밖에서 포위망을 구축해 줘. 혹시라도 눈치채고 도망칠 가능 성도 있으니까.”

“예. 알겠어요, 영식 씨.”

티리아는 살짝 굳은 표정으로 고개

를 끄덕였다.

“만약…… 그놈들이 우리가 쫓고 있는 정체불명의 집단이 맞는다면 슈트를 사용할 가능성도 있어.”

“영식 씨가 사용하는 그 갑옷 말씀 하시는 거죠?”

“그래.”

영식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을 이었 다.

“그 경우 티리아, 네 힘이 가장 필 요해. 이번에도 놈들을 도망치게 해 서는 안 돼.”

황성 습격 당시 영식은 서른 명의 슈트 군단이 사방으로 도망치는 것 에 대처하지 못했다.

한 손으로 열 손을 막을 수 없듯 혼자의 힘으로 그들을 모두 잡을 수 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슈트를 입은 놈들을 잡으려면 하 늘을 날 수 있는 티리아가 반드시 필요해.’

영식은 그렇게 생각하며 티리아의 어깨를 잡았다.

티리아는 어깨에 그의 손이 닿자 흠칫 몸을 떨더니 뺨을 붉혔다.

“네. 이번에는 도망치지 못하게 할 게요.”

그녀는 수줍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

를 끄덕였다.

그 모습을 본 루시아의 입술이 삐 쭉 튀어나왔지만 딱히 둘의 사이에 끼어들지는 않았다. 방금 전에 영식 에게 너무 감정적이라는 말을 들었 기 때문이었다.

“뭐 따로 준비할 건 없어?”

루시아가 가만히 있자 이번에는 아 라가 둘 사이에 살짝 끼어들며 물었 다.

“일단 넝마 조각 같은 옷들하 고…… 최대한 하층민처럼 보이게 만드는 게 들키지 않고 잠입하기 좋 겠지.”

창세교의 주요 신도들은 도시의 하 층민. 지금 영식 일행이 입는 것과 같은 번듯한 옷을 입고 간다면 단번 에 들킬 것이 분명했다.

“아, 그거라면 내가 감쪽같이 메이 크업해 줄게.”

아라는 오랜만에 자신 있는 일이 생겼다는 듯이 살짝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그녀는 티리아와 루시아를 힐끔 쳐다보며 영식의 옷소매를 살 짝 움켜쥐었다.

‘힘으로는 어떻게 할 수 없으니까.’

그녀는 티리아, 루시아처럼 강하지 않았다. 무력이 가장 중요한 가치인 에르노어 대륙에서 그녀의 가치는 어떻게 해도 둘에 비할 수 없었다.

그녀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정 말로 사소한 도움뿐이었다.

아라는 그 사실이 분하다는 듯이 입술을 살짝 입술을 깨물었다.

그녀도 길수의 성장을 본 이후 그 와 같이 되기 위해 피나는 수련을 하고 있었지만 아직 레벨 제한이 늘 어날 조짐은 전혀 보이지 않았다.

아니, 설사 레벨 제한이 늘어난다 고 하더라도 티리아, 루시아와 같은 급이 되기까지는 아득한 시간이 필 요할 것이다.

‘그래도 포기하고 싶지 않으니까.’

그녀는 그렇게 생각하며 영식의 옷 소매를 쥔 손에 힘을 더했다.

“하아, 하아... 대체 저놈들은 뭐 야‘?”

영식이 준 포션이 아닌 개인으로 소장하고 있는 최상급 회복 포션을 사용해서 손을 치료한 정화영은 거 친 숨을 몰아 내쉬었다.

보랏빛 머리칼을 가진 여인의 모습 이 그녀의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다.

“읏..I”

정화영은 창백하게 질린 표정으로 몸을 떨었다. 딱딱. 이가 부딪히는 소리가 방 안에 희미하게 울렸다. 농밀한 공포가 그녀의 전신에 퍼져 나갔다.

‘ 괴물!’

그녀는 루시아의 어처구니없을 정 도의 강력함을 떠올리며 그 단어를 떠올렸다.

괴물.

그 이외의 표현으로 그 루시아라는 여인을 설명하기란 어려울 것이다.

그녀에게 이런 아득할 정도의 공포 를 가져다준 존재는 에르노어 대륙 에 떨어진 이후 5년간 단 두 명밖 에 없었다.

한 명은 방금 전 그녀를 압도했던 루시아라는 여인이었다.

다른 한 명은…….

‘올드 원. 그자라면 저 괴물을 이 길 수 있을까?’

정화영은 알 수 없다는 듯이 표정 을 일그러트렸다. 자신과는 아예 차 원이 다른 강자들의 싸움을 예상하 는 것은 그녀로서는 불가능한 일이 었다.

‘다른 사람들에게 알려야 해.’

그들이 무슨 짓을 하기 위해서 서 부에 왔는지는 알 수 없었지만 저런 괴물들이 마음껏 서부에서 활개 치 게 놔둘 수는 없었다.

그녀는 테이블 위에 있는 통신용 수정 구슬을 향해 손을 뻗었다.

-촤악.

“.어?”

그녀의 손이 수정 구슬에 닿기 직 전, 무언가에 베인 손이 손목에서 떨어져 나갔다. 잘린 손목의 단면을 따라 피분수가 쏟아졌다.

정화영은 고통을 느낄 새도 없이 공포에 질린 눈빛으로 고개를 들어 올렸다.

“후훗. 역시 주인님의 말씀은 틀린 적이 없다니까.”

“아, 아아……

그녀가 고개를 들어 바라보는 곳에 는, 보랏빛 악마가 짙은 미소를 지 은 채 그녀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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