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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업 머신-177화 (177/284)

레벨업 머신 177화

서부 도시 강남(4)

“……뭐, 뭐라고? 너, 너 지, 지금 뭐라고 지껄였어?!”

정화영은 당황해서 말도 제대로 나 오지 않는지 더듬거리며 소리쳤다. 그녀는 어처구니없다는 표정으로 자 신에게 다가오는 루시아를 바라보았 다.

“주인님한테서 그 족발 떼라고.”

루시아는 진득한 살기를 풍겨내며 말했다.

“하.”

정화영은 허탈한 웃음을 흘리며 표 정을 일그러트렸다.

“어디서 굴러먹다 온 메주같이 생 긴 년이 지금 감히 나한테 그딴 소 리를 하는 거야?”

정화영은 딱 보기에도 변변치 않게 생긴 루시아를 날카롭게 노려보며 차가운 조소를 날렸다.

외모에 대한 자부심이 상당한 그녀

는 딱히 아름다운 외모를 가지고 있 는 것도 아닌 루시아가 그녀에게 대 드는 것 자체가 가소롭게 느껴졌다.

“홍.”

루시아는 그녀의 도발에 코웃음을 치며 얼굴을 쓰윽 쓰다듬었다. 500 골드짜리 변장 마법 스크롤이 해제 되며 그녀의 본래 얼굴이 드러났다.

“허업

“세, 세상에……

정화영의 뒤에 서 있던 호위병들은 두 눈을 부릅뜨며 루시아를 바라보 았다.

변장 마법이 해제되고 드러난 루시

아의 외모는 순간적으로 숨을 쉬는 것을 잊을 정도로 경이로웠다.

“이익! 무, 무슨 수작을 부린 거 냐!”

정화영은 어지간히 당황했는지 다 급한 목소리로 소리쳤다. 루시아는 비릿한 미소를 입가에 머금으며 말 했다.

“흐응, 그냥 변장 마법을 해제했을 뿐이야. 자, 아까 뭐라고 했지? 굴 러먹다 온 메주?”

≪으..≪

“감히 우리 사랑스러운 주인님에게 흉측한 족발을 들이민 대가를 치르 게 해줄게.”

루시아는 진득한 살기를 풍기며 라 이트 세이버를 들어 올렸다. 지잉. 검자루에 있는 버튼을 누르자 강렬 한 에너지로 이루어진 광선검이 그 모습을 드러냈다.

“호, 호호호! 좋아. 재밌어. 감히 동부에서 온 찌끄레기들이 나한테 검을 들이밀겠다 이거지?”

정화영은 소파 쿠션 아래에 있던 채찍을 들어 올리며 살기 가득한 목 소리로 말했다.

일촉즉발의 긴장감이 방 안에 내려 앉았다.

“……우려했던 일이 일어났군요.”

한성은 머리가 아프다는 듯이 이마 를 쓰다듬으며 중얼거렸다.

처음 골드 얘기를 듣고 정화영이 흥분한 것을 보고는 쉽게 넘어갈 수 있을 것 같다고 생각했는데 갑작스 러운 변수가 생겨 버렸다.

“……대체 왜 이렇게 인기가 많은 거야, 너?”

유진은 허탈한 웃음을 홀리며 영식 을 바라보았다.

영식이 미남 축에 속하기는 했지만

천태황처럼 누구라도 혹할 외모를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었다. 아니, 지금 그의 옆에 있는 유진만 하더라 도 객관적으로 영식에 비해 더 외모 가 좋았다.

“하하. 영식 군은 그…… 뭐라고 해야 하나. 카리스마? 같은 게 있지 않나?”

길수는 영식이 인기가 많은 것이 자랑스럽다는 듯 그의 어깨에 손을 올려 툭툭 쳤다. 마치 아들 자랑(?) 을 하는 아버지와 같은 모습이었다.

“ 하아?

영식은 깊은 한숨을 내밀었다.

‘설마 정화영이 그렇게 나올 줄이 야.’

막대한 금액에 홍분해서 그에게 잠 자리를 제안할 줄은 영식이라도 예 상치 못한 일이었다. 영식은 쯧, 하 고 혀를 차더니 의자 등받이에 몸을 기댔다.

“어떻게 하실 겁니까, 영식 씨?”

“뭐, 이렇게 된 이상 이미 엎질러 진 물이죠. 말이 새어 나가지 않도 록 도망치는 놈들만 없게 합시다.”

지금 상황에서 루시아가 정화영에 게 사과하라고 명령해도 의미 없었 다.

이미 단단히 뿔이 난 정화영이 사 과를 받았다고 해서 그냥 넘어갈 리 가 없었다.

‘그리고 굳이 그러고 싶지도 않고.’

영식은 깊게 가라앉은 눈빛으로 화 려한 장식품이 가득한 방을 둘러보 았다.

그가 뭐 부정부패를 일삼는 지배층 들을 징벌하고 다니는 암행어사는 아니었다.

하지만 기본적인 상식과 도덕이 박 혀 있는 사람이라면 방금 전 원주민 들의 비참한 생활을 보다가 정화영 의 사치스럽기 그지없는 생활을 본 다면 분노가 생기지 않을 수가 없었 다.

루시아가 나서줘서 오히려 좋다고 생각될 정도였다.

“하. 이것들이 단체로 미치기라도 했나 보네?”

정화영은 전혀 동요하고 있지 않은 영식과 그의 동료들을 바라보며 코 웃음을 쳤다.

서부에 비해 동부의 소환자들이 약 하다는 것은 누구나 알고 있는 상식 이었다. 고작 동부의 상인 길드 따 위가 그녀를 상대할 수는 없었다.

“입을 잘못 놀린 걸 후회하게 만들

어줄게.”

그녀는 전신에 마력을 일으키며 낮 은 목소리로 말했다.

그녀가 쥔 채찍이 마치 살아 있는 생물처럼 스스로 펼쳐지며 붉은색으 로 달아올랐다.

“주인님……

“아아, 알았어. 싸워도 좋아. 아, 죽이진 마. 묻고 싶은 게 있으니까.”

영식은 여유로운 표정으로 말하며 유나에게 시선을 옮겼다.

“유나야. 저 뒤에 있는 네 명. 도 망가지 못하게 처리해 줄 수 있어?”

“..굳이 살릴 필요는 없는 거

지?”

“오히려 살리면 곤란하지.”

영식은 희미한 미소를 지으며 무기 를 꺼내 든 호위병을 바라보았다.

유나는 자리에서 일어나 쌍식을 뽑 아 들었다. 그녀의 배에서 뿜어져 나온 검붉은 화염이 몸을 뒤덮기 시 작했다.

“건방진 것……

-뻐억!

“커헉?!”

노성을 내지르려고 했던 정화영의

배에 루시아의 발이 정확하게 틀어 박혔다. 공중으로 떠오른 그녀의 몸 이 형편없이 뒤로 튕겨져 나갔다.

―쿵!

방 전체가 뒤흔들렸다. 정화영은 예상을 벗어나도 너무 아득하게 벗 어난 루시아의 속도에 반응조차 하 지 못하고 그녀의 공격을 허용했다.

“쿨럭! 무, 무슨……?!”

정화영은 믿을 수 없다는 듯이 루 시아를 바라보았다.

‘그 기분 내가 잘 알지.’

영식은 억울하다는 감정까지 느껴 지는 정화영의 표정을 바라보며 쓴 웃음을 지었다.

그는 슈트에 의지하지 않은 상태에 서도 힘을 키워야겠다는 생각에 서 부로 향하는 중간중간에 루시아와 대련을 했다.

그 결과는 압도적인 패배.

애초에 슈트를 입고도 이길 수 없 는 그녀를 슈트를 벗은 채로 그가 상대할 수 있을 리가 없었다.

아예 티리아, 유나, 길수, 유진와 합공을 펼치면 어느 정도 팽팽하게 싸울 수 있었지만 그것도 장기전으 로 가게 되면 결국 밀리게 됐다.

‘그래도 팀워크가 좋아진 건 나쁘

지 않은 성과였지만.’

박철태 파티처럼 한 몸처럼 느껴지 는 완벽한 팀워크를 펼칠 수는 없어 도 나름 서로와 합을 맞추는 것이 가능해졌다.

“흥, 감히 주인님의 뺨을 더러운 족발로 더럽힌 죗값을 톡톡히 치르 게 해주겠어.”

루시아는 음산한 살기를 풍기며 정 화영을 향해 다가갔다. 정화영은 다 급한 표정으로 채찍을 들어 올렸다.

“장미의 춤!”

낭랑한 외침과 함께 그녀의 채찍이 사방을 점하며 루시아를 공격했다.

루시아는 차가운 표정으로 라이트 세이버를 들어 올렸다.

“아도니스 디 리베리에.”

- 쿠구구궁!

그녀의 몸에서 폭발하듯 뿜어져 나 오는 보랏빛 기운이 정화영의 채찍 을 튕겨냈다. 강렬한 충격에 정화영 의 손바닥이 찢어지며 채찍이 떨어 져 나갔다.

“이익!”

정화영은 거칠게 입술을 깨물며 바 닥에 떨어진 채찍을 향해 손을 뻗었 다. 순식간에 다가간 루시아가 그녀 의 손을 짓밟았다.

-우드드드득!

“꺄아아아아아아악!”

“호호. 그래, 족발은 이렇게 짓뭉개 버려야지.”

정화영은 자신의 일그러진 손을 붙 잡고 비명을 내질렀다. 루시아의 입 꼬리가 비틀려 올라가며 광기에 찬 미소가 지어졌다.

“자, 그다음에는 어디를 뭉개줄까? 응? 직접 정할 수 있게 해줄게.”

“너, 너희들은 대체……!”

“흐응? 정하지 않는 거야? 그럼 우선 이 쓸데없는 지방 덩어리부터 뜯어버릴까?”

루시아는 자신과 달리 꽤나 풍만한 가슴을 가지고 있는 정화영을 바라 보며 비릿한 미소를 입가에 머금었 다. 정화영의 표정이 창백하게 질렸 다.

“여, 여왕님!”

유나를 상대하고 있던 네 명의 호 위병은 다급한 목소리로 그녀를 불 렀다.

“어딜 한눈팔고 있어?”

유나는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목소 리로 발을 박차 그들 사이로 파고들 었다. 각기 다른 방향으로 휘둘러진 쌍식이 강렬한 화염을 뿜어냈다.

- 화르르륵!

“크윽!”

“제길! 동부 소환자 중에 랭커는 거의 없다고 들었는데!”

호위병들은 상상 이상으로 강력한 유나의 힘에 당황했다. 그들의 다급 한 외침을 들은 유나는 씨익 미소를 지었다.

“미안하지만 우리 길드에는 그 랭 커가 좀 많거든.”

그녀는 자신의 배 안에 정신을 집 중했다.

배꼽보다 살짝 낮은 위치, 무협지 에서 흔히 단전(丹田)이라고 불리는 장소.

그 안에 단단하게 뭉쳐져 있는 검 붉은 화염이 그녀의 의지에 따라 살 짝 꿈틀거렸다. 아주 조금씩 꿈틀거 리던 그 힘의 정수에서 강렬한 힘이 흘러나오며 그녀의 전신에 퍼져 나 가기 시작했다.

아직 전체에 비하면 10프로도 채 움직이지 못하는 거지만 처음 힘을 얻었을 때 아예 움직이지 않았던 것 에 비하면 장족의 발전이었다.

“ 하아?

유나는 전신에 차오르는 강렬한 힘 에 열기를 띤 숨을 내쉬었다. 아무 렇지 않게 내뱉는 숨조차 주변을 태 우는 강렬한 열기가 담겨 있었다.

“블레이즈 댄스.”

“히, 히익”

춤추듯 움직이는 쌍검. 검붉은 불 꽃이 거대한 입을 벌리며 네 호위병 을 동시에 집어삼켰다. 그들은 시체 조차 남기지 못하고 잿더미로 변해 허공에 흩어졌다.

“흥.”

유나는 잿더미로 변한 그들의 시체 를 바라보며 코웃음을 쳤다.

그녀는 기본적으로 살인을 별로 좋 아하지 않았지만 지금은 경우가 달 랐다.

정의감이 꽤 강한 편인 그녀는 사 람들을 착취하며 사리사욕을 채우던 그들에게 비참한 최후를 맞이하게 해줄 수 있어서 뿌듯할 정도였다.

- 짝짝.

“다들 수고했어.”

영식은 가볍게 박수를 치며 유나와 루시아에게 말했다.

“후훗! 이로써 주인님의 순결은 제 가 지켜낼 수 있었어요!”

그의 칭찬을 들은 루시아는 언제 광기에 차 있었냐는 듯이 헬렐레거 리는 미소를 지으며 영식에게 다가 왔다.

영식은 자신에게 다가오는 루시아 를 향해 입을 열었다.

“오는 건 좋지만 그 여자도 같이 데려와.”

“흐응. 알겠습니다.”

루시아는 정화영을 데려오라는 그 의 명령이 썩 마음에 들지 않았는지 비쭉 입술을 내밀며 고개를 끄덕였 다.

하지만 마음에 들지 않더라도 하늘

같은 주인님의 명령.

“이리 와.”

“꺄악!”

루시아는 마치 물건이라도 집어 들 듯이 정화영의 머리채를 움켜잡고는 영식의 앞으로 질질 끌고 갔다.

“ 크으..

정화영은 뭉개진 손에서 전해지는 끔찍한 고통에 표정을 일그러트렸 다. 영식은 그런 그녀를 내려다보며 느긋하게 입을 열었다.

“이럴 계획은 아니었지만 어쩌다 보니 이렇게 됐네. 미안해.”

“네놈……!”

그녀는 조금의 미안함도 느껴지지 않는 그의 말에 이글거리는 눈빛으 로 그를 노려보았다.

?뻐억!

“꺄아아아악!”

순식간에 휘둘러진 루시아의 발이 그녀의 얼굴을 공처럼 걷어찼다. 루 시아는 끔찍한 살기가 담긴 목소리 로 입을 열었다.

“한 번만 더 주인님을 노려보면 네 년의 눈알을 모조리 뽑아버릴 거 야.”

정화영은 공포에 질린 채 덜덜 몸 을 떨었다. 영식은 손을 들어 홍분 한 루시아를 말렸다.

“묻는 말에 대답만 착실히 해주면 목숨은 살려줄게.”

“알았…… 예! 아, 알겠습니다.”

알았다고 대답하려고 했던 정화영 은 루시아의 매서운 눈빛에 다급한 목소리로 존대를 사용했다.

“혹시 창세교란 이름, 들어본 적 있어?”

영식은 나지막한 목소리로 물었다.

정화영은 그의 질문에 가늘게 몸을 떨며 천천히 입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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