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벨업 머신 172화
의문의 침입자들(3)
지상에 태양이 강림하기라도 한 듯 한 폭발이 끝났다.
공중에서 폭발에 휩쓸렸던 알렉의 몸이 바닥으로 추락했다.
“사부님!”
전투가 일단락되고 황성에서 수도
밖으로 나오고 있던 포르테는 다급 한 표정으로 알렉에게 다가갔다.
“크으……. 쿨럭! 쿨럭!”
심한 화상을 입은 알렉은 고통스럽 다는 듯이 표정을 일그러트렸다.
폭발의 위력을 생각하면 그가 살아 있다는 것만으로도 기적에 가까운 일이었다.
“잠깐 떨어지세요, 포르테 씨.”
티리아를 데리고 폭발 범위에서 빠 져나갔던 영식은 다시 돌아와 최상 급 회복 포션을 알렉의 몸에 들이부 었다.
트롤의 피를 베이스로 하여 각종
마법 약물의 조합을 통해 만들어진 최상급 포션은 외상 치료에 있어서 는 지구의 어떤 의료 기술보다 뛰어 난 효과를 발휘했다.
-치이이익.
환부에 포션이 닿자 새하얀 연기와 함께 상처에서 새하얀 거품이 부글 부글 끓어올랐다.
알렉의 몸에 포션을 들이부은 영식 은 아직 고통을 호소하고 있는 알렉 을 보며 눈살을 찌푸렸다.
표션은 외상의 경우에는 잘린 팔도 이어 붙여줄 수 있는 엄청난 성능을 가지고 있지만 몸 안쪽의 상처에는 그렇게 큰 효과를 보이지 못했다.
알렉은 몸 안쪽에도 큰 상처를 입 었는지 자리에서 일어나지도 못하고 있었다.
“잠시만요, 영식 씨.”
영식에게 다가온 티리아가 알렉의 가슴 위에 손을 올렸다.
“천상의 축복.”
그녀의 손에서 흘러나온 새하얀 빛 이 알렉의 몸 안쪽으로 흘러 들어갔 다. 일그러졌던 알렉의 표정이 한결 편해졌다.
“제가 사용할 수 있는 치료 마법은 임시방편밖에 안 돼요. 빨리 고위 성직자에게 데려가야 해요.”
그녀가 다루는 천사의 힘은 ‘천사’ 라는 이미지와 달리 공격 쪽으로 특 화되어 있었다. 보호, 버프, 회복 등 힐러 클래스가 담당하는 영역은 수 박 겉핥기식으로밖에 사용하지 못했 다.
“아아, 괜찮네. 굳이 그럴 필요는 없어. 내가 치료할 수 있으니까.”
짧은 머리칼을 가진 중년 사내가 다가왔다.
불사 백강현.
60레벨 제한부터 랭커의 반열까지 레벨 제한을 올린 유명한 소환자였 다.
“예‘?”
영식은 이해하기 힘들다는 표정으 로 백강현을 바라보았다.
그가 알고 있기로 백강현은 배성훈 과 같이 근접 전투 클래스를 가진 전사였다. 두 주먹을 사용해 야수처 럼 싸우는 그가 대체 무슨 방법으로 사람을 치료한다는 말인가.
“내가 왜 ‘불사’라고 불리는지 들 어보지 못한 건가?”
그는 피식 웃음을 흘리며 단도를 꺼내 손목을 그었다. 그의 손목에서 검붉은 피가 뚝뚝 흘러나왔다.
백강현은 그 피를 알렉의 입가에 흘려 넣었다.
“ 하아?
그러자 놀랍게도 알렉의 혈색이 단 숨에 좋아지며 고통을 호소하던 그 가 편안히 바닥에 누웠다.
“포르테 장군, 알렉 장군을 데리고 황성으로 가주게.”
“예. 알겠습니다.”
포르테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알 렉의 몸을 둘러멨다. 그녀는 알렉을 업고 황성으로 걸어갔다.
백강현은 얼떨떨한 표정을 짓고 있
는 영식과 티리아를 향해 고개를 돌 렸다.
“내 피에는 강력한 재생 능력이 섞 여 있지. 시간은 좀 오래 걸리겠지 만 알렉 장군은 완치될 수 있을 걸 세.”
“ 그랬군요.”
영식은 이해했다는 듯이 고개를 끄 덕였다.
그가 불사라고 불린 이유는 수많은 전장을 헤치며 살아남았기 때문이라 고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었던 것 같 았다.
“그나저나 침입자에게 무슨 얘기를
들은 건가? 아까 전에 대화를 하는 것처럼 보이던데.”
“헛소리에 가까운 말이었습니다.”
“헛소리?”
“신께서 인도하는 길을 따라 걸어 라. 낙원이 우리를 찾아오리라, 라고 말한 후에 바로 자폭했습니다.”
“흐음. 과연……
백강현은 왜 영식이 ‘헛소리’라고 말했는지 이해했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무슨 사이비 집단 같은 말이군.”
“……단서가 많이 없어서 정체를
특정하기가 어렵습니다.”
영식은 가늘게 눈을 뜨며 백강현에 게 시선을 옮겼다.
“혹시 황성 창고에서 사라진 물건 이 있습니까? 이들의 행동을 봤을 때 창고에 있는 무언가를 훔치려 한 것 같습니다.”
“ Q.W
W..?
영식의 말에 백강현은 두 눈을 감 았다. 그의 머릿속에 난잡하게 어지 럽혀져 있는 창고 내부의 모습이 떠 올랐다.
“제국의 보물이라고 할 수 있는 레 어 아이템들은 분명 그대로 남아 있 었네.”
제국의 보물 중에는 8영웅의 유산 중 하나도 섞여 있었다.
유산의 ‘주인’으로 선택받은 이가 아무도 없었기에 사용하지 못하고 창고에 보관 중인 물건. 그 물건이 창고 안에 남아 있는 것은 분명히 그가 확인했다.
“ 아.”
백강현의 입에서 짧은 탄성이 흘러 나왔다.
그는 창고 안에 있는 물건 중 무 엇이 사라졌는지 깨달았다.
“오리하르콘이네.”
“오리하르콘이요……?”
“그래. 분명 창고에는 오리하르콘 주괴가 꽤나 많이 쌓여 있었는데 지 금 생각하니 보이지 않았던 것 같 군.”
“……오리 하르콘.”
영식의 눈이 가늘어졌다.
갑작스럽게 중앙 지역으로 원정을 떠났을 때의 기억이 떠올랐다.
텅 비어버린 오리하르콘 광산. 그 앞에 새겨진 정체불명의 문양.
머리끝을 간질이는 불길함이 그를 자극했다.
“……다른 침입자들의 시체를 볼 수 있겠습니까.”
그가 제압한 침입자 말고 알렉과 티리아가 제압한 침입자들은 모두 죽었다. 긴박한 추격 과정에서 제압 하고 자시고 할 여유가 없었기 때문 이었다.
“안 그래도 나도 그들의 시체를 확 인하러 갈 생각이었네.”
“아, 그리고 하나 더 수색을 부탁 드릴 것이 있습니다.”
“수색?”
“예. 총탄을 하나 찾아주셨으면 합 니다.”
플라즈마 배리어를 가볍게 뚫고 영 식에게 상처까지 입혔던 총탄.
그 총탄의 무엇으로 만들어졌는지 확인해야 했다.
“음…… 총탄이라. 대충 어느 방향 으로 날아갔는지 알 수 있나?”
“이쪽 방향과 저쪽 방향입니다.”
영식은 침입자가 총을 쏘았던 두 방향을 가리켰다.
“알겠네.”
백강현은 고개를 끄덕이며 병사들 에게 수도 곳곳에 추락한 침입자들 의 시체와 총탄을 모아 오라고 명령 했다.
시체를 모으는 것은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문제는 두 발의 총탄을 찾는 것이 었다. 일반 총탄과 달리 상당한 크 기를 가지고는 있었지만 탄피도 아 니고 총탄을 찾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영식은 총탄을 찾을 때까지 일단 침입자들의 시체부터 조사하기로 했 다.
“……소환자와 원주민이 섞여 있네
요.”
슈트를 벗겨내어 그들의 얼굴을 확 인한 영식이 중얼거리듯 말했다.
“그럼 적어도 원주민들만으로 이루 어진 집단은 아니라는 얘기군.”
영식은 굳게 입을 다문 채 침입자 들의 시체를 조사했다.
그때, 피에 젖은 시체의 왼쪽 가슴 에 어떤 문양이 새겨져 있는 것이 보였다.
‘북쪽만 표시된 나침반.’
여러 조각으로 흩어져 있던 퍼즐들 이 합쳐지는 감각.
영식은 그 문양을 손으로 만졌다.
‘오리하르콘 광산을 턴 놈들이 이 번 황성 창고를 습격한 놈들이야.’
그들이 오리하르콘을 모으고 있는 이유는 알 수 없었다.
하지만 이번 황성 창고를 습격한 가장 큰 목적이 바로 오리하르콘이 라는 것을 추측하는 것은 어렵지 않 았다.
‘왜 하필 지금?’
영식은 눈살을 찌푸렸다.
오리하르콘을 위해서 황성 창고를 습격했다는 것은 이해할 수 있었다.
문제는 그 타이밍이었다.
얼마 전 황성은 텅 비어 있었다. 알렉과 더불어 백강현, 포르테 등의 제국 핵심 장군들이 모두 조사대로 나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때 황성을 습격했다면 별다른 피 해 없이 오리하르콘을 가져갈 수 있 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들은 굳이 그렇게 하지 않았다.
‘도저히 손을 뗄 수 없는 일이 있 었거나…… 아니면.’
영식의 눈이 날카롭게 빛났다.
‘애초에 지금 타이밍에 황성을 습 격한 것 자체가 노림수였거나.’
지금 당장은 그들의 노림수를 예측 하기가 어려웠다.
“북쪽만 표시된 나침반이라……
백강현 또한 묘한 불길함이 느껴지 는 그 문양에 눈살을 찌푸렸다.
“영식 씨, 이 문양은……
“그래. 오리하르콘 광산 앞에 새겨 져 있던 문양이야.”
“전에 이 문양을 다른 곳에서 본 적이 있는가?”
“예. 중앙 지역으로 원정을 갔을
때 본 문양입니다.”
“흠……
영식의 대답에 백강현은 눈살을 찌 푸렸다.
“그렇다면 이들의 전력은 이미 중 앙 지역까지 들어갈 수 있는 수준이 라는 말이군.”
대륙 중앙 지역에 그들의 문양이 새겨져 있다는 것.
그것은 그들의 세력이 중앙 지역까 지 갈 수 있다는 증거였다.
대륙 중앙 지역에 갈 수 있는 세 력은 많지 않았다. 아니, 손으로 꼽 을 수 있다고 표현해도 좋을 정도였 다.
“그 정도의 세력이 있는데 알려지 지 않았다, 라…… 무슨 유령 집단 이라도 되는 건가.”
백강현은 허탈한 웃음을 흘리며 그 렇게 중얼거렸다.
중앙 지역에 갈 수 있는 세력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알려져야 정상 이었다.
동부를 예로 들면 레비아탄, 한울, 아바돈을 비롯한 3대 길드. 최근에 는 살바토르도 그 반열에 올라섰다.
남부에서는 1군과 2군의 정예 병 력, 서부에서는 ‘올드 원’과 같은 강 력한 소환자들이 이끄는 부족들이 중앙 지역까지 진출하는 것이 가능 했다.
하지만 그중에 어떤 세력도 이런 기묘한 문양을 사용하는 세력은 없 었다.
“이 문양에 대해서는 제국 정보부 에 조사를 부탁해 보겠네.”
“예. 알겠습니다.”
영식은 고개를 끄덕이며 침입자들 의 시체에서 고개를 돌렸다.
“백강현 장군님! 말씀하신 물건을 찾았습니다!”
때마침 제국군이 백강현에게 다가
왔다. 그의 손에는 영롱한 에메랄드 빛을 띠고 있는 총알이 들려 있었 다.
“이게 자네가 말한 그 총알이 맞 나?”
“예. 맞습니다.”
영식은 고개를 끄덕이며 백강현이 내민 총탄을 받아 들었다.
‘처음 보는 재질인데……
이제까지 에르노어 대륙에 있는 거 의 모든 금속을 다뤄봤던 영식으로 서도 처음 보는 재질로 만들어진 총 탄이었다.
“흐...”
"百- ?
손에 쥔 총탄을 내려다보던 영식은 짧은 침음을 삼켰다.
엄밀하게 얘기해서 총탄은 기계가 아니기 때문에 구조파악을 할 수는 없었다.
‘하지만 혹시 모르니까.’
이 총탄에는 플라즈마 배리어를 한 번에 뚫어버리는 힘이 담겨 있었다.
그것이 단순히 총탄을 이루고 있는 재질의 힘이 아닌 특수한 기술에 의 한 것이라면 구조파악이 통할 가능 성이 있었다.
“구조파악.”
영식의 손에서 뿜어져 나온 푸른빛 이 영롱한 빛을 뿜어내는 총탄으로 흘러 들어갔다.
?띠링.
[구조파악에 실패하였습니다. 해당 기계에 사용된 기술 정보를 해석 할 수 없습니다』
[추정 기술 정보 ‘에너지 분해’를 해석 및 습득하기 위해서는 추가적 인 표본이 필요합니다.]
‘에너지 분해라고...?’
영식은 눈앞에 떠오른 메시지 창을 바라보며 표정을 굳혔다.
총탄에 들어가 있는 기술은, 영식 의 상식을 벗어날 정도로 사기적인 기술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