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레벨업 머신-171화 (171/284)

레벨업 머신 1기화

의문의 침입자들(2)

“모든 것이 신의 은총이지.”

“……뭐라고?”

이해할 수 없는 그의 말에 영식은 눈살을 찌푸렸다. 슈트의 바이저 너 머로 희미하게 보이는 침입자의 눈 빛은 일그러진 광기로 가득 차 있었 다.

?치이이익!

“신께서 인도하는 길을 따라.”

침입자는 나지막이 중얼거리며 몸 을 웅크렸다. 감청색 슈트의 연결 부위에서 새하얀 증기가 뿜어져 나 왔다.

슈트의 등에서 부스트의 빛이 폭발 하듯 뿜어져 나왔다.

-촤앙

침입자는 허리춤에서 검을 뽑아 들 었다. 그가 뽑아 든 검의 형태를 본 영식의 표정이 다시 한번 딱딱하게 굳었다.

‘총검.’

그가 박철태에게 만들어준 것과는 조금 다른 형태였지만 침입자가 들 고 있는 검은 총검이 분명했다.

종검을 든 침입자는 영식을 향해 검을 겨눴다.

-타앙!

손잡이에 있는 방아쇠를 당기자 검 극에서 발사된 탄환이 영식을 향해 쏘아졌다.

-파지지지직!

영식의 몸 주변에 플라즈마 배리어 가 만들어졌다. 초고열의 배리어가 침입자가 쏜 총탄을 집어삼킬 듯이 감쌌다.

-피융

영식은 표정을 다급하게 물들이며 몸을 비틀었다.

‘ 뭐야?’

당연히 플라즈마 배리어에 막힐 것 이라고 생각했던 총탄은 마치 배리 어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듯이 가볍 게 뚫으며 영식에게 쏘아졌다.

영식은 다급하게 몸을 비틀어 간신 히 총탄을 피해냈다.

총탄에 스친 왼쪽 어깨의 피부가 벌어지며 금속으로 이루어진 피부 안의 신체가 드러났다.

영식의 몸을 타고 전율이 흘렀다.

총탄은 그렇게 빠르지도, 강맹한 힘이 느껴지지도 않았다. 겉모습만 본다면 그저 단순한 총탄일 뿐이었 다.

하지만 그 총탄이 가진 힘은 그의 예상을 아득히 뛰어넘는 것이었다.

‘플라즈마 자체가 사라졌어.’

사라진 것은 플라즈마 배리어만이

아니었다. 강인함 스탯이 150에 가 까운 영식의 신체는 그 자체로 강철 보다 단단한 방어력을 가지고 있었 다.

하지만 침입자가 쏘아낸 총탄은 그 런 단단한 신체조차 아무렇지도 않 게 꿰뚫어 버렸다.

만약 빠르게 반응하지 못했다면 그 대로 가슴이 총탄에 뚫려 버렸으리 라.

‘대체 어디서 저런……

이토록 쉽게 그의 배리어를 뚫을 수 있는 것은 루시아 정도밖에 없었 다.

영식은 딱딱하게 굳은 표정으로 침 입자를 바라보았다.

“역시 네놈도 신의 뜻을 거스를 수 는 없는 모양이군.”

침입자는 만족스러운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영식은 눈살을 찌푸리며 블레이드 를 들어 올렸다.

‘일단 잡아서 심문하지 않으면 무 슨 헛소리를 하고 있는 건지 알 수 없겠군.’

저 뜬구름 잡는 소리를 머리를 굴 려 생각하느니 그냥 힘으로 제압한 후 바른말이 나올 때까지 심문하는 것이 더 효율적인 방법이었다.

-슈우우우!

영식의 등에서 부스트의 빛이 타올 랐다.

영식과 침입자의 검이 허공에서 격 돌했다.

-까앙!

다행히 그가 든 검은 총탄처럼 정 채를 알 수 없는 재질로 되어 있는 것이 아닌 듯 블레이드는 반으로 갈 라지지 않고 그를 밀어냈다.

-카가가가가가강!

부스트를 사용한 영식은 압도적인

속도로 연달아 공격을 퍼부었다. 침 입자는 검극을 영식에게 향하기 위 해서 어떻게든 거리를 벌리려고 했 지만 영식은 계속해서 그에게 따라 붙었다.

‘실력은 형편없어.’

몇 번 그와 검을 나눈 영식은 단 정 짓듯 그렇게 생각했다.

지금 그가 입고 있는 슈트의 성능 이 민망해질 정도로 형편없는 실력 이었다. 돼지 목에 진주 목걸이라는 표현은 이때 사용하기 위해 만들어 진 표현이리라.

문제는…….

-타앙!

영식은 근접해서 쏘아진 총탄을 가 까스로 고개를 비틀어 피했다.

문제는 그 진주 목걸이의 값이 너 무 비싸다는 점이었다. 영식조차도 함부로 무시할 수 없을 정도로.

“슬로우 모션.”

시간이 멈추기라도 한 것처럼 주변 풍경이 느리게 흘러가기 시작했다.

영식은 검의 경로를 예측해 피하며 공중에서 몸을 뒤집듯이 뱅글 돌았 다. 부스트를 사용해 위로 솟구친 그의 발이 침입자의 턱을 후려쳤다.

“크윽!”

무기를 사용한 공격도 아니었기 때 문에 영식의 발은 그가 입고 있는 슈트를 박살 내지는 못했다. 박살은 커녕 흠집조차 나지 않았으리라.

하지만 어차피 슈트 자체에 대미지 를 주기 위해 한 공격이 아니었기 때문에 큰 상관은 없었다.

인간의 머리라는 것은 충격으로 흔 들리기만 해도 충분히 대미지를 입 는 급소였으니까.

-철컥.

영식은 비틀거리는 그를 향해 오른 팔을 겨눴다.

-슈우우우우우!

영식의 오른팔에서 강렬한 불꽃이 뿜어져 나왔다. 팔꿈치에서 빠져나 온 영식의 오른팔이 침입자의 배에 격돌했다.

침입자의 배에 오른팔이 격돌하는 순간, 그의 오른팔에서 뿜어져 나온 푸른빛이 슈트 안으로 파고들었다.

강화를 통해 5레벨로 성장한 로켓 펀치에 생긴 특수한 기능. 방어구를 무시하고 내부를 파괴하는 ‘파열’ 효과가 발동된 것이다.

“쿨럭!”

파열 효과로 인해 슈트 너머의 몸

이 진창이 된 침입자는 바이저에 피 를 쏟아내며 땅으로 추락했다.

대장으로 보이는 침입자를 제압하 는 데 성공한 영식은 고개를 들어 주변을 바라보았다.

티리아는 사방으로 나눠져 도망치 는 적 중 다섯에 따라붙어 격추하는 데 성공한 후 더 이상 시야에도 보 이지 않는 그들의 추격을 포기한 상 태였다.

알렉은…….

“……허.”

영식의 입에서 짧은 탄성이 흘러나 왔다.

세 명의 침입자를 제압하는 데 성 공한 후 바닥으로 떨어졌던 알렉은 다시 뛰어올라 추격을 시작했는지 총 6명의 침입자를 더 땅으로 추락 시킨 상태였다.

그가 하늘을 날 수 있는 능력이 없다는 것을 고려해 본다면 대체 무 슨 방법으로 각기 다른 방향으로 도 망치는 침입자를 6명이나 더 땅으로 추락시킨 건지 궁금해질 정도였다.

‘알렉도 만만치 않은 괴물이군.’

영식은 그런 생각을 하며 바닥으로 떨어진 침입자를 향해 천천히 내려 갃人다.

알렉과 티리아 또한 영식이 대장으 로 보이는 침입자를 제압했다는 것 을 확인했는지 영식이 있는 방향으 로 달려왔다.

“이자가 아까 전에 명령을 내린 그 놈이 맞는가?”

“예, 그렇습니다.”

영식은 고개를 끄덕이고는 바닥에 쓰러진 침입자를 향해 고개를 돌렸 다.

“쿨럭!”

“자, 이제 그 헛소리의 의미를 알 려줄 시간이야.”

영식은 슈트의 바이저를 벗어 던진 채 피를 토해내고 있는 침입자를 향 해 걸어갔다.

“……소환자는 아니네요.”

바이저가 벗겨져서 드러난 침입자 의 서구적인 외모를 본 티리아가 낮 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기본적으로 소환자는 한국인에 한 해서 에르노어 대륙에 소환되었다.

때문에 극히 드문 경우를 제외하면 서구적인 외모를 가지고 있는 사람 은 원래 에르노어 대륙에 살고 있는 원주민이었다.

“크, 크큭! 역시 강하군! ‘그분’의

말씀이 맞았어!”

바닥에 쓰러진 침입자는 입에서 피 를 쏟아내면서도 즐겁다는 듯이 입 가를 일그러뜨렸다.

영식은 그에게 다가가 손으로 턱을 잡아 자살하지 못하도록 막았다.

?퍼억! 퍽!

“커 헉!”

턱을 압박한 영식은 주먹을 들어 침입자의 얼굴을 거칠게 후려쳤다.

그의 치아가 모조리 부러져 나가며 입에서 쏟아지는 피의 양이 한층 더 많아졌다.

치아를 모두 부러뜨린 영식은 그의 턱을 잡은 손을 놓으며 낮게 깔린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좋아. 그럼 일단 네가 말하는 ‘그 분’이 누구인지부터 말해주실까? 아, 굳이 목소리를 내서 말할 필요 는 없어. 입모양만으로도 다 알아들 을 테니까.”

“아, 우아, 으아.”

어차피 치아가 모두 박살 난 상태 라 제대로 말을 내뱉지도 못하고 있 는 그에게 영식은 자상한(?) 배려를 했다.

“아우, 아으으아.”

침입자는 끔찍할 것이 분명한 고통 속에서도 입가를 비틀어 올렸다.

광기로 번들거리는 그의 눈빛이 영 식을 향했다.

-신께서 인도하는 길을 따라 걸어 라. 낙원이 우리를 찾아오리라.

일그러진 입모양이 만들어낸 문장 은, 여전히 영식이 이해하기 어려운 문장이었다.

a헛소리하지 말...해

-콰득! 콰드드득!

“으, 아으! 아아아아악!”

슈트가 우그러지며 침입자의 입에

서 고통에 찬 비명 소리가 흘러나왔 다. 그와 함께 슈트의 중앙 부분이 밝은 빛을 내며 타오르기 시작했다.

m | n

영식의 표정이 딱딱하게 굳었다. 익숙한 기억 하나가 그의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다.

잊혀진 무덤에서 푸른 거인을 상대 할 때의 기억이었다.

‘여기서 폭발한다고?’

영식은 주변을 살폈다. 침입자가 떨어진 곳은 수도 라무스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벌판.

이곳에서 대폭발이 일어나기라도

했다가는 수도에 살고 있는 시민들 이 떼죽음을 당할 것이 분명했다.

“제길!”

영식은 거친 욕설을 내뱉으며 밝을 빛을 뿜어내며 타오르고 있는 감청 색 슈트를 손으로 잡았다.

치이이이익! 어마어마한 열기가 그의 손을 불태웠다. 손바닥의 피부 가 벗겨지며 금속으로 이루어진 그 의 손이 드러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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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아아아아!”

영식은 거칠게 진각을 밟으며 움켜 쥔 슈트를 전력으로 위로 집어 던졌 다. 밝게 타오르는 슈트가 하늘 높 이 날아올랐다.

공중으로 솟구치고 있는 슈트를 올 려다보고 있는 영식의 표정이 일그 러 졌다.

그의 머릿속에서는 지금 슈트에서 뿜어지는 열량이라면 어느 정도의 폭발이 일어날지 빠른 속도로 계산 이 이루어지고 있었다.

‘부족해.’

지상에서 터진 정도는 아니겠지만 저 정도 높이에서 일어난 폭발이라 도 수도에 꽤나 큰 피해를 끼칠 것 이다.

아니, 수도만이 아니라 지금 영식 이 있는 곳까지 폭발의 영향이 미칠 것이다.

영식에게 두 가지 선택이 주어졌 다.

가속을 사용해 슈트를 한 번 더 높이 던져 버리는 것. 이 경우 영식 은 폭발의 범위에 휩쓸리게 되었다.

다른 하나는 티리아를 데리고 이곳 을 벗어나는 것.

“티 리아!”

고민은 길지 않았다. 아니, 애초에 고민할 가치도 없는 일이었다.

그는 만인을 위해 목숨을 희생하는 영웅이 아니었다.

고민을 마친 영식은 재빨리 티리아 를 안아 들었다.

“여, 영식 씨?!”

“가속!”

-슈우우우우우!

부스트의 잔량을 태우며 강렬한 제 트 엔진이 그의 등에서 뿜어져 나왔 다. 티리아를 안은 그의 몸이 폭발 의 범위에서 벗어났다.

“볼프강 13식.”

재빠르게 폭발의 범위에서 벗어난

영식과 달리 알렉은 몸을 낮춘 채 슈트를 올려다보았다.

영식처럼 열량에 따른 폭발 범위를 정확하게 계산한 것은 아니지만 그 는 직감적으로 저 슈트에서 뿜어지 는 열기가 수도에 피해를 미칠 것이 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오버 소닉.”

영식과 그의 입장은 달랐다.

그는 수십 년 전부터 제국의 영웅 이었고, 앞으로도 영웅으로 존재해 야만 하는 입장이었다.

-쿵!

투명해진 알렉의 몸이 허공으로 쏘

아졌다.

그 속도는 가속을 사용한 영식 이상.

밝은 빛을 뿜어내며 타오르는 슈트 로 다가간 그는 마치 야구방망이를 휘두르듯 검신으로 슈트를 후려쳤다.

-쿠구구구구궁!

끔찍한 폭발이 주변을 집어삼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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