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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업 머신-166화 (166/284)

레벨업 머신 166화

불신을 신뢰로 바꾸는 방법(2)

“수비 대형으로 진형을 갖춰라! 천 천히 퇴각한다!”

목숨을 걸고 몬스터들을 상대할 필 요는 없었다.

조사대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신종 몬스터의 진위 여부를 밝히고, 그들의 대략적인 전력을 파악하는 일이었다.

“크르르르르...

“크아아아!”

막사를 습격한 몬스터의 숫자는 얼 추 서른.

그들은 사진으로 본 것처럼 금속과 몸이 섞인 기괴한 생김새를 하고 있 었다.

‘……영식 군의 말은 진실이었군.’

포르테는 딱딱하게 굳은 표정으로 검을 꺼내 들었다.

그녀의 검에 아지랑이와 같은 은빛 검기가 피어올랐다.

언제 전투가 시작되어도 이상하지 않은 일촉즉발의 상황.

당장에라도 달려들 것처럼 위협적 인 포효를 내지르던 신종 몬스터는 예상했던 것과 달리 바로 달려들지 않았다.

‘.뭐지?’

그녀는 의아한 표정으로 몬스터 무 리를 바라보았다.

선두에 있던 금속 팔을 가진 오우 거가 몸을 비키자 살짝 작은 체구를 가진 오우거가 앞으로 걸어 나왔다.

풀 플레이트를 입은 전사를 연상시 키는, 전신에 금속 갑주를 입고 있 는 오우거.

옆에 있는 오우거에 비해 몸집은 더 작음에도 불구하고 느껴지는 중 압감은 비교할 수가 없었다.

그 괴물은 투박할 정도로 거대한 대검을 들어 올렸다.

-쿠구구구궁!

무시무시한 기운이 주변을 잠식했 다.

전신 갑주를 입은 오우거의 몸을 타고 보랏빛 기운이 폭발하듯 뿜어 져 나왔다.

“크윽?…"

소름 끼칠 정도로 강력한 마력의 기운에 포르테는 아름다운 얼굴을 일그러트렸다.

마치 전력을 다한 알렉을 마주한 것 같은, 아니, 그 이상의 압박이 그녀를 짓눌렀다.

‘어떻게 오우거가!’

그녀의 표정이 경악으로 물들었다.

강력한 몬스터 중에 마력을 다룰 수 있는 존재는 많았다.

하지만 이 정도로 숨이 턱 막힐 정도로 농밀한 마력을 풍겨내는 존 재는 손으로 꼽았다.

그것도 오우거가 이 정도의 마력을 사용한다니.

듣도 보도 못한 일이었다.

정체를 알 수 없는 몬스터의 몸에 서 뿜어져 나온 보랏빛 기운이 그의 전신을 완전히 뒤덮었다.

보랏빛에 물든 오우거가 한 걸음 앞으로 내디뎠다.

“크아아아아아!”

“크르르르!”

보랏빛 괴물이 한 걸음 내딛자 뒤 에서 그를 지켜보고 있던 몬스터들 이 포효를 내질렀다.

“온다!”

포르테는 심상치 않은 분위기에 앞 으로 달려 나가며 부하들에게 소리 쳤다.

_쿵!

지축을 울리는 충격과 함께 보랏빛 괴물의 몸이 앞으로 쏘아졌다.

‘무슨……!’

어처구니없을 정도로 빠른 그 움직 임에 포르테의 표정이 딱딱하게 굳 었다.

이제까지 여러 몬스터를 상대해 왔 지만 이처럼 압도적인 움직임을 보 여주는 상대는 처음이었다.

그녀는 거의 본능적으로 검을 들어 보랏빛 괴물의 검격에 맞섰다.

어마어마한 충격과 함께 그녀의 몸 이 뒤로 쭉 밀려났다.

“크윽!”

손을 타고 전해지는 어마어마한 힘.

순간적으로 검을 놓칠 뻔했을 정도 로 강렬한 힘이었다.

“대장님!”

“전열을 가다듬고 퇴각에 집중해

라!”

포르테는 자신을 향해 다가오려는 레일라를 향해 소리쳤다.

레일라는 움찔 몸을 떨더니 포르테 의 말에 따라 병력을 뒤로 물리기 시작했다.

“크e e a ||”

' ?--?■ ? ?

“크읏! 어디서 이런 괴물들이 ...

회색 머리칼의 사내, 펠릭스는 다 가오는 기계 몬스터를 향해 주먹을 휘두르며 거칠게 표정을 일그러트렸 다.

숫자는 서른 정도에 불과했지만 몬

스터 하나하나의 강력함이 비정상적 으로 강력했다.

일반 오우거 정도는 열 마리도 동 시에 가볍게 상대할 수 있는 그가 기계 오우거 한 마리를 상대하기 벅 찰 정도였다.

“크르르르!”

“아아아악!”

특히 만티코어의 형태를 한 기계 몬스터는 조사대를 거의 휩쓸듯이 움직이며 기다란 꼬리로 정예병들을 튕겨 냈다.

“이것들이……!”

펠릭스는 표정을 일그러트리며 저

몬스터 무리의 대장으로 보이는 보 랏빛 괴물을 향해 달려들었다.

- 퍽!

“커헉!”

보랏빛 괴물과 펠릭스의 전투는 굳 이 길게 볼 필요도 없었다.

3군에서 비교할 만한 강자가 없는 포르테조차 일방적으로 몰아붙인 괴 물이었다.

펠릭스가 감히 상대할 수 있는 적 이 아니었다.

“제길……

가벼운 로우킥 한 번에 바닥에 쓰

러진 펠릭스의 얼굴에 다급함이 서 렸다. 보랏빛 괴물의 대검이 바닥에 쓰러진 그를 향했다.

‘이렇게 허무하게...

펠릭스는 짙게 내려앉은 죽음의 그 림자에 얼굴을 일그러트렸다.

순간적으로 /주마등이(지난 기억이 주마등처럼)/ 그의 눈앞을 스쳐 지 나갔다. 펠릭스는 죽음을 예감하며 두 눈을 질끈 감았다.

“?응?”

하지만 아무리 기다려도 검에 목이 잘리는 감각은 느껴지지 않았다.

펠릭스는 감았던 눈을 천천히 떴

다.

자신을 어린아이처럼 가볍게 제압 했던 보랏빛 괴물은 그에게 몸을 돌 리고 있었다.

마치 죽이는 것에는 관심이 없다는 것처럼.

‘잠깐.’

의아함을 느낀 펠릭스는 주변을 살 폈다.

보랏빛 괴물만이 아니었다.

두 팔이 금속으로 되어 있는 오우 거도, 입에 거대한 포신을 달고 있 는 만티코어도 바닥에 쓰러진 정예 병들을 죽이지 않았다.

보통 상대의 숨통을 끊는 것에 집 중하는 일반 몬스터들과는 차이가 있는 모습이었다.

“펠릭스! 뭘 멍하니 있나! 빨리 도 망쳐라!”

“아…… 예! 알겠습니다!”

포르테의 호통에 정신을 차린 펠릭 스는 병사들을 이끌고 퇴각했다.

그사이 보랏빛 괴물은 포르테가 상 대했다.

-캉! 크}가가가가강!

허공에 화려한 불빛이 튀어 올랐 다. 찰나의 시간에 검과 검이 수십 번은 교차됐다.

‘ 강해.’

포르테는 보랏빛 괴물과 검격을 나 누면서 마음속으로 탄성을 내질렀 다.

단순히 힘과 스피드만 빠른 것이 아니었다.

마치 바람이 부는 것처럼 자연스럽 게 움직이는 검로.

천천히 움직이면서도 도망쳐 나갈 모든 방향을 조금씩 먹어들며 숨통 을 조여오는, 악랄하게까지 느껴지 는 검격.

알렉과 대련을 했을 때나 느낄 수

있는 경지에 달한 전사의 검격이었 다.

포르테는 몬스터가 아닌 검에 통달 한 전사와 싸우는 듯한 감각을 느꼈 다.

‘대체 오우거가 어떻게.’

그녀는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으로 눈앞의 적을 바라보았다.

투구에 가려 얼굴이 제대로 보이지 는 않았지만 투구 밖으로 삐져나온 귀, 투구 틈으로 보이는 흉포한 눈 동자, 3미터에 달하는 거대한 몸집 이 오우거가 확실하다고 알려주고 있었다.

본능에 미쳐 주먹만 휘두르는 오우 거가 이런 숙련된 전사와도 같은 검 술을 사용하는 것이 믿어지지가 않 았다.

‘그래도.’

포르테는 검격과 겸격 사이에 있는 아주 작은 틈으로 몸을 움직였다.

상대방은 마치 대검에 익숙하지 않 다는 듯이 조금은 어색한 검술을 펼 쳤다.

대검의 묵직한 파괴력을 전혀 활용 하지 않는 검술 덕분에 그녀는 조금 씩이라도 검을 맞부딪히며 그 공격 에 버틸 수 있었다.

하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시간 벌 기에 불과했다.

한번 검격을 나눌 때마다 뼈마디가 비명을 지르는 것처럼 삐걱거렸다.

상식을 벗어난 힘에 땅을 딛고 있 는 다리가 덜덜 떨렸다.

밀려오는 거대한 홍수를 어설프게 쌓아 올린 모래주머니로 간신히 틀 어막고 있는 듯한 감각.

그 모래주머니로 쌓아 올린 둑이 무너지기까지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카앙!

대검의 힘에 견디지 못한 그녀의 검이 옆으로 튕겨져 나갔다.

순수한 검술로는 비등하다고 하지 만 차원이 다른 신체 스펙의 차가 있었기 때문에 이미 예정되어 있던 일이었다.

보랏빛 괴물은 훤히 드러난 그녀의 몸을 어깨로 들이받았다.

-뻐억!

“커헉?!”

무시무시한 충격과 함께 그녀의 몸 이 뒤로 튕겨져 나갔다. 한동안 멈 추지 않고 바닥을 굴렀던 그녀의 몸 이 나무에 처박혔다.

“쿨럭!”

포르테의 입을 타고 검붉은 피가 쏟아졌다.

그녀의 아름다운 은발이 봉두난발 이 되었다.

그녀는 거칠게 입술을 깨물며 압도 적인 무력을 보여준 보랏빛 괴물을 바라보았다.

짧은 교전이었지만 저 괴물과 자신 의 격차를 확인하는 것은 어렵지 않 았다.

아득한 무력감이 그녀의 어깨를 짓 눌렀다.

‘그런 생각을 할 때가 아니야.’

그녀는 거칠게 입술을 깨물고 자리 에서 일어섰다.

공격을 당했다고 혼란스러워할 틈 은 없었다.

포르테는 괴물에 어깨에 맞으며 부 러진 갈비뼈에 마력을 불어 넣어 고 정시킨 후 두 손으로 검을 움켜잡았 다.

‘볼프강 3스], 하울링 소드.’

전신에 마력을 끌어올린 그녀는 자 신의 스승, 알렉의 검술을 사용했다.

분명 보랏빛 괴물의 무력은 압도적

이었다.

하지만 그녀에게는 순수한 검술로 는 그 누구에게도 꿀리지 않는 알렉 의 검술이 있었다.

정확하게는 알렉의 선조, 데이비드 볼프강이 만든 전설적인 검술이.

-끼이이이잉!

그녀의 검에서 끔찍한 소음이 쏟아 져 나왔다.

그와 함께 그녀의 검이 점점 투명 해지며 어느 순간 검신 자체가 사라 졌다.

“……I”

난생처음 보는 현상에 보랏빛 괴물 또한 당황했는지 순간적으로 검격의 기세가 약해졌다.

-끼이이잉! 카앙! 캉!

다시 한번 울려 퍼지는 끔찍한 소 음.

보랏빛 괴물은 아무것도 보이지 않 는 허공을 향해 대검을 들어 올렸 다.

분명 아무것도 없을 허공에서 대검 과 검이 부딪히는 쇳소리가 울려 퍼 졌다.

순간적으로 검신 자체를 ‘소리’로 바꾸어 공격하는 하울링 소드.

데이비드 볼프강이 창조하고 알렉 볼프강이 완성시킨 검술이 그 이빨 을 드러냈다.

-까앙! 캉!

시각으로 보이는 검격은 없었다.

눈을 가리고 싸우는 것이나 마찬가 지인데도 보랏빛 괴물은 순수한 감 각만으로 사방에서 휘둘러지는 포르 테의 검격을 막아냈다.

‘조금 더!’

포르테는 굳게 검을 쥔 채 전신의 힘을 끌어올렸다.

파동처럼 퍼져 나간 소리의 검이

보랏빛 괴물의 전신을 난자하기 위 해 사방에서 휘둘러졌다.

보랏빛 괴물은 처음 접해보는 독특 한 검술에 대처를 하지 못하는 것처 럼 보였다.

하지만.

-콰아아아앙!

위에서 아래로 내려 그어진 대검이 대지를 갈랐다.

무시무시한 폭음이 주변을 뒤흔들 었다. 소리와 소리가 허공에 얽히며 하울링 소드의 기세가 약해졌다.

포르테는 보랏빛 괴물의 ‘전략적’ 인 공격에 경악을 터트렸다.

의도적으로 폭음을 울려서 하울링 소드를 상쇄시킨다니.

하울링 소드가 소리로 이루어진 검 격이라는 것을 눈치챘다면 충분히 할 수 있는 생각이긴 했지만 그 상 대가 오우거라면 얘기가 달랐다.

오우거는 멍청하기로는 남부럽지 않을 정도로 무식했고, 본능적으로 움직이는 생물이었다.

‘정말 오우거가 맞기는 한 건가!’

포르테는 다급한 표정으로 소리의 검을 조종해 다시 불러들였다.

그녀의 손에 쥔 검이 다시 찬란한 은빛으로 빛나기 시작했다.

-쿠웅

땅이 흔들렸다.

보랏빛 괴물은 포르테의 공세가 끊 기는 그 틈을 놓치지 않았다.

3미터의 거구가 무시무시한 속도로 그녀에게 쏘아졌다.

-퍼억!

“크윽!”

휘둘러지는 대검을 가까스로 막은 포르테는 바닥에 쓰러졌다.

그녀는 다급한 눈빛으로 보랏빛 괴

물을 올려다보았다.

오우거의 대검이 그녀의 목을 노리 고 휘둘러졌다.

“아?

포르테의 입에서 안타까운 탄성이 흘러나왔다.

그녀의 시야에 아직 퇴각하지 못한 병사들의 모습이 비쳤다.

한 명의 전사로서 싸우다 죽는 것 은 상관없었다.

하지만 자신이 여기서 죽었을 때 병사들에게 닥쳐올 미래를 생각하면 아득하기만 했다.

농밀한 절망이 그녀의 전신에 퍼져 나갔다.

“대장님!”

레일라의 찢어질 듯한 비명 소리가 그녀의 귓가에 들려왔다.

보랏빛 기운에 물든 대검이 그녀의 시야에서 점점 커져갔다.

포르테는 자기도 모르게 두 눈을 질끈 감았다.

그때.

“가속.”

-콰아아아앙!

폭음과 함께 그녀의 몸이 알 수

없는 무언가에 붙들려 보랏빛 괴물 의 검격에서 벗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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