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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업 머신-165화 (165/284)

레벨업 머신 165화

불신을 신뢰로 바꾸는 방법(1)

“황제 폐하를 뵙습니다. 살바토르 길드의 영식이라고 합니다.”

포르테를 따라 들어간 황성.

포효하는 황금 사자가 그려진 방 안에 들어간 영식은 정중하게 허리 를 숙이며 입을 열었다.

“신종 몬스터에 대한 정보를 갖고 있다고 들었다.”

제이슨은 날카로운 눈빛으로 영식 을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그렇습니다.”

가만히 영식을 바라보고 있던 제이 슨은 턱을 쓰다듬으며 물었다.

“어디서 그들을 봤지?”

“경계선 너머로 원정을 떠났을 때 였습니다.”

“흐음. 그들의 정확한 숫자나 전력 에 대해서 아는 것이 있는가?”

“정확한 숫자에 대해서는 알지 못 합니다. 하지만 그들의 전력에 대해 서는 어느 정도 알고 있죠.”

“말해보거라.”

영식은 제이슨과 눈을 마주치며 나 지막한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그들은 제국 전체의 힘을 쏟아부 어도 상대할 수 없는 괴물들입니 다.”

제이슨의 표정이 거칠게 일그러졌 다.

제국 전체의 힘을 쏟아부어도 상대

할 수 없다니.

건방지기 짝이 없는 말이었다.

“무례하군.”

“사실을 말했을 뿐입니다.”

“자네는 아르난이 가진 힘에 대해 알지 못하지.”

“폐하도 그들이 가진 힘에 대해서 모르고 있죠.”

제이슨의 눈이 가늘어졌다.

“하고 싶은 말이 뭐지?”

영식은 나지막한 목소리로 말을 이 었다.

“동부 연합에 대한 소식은 들으셨 습니까?”

“동부의 소환자들끼리 레비아탄 길 드를 중심으로 연합을 꾸리고 있다 는 것 말인가?”

“예, 그렇습니다.”

“음……. 몇 번 얘기를 들어본 적 은 있군.”

“살바토르 길드는 그 동부 연합의 주축 중 하나입니다.”

“그래서?”

“동부 연합과 제국의 동맹을 제안 하고 싶습니다. 신종 몬스터들을 토 벌하기 위해.”

덤덤하게 이어진 영식의 말에 제이 슨의 눈빛이 깊게 가라앉았다.

“제안은 고맙지만, 거절하도록 하 지.”

U 99

“솔직히 말하지. 난 자네에게 전혀 신뢰가 가지 않는군.”

그는 단호한 목소리로 말했다.

당연한 반응이었다.

신종 몬스터에 대한 소문은 일종의 괴담과도 비슷한 것이다.

구체적인 증거가 한 번도 나타난 적 없는 괴담.

그런데 갑자기 생판 모르는 자가 와서 신종 몬스터는 실재하며 그 힘 은 제국을 위협할 정도로 강하다, 함께 동맹을 맺어 그들을 상대하자, 라는 제안을 한다고 한들 그것을 받 아들일 수 있을 리가 없었다.

동맹이라는 것은 그렇게 간단한 것 이 아니었다.

서로에 대한 신뢰가 전혀 없는데 무슨 믿음으로 동맹을 한단 말인가.

“애초에 신종 몬스터의 존재를 알 고 있다는 것도 의심이 가는군.”

제이슨은 가늘게 눈을 뜨며 말을 이었다.

그는 포르테처럼 과거 영식과 인연 이 있는 것도 아니었다.

오늘 처음 그를 만나서 대화를 나 누고 있는 것이다, 처음 만난 사람의 말을 아무런 의 심 없이 믿을 정도로 그는 멍청하지 도, 순진하지도 않았다.

영식이 무슨 증거를 가져온 것도 아니었다.

신종 몬스터가 실재한다고 말만 하 는 것은 그 누구라도 할 수 있는 일이었다.

“……알겠습니다. 폐하께서 신뢰가 가지 않으신다면 그것도 어쩔 수 없 죠.”

영식은 고개를 끄덕이고는 자리에 서 일어섰다.

“이것만은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그들은 강합니다. 주의해서 조사대 를 움직이셔야 합니다.”

“자네가 걱정하지 않아도 각 사령 관들이 잘 이끌어줄 걸세.”

제이슨은 살짝 퉁명스러운 목소리 로 말했다.

갑자기 나타난 청년이 제이슨이 자 신하고 있는 제국군을 무시하는 듯 한 말을 반복하는데 기분이 좋을 수 가 없었다.

“그럼 저는 이만 물러나겠습니다.”

영식은 깊게 허리를 숙인 후 몸을 돌려 집무실 밖으로 빠져나갔다.

포르테와도 가볍게 인사를 마친 영 식은 느긋한 걸음으로 황성 밖으로 걸어 나왔다.

-우우우웅.

그의 품 안에 있는 원거리 통신기 가 울렸다.

다소 투박하게 생긴 통신기를 꺼내 든 영식은 귓가에 통신기를 가져다 대었다.

[동맹 제의는 어떻게 되셨습니까?]

한성의 목소리가 통신기를 통해 흘 러나왔다.

“실패했습니다.”

[...]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한 영식의 말 에 한성은 굳게 입을 다물었다.

“뭐, 예상했던 일이니까요.”

이 정도로 제국과의 동맹을 성사시 킬 수 있을 것이라고는 처음부터 생 각하지 않았다.

아니, 지금 동맹이 성사돼서는 곤 란했다.

정말로 동맹을 원했다면 애초에 제 이슨의 심기를 대놓고 거스를 이유 가 없었다.

‘지금 만들어지는 동맹은 결국 제 국에게 끌려다니는 입장이 될 테니 까.’

국가 간의 동맹에서 완전한 동등한 관계란 존재하지 않는다.

하물며 동부 연합은 국가조차 아니 었다.

단순히 강력한 전사들이 모인 무력 집단에 불과했다.

박시아가 철저하게 관리하고 있다 고 하지만 오랜 세월을 걸쳐 완성된 국가의 체계적인 시스템을 따라갈 수는 없었다.

제국의 입장에서 보면 그저 힘센 용병 집단에 불과할 정도로 볼품없 어 보이는 것이 현재 동부 연합의 현실이었다.

이대로 동맹을 맺어봤자 제국 정규 군에 흡수되는 형태로 동부 연합이 들어가게 될 것이다.

그건 곤란했다.

제국에 끌려가서는 안 됐다. 최소 한 그들과 어깨를 견줄 만한 관계를 만들어야 했다.

무력을 제외한 모든 면에서 일방적

으로 제국에 밀리는 동부 연합의 입 장에서 그런 관계를 만들 방법은 두 가지였다.

하나는 정보의 우위.

제국이 모르는 것을 이쪽은 알고 있다는 점을 이용하는 것이다.

이러한 정보의 우위는 제국이 멋대 로 움직일 수 없는 족쇄가 되어 줄 것이다.

다른 하나는…….

‘빚을 만드는 거지.’

영식은 그렇게 생각하며 눈을 빛냈 다.

제국처럼 거대한 국가와 맺는 동맹 에서 일방적인 빚을 가지고 있다는 것은 상상 이상으로 큰 위력을 가진 다.

그 빚을 무시하기엔 제국의 체면이 걸려 있기 때문이었다.

[이제 어떻게 하실 생각이십니까?]

통신기를 통해 들려온 한성의 목소 리에 영식의 생각이 끊겼다.

영식은 통신기를 향해 시선을 옮기 며 나지막이 말했다.

“불신을 신뢰로 바꾸려면 증거를 보여줘야죠.”

불신을 신뢰로 바꾸는 방법.

그것은 신뢰할 수 있는 증거를 보 여주는 방법 외에는 없었다.

[진짜로 ‘그걸’ 하실 생각이십니 까……?]

통신기를 통해 걱정에 찬 한성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그럼요. 그거 만드느라 꽤나 고생 했다고요.”

영식은 씨익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하아.]

깊은 한숨 소리가 라무스의 거리에 깔렸다.

조사대는 빠른 속도로 만들어졌다.

정규군 중에 강력한 정예만 뽑아서 만들어진 조사대의 숫자는 총 일곱.

원주민, 소환자를 가리지 않고 가 장 강력한 정예만 모인 1군에서는 4개의 조사대가 만들어졌고 상대적 으로 약한 전력을 가지고 있는 2군 에서는 2개의 조사대가 만들어졌다.

원주민들로만 이루어진 3군의 경우 숫자는 많지만 평균적인 레벨이 타 정규군에 비해서 많이 떨어지기 때 문에 고작 1개의 조사대만을 조직할 수 있었다.

그렇게 해서 만들어진 7개의 조사 대는 북방 경계선 너머로 진입했다.

북방 경계선 너머로 진입한 조사대 는 각자 찢어져 신종 몬스터에 대한 단서를 찾기 시작했다.

[오늘 발견한 단서는 있었나?]

[이쪽에는 하나도 없었습니다. 내 일은 조금 더 안쪽으로 들어가 볼 생각입니다.]

늦은 저녁.

3군의 조사대가 자리한 막사 안에

서는 통신용 수정 구슬을 통한 정기 회의가 열리고 있었다.

눈부신 은발을 가진 여인, 포르테 는 알렉에게 오늘 경과를 보고했다.

“저희 쪽도 일반 몬스터 이외에 따 로 발견된 몬스터는 없었습니다.”

[일주일째 주변을 뒤지고 있는데도 어떤 단서도 나오지 않는군.]

수정 구슬을 통해 마음에 들지 않 는다는 듯한 알렉의 목소리가 흘러 나왔다.

[이 정도면 그냥 헛소문이었다고 생각해도 되지 않습니까?]

백강현 또한 깊은 한숨이 섞인 목

소리로 말했다.

[끄웅. 나도 그렇게 생각하네 만…… 최악의 경우를 대비해서 조 금 더 조사해 보도록 하지. 이쪽도 내일은 조금 더 안쪽으로 진입해 보 겠다.]

[설마 이러다가 중앙 지역까지 조 사해야 하는 건 아니겠죠?]

백강현은 딱딱하게 굳은 목소리로 물었다.

숲이 끝나고 나타나는 황무지.

과거 잉그리움 제국과 창조주들의 전쟁이 일어났던 자리는 지금 조사 대의 전력으로 움직이기엔 위험한 곳이었다.

그곳을 탐사하려면 적어도 2개 이 상의 조사대가 함께 다녀야 했다.

[만약 그럴 일이 있다면 조사대를 합쳐서 진입하도록 흐}지. 지금 당장 은 중앙 지역까지는 가지 말게.]

[예. 알겠습니다.]

“알겠습니다, 스승님.”

[……공적인 자리에서는 스승님이 라 부르지 말거라.]

“아?…. 죄송합니다, 알렉 사령관님.”

[그럼 내일 다시 정기회의 시간에 연락하도록 하지.]

알렉은 그렇게 말하며 통신을 끊었다.

“후우……

회의가 끝난 후, 포르테는 깊은 한 숨을 내쉬었다.

조사에 착수하고 일주일 동안 쌓였 던 피로가 그녀의 어깨를 짓눌렀다.

- 달칵.

문이 열리며 붉은색 단발을 가진 여인이 들어왔다.

그녀의 부관인 레일라 잔네렛이었다.

“회의는 끝나셨습니까?”

막사 안으로 들어온 레일라가 쟁반 위에 있는 차를 건네며 물었다.

“고맙다.”

“알력 사령관님은 언제까지 조사를 계획하고 계신대요?”

“아직 정하시지 않았다고 하더군. 중앙 지역까지 조사를 하실 생각도 있으신 것 같다.”

“중앙 지역……

레일라는 중앙 지역이라는 말에 표 정을 굳혔다.

중앙 지역은 지금 3군이 조사하고 있는 초입과는 차원이 다른 위험이 존재하는 곳이었다.

“다른 조사대와 협력해서 조사를

한다고 하니 그렇게 걱정하지 마라.”

“하아. 그나마 다행이네요.”

“그래도 되도록 중앙 지역에 진입 하기 전에 단서를 찾는 게 좋겠지.”

“근데 그렇게 이상하게 생긴 몬스 터들이 진짜 있는 걸까요?”

“그건 나도 모르겠다.”

포르테는 무거운 표정으로 고개를 저었다.

“하지만 국민들이 두려워하니 그 진위를 밝히고는 싶군.”

“끄응. 제 생각에는 그냥 헛소문인 것 같은데……

레일라는 그렇게 말하며 깊은 한숨 을 내쉬었다.

그때 였다.

-땡땡땡땡!

“습격! 습격입니다!”

다급한 목소리와 함께 시끄러운 방 울 소리가 주변을 울렸다.

포르테는 다급한 표정으로 검을 움 켜쥐고는 막사 밖으로 향했다.

“저건..

그들을 습격한 존재.

그것은 기계와 몬스터가 반쯤 섞여 있는 기괴한 형태를 가진 몬스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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