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벨업 머신 161화
선동과 날조로 승부한다(2)
2주라는 시간이 흘렀다.
그사이 살바토르 길드는 길드 하우 스를 이전했다.
거의 1년이 넘도록 신세를 져오던 레비아탄 길드의 별관에서 드디어 벗어나 자신들만의 길드 하우스를 가지게 된 것이다.
살바토르 길드의 길드 하우스는 고 작 열 몇 명의 길드원이 생활할 곳 이라고는 생각할 수 없을 정도로 어 마어마한 크기를 가지고 있었다.
딱히 사치를 부린 것은 아니었다.
다만 안드로이드 군단과 각종 금속 재료 및 기계들을 보관해 둘 장소를 마련하다 보니 그 크기가 엄청나게 넓어진 것뿐이었다.
연무장부터 시작해서 영식의 개인 연구실까지 완비된 길드 하우스는 레비아탄 길드의 길드 하우스 못지 않은 위세를 가지고 있었다.
"드디어 우리만의 길드 하우스가!’’
유나는 두 팔을 활짝 벌린 채 밝 은 목소리로 소리쳤다.
그토록 염원하던 진짜 길드 하우스 가 생긴 것이다.
기뻐하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
“후훗. 남는 방은 여러 개 있으니 까 유나가 원하는 방을 사용해.”
“알았어, 티리아 언니!”
“앗! 내가 먼저야, 유나 언니!”
유나와 채린은 마친 어린아이처럼 들뜬 표정으로 4층짜리 길드 하우스 를 뛰어다녔다.
티리아는 그런 그들의 모습을 바라
보며 따스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
- 똑똑.
그때, 문밖에서 노크 소리가 들려 왔다.
근처에 있던 길수가 문을 열었다.
“새 길드 하우스 이전, 축하드립니다.”
살바토르 길드를 찾은 것은 박시아 와 강하린, 천태황이었다. 박시아는 고급스러운 과일이 한가득 들어 있 는 바구니를 내밀었다.
“아, 감사합니다, 박시아 씨.”
티리아 정중히 허리를 숙이며 그들 을 반겼다.
“아니에요. 앞으로 함께할 동맹인 데 이 정도는 당연하죠.”
박시아는 희미한 미소를 입가에 머 금은 채 말했다.
현재 살바토르 길드는 레비아탄 길 드마스터가 직접 나서서 관계를 굳 건히 할 가치가 충분한 길드였다.
“동부 연합을 키우느라 지난번 원 정에 대해 얘기도 듣지 못해서요. 원정 때의 얘기도 들어볼 겸 축하를 하기 위해 찾아왔습니다.”
“그러셨군요. 그럼 잠시만 기다려 주세요. 식사를 준비할게요.”
“응? 살바토르 길드마스터가 직접
요리하시는 건가요?”
보통 대형 길드에서는 요리사 클래 스를 가진 소환자나 뛰어난 실력의 원주민을 고용해서 식사를 해결했 다.
인원이 적다고는 하나 여느 대형 길드 못지않은 세력을 가지고 있는 살바토르 길드에서 길드원도 아닌 길드마스터가 직접 음식을 준비할 것이라고는 예상하지 못했다.
“후훗. 요리하는 걸 좋아하거든요.”
티리아는 방긋 미소를 지으며 주방 으로 들어갔다.
박시아는 콧노래를 홍얼거리며 주방
으로 향하는 티리아의 뒷모습을 바라 보며 영식 쪽으로 시선을 옮겼다.
“……영식 씨도 저런 연인을 두셔 서 복 받으셨군요.”
“예?”
“응? 두 분이서 연인 사이 아니셨 습니까?”
“아?
“호홋. 그건 흘려들을 수 없는 중 대한 착각이시네요. 주인님은 저런 젖소가 아니라 저와 뜨거운 밤을 함 께한 사이라고요!”
루시아는 영식의 팔을 소중한 보물 을 끌어안듯 끌어안으며 자랑스럽다 는 목소리로 소리쳤다.
“하앙, 그때 사슬에 묶인 채 저를 올려다보시던 주인님의 눈빛이 얼마 나 사랑스러웠는지…… 여러분들은 상상도 하지 못하실 거예요.”
루시아는 뺨에 손을 올린 채 꺄악, 하고 비명을 질렀다.
“사슬?”
루시아의 외침에 길드 하우스 내에 정적이 흘렀다.
주변의 시선이 영식에게 모였다.
“루, 시아. 너 또 그런 헛소리
를……
아라가 이글거리는 눈빛으로 그녀 를 쏘아보았다. 루시아는 여유로운 표정으로 야릇한 미소를 입가에 띠 웠다.
“헛소리라뇨? 전 거짓말이라고는 조금도 하지 않았는데요?”
“네가 억지로 사슬로 묶어둔 다음 에 영식이를 덮친 거잖아! 마치 영 식이가 마조히스트인 것처럼 말하지 말라고!”
“어머, 주인님의 성적인 취향을 신 경 쓰시는 건가요? 역시 아라 씨는 주인님에 대한 사랑이 부족한 것 같 네요. 저는 주인님이 어느 쪽이라 도……
루시아는 무엇을 상상했는지 헤벌 쭉 미소를 지으며 몸을 떨었다.
“나, 나도 어느 쪽이든 상관없거 든!”
이전에 머릿속에 떠올랐던 발칙한 (?) 장면이 생각났는지 아라는 뺨을 붉히며 소리쳤다.
점점 더 소란스러워지고 있는 분위 기에 영식은 머리가 아프다는 듯 이 마에 손을 올렸다.
“둘 다 거기까지 해.”
≪ O ”
"X.?
“죄송합니다, 주인님……
약간의 분노가 섞인 그의 목소리에 아라와 루시아는 움찔 몸을 떨며 고 개를 푹 숙였다.
영식은 박시아를 향해 고개를 돌리 며 말했다.
“그보다 식사가 끝나면 간단하게라 도 회의를 하죠. 전달해 드릴 정보 가 꽤나 많습니다.”
“아……. 예. 알겠습니다.”
박시아는 예상치 못한 영식의 비밀 (?)에 당황스런 표정을 지으며 고갤 끄덕였다.
어색한 분위기 속에 식사가 끝난 후, 살바토르 길드 회의실에 박시아 일행과 한성, 티리아, 영식이 모였 다.
“영식 씨의 이야기는 좀 길어질 것 같으니 저희 쪽부터 얘기드릴게요.”
박시아는 지난 한 달 사이의 경과 를 얘기해 주었다.
“우선 6강 길드 중 네 곳은 동부 연합에 가담하기로 결정되었습니다. 앞으로 남은 곳은 두 곳뿐이죠. 다 른 길드도 하나둘씩 연합에 참가하 고 있는 상황입니다.”
“생각보다 빠르게 진행되고 있군
요.”
“다소…… 강압적인 방법도 동원했 으니까요.”
그녀는 그렇게 말하며 강하린 쪽을 슬쩍 바라보았다.
강하린은 천태황의 어깨를 끌어안 으며 히죽 미소를 지었다.
“우리 둘이 고생 좀 했지.”
“……연합 내 불화가 일어나지 않 았으면 좋겠군요.”
“그 점은 최대한 관리하면서 세력 을 키우고 있으니 걱정하지 않으셔 도 괜찮으실 겁니다.”
박시아는 자신 있는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영식은 고개를 끄덕였다.
어떤 방법을 통해 불화를 다스리고 있는지는 알 수 없었지만 박시아가 저렇게 말한다면 그만한 방법을 취 하고 있을 것이다.
“지금 연합은…… 대충 40프로 정 도 완성되었다고 생각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 최종적으로는 모든 세력 이 연합에 가담하게 만드는 것이 목 표지만…… 아마 그건 무리겠죠.”
“그 정도까지는 바라지도 않습니 다.”
현실적으로 모든 세력을 연합에 가 담시키는 것은 불가능했다.
지금은 가능한 연합을 키운 후 그 들을 정규군으로 만들어 양보다 질 을 높이는 것이 더 효율적이었다.
“그래서 이번에 원정에서 얻은 정 보는 어떤 것들이죠? 신종 몬스터의 정체를 알아내신 겁니까?”
“예. 어느 정도는요. 원정 자체는 그리 길지 않았지만 그사이 꽤나 많 은 일이 있었습니다.”
영식은 그렇게 말하며 이번 원정에 서 있었던 일들을 하나씩 풀어갔다.
기계 몬스터의 부품을 해석하며 얻
은 정보, 이브와의 만남, 공장을 찾 고 무력화시켰던 것.
그리고
멀리서나마 카르가스를 봤던 것.
이야기를 들은 박시아의 표정이 딱 딱하게 굳었다.
평소에는 활발하기 그지없던 강하 린의 표정 또한 지금 영식이 말한 얘기를 듣고는 완전히 굳어버렸다.
“공장에 기계용이라니…… 창조주 들의 능력은 대체…… 박시아는 표정을 일그러트린 채 이
마에 손을 올렸다.
언젠가는 최종적으로 쓰러트려야 할 궁극의 적.
이 모든 일의 원흉인 괴물의 창조 주
그들의 한계를 알 수 없는 힘이 그녀를 좌절시켰다.
‘그냥 몬스터들을 상대하는 것만으 로도 벅찬데…… 잊혀진 자들의 무덤에서 괴물들의 창조주의 숫자가 하나가 아니란 것 을 알았을 때부터 계속해서 난관만 늘어나는 기분이었다.
그녀는 과연 성공적으로 동부 연합
이 완성된다고 하더라도 북방 정벌 을 할 수 있을지 자신이 생기지 않 았다.
“그래서 그 몬스터들이 지금 살바 토르 길드에 있다고?”
“그래. 일단 이곳에서 보호하고 있 어. 창조주들에 대항할 수 있는 중 요한 단서가 될 수도 있으니까.”
“하아……. 몬스터가 지성을 가지 고 인간에게 협력하다니…… 강하린 또한 복잡하다는 표정으로 말끝을 흐렸다.
이제까지 인간에게 우호적이었던 몬스터에 대한 얘기 따위는 한 번도 들어보지 못했다.
“이브에 대한 일은 오히려 좋은 소 식일 수도 있습니다. 창조주들이 만 들어낸 제어 시스템에 저항할 수 있 는 방법이 있다는 얘기일 테니까 요.”
“……확실히 그 저항할 수 있었던 원인을 알아낼 수만 있다면 큰 힘이 되겠네요.”
박시아는 고개를 끄덕이며 그의 말 에 동의했다.
창조주들의 제어에서 몬스터들을 벗어나게 만들 수만 있다면 그들의 세력은 벌거벗은 것이나 다름없는 것이 된다.
아무리 그들 하나하나가 괴물처럼 강하다고 하더라도 결국 소수에 불 과한 전력.
절대로 이기지 못할 상대는 아니었 다.
“영식 씨는 앞으로 어떻게 하실 생 각이십니까? 신종 몬스터를 만들어 내는 공장이 다시 가동하기 전에 어 떻게든 결판을 내야…… 저항의 원인을 찾는 것도 중요하지 만 그만큼 그들의 계획이 완성되기 전에 선공을 취하는 것도 중요했다.
공장이 하나라는 법도 없었고 시간
이 지나서 신종 몬스터들의 숫자가 많아지면 많아질수록 절망적인 상황 이 되는 것은 이쪽이었다.
“생각해 둔 방법은 있습니다.”
영식은 차분한 목소리로 한성에게 알려주었던 자신의 생각을 입에 담 았다.
그의 말이 이어질수록 박시아의 눈 빛에 어처구니없다는 감정이 실렸 다.
“……정말로 그런 방법으로 남부의 협력을 얻어내시겠다는 건가요?”
“남부의 협력을 이끌어내는 것에는 이게 최선이라고 생각합니다.”
“아니…… 그건 그렇지만……
박시아는 허탈한 표정으로 말을 이 었다.
“걸리면 모든 계획이 수포로 돌아 가는 위험한 도박입니다.”
“그 말은 안 걸리면 문제없다는 말 이죠.”
?
그녀는 머리가 아프다는 듯이 이마 를 쓰다듬으며 티리아와 한성 쪽을 바라보았다.
저런 사기나 다름없는 계획을 정말 추진할 거냐고 책망하는 듯한 눈빛 이었다.
“……뭐, 영식 씨가 이런 적이 한 두 번도 아니었고.”
한성은 깊은 한숨을 내쉬며 포기했 다는 듯이 말했다.
골드런 길드 때도 그랬지만 영식은 조금만 실수하면 모든 것이 망가지 는 위험한 도박에 망설임 없이 뛰어 들었다.
공중에 놓인 다리를 전력 질주로 달려가는 듯한 과감함.
그것은 영식과 함께 지내면서 수도 없이 봐왔던 모습이었다.
“하지만 그럴 때마다 항상 좋은 결
과가 있었어요. 전 영식 씨를 믿겠 습니다.”
티리아는 단호한 목소리로 그렇게 말하며 옆자리에 앉은 영식의 손에 자신의 손을 살짝 겹쳤다.
“이 계획을 위해서라도 레비아탄 길드의 협력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도와주셨으면 합니다.”
영식은 차분한 목소리로 말했다.
“거의 사기나 다름없는 그 계획에 협력하라고?”
강하린은 살짝 그를 쏘아보며 물었다.
“아니면 지금 상황에서 이보다 높 은 가능성으로 남부와 동맹을 맺을 수 있는 계획이 있어?”
“그건?
“가만히 있어, 하린아.”
박시아는 강하린의 어깨를 살짝 뒤 로 밀어내며 입을 열었다.
“알겠습니다. 그 사기극에…… 동 참하도록 하겠습니다.”
[크아아아아아!!!]
흉포한 포효가 주변을 울렸다.
양손에 금속으로 이루어진 팔을 가 지고 있는 오우거가 광기 어린 표정 으로 주먹을 휘둘렀다.
살바토르 길드로 거처를 옮긴 기계 몬스터, 이브였다.
“꺄아아아아악!!”
어깨까지 오는 검은 단발을 지닌 소녀가 애처로운 비명을 내질렀다.
그런 그녀를 지키듯 한 중년의 사 내가 등을 보이며 몸을 웅크렸다.
당장에라도 둘을 곤죽으로 만들어 버릴 것 같은 금속 주먹이 그들에게 닿기 직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