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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업 머신-155화 (155/284)

레벨업 머신 155화

이브(1)

-띠링.

[생체 융합 장치에 구조파악을 시 도합니다.]

[생체 융합 장치의 등급이 너무 낮 아 구조파악의 숙련도가 오르지 않 습니다.]

[해당 장치 안에 있는 단편적인 메 모리를 구현합니다.]

그 말과 함께 영식의 시야가 어둡 게 물들었다.

-철컥. 철컥.

“빨리빨리 걸어, 이것들아!”

날카로운 목소리가 귓가에 흘러 들 어왔다.

어딘가 신경질적인 목소리.

시야는 차단당했는지 아무것도 보 이지 않았다.

오우거는 알 수 없는 구속 장치에 묶인 채 발걸음을 옮기고 있었다.

-콰직!

“제길! 레노스 이 개자식! 내가 왜 이런 일까지 해야 하는 건데!”

무언가를 박살 내는 소리와 함께 신경질적인 하이 톤의 목소리가 다 시 울려 퍼졌다.

“늑장 부리지 말고 빨리 들어가, 이 자식아.”

-첨벙.

질척한, 점성이 있는 듯 끈적끈적 한 액체에 몸이 빠졌다.

주변의 소리조차 차단됐다.

숨이 모자라 몸을 꿈틀거렸다. 알 수 없는 금속 장치의 소리가 사방에 서 흘러 들어왔다.

그리고…….

“크으으윽!”

“여, 영식 씨?!”

“ 영식아!”

“주인님!”

무시무시한 고통이 영식의 전신을 덮쳤다.

영식은 양어깨를 부여잡으며 몸을 숙였다.

티리아, 아라, 루시아. 그 외 길드 원들의 다급한 외침이 그의 귓가에 흘러 들어왔다.

하지만 그 목소리에 답해줄 수 있 는 상황이 아니었다.

끔찍한 고통에 뇌가 하얗게 변해 버릴 것 같았다.

양팔이 강제로 뽑히고 그 안에 무 언가를 강제로 쑤셔 박는 듯한 고 통.

영식은 입술을 깨문 채 필사적으로 그 고통에 견뎠다.

‘오우거가 실험을 당하면서 느낀 고통이었구나.’

영식은 덜덜 몸을 떨며 눈살을 찌 푸렸다. 끔찍한 고통 속에서도 빠르 게 머리가 돌아갔다.

‘말을 들어보니 레노스라는 놈은 아니야.’

남성이라기엔 상당히 하이 톤이었 던 목소리를 머릿속에 떠올렸다.

영식은 그 목소리를 어딘가에서 들 은 적 있다고 생각했다.

‘레크라스의 블랙큐브를 해석했을 때.’

그때는 지지직거리는 잡음으로 인 해 정확히 남자의 목소리인지 여자 의 목소리인지 구별되지 않았지만 지금은 조금 더 선명하게 떠올랐다.

‘분명 그때랑 같은 말투에 목소리 였어.’

카르가스의 위치를 물어보던 붉은 형상의 존재.

지금 오우거의 기억을 통해 들린 목소리는 그때 들었던 그 목소리가 확실했다.

‘역시 뭔가를 꾸미고 있었어.’

카르가스를 찾던 것도 그렇고 기계 몬스터를 만들어내는 실험을 하는 것도 그렇고, 뭔가를 계획하고 있다 고밖에 생각할 수 없었다.

“영식아, 괜찮아?”

아라가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그의 어깨에 손을 올렸다.

“아아. 괜찮아.”

영식은 비틀거리며 자리에서 일어 섰다. 길드원들은 걱정스러운 표정 으로 그를 바라보고 있었다.

“무슨 일이신가요?”

“기계를 해석하면서 몬스터들이 느

꼈던 고통까지 같이 흘러 들어와서 그래.”

“그 말씀은……

“맞아. 이 몬스터들은 인위적으로 만들어진 거야. 누군가의 실험에 의 해서.”

영식은 몬스터들의 시체를 내려다 보며 말했다.

길드원들의 표정이 딱딱하게 굳었 다.

자연 상태에서 만들어진 몬스터라 고는 생각하지 않았지만 이렇게 확 답을 들으니 복잡한 기분이었다.

“누군가라면……

“아마 괴물의 창조주들이겠지.”

영식은 씁쓸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 다.

그는 자리에 일어나서 다른 기계로 향했다. 그런 그를 루시아가 막아섰 다.

“설마 다시 그 구조파악이라는 마 법을 사용하려고 하시나요?”

“그래.”

“그걸 사용하면 주인님께서 또

그녀는 양어깨를 부여잡은 채 비명 을 내지르던 영식을 떠올리며 표정 을 굳혔다.

그가 고통을 호소하고 있는 모습을 떠올리자 가슴이 까맣게 타들어갈 것 같았다.

“괜찮아. 어차피 고통일 뿐이니까.”

딱히 몸에 이상이 있는 것도, 신체 기능이 저하되는 것도 아니었다.

그저 고통만 견뎌내면 창조주들에 대한 단서를 찾을 수도 있었다.

그의 말에 루시아는 창백한 표정을 지었다.

“하, 하지만!”

그저 고통일 뿐이라니.

고통은 인간에게 있어서 죽음 이상 가는 두려움의 대상이었다.

고문을 받던 사람이 차라리 그냥 죽여달라고 애원하는 경우가 얼마나 혼하던가.

“괜찮아.”

영식은 단호한 목소리로 말하며 다 음 몬스터로 발걸음을 옮겼다.

?띠링.

[생체 융합 장치의 파손 정도가 너 무 심하여 구조파악이 불가합니다.]

‘쯧.’

영식은 아쉽다는 표정으로 혀를 찼 다.

미리 알았다면 기계 부분을 피해서 공격했을 텐데, 라는 아쉬움이 머릿 속을 스쳐 지나갔다.

‘아니, 미리 알았다고 해도 무리인가.’

격렬한 전투 중에서 기계 부분을 멀쩡히 남겨두는 것을 신경 쓰며 기 계 몬스터와 싸우는 것은 불가능할 것이다.

그들은 그만큼 호락호락하게 상대할 수 있는 몬스터들이 아니었으니까.

영식은 기계 부분이 최대한 멀쩡한 형태로 남아 있는 몬스터들에게 다 가가 하나씩 구조파악을 이어나갔 다.

“크으으으으!”

구조파악을 한 번 할 때마다 이어 지는 끔찍한 고통의 연속.

영식은 그 고통을 견뎌가며 구조파 악을 이어갔다.

‘그때에 비하면 충분히 견딜 만해.’

강제 해방이 끝나고 난 이후 이어 지는 오버로드의 고통.

그에 비하면 이 정도 고통쯤은 가

소롭게까지 느껴졌다.

고통을 참아가며 구조파악을 한 것 에 비해서 얻은 정보는 거의 없다고 봐도 무방했다.

대부분의 기억이 그냥 끈적끈적한 액체 속에 담겨 바로 신체 개조를 당하는 것이었기 때문이었다.

처음 오우거의 팔에 구조파악을 했 을 때처럼 다른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리는 경우는 거의 없었다.

있다고 해도 똑같이 신경질적인 목 소리로 불평을 내뱉는 것밖에 없었 다.

u 영 식 씨...99

티리아는 한 번 구조파악을 할 때 마다 얼굴을 일그러트린 채 몸을 떠 는 영식을 보며 입술을 깨물었다.

눈물이 쏟아질 것 같은 기분이었 다.

그를 도와줄 수 없다는 사실에 가 슴이 짓뭉개지는 것 같았다.

마음 같아서는 그가 느끼는 고통을 공유하고, 그를 위로해 주고 싶었다.

티리아는 초조한 표정으로 영식을 지켜보았다.

“하아. 하아.”

영식의 입에서 거친 숨이 흘러나왔

다.

딱히 육체적으로 피로를 느끼는 것 은 아니었지만 그 이상으로 정신적 인 피로가 엄청났다.

‘그만둘까.’

어차피 첫 번째를 제외하고는 별다 른 단서도 없었다.

지금은 그저 고통만 느낄 뿐인, 자 학이나 다름없는 행동을 반복하고 있는 것이다.

“제길?

깊은 한숨을 몰아 내쉰 영식은 마 음을 다잡고 만티코어의 얼굴에 손 을 올렸다.

플라즈마 블라스트 발사기에 손을 올린 영식은 구조파악을 사용했다.

익숙한 방울 소리와 함께 하이 톤 의 목소리가 홀러 들어왔다.

“여기도 이제 자동화가 끝났고. 이 제 슬슬 다른 곳으로 이동해야겠 네.”

이번에는 전과 달리 시야도 보였 다.

칙칙한 벽에 막혀 많은 것이 보이 지는 않았지만 흐릿한 형체가 몸을 살짝살짝 움직이는 것은 분명하게 보였다.

아마 저 흐릿한 존재가 목소리의

주인이라.

-철컹. 철컹.

만티코어는 공중에서 내려온 거대 한 집게에 몸이 잡혀 질질 끌려가고 있었다.

오우거 때 그녀가 직접 끌고 가서 정체불명의 액체 속에 집어넣는 것 과는 다른 모습.

영식은 이것이 그녀가 말한 ‘자동 화’라고 생각했다.

공중에서 내려온 집게가 알아서 몸 을 끌고 가서 액체 속에 밀어 넣는 것이 느껴졌다.

시야가 더욱 흐릿해졌다.

“근데 그분께서는 왜 굳이 이런 걸 만들라고 하신 거지…… 그녀는 이해할 수 없다는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그녀의 시선은 만티코어를 향하고 있는 것이 아니었다.

만티코어가 들어 있는 통보다 조금 크기가 작은 통을 향해 있었다.

끈적한 액체에 막혀 그 통 안에 무엇이 들어 있는지는 보이지 않았 다.

“쯧. 그런 배반자 새끼를 이해하려 하실 필요는 없는데.”

그 말을 끝으로 영상이 끊어졌다. 그와 함께 끔찍한 고통이 영식을 덮쳤다.

영식은 고통에 신경 쓸 여유조차 없었다. 그는 표정을 일그러트리며 방금 전에 들었던 그녀의 목소리를 떠올렸다.

‘대체 무슨 말이지?’

그녀가 말한 ‘그분’이 누구인지 알 수 없었다.

그분이 만들라고 지시했다는 것이 뭔지도 알 수 없었다.

창조주들 사이에 배반자가 있다는 것 또한 이번에 처음 안 사실이었 다.

“제길.”

영식의 입에서 거친 욕설이 흘러나 왔다.

어떻게 정보를 얻으면 얻을수록 의 문만 많아지고 있었다.

‘알 수 있는 것은 창조들 간에 서 열 관계가 있다는 것. 그리고 배반 자가 존재한다는 것.’

나쁘지 않은 정보였다.

정보의 질로 따지면 그 어디서도

구할 수 없는 값진 정보일 것이다.

고문에 가까운 고통을 참은 보람이 있는 것이다.

“주인님……

고민에 잠긴 영식에게 다가온 루시 아가 그를 걱정스러운 목소리로 불 렀다.

그가 고민에 잠긴 것이 아니라 고 통을 견디다가 지쳤다고 생각한 모 양이었다.

영식은 몸을 일으켜 길드원들에게 입을 열었다.

“몇 가지 정보를 얻은 것이 있습니 다.”

영식은 이번에 얻은 정보들을 길드 원들에게 알려주었다.

“허……. 괴물의 창조주들 사이에 배신자가 있었다니.”

길드원들은 믿을 수 없는 그 정보 에 짧은 탄성을 흘렸다.

한성은 안경을 쓸어 올리며 입을 열었다.

“만약 그 배반자를 찾을 수 있다 면…… 엄청난 도움이 되겠군요.”

“배반자가 누구인지 전혀 알 수는 없지만요.”

영식은 짧은 한숨을 내쉬며 고개를

저었다.

“이 정도면 다 살펴본 것 같네요. 일단 이동하죠.”

조사할 수 있는 기계는 모두 조사 를 마쳤다. 이제는 이동할 때였다.

‘또 다른 기계 몬스터 무리를 찾으 면 정보를 얻을 수 있을지도 모르니 까.’

구조파악을 할 때마다 느끼는 고통 은 끔찍하기 짝이 없었지만 충분히 그 가치가 있는 정보가 나왔다.

만약 그 ‘배반자’에 대한 정보를 얻을 수 있다면 한성의 말대로 큰 힘이 되어줄 것이다.

적의 적은 친구라는 말도 있었으니 까.

다시 이동을 시작한 살바토르 길드 는 우선 오리하르콘 광산으로 향했 다.

광산을 향하는 도중에 일반 몬스터 는 몇 번 등장했지만 기계 몬스터는 더 이상 나타나지 않았다.

기계 몬스터들이 나타나지 않은 덕 분에 살바토르 길드는 얼마 걸리지 않아서 오리하르콘 광산에 도착할 수 있었다.

“여기가 오리하르콘 광산……

생각보다 작은 크기의 광산이었다.

‘하긴, 오리하르콘 광산이라고 해 도 양이 얼마 많지는 않을 테니까.’

영식은 그렇게 생각하며 발걸음을 옮겼다.

“주인님, 여기 좀 보세요.”

그때 루시아의 목소리가 그의 귓가 에 들려왔다.

영식은 그녀가 말한 곳으로 고개를 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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