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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업 머신-154화 (154/284)

레벨업 머신 154화

치트키를 쓴 원정(2)

원정은 무척이나 순조로웠다.

아니, 보통 순조로운 정도가 아니 었다.

수십 마리의 몬스터도, S급 보스몬 스터도, 루시아의 어처구니없는 힘 앞에 순식간에 쓸려 나갔다.

다른 길드원들이 너무 할 일이 없 어서 영식이 나서서 그녀를 말려야 할 정도였다.

잡몹이라면 그렇다 치겠지만 S급 보스몬스터를 잡는 것은 지금 길드 원들의 성장을 위해서라도 필요한 일이었으니까.

경로상에 있는 잡몹들을 루시아와 안드로이드 군단이 눈 깜짝할 사이 에 처치해 줬기 때문에 살바토르 길 드는 빠른 속도로 중앙 지역에 도착 할 수 있었다.

‘이거 뭐 치트키를 쓰고 원정을 하 는 것도 아니고…… 영식은 고작 며칠 만에 도착한 중 앙 지역을 바라보며 어처구니없다는 표정으로 루시아를 바라보았다.

지금 그녀는 잡몹 처리의 권한을 두고 락테온과 티격태격하는 중이었 다.

루시아의 힘은 기대했던 대로, 아 니, 기대했던 것 이상으로 대단했다.

긴장과 피로의 연속이어야 할 원정 이 무슨 산책이라도 나온 것처럼 바 뀔 정도로.

이전 안드로이드 군단을 대동한 원 정에서도 별다른 어려움 없이 중앙 지역에 도착할 수 있었지만 그때와 는 또 상황이 달랐다.

적어도 그때는 S급 보스몬스터가 나오면 길드원들이 모여 치열하게 사냥했어야 하니까.

하지만 지금은 루시아를 말리지 않 으면 혼자 달려 나가서 1분도 되지 않는 시간에 S급 보스몬스터도 간단 하게 죽여버리니 긴장감이라는 것 이 들 새가 없었다.

말 그대로 치트키라는 표현이 가장 어울리는 상황이었다.

“벌써 중앙 지역에 도착했네요.”

“예,”

딱딱하게 굳은 한성의 말에 영식은

고개를 끄덕였다.

숲을 빠져나오니 넓은 황무지가 눈 에 들어왔다.

‘전처럼 기억이 떠오르거나 하지는 않네.’

영식은 자신의 몸을 내려다보며 이 상이 없는지를 체크했다.

처음 황무지를 봤을 때와는 달리 몸에는 아무런 변화가 없었다.

머리가 뜨거워지거나 무언가 기억 이 되살아날 기세도 보이지 않았다.

“황현 할아버지, 전처럼 땅에 뭔가 있는 느낌은 있으십니까?”

“음. 이곳에서는 별다른 기운이 느 껴지지 않는군.”

영식은 고개를 끄덕이며 스캔으로 땅을 살폈다.

황현의 감은 정확했다. 스캔으로 살핀 땅 안에는 몬스터로 보이는 존 재는 없었다.

“가시다가 땅에 뭔가 있는 느낌이 드시면 바로 알려주세요.”

“알았다.”

스캔을 통해 땅을 살피며 갈 수도 있었지만 전처럼 몬스터와 눈을 마 주쳤을 때 공격을 당할 위험이 있었 다.

하지만 황현의 감을 통해 몬스터를 감지한다면 공격을 당하지 않고 그 들을 감지해 낼 수 있었다.

황현은 선두에 서서 조심스럽게 발 걸음을 옮겼다.

첫 번째 목적지는 전에 가려고 했 다가 실패했던 오리하르콘 광산이었 다.

“잠깐 멈추게.”

한참을 걸어가던 도중 황현이 손을 들어 올렸다.

길드원들의 시선이 그에게 모였다.

“땅 안에 뭔가가 있는 기분이 드

네. 전처럼 숫자도 많아.”

“……알겠습니다.”

영식은 고개를 끄덕이며 티리아 쪽 을 바라보았다.

그녀는 고개를 끄덕이며 입을 열었 다.

“모두 전투 진형을 짜주세요. 이번 에는 퇴각하지 않고 신종 몬스터들 과 싸우겠습니다. 마지막 1?2마리 는 가능하면 생포할 생각이니 그 점 생각하시고 전투에 임해주세요.”

그녀의 말에 길드원들의 표정에 긴 장감이 번졌다.

이번 원정에 온 가장 큰 목적.

고작 두 달 전, 자칫하면 길드에 큰 피해를 줄 수도 있었던 신종 몬 스터들과의 싸움이 다시 일어나려고 하는 것이다.

“영식 씨.”

“알았어.”

영식은 고개를 끄덕이며 스캔을 사 용해 땅을 살폈다.

수백에 달하는 숫자의 괴물들이 땅 속에서 고개를 들어 올리는 것이 느 껴 졌다.

‘ 역시.’

땅속에 있는 기계 몬스터들은 그가

먼저 감지를 하고 나서야 움직임을 보였다.

-쿠구구구구궁!

지진이 난 듯 땅이 흔들렸다.

“크르르르르!”

“키에에에엑!”

바닥을 뚫고 모래가 솟구치며 몬스 터들이 그 모습을 드러냈다.

기계와 몬스터가 반쯤 섞여 있는 듯환 외형을 지닌 신종 몬스터들이 었다.

“전투 준비!”

티리아는 긴장된 표정으로 소리쳤

다.

방패를 든 길수가 철벽 방패 스킬 을 사용한 채 앞으로 걸어 나갔다.

기계 몬스터들이 땅을 울리며 그들 에게 달려들었다.

-쿠웅! 쾅!

-투두두두두두!

“크윽!”

방패 위로 쏟아지는 무수한 미사일 과 총탄들.

길수는 방패 너머로 전해지는 충격 에 고통스러운 침음을 삼켰다.

랭커의 힘을 가졌음에도 견디기 어

려울 정도의 화력이었다.

“역시 징글징글하게 많아……

빠른 속도로 달려드는 기계 몬스터 들을 바라보며 유나는 딱딱하게 표 정을 굳혔다.

한 마리 한 마리가 일반 몬스터와 는 비교도 되지 않게 강력한데 한 번에 나타나는 숫자까지 더 많았다.

양적인 면에서도, 질적인 면에서도 일반 몬스터와는 차원이 다른 괴물 들이었다.

- 화르르륵.

‘그래도 이번에는 할 만해.’

유나는 쌍식에 마력을 집중하며 날 카롭게 눈을 빛냈다.

전에 비해서 길드원들이 모두 성장 했고, 영식도 쓰러져 있지 않았다.

그리고 무엇보다 사기적이라는 표 현이 어울리는 루시아가 있었다.

전처럼 꼴사납게 퇴각할 필요는 없 는 것이다.

“키에에에에엑!”

“유나 양! 철태 군!”

“맡겨줘요, 길수 아저씨!”

“하압!”

근접해서 달려든 기계 몬스터가 길

수를 공격하려고 하자 유나와 철태 가 앞으로 나섰다.

근접한 적은 유나를 비롯한 근거리 클래스 전사들이 상대하고 원거리 공격 위주로 방어하는 것.

그것이 지금 살바토르 길드의 기본 적인 진형이었다.

-콰직! 쿵!

“키에에에에엑!”

영식과 정소림, 루시아도 나서서 근접한 몬스터들이 길수에게 다가가 지 못하게 막아냈다.

길수는 철벽의 수호를 켜서 원거리 공격을 막는 데 집중했다.

그의 등 뒤로 만들어진 30미터의 장벽이 원거리에서 쏘아지는 미사 일, 총탄 등을 튕겨냈다.

“테미스의 심판!”

“체인 익스플로전!”

“아이스 웨이브!”

원거리 공격은 길수가, 근거리 몬 스터는 다른 근접 클래스 길드원들 이 막아주자 가장 편해진 것은 중, 원거리 클래스 길드원들이었다.

캐스팅이 긴 스킬도 부담 없이 사 용할 수 있었기 때문에 원거리 클래 스들이 뽑아내는 화력 포텐셜은 전 과 비교할 수 없는 수준이었다.

특히 원래부터 원거리 계열이었지 만 부족한 전위 탓에 앞장서서 몬스 터들을 막아야 했던 티리아의 화력 은 어마어마했다.

루시아, 영식, 길수 등 강력한 전 위로 인해 모든 정신을 공격에만 집 중할 수 있자 평소랑은 비교되지도 않는 화력을 뽑아낼 수 있었던 것이 다.

-쿠궁! 콰앙! 쿵!

“크르르르!”

“캬아아아아!”

하지만 역시 기계 몬스터들도 만만 치 않았다.

아무리 강력한 화력이 몰아쳐도 그 들의 신체 내구도가 워낙 우월하다 보니 쉽게 쓰러지지 않았다.

특히 만티코어 같은 경우 거의 S 급 보스몬스터와 비슷한 힘을 보여 주었기에 상대하기 여간 까다로운 것이 아니었다.

“하아. 하아.”

싸움이 길어질수록 길드원들의 표 정이 점점 더 지치기 시작했다.

전투란 것은 원래 엄청난 에너지 소모를 동반하는 일이었다.

아무리 소환자들이 인간을 벗어난 초인이라고 하더라도 수백 마리의 괴물을 상대로 쉬지 않고 싸우는데 체력 소모가 크지 않을 리가 없었 다.

호흡 하나 흐트러지지 않은 채 멀 쩡한 모습을 보이는 것은 루시아나 체력이라는 개념이 없는 안드로이드 군단밖에 없었다.

‘슈트를 써야 하나.’

영식은 살짝 지친 표정으로 계속해 서 밀려드는 몬스터들을 바라보았 다.

슈트를 입고 싸우거나 이클립스 캐 논을 사용한다면 훨씬 상황이 나아 질 것이다.

하지만 오리하르콘 광산에 도착할 때까지 얼마나 많은 적을 상대할지 도 모르는 상황에서 슈트나 이클립 스 캐논을 함부로 사용하기는 어려 웠다.

기본적으로 한 번 사용하고 나면 최소 3일은 다시 사용하지 못했으니 까.

‘쓰자니 아깝고 안 쓰자니 벅차고.’

쉽게 선택하기 힘든 상황에 영식은 눈살을 찌푸렸다.

그런 영식의 모습을 가만히 바라보 고 있던 루시아는 날카롭게 눈을 빛 내며 라이트 세이버에 마력을 불어 넣었다.

‘주인님이 곤란해하고 계셔.’

원래는 전선을 유지한 채 길드원들 과 함께 싸우려고 했지만 영식이 곤 란하다는 표정을 보인 이상 가만히 있을 수는 없었다.

루시아는 몸을 살짝 숙이며 전선을 이탈해 몬스터들 사이로 깊게 들어 갔다.

“피오레 디 리베리에.”

-후우우우우웅.

그녀의 주변에 수십 개에 달하는 보랏빛 검영이 나타났다.

그녀는 마치 춤을 추듯 몸을 움직 여 검을 휘둘렀다.

기다란 보랏빛 머리칼이 흩날리며 수십 개의 검영이 꽃잎처럼 주변을 메웠다.

닿기만 해도 몸이 갈라지는 죽음의 꽃잎.

그녀를 기준으로 기계 몬스터들이 검은색 피를 뿌리며 쓰러졌다.

“와..”

혼란스러운 전투 와중에도 길드원 들의 입에서 탄성이 흘러나왔다.

루시아의 움직임은 지금 이곳이 전

장이라는 사실을 순간적으로 잊어버 릴 정도로 아름다웠다.

“크아아아아!”

-우우우우웅! 파앙!

만티코어의 입에서 플라즈마 버스 터가 쏘아져 그녀를 노렸다.

루시아는 마치 그 공격을 예상이라 도 했다는 듯이 자연스럽게 몸을 돌 리며 라이트 세이버를 움직였다.

“데미안 디 리베리에.”

?콰아아앙!

검끝에서 퍼져 나온 보랏빛 장막이 플라즈마 버스터를 튕겨냈다.

튕겨 나간 플라즈마 버스터는 같은 기계 몬스터들을 향해 날아가 폭발 했다.

“아도니스 디 리베리에.”

루시아의 스킬이 이어졌다.

보랏빛 기운이 그녀의 몸에서 폭발 하듯 뿜어져 나왔다.

안 그래도 순간 이동에 가까웠던 그녀의 움직임이 더욱 빨라졌다.

-촤악! 촤악! 쿵!

기계 몬스터들의 몸이 갈라지는 섬 뜩한 소리만 주변에 울려 퍼졌다.

수백에 달하던 기계 몬스터의 숫자

가 빠른 속도로 줄어들기 시작했다.

“지금이에요! 길수 씨를 중심으로 전진하세요!”

티리아는 루시아의 신위(神威)에 가만히 감탄사만 흘리고 있지 않았 다.

그녀의 공격에 기계 몬스터들이 혼 란에 빠진 순간.

수비로 일관하던 진형을 공세로 바 꾸기 가장 좋은 타이밍이었다.

“철벽의 발걸음!”

?쿵!

길수는 앞으로 나서며 길드원 전체

의 방어력을 상승시켜 주는 스킬을 사용했다.

“커스 클라우드. 포이즌 실드.”

한태영은 양팔을 뻗으며 저주 마법 과 보호막 마법을 동시에 펼쳤다.

영식이 만들어준 무기를 사용하지 는 않았다.

지금처럼 적의 숫자가 많을 때에는 주사 발사기로 하나하나 강력한 저 주를 거는 것은 의미가 없었다.

조금이라도 넓게, 조금이라도 멀리 저주를 퍼트려서 광역 디버프를 거 는 편이 효율이 좋았다.

“이그저스트 리커버리.”

한성은 백팩에서 이어진 호스를 길 드원에게 가져다 대며 치료 광선에 손을 대고 마법을 사용했다.

버튼을 조작하니 호스에서 나오는 치료 광선이 넓게 퍼져 길드원 전체 를 덮었다.

이렇게 하면 체력이 회복되는 속도 는 줄어들지만 동시에 여러 명을 회 복시키는 것이 가능했다.

길드원들은 한결 편해진 표정으로 기계 몬스터들을 향해 달려들었다.

“하아. 하아.”

“크르르! 크아아아!”

전투가 끝났다.

루시아는 마지막 남은 오우거 하나 를 죽이지 않고 발로 짓밟아 사로잡 은 채 거친 숨을 몰아 내쉬었다.

이제까지 단 한 번도 지친 모습을 보여주지 않았던 그녀였지만 수백에 달하는 기계 몬스터를 상대하고서도 멀쩡할 수는 없었다.

‘강해.’

루시아는 딱딱하게 굳은 표정으로

기계 몬스터들을 내려다보았다.

다른 사람이 그녀의 생각을 엿듣는 다면 수백 마리의 몬스터를 학살해 놓고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한다고 했겠지만 지금 그녀는 심각했다.

솔직히 원정에 나서고 난 후 그녀 는 자신의 힘에 스스로도 놀랐다.

몬스터들은 하나같이 약하기 그지 없었고, 몇 번의 검격에 허무할 정 도로 쉽게 죽었다.

왜 김재현이 자신을 그렇게 높이 샀는지, 다른 사람들이 자신을 괴물 보듯 봤는지 확실히 이해할 수 있었 다.

자신은 일반 사람들에 비해서 차원 이 다른 힘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자각한 것이다.

그녀는 오히려 그것이 무척이나 마 음에 들었다.

자신이 강한 만큼 영식에게 도움이 될 것이고, 그러면 그도 자신을 더 욱 소중히 대해줄 것이라고 생각한 것이다.

그런 그녀의 생각이 처음으로 무너 졌다.

‘혼자라면 상대 못 할 수도 있었 어.’

그녀는 거칠어진 숨을 고르며 신종

몬스터라고 불린 괴물들을 내려다보 았다.

이 몬스터들은 그녀가 이제까지 상 대해 왔던 일반 몬스터와는 차원이 다른 강함을 가지고 있었다.

“루시아, 그놈을 좀 붙잡고 있어 줘.”

“아…… 예. 알겠습니다, 주인님.”

그녀는 전과 달리 호들갑을 떨지 않고 깊게 가라앉은 목소리로 말했 다.

이 ‘기계 몬스터’라고 불린 존재들 의 심각성에 대해 깨달은 것이다.

“크르르르르!”

발버둥 치고 있는 오우거에게 다가 간 영식은 기계로 된 그의 팔에 손 을 올리며 나지막이 입을 열었다.

“구조파악.”

그의 손에서 빠져나온 푸른빛이 기 계 팔 안으로 홀러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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