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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업 머신-152화 (152/284)

레벨업 머신 152화

원정 준비(5)

장인은 도구를 탓하지 않는다는 말 이 있다.

결론만 말하면 그 말은 헛소리다.

물론 경우가 다를 수도 있지만 적 어도 소환자들 사이에서는 헛소리에 불과했다.

고레벨로 올라가면 올라갈수록 더 욱 강력한 무기를 찾아 큰 자금을 투자하거나 던전을 탐사하는 것은 소환자들에게 있어 굉장히 흔한 일 이었다.

심한 경우 높은 등급 레어 아이템 을 두고 길드 간의 전쟁까지 일어나 는 경우도 종종 있었다.

그렇게까지 하면서 소환자들이 강 력한 무기를 갈망하는 이유는 한 가 지였다.

강력한 무기는 그 자체만으로 소환 자의 경지, 즉 레벨 제한을 한 단계 높여주기 때문이었다.

이번에 정소림이 손쉽게 레벨 제한 을 올린 이유도 영식의 무기로 인하 여 그녀에게 적합한 창술을 사용할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강력한 무기로 인해서 얻을 수 있 는 이득은 그것만이 아니었다.

에르노어 대륙에서 무기의 등급 차 이는 지구와 비교할 수 없었다.

지구에서야 명검과 일반 검의 차이 라고 해봤자 그저 단단하고, 가볍고, 날카로워지는 것밖에 없었다.

하지만 에르노어 대륙에서는 무기 자체가 사용자에게 어마어마한 마력 을 주는 경우도 있고, 강력한 스킬 을 가지고 있는 경우도 있었다.

지구에 비유하자면 나무젓가락과 철검 정도의 차이였다.

물론, 루시아 같은 어마어마한 실 력의 소유자는 나무젓가락과도 같은 일반 무기를 들고도 강력한 무기를 지닌 전사를 이길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것도 결국 한계가 있었 다.

일반 철검은 그녀의 아득할 정도로 많은 마력을 모두 담아내기에는 내 구도가 너무나 부족했다.

그녀는 지금 유리로 만들어진 검을 휘두르며 싸우고 있는 것과 마찬가 지였다.

‘근데 그런 무기를 사용해서 슈트 를 입은 날 이겼다고?’

영식은 어처구니없다는 표정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

자신의 힘에 자만심을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었지만 그는 슈트를 입은 자신이 동부에서 상대를 찾기 힘든 강자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하……

영식은 차마 말이 이어지지 않는지 허탈한 웃음을 흘렸다.

“무슨 문제라도 있으신가요, 주인 님?”

그런 영식을 보며 루시아가 걱정스 러운 표정으로 물었다.

“아니……. 좀 자괴감이 들어서.”

영식은 아무리 힘의 격차가 심하다 고 하여도 일반 철검을 든 상대에게 패배했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았다.

“자, 자괴감이요?”

“그래. 마력을 온전히 담는 것도 불가능한 무기를 든 너한테 일방적 으로 패배했으니까.”

이 정도면 그냥 맨손으로 두들겨 맞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수준이 었다.

그의 말에 루시아는 당황스러운 표 정으로 말했다.

“아, 그, 그런 건 아니에요.”

그녀의 말에 영식은 의아하다는 표 정을 지으며 그녀를 바라보았다.

루시아는 손에 든 철검을 내려다보 며 말을 이었다.

“저도 어떻게 그럴 수 있는지는 잘 모르지만…… 전 어떤 물건에도 내 구도 상관없이 마력을 담을 수 있어 서요. 일부러 폭발시키려고 하지 않 은 이상 아무리 마력을 담아도 무기 가 파괴되지는 않아요.”

“그렇다면 방금 전 전투에서는 모

든 마력을 사용했다는 얘기야?”

“음……. 모두, 까지는 아니어도 주 인님이 생각하시는 것처럼 무기에 따른 제약을 받지는 않았어요.”

“흠. 그렇단 말이지.”

영식은 고개를 끄덕였다.

‘하긴, 그 상태를 무기에 의한 제 약을 받았다고 하면…… 정말 너무 터무니없지.’

만약 제약을 받는 상태에서 그 정 도 힘이었다면 루시아가 높은 등급 의 무기를 들었을 때의 힘은 감히 상상하기도 어려웠다.

‘그 정도까지는 아니라 이거지.’

뭔가 아쉬우면서도 납득이 가는 기 분이었다.

‘솔직히 무기에 제약까지 받으면서 그런 힘은 말이 안 되지.’

이미 경험한 루시아의 힘만으로도 그의 상식 수준을 한참 벗어나 있었 다.

김재현이 아무리 괴물이다, 괴물이 다 말이 많다지만 강력한 랭커들이 파티를 꾸려서 상대하면 상대 못 할 존재는 아니었다.

하지만 그녀는 랭커들이 파티를 꾸 리다 못해 길드를 만들어야 상대가 가능한 수준이었으니 이미 가늠하기 힘든 경지의 강자인 것이다.

“그래도 더 좋은 무기를 사용해도 손해 볼 건 없지?”

“후훗. 물론이죠. 오히려 지금보다 마력 제어에 신경을 덜 써도 돼서 편할 거예요.”

“알았어. 그러면 좋은 무기를 하나 구해다 줄게.”

아바돈 길드와의 전쟁이 끝난 후, 길드 창고에 있는 레어 아이템을 한 울, 레비아탄 길드와 나눠 가질 수 있었다.

S급 무기는 구하지 못했지만 쓸 만한 A급 무기 정도는 어렵지 않게 구해다 줄 수 있을 것이다.

‘문제는 기계 합성인데……

영식은 살짝 곤란하다는 표정을 지 었다.

A급 무기에 기계를 합성하는 것 자체가 어려운 것은 아니었다.

문제는 그 합성의 방향성이었다.

그는 이제까지 길드원들의 전투를 유심히 관찰한 후, 그 단점을 보완 할 수 있는 방향성으로 기계를 합성 했다.

‘그런데……

루시아의 경우에는 현재 그의 능력

으로 ‘단점’을 알아낼 수가 없었다.

그가 봤을 때는 그냥 완벽에 가까 운 전사라고밖에 느껴지지 않는 것 이다.

그런 상태에서 섣부르게 기계를 합 성했다가 오히려 그녀에게 방해가 될 수도 있었다.

‘루시아는 내 말에 너무 맹목적으 로 따르니까.’

그녀라면 영식이 합성해 준 기계가 오히려 방해가 된다고 하더라도 무 조건 좋다고 말하면서 사용할 것이 분명했다.

“루시아는 무기를 사용할 때 뭔가

부족하게 느껴지거나 이런 부분이 더 좋다고 생각하는 것 없어?”

영식 스스로가 그녀의 단점을 알 수 없는 이상, 그녀에게 직접 물어 보는 것이 가장 빨랐다.

“음……. 무기에서 부족한 점이 요?”

“그래.”

영식의 말에 루시아는 고민에 잠겼 다.

무기에 대해서 불편함을 느꼈던 점.

“마력을 세심하게 제어해야 한다는 점, 일까요?”

“그건 높은 등급의 무기로 바꾸면 자연스럽게 해결될 일이니까 상관없 고…… 다른 건 없어?”

≪ o ”

M..?

루시아의 표정이 다시 고민에 잠겼 다. 그녀의 머릿속에 한 가지 생각 이 스쳐 지나갔다.

“검이…… 가벼웠으면 좋겠어요. 아예 무게 자체가 느껴지지 않을 정 도로요.”

“검이 가벼웠으면 좋겠다?”

“예. 이게 검날이 공기저항을 받을 때 압력이 방해가 될 때가 많아서 요. 순수한 마력만으로 칼날을 만들 면 그런 일이 없긴 한데…… 사실 마력 효율이 너무 좋지 않다 보니까 쉽지 않은 일이죠.”

공기저항은 그 속도에 비례한다.

루시아처럼 음속을 가볍게 뛰어넘 는 속도를 가졌을 때 검날이 주는 공기저항은 그 자체만으로 엄청난 압박을 줄 것이 분명했다.

‘슈트를 입고 부스트를 썼을 때랑 비슷한 느낌이겠지.’

유성이 지구 표면에 도착하기 전에 모두 타버리는 이유가 뭔가.

바로 대기와의 충돌 때문이었다.

영식 또한 슈트를 입고 부스트를

사용해 음속을 넘어설 때마다 전신 에 어마어마한 압력을 느꼈다.

평소 움직임에는 신경도 쓰지 않던 대기가 거대한 벽이 되어 그를 압박 하는 듯한 감각.

원래라면 인간이 그 속도로 움직이 는 순간 전신이 폭발하여 죽는 것이 당연할 정도의 압박이었다.

그런데 그녀의 경우 그런 슈트조차 없이 마력만으로 전신을 보호하고 몸을 움직이니 압박이 훨씬 더 심했 을 것이다.

‘거의 공간 이동에 가까운 움직임 이었으니까.’

슈트의 기능으로도 따라잡을 수 없 는 그녀의 움직임.

그것에 얼마나 어마어마한 저항이 딸려 올지 상상하는 것은 어려운 일 이 아니었다.

“ O.”

tn *?*.

무게가 없는 검.

그것에 대해 영식의 고민이 이어졌 다.

“……주인님?”

“잠시만 기다려, 루시아. 생각 중이 니까.”

“어떤 걸 말씀이세요?”

“네게 어떤 무기가 가장 적합할까 고민 중이야.”

“……설마 주인님께서 직접 제게 무기를 만들어줄 생각이신가요?”

루시아는 초롱초롱 눈을 빛내며 그 를 바라보았다.

말 그대로 빛이 뿜어져 나오는 것 이 아닐까 생각될 정도로 강렬한 눈 빛이었다.

“맞아. 애초에 난 생산 특화 클래 스니까.”

대부분 잊어버리고 있는 사람이 많 았지만, 영식의 클래스인 기계공학 자는 원래 생산에 특화되어 있는 클 래스였다.

그가 전투하는 것을 보면 ‘저게 생 산 클래스라고?’라는 의문이 자연스 럽게 떠오르지만 일단 직업만 놓고 봤을 때 생산 클래스로 분류되는 것 은 맞았다.

“아, 아아……. 주인님이 만들어주 신 무기……. 꼬, 꼭 가지고 싶어 요!”

루시아는 황홀한 표정으로 그에게 바짝 몸을 기댔다.

그녀의 입에서 흥분에 찬 거친 숨 이 흘러나왔다.

다른 사람도 아니고 영식이 직접

만들어준 무기라니!

그녀에게 있어서 더 이상 값진 물 건은 없었다.

‘주인님이 직전 만들어주신 무기 로..

그녀는 굉장히 위험한(?) 생각까지 상상하며 헤벌쭉 미소를 지었다.

그녀의 입가를 타고 투명한 침이 홀러 내렸다.

“……무슨 생각을 하는 거야.”

“헛! 아, 아무것도 아니에요!”

루시아는 당황스러운 표정으로 고 개를 저었다.

영식은 끄응, 하고 침음을 삼킨 후 에 다시 고민에 잠겼다.

‘무게가 없는 검이라……

영식의 머릿속에 한 가지 생각이 떠올랐다.

‘다른 무기에 합성을 하는 게 아니 라 이건 그냥 순수하게 내가 만들어 야겠군.’

영식이 생각하는 무기는 다른 무기 에 합성할 만한 기계는 아니었다.

“잠시만 기다려.”

영식은 8레벨로 올라선 제조 스킬 목록을 살피며 그가 생각하고 있는 무기의 재료들을 살폈다.

‘S급 금속 코어 5개라.’

우연인지 운명인지 지금 그가 가지 고 있는 금속 코어의 개수와 정확히 일치했다.

‘강화를 하지 않고 아껴두길 잘했 군.’

영식은 씨익 미소를 지으며 인벤토 리 안에 고이 모셔둔 다섯 개의 금 속 코어를 꺼냈다.

-우우우웅!

푸른 빛무리와 함께 허공에 손전등 과 흡사하게 생긴 검자루가 만들어 졌다.

“응..?”

루시아는 허공에 만들어지는 무기 (?)를 바라보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검을 만들어준다는 영식의 말과 달 리 지금 그녀의 눈앞에 보이는 것은 검자루뿐이었다.

“자, 이걸 한번 사용해 봐.”

“예..?”

“여기 버튼 있지? 이 버튼을 누르 면 돼.”

루시아는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버 튼을 눌렀다.

-지이이잉.

“이, 이건……

감자루에서 보랏빛 플라즈마 칼날 이 솟아올랐다.

루시아는 믿기 힘든 그 광경에 두 눈을 동그랗게 떴다.

마치 마력으로 만든 것처럼 어떠한 무게도 느껴지지 않은 칼날이었다.

‘그런데 마력이 느껴지는 것도 아 니야.’

그녀는 놀랍다는 눈빛으로 영식이 만들어준 검에 마력을 흘려 넣었다.

검자루만이 아니라 형체가 고정된 플라즈마 칼날에도 아무런 부담 없 이 마력이 담겼다.

그녀는 허공에 검을 몇 번 휘둘러 보았다.

-후웅!

음속을 넘은 그녀의 검이 허공을 갈랐다.

동그랗게 떠진 그녀의 눈에 다시 한번 놀라움이 서렸다.

“대, 대단해요. 이 검은…… 정말로 칼날의 무게가 조금도 느껴지지 않 아요.”

“나쁘지 않지?”

“나, 나쁘지 않은 정도가 아니에

요! 어디서 이런 검을……

그녀는 생전 처음 보는 형태의 검 에 연신 감탄사를 흘렸다.

김재현의 지배를 당하며 여러 전장 을 누볐지만 이런 형태의 무기는 본 적이 없었다.

“이 검은 대체……

“라이트 세이버. 편한 말로는 광선 검이라고 부르면 돼.”

만약 옆에 유나나 한성이 있다면 ‘그래, 그게 왜 안 나오나 했다’라며 고개를 끄덕일 법한 무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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