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벨업 머신 151화
원정 준비⑷
“……설마, 주인님이 직접 대련으 로 확인해 보려고 하십니까?”
“음? 당연하지. 그편이 가장 정확 하게 알 수 있으니까.”
영식은 무슨 소리를 하냐는 듯한 표정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
루시아는 살짝 입술을 깨물며 조심 스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너무 위험합니다, 주인님. 자 칫하면 주인님이 크게 다치실 수도 있어요.”
그녀의 말에 영식은 굳게 입을 다 물었다.
그는 아직 ‘전력을 다한’ 루시아와 싸워본 적이 없었다.
그녀가 크게 다칠 수도 있다고 말 했다면 정말로 그럴 확률이 크다는 의미였다.
‘그 정도로 격차가 심한가.’
영식은 조금은 씁쓸한 미소를 지으 며 그녀를 바라보았다.
동부 대륙에서 가장 강하다는 김재 현과도 슈트를 입은 상태에서는 충 분히 싸워볼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 고 그녀 앞에 서니 어딘가 자신이 초라하게 느껴졌다.
“걱정하지 마. 슈트 때문에 다치더 라도 상처는 크지 않을 테니까.”
영식은 머릿속에 떠오른 생각을 떨 쳐내며 말했다.
그녀의 공격이 슈트에 파손을 줄 수 있다는 것은 전의 전투에서 확인 했다.
하지만 아무리 그렇다고 하여도 단 번에 슈트를 회복 불가능한 상태까 지 박살 내고 그에게 충격을 주기란 불가능할 것이다.
규격 외의 물건이라는 것은 그가 입은 슈트도 같았으니까.
“하지만……
루시아는 걱정스럽다는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그에 대한 호감도가 병이라고 표현 할 수준으로 높은 그녀는 자신이 그 에게 상처를 입힐 수 있다는 것 자 체가 더없이 불안하게 느껴졌다.
“날 믿지 못하는 거야?”
“아, 아닙니다, 주인님!”
장난스러운 영식의 물음에 루시아 는 정색한 표정으로 고개를 저었다.
“내 몸 하나 스스로 챙길 수준은 되니까 걱정하지 말고 전력을 다해 줘.”
“……알겠습니다.”
루시아는 어렵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와 거리를 벌린 영식은 블레이 드를 꺼내며 자세를 취했다.
검은색으로 빛나는 블레이드의 날
이 손등에서 솟아 나왔다.
“그럼, 시작하겠습니다.”
-후웅!
그 말과 함께 루시아의 신형이 영 식의 눈앞에서 사라졌다.
마치 공간을 이동하기라도 한 것 같은 움직임이었다.
“무슨?!”
영식의 표정에 다급함이 서렸다.
슈트의 바이저에는 상대방의 움직 임을 정확하게 포착해 주는 동체 시 력 보조 장치가 달려 있었다.
그런데 그 보조 장치가 작동조차
하지 않았다.
루시아가 슈트의 기능을 뛰어넘는 속도로 움직였다는 의미였다.
영식의 바로 옆에서 나타난 루시아 가 영식을 향해 검을 휘둘렀다.
-까앙
반사적으로 블레이드를 들어 그녀 의 공격을 막은 영식은 고개를 돌려 레이저를 쏘아냈다.
두 줄기의 붉은빛이 그녀를 향했 다.
루시아는 눈에서 레이저가 쏘아져 나온다는, 전혀 예상할 수 없는 공 격에도 불구하고 조금도 당황하지 않았다.
고개를 살짝 비틀어 레이저를 피한 그녀에게 영식의 공격이 이어졌다.
“전탄 사격.”
- 타아아앙!
루시아의 몸을 노리고 샷건의 총구 가 불을 뿜었다.
기존에 사용하던 ‘작렬’보다 한 번 에 더 많은 양의 총탄을 발사하는 전탄 사격.
검은색 총구에서 연기가 피어오르 고 어마어마한 반동에 영식의 오른 팔이 뒤로 튕겨졌다.
강력한 힘을 머금은 수백 발의 탄 환이 비처럼 그녀에게 쏟아졌다.
루시아는 짧은 기합과 함께 검을 휘둘렀다.
이번 공격은 그녀라고 하더라도 가 볍게 피할 수 없는 종류의 것이었 다.
그녀의 앞에 보랏빛 장막이 생겨나 며 영식의 공격이 모조리 튕겨 나갔 다.
-우우우웅! 파앙!
영식은 오른팔을 들어 에너지 블라
스트를 쏘아내며 동시에 부스트를 사용해 그녀를 향해 질주했다.
루시아는 엄청난 속도로 자신을 향 해 다가오는 영식을 바라보며 살짝 놀랍다는 표정을 지었다.
확실히, 그의 말대로 자신의 몸 하 나는 충분히 지키고도 남을 실력이 었다.
‘역시 주인님이셔.’
그녀는 어딘가 뿌듯하다는 표정으 로 그를 바라보았다.
그와 동시에 그녀의 몸이 움직였 다.
-파앙! 퍼억!
“크윽!”
허공에 충격파를 만들어 에너지 블 라스트를 튕겨낸 루시아는 몸을 반 바퀴 돌리며 영식을 향해 뒤돌려 차 기를 날렸다.
그녀의 발에 얻어맞은 영식의 몸이 뒤로 튕겨 나갔다.
-콰앙! 쿵! 쿵!
물수제비처럼 튕기며 바닥에 몇 차 례를 뒹군 영식의 몸이 암벽에 부딪 혔다.
거대한 암벽이 충격을 견디지 못하 고 무너져 내렸다.
‘이런 미친.’
영식은 어처구니없는 그녀의 신체 스펙에 혀를 찼다.
이게 대체 사람 발에 차인 건지 거인의 발에 차인 건지 분간이 되지 않았다.
“난사.”
-철컥.
-두두두두두!
영식의 등에서 튀어나온 개틀링 건 이 루시아를 노렸다.
총열이 뜨거워지며 무시무시한 연 사 속도로 총탄이 쏘아졌다.
-티디디디디딩!
루시아는 보랏빛 장막을 두른 채 그의 공격을 모조리 무시하고 영식 에게 달려들었다.
개틀링 건의 총탄은 그녀의 보랏빛 장막에 흠집조차 내지 못하고 모조 리 튕겨 나갔다.
보랏빛 빛줄기가 된 그녀의 신형이 영식을 향해 쏘아졌다.
그녀의 검이 영식을 노리고 휘둘러 졌다.
-파지지직!
허공에서 만들어진 플라즈마 배리
어가 그녀의 검격을 막아냈다.
플라즈마 배리어가 그녀의 공격에 버틴 시간은 고작해야 1초.
영식은 그 짧은 틈을 놓치지 않고 재빠르게 뒤로 이동했다.
-쿵! 쿵! 쿵! 쿵!
영식의 등 뒤에서 포신이 솟구쳤 다. 동시에 발사된 수십 발의 미사 일이 그녀를 노렸다.
-콰아아아앙!
“읏……!”
어마어마한 폭발이 그녀의 전신을 휩쓸었다.
루시아는 마력 방벽을 전개해 그의 공격을 막아내면서도 다시 발을 박 찼다.
-후웅!
“피오레 디 리베리에.”
그녀의 입에서 나지막한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그녀의 검 주변에 순식간에 수십 개의 보랏빛 검영이 만들어졌다.
마치 천태황이 사용하는 이기어검 이 수십 개로 늘어난 것 같은 모습.
그녀는 검 옆에 나타난 수십 개의 검영을 영식을 향해 쏘아 보냈다.
영식의 눈빛에 다급함이 서렸다.
“슬로우 모션.”
순간적으로 세상이 멈춘 듯한 감각 이 느껴졌다.
하루에 단 한 번 사용할 수 있는, 필살기라고 불러도 과언이 아닌 스 킬.
영식은 그를 노리는 검영의 루트를 살피며 몸을 움직이려고 했다.
“아도니스 디 리베리에.”
슬로우 모션으로 인해 정지한 듯이 느껴져야 하는 그 세계에서 루시아 의 나지막한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그녀의 전신에서 폭발하듯 보랏빛 기운이 뿜어져 나왔다.
그녀는 모든 것이 느릿하게 흘러가 는 세계에서 홀로 벗어나 있는 것처 럼 빠른 속도로 움직였다.
그녀는 몽둥이를 휘두르듯 검면으 로 영식의 몸을 후려쳤다.
-콰아아아아앙!
무시무시한 충격과 함께 영식의 몸 이 뒤로 튕겨져 나갔다.
포탄처럼 튕겨져 나간 영식의 몸에 암벽 전체가 박살 났다.
물리 대미지에 면역이 되는 ‘강철’
효과 때문에 대미지 자체는 없었지 만 시야가 너무 격렬하게 흔들려 정 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
-쾅!
루시아가 발을 박찼다.
그녀의 힘을 견디지 못한 지반이 무너져 내렸다.
루시아는 앞으로 달려 나가며 검을 머리 위로 들어 그대로 내려찍었다.
-쿠구구구구궁!
그녀의 검에서 보랏빛이 기운이 폭 발하듯 뿜어져 나왔다.
영식이 쓰러져 있는 바로 옆에 수
십 미터 깊이의 크레이터가 생겼다.
지진으로 인해 지반이 갈라진 것 같은 모습.
“크윽!”
어마어마한 충격에 영식의 몸이 장 난감처럼 튕겨져 나갔다.
때마침 슬로우 모션의 지속 시간도 끝났는지 슈트를 넘어 전해진 충격 이 그의 전신을 뒤혼들었다.
-경고. 슈트의 파손율 12%에 도달 하였습니다. 자동 수리를 위해서는 전투 모드를 종료하여야 합니다.
루시아의 공격에 휩쓸린 것만으로 슈트의 파손이 생겼다.
“주, 주인님!”
루시아는 다급한 표정으로 그에게 다가갔다.
영식은 침음을 삼키며 자리에서 일 어섰다.
그는 어처구니없다는 표정으로 산 속에 생긴 거대한 크레이터를 바라 보았다.
말 그대로 자연재해라도 일어난 것 같은 모습이었다.
‘개인의 힘으로 지형이 변할 정도 라니……
영식이 사용할 수 있는 무기 중에 이 정도의 파괴력을 낼 수 있는 것 은 이클립스 캐논밖에 없었다.
하지만 1분이라는 기나긴 준비 시 간이 있는 이클립스 캐논에 비해 그 녀는 검을 위에서 아래로 내려찍는 것만으로 이런 현상을 만들어낸 것 이다.
‘파워 밸런스 따위는 엿이나 먹으 라는 건가.’
영식은 상식을 벗어나도 너무 심하 게 벗어난 그녀의 힘에 허탈한 웃음 을 홀렸다.
김재현에게 조종당하는 것이 아닌,
진심을 다한 그녀의 힘은 그 정도로 터무니없었다.
-철컥.
영식은 슈트를 벗고 밖으로 나왔 다.
재빠르게 영식에게 다가온 루시아 가 그를 부축했다.
“괘, 괜찮으신가요, 주인님?”
“아, 괜찮아. 상처는 없어.”
“휴우. 다행이에요. 주인님이 너무 강하셔서 저도 모르게 너무 심한 공 격을 해버리고 말았어요.”
그녀에게 ‘강하다’는 말을 들은 영 식은 미묘한 표정을 지었다.
마치 프로 격투기 선수가 청소년 시합을 보며 가능성이 보인다며 칭 찬하는 듯한 기분이었다.
“솔직히 좀 놀랐어. 네가 이 정도 로 강할 줄은 몰랐거든.”
“후훗. 제 모든 힘은 주인님의 것 이랍니다.”
루시아는 방긋 미소를 지으며 그의 팔에 가슴을 살짝 가져다 대었다.
평균보다는 조금 작은, 하지만 충 분히 여성이라고는 느낄 수 있는 부 드러운 감촉이 그의 팔을 타고 전해 졌다.
“무기는 뭘 사용하고 있는 거야?”
영식은 그녀의 터무니없는 힘의 원 천은 그녀가 지닌 무기에도 있다고 생각했다.
‘유나나 천태황이 지닌 것과 같은 급의 무기려나.’
그녀는 과거 8영웅의 일원.
그들이 지닌 무기는 하나같이 전설 이라고 불러도 과언이 아닌 물건이 었으니 그럴 확률이 가장 높았다.
만약 그렇다면 ‘합성’ 스킬로 무기 강화를 해줄 수 없겠다는 생각을 하 며 영식은 그녀의 무기를 바라보았다.
“아, 제가 사용하고 있는 검은 그 냥 평범한 철검이에요. 김재현이 좋 은 검을 주면 그냥 마력을 한 번에 밀어 넣어서 모두 폭발시켜 버렸거 든요.”
그녀의 말에 영식은 딱딱하게 표정 을 굳혔다.
“……뭐라고?”
지금 그게 평범한 철검으로 낸 힘 이었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