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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업 머신-147화 (147/284)

레벨업 머신 147화

영웅 루시아(7)

“크윽, 으아……

반쯤 폐허가 된 왕성. 무너져 내린 잔해 속에서 끊어질 듯이 희미한 목 소리가 홀러나왔다.

-쿠웅.

거대한 콘크리트의 잔해를 헤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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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사내가 밖으로 기어 나왔다. 박 살 난 턱 사이로 질질 흐르는 검붉 은 피, 일그러진 코에서 흘러오는 가쁜 숨소리.

얼굴의 대부분이 처참하게 뜯겨 나 갔을 정도로 치명상을 입은 김재현 이었다.

“아으, 아……

김재현은 바들바들 떨리는 손으로 인벤토리를 열었다. 영롱한 빛을 띠 는 붉은색 병이 그의 손에 쥐어졌 다.

김재현은 최상급 체력 회복 포션을 자신의 얼굴에 들이부었다. 치이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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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 환부에서 새하얀 연기가 피어오 르며 그의 상처가 빠른 속도로 재생 되기 시작했다.

?끼릭. 끼릭.

그의 몸속에서 수십 마리의 메뚜기 가 홀러나왔다. 메뚜기들은 이전에 그가 왕성을 침략했을 때 죽인 후 그대로 방치해 뒀던 근위병의 시체 를 향해 기어갔다.

-콰직. 콰드득.

근위병의 시체에 달라붙은 메뚜기 들이 그 시체를 뜯어 먹기 시작했 다. 반쯤 썩어 있는 시체를 메뚜기 들이 뜯어 먹으면 먹을수록 김재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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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 신체가 더욱 빠른 속도로 재생되 기 시작했다.

“허억, 허억……!”

어느 정도 상처를 회복한 김재현은 비틀거리며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 의 입에서 거친 숨소리가 흘러나왔 다.

“그, 개자식……!”

김재현은 이를 악문 채 분노로 표 정을 일그러트렸다. 날카로운 인상 을 가진 청년의 얼굴이 그의 머릿속 에 떠올랐다. 영식. 정체를 알 수 없는 힘을 사용하는 청년의 이름이 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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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시아! 그 새끼의 시체를 나한테 가지고 와!”

그는 주머니 속에서 컨트롤러를 꺼 낸 채 거친 목소리로 소리쳤다. 하 지만 아무리 컨트롤러에 대고 소리 쳐도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

김재현의 표정이 딱딱하게 굳어가 기 시작했다.

“뭐, 뭐야? 설마 루시아가 패배한 건가?”

그는 창백하게 질린 표정으로 소리 쳤다.

“그럴 리가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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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시아는 그가 아는 한 가장 강력 한 힘을 가지고 있는 존재였다. 아 무리 그 영식이라는 인간이 요상한 슈트를 입었다고 하더라도 그녀를 이길 수 있을 리가 없었다.

“제길, 제길! 제기이이이일!”

- 쿵!

김재현은 신경질적인 목소리로 발 을 굴렀다. 무너진 성의 잔해가 그 의 발에 채였다.

“아악!”

단단한 대리석을 걷어찬 김재현의 입에서 비명이 터져 나왔다. 아직 완전하게 회복되지 않은 그의 신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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는 전과 같은 강력한 힘이 남아 있 지 않았다.

“어서 도망쳐야 해……

지금 이 상태에서 동부 연합군에게 발각되기라도 했다가는 죽음을 피할 수가 없었다. 그는 공포에 질린 표 정으로 발걸음을 옮기려고 했다.

그때 였다.

“어딜 가려고?”

익숙한 청년의 목소리가 그의 귓가 에 들려왔다.

“너, 넌……!”

“혹시나 했는데 진짜 살아 있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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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레 같은 생명력 하나는 인정해 줄 게.”

영식은 피식 웃음을 흘리며 김재현 에게 발걸음을 옮겼다. 김재현은 다 급하게 몸을 돌려 영식에게서 도망 치기 시작했다.

-철컥. 타앙!

“아아아아악!”

샷건에서 쏟아진 총탄이 도망치는 김재현의 발을 곤죽으로 만들었다. 비명을 지르며 바닥을 구른 김재현 이 바닥에 쓰러진 채 몸을 꿈틀거렸 다.

“그래도 그렇게 지랄발광을 할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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있는 걸 보니 힘이 좀 남아 있는 것 같네. 다행이야. 네게는 물어볼 게 있었거든.”

영식은 느긋하게 발걸음을 옮겨 바 닥에 쓰러진 김재현을 향해 다가갔 다. 김재현은 공포에 질린 표정으로 영식을 올려다보았다.

“무, 물어볼 거라고?”

“그래. 궁금한 게 좀 있어서 말이 지.”

영식은 그렇게 말하며 곤죽이 된 김재현의 발을 거칠게 짓밟았다. 콰 직! 이미 곤죽이 된 김재현의 발이 짓뭉개지며 검붉은 피분수가 쏟아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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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왔다.

“아아아아아악! 그, 그만! 그만 둬!”

김재현은 다리를 타고 전해지는 엄 청난 고통에 두 눈을 부릅떴다.

영식은 태연한 표정으로 발을 비틀 었다. 김재현의 히스테릭한 비명 소 리가 다시 방 안에 울려 퍼졌다.

“허억, 허억! 그, 그만……. 뭐, 뭐 든 말할 테니까 제, 제발 그만둬.”

“좋아. 이제야 말해줄 생각이 든 것 같네.”

영식은 고개를 끄덕이며 김재현의 옆에 있는 잔해 위에 앉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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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컨트롤러, 어디서 났어?”

“대, 대전쟁이 있던 곳에서 발견했 어!”

“흐음. 전에 중앙 지역 원정에 성 공했을 때인가……. 컨트롤러만 달 랑 있지는 않았을 테고…… 루시아 를 발견한 자리 옆에 있었던 건가?”

“맞아! 그년의 옆에 떨어져 있었 어!”

-빠악!

자리에서 일어선 영식은 마치 공을 차듯 김재현의 머리를 후려쳤다. 강 렬한 충격으로 박살 난 김재현의 치 아가 그의 입 밖으로 튀어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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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헉, 컥!”

“쌍스럽게 년이라니, 조금 더 말을 가려서 사용하지?”

“쿨럭! 그, 그게 너랑 무슨 상

“루시아는 이제 내 것이 되었으니 까.”

영식은 태연한 목소리로 그의 물음 에 대답했다. 김재현의 두 눈이 경 악으로 물들었다.

“루, 루시아가 네 것이 되었다고? 어, 어떻게? 그년은 컨트롤러가 없 으면 조종할 수 없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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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오? 나한테 질문하는 거야? 지 금 네 상황에서?”

씨익. 영식의 입가가 비틀려 올라 갔다. 그는 발을 들어 김재현의 팔 꿈치를 지그시 눌렀다. 왼팔에 느껴 지는 압박에 김재현의 얼굴이 창백 하게 질렸다.

“히익! 그, 그만둬!”

-우드득!

“아아아악!”

뼈가 우그러지는 섬뜩한 소리가 그 의 팔에서 흘러나왔다. 김재현의 비 명 소리가 다시 방 안에 울려 퍼졌 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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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죄, 죄송, 합, 니다……

“그래, 그렇게 나와야지.”

어느새 존댓말을 사용하고 있는 김 재현을 내려다보며 영식은 만족스럽 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루시아와 이 컨트롤러를 찾은 곳 이 정확하게 어디지?”

“대, 대전쟁에서 격전의 중심지로 알려진 ‘영웅의 무덤’이라는 장소였 습니다.”

“영웅의 무덤이라……

영식은 몇 번 들어본 적 있는 장 소의 이름에 살짝 눈살을 찌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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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원정 때 기계 몬스터를 발견 했던 장소는 엄밀히 말하면 영웅의 무덤이 아니었다.

그곳은 살바토르 길드가 퇴각했던 지역보다 더욱 깊이 들어가야 나오 는 장소였다.

영웅의 무덤.

김재현의 설명대로 잉그리움 제국 과 괴물의 창조주들 간에 벌어졌던 ‘대전쟁’의 중심지였다.

8영웅과 창조주들 간의 접전이 일 어났던 장소.

‘그곳에서 루시아와 컨트롤러를 발 견했다, 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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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시아도 8영웅 중 하나였으니 그 격전지에서 발견된 것이 이상하지는 않았다.

김재현의 말을 들어보니 그가 직접 블랙큐브를 그녀의 머릿속에 심은 것은 아니었다.

다른 누군가가 그녀의 머릿속에 블 랙큐브를 심은 채 그곳에 방치해 둔 것이다.

문제는 누가 그녀의 머릿속에 블랙 큐브를 넣었는가, 였다.

‘가장 높은 확률은 레노스라는 놈 일 텐데.’

가능성은 여러 가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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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단순히 블랙큐브를 만든 존재 에 불과하고 실제 그녀의 머릿속에 블랙큐브를 넣은 것은 다른 존재일 수도 있었다.

“컨트롤러 주변에는 뭐가 있었지?”

“다른 것은 아무것도 없었습니다!”

“흐음. 그 컨트롤러를 다루는 방법 은 어떻게 익힌 거야?”

“커, 컨트롤러를 잡은 순간 제가 그녀의 주인으로 설정됐다는 메시지 창이 떠올랐습니다. 그 뒤로는 그냥 컨트롤러를 붙잡고 그녀에게 내리고 싶은 명령을 말하면 됐습니다.”

김재현의 대답을 들은 영식은 살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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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정을 일그러트리며 생각에 잠겼 다.

‘결국 이놈도 누가 그녀에게 블랙 큐브를 심었는지는 알지 못하는 거 군.’

처음부터 큰 기대를 하고 있지는 않았지만 막상 이렇게 모른다는 대 답을 김재현의 입을 통해서 듣자 짜 증이 밀려왔다.

-퍼억!

“커헉!”

영식은 괜히 김재현의 머리를 한 번 더 걷어차며 생각을 이어나갔다.

‘그러고 보니 락테온 2식이 발견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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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리도 영웅의 무덤이었어.’

헨드릭을 심문하며 들었던 정보를 머릿속에 떠올렸다. 영웅의 무덤. 불 길한 기운이 풍기는 그 이름이 영식 의 머릿속을 복잡하게 만들었다.

“쿠, 쿨럭! 제가 알고 있는 건 그 게 전부입니다! 그년에 대한 건 저 도 잘 모릅니다! 그냥 운 좋게 발견 한 것뿐이라고요!”

김재현은 필사적인 목소리로 소리 쳤다. 영식은 발버둥치는 그를 깊게 가라앉는 눈빛으로 노려보았다.

“그럼 더 이상 널 살려둘 이유도 없다는 거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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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 히익! 자, 잠깐만요!”

김재현은 창백해진 표정으로 고개 를 저었다. 철컥. 영식의 손등에서 튀어나온 블레이드의 날이 날카롭게 빛났다.

영식은 김재현의 이마에 블레이드 를 들이밀며 나지막한 목소리로 입 을 열었다.

“문어대가리.”

문어대가리라는 그의 말의 김재현 의 표정이 일그러졌다. 20대 중반부 터 급격하게 머리털이 빠지기 시작 한 그의 콤플렉스를 자극하는 말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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었다.

영식은 부들부들 몸을 떨고 있는 그를 내려다보며 재미있는 것이 생 각났다는 듯이 피식 웃음을 흘렸다.

“나는 빡빡이다라고 20번 외치면 살려줄게.”

“……이, 개 같은 새끼가!”

과거 지구에서 유행했던 모 게임에 서 나왔던 굴욕적인 명령을 들은 김 재현은 얼굴을 붉히며 몸을 일으키 려고 했다.

-퍼억! 퍽! 빡!

“커헉! 악! 아아악! 그, 그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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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을 일으키려고 한 대가는 사정없 는 발길질이었다. 김재현은 갈비뼈 가 부러지는 고통에 비명을 내질렀 다.

“아직 말할 생각 없어?”

“뭐, 이대로 죽고 싶다면 말리지 않겠지만.”

영식은 비릿한 미소를 지으며 샷건 의 총구를 그의 다리 사이로 향했 다. 총구가 향하는 방향을 본 김재 현은 다급한 목소리로 소리쳤다.

“자, 잠깐만! 지금 뭐 하려는 거 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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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 죽인다고 했잖아.”

“그, 그렇다면 보통 머리나 가슴 O..”

“여길 쏴도 죽어. 조금 시간은 걸 리겠지만 말이야.”

영식은 당황하는 김재현의 모습이 즐겁다는 듯이 말했다. 김재현의 얼 굴이 창백하게 굳었다.

다리 사이가 뜯겨 나간 뒤에 천천 히 죽을 생각을 하니 어마어마한 공 포가 밀려들었다. 김재현은 거칠게 입술을 깨문 채 기어들어 가는 목소 리로 말했다.

“나, 나는…… 빡…… 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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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 뭐라고? 잘 안 들리는데?”

영식은 한쪽 귓가에 손을 올리며 능청스러운 목소리로 물었다.

김재현의 얼굴이 타오르듯이 붉어 졌다. 참을 수 없는 수치심이 그의 전신에 퍼져 나갔다.

“나는, 빡빡이다! 나는! 빡빡이 다!”

“하하하! 그래, 그렇게 힘차게 외 쳐야 잘 들리지.”

영식은 폭소를 터뜨렸다. 굴욕적인 말을 연달아 외치고 있는 김재현의 눈에서 투명한 눈물이 흘러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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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빡빡이다...

그렇게 20번의 외침이 끝났다. 영 식은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으며 그 의 다리 사이를 향해 망설임 없이 샷건을 쏘았다.

-타앙!

“아아아아아아아악!”

찢어질 듯한 그의 비명이 방 안을 울렸다. 김재현은 입에서 거품을 홀 리며 그에게 소리쳤다.

“마, 말하면 살려준다고, 했잖아 이 개새끼야!”

“107레벨 소환자잖아? 고작 다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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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를 맞았다고 해서 진짜 죽지는 않겠지. 그리고 처음부터 널 죽일 생각은 없었어.”

영식은 자리에서 일어나 몸을 돌렸 다. 구석에서 기척을 지운 채 이곳 을 가만히 바라보고 있던 여인이 천 천히 걸어 나왔다.

“널 죽이는 건 루시아지.”

영식은 복잡한 표정을 짓고 있는 루시아의 어깨에 손을 올리며 말했 다. 루시아는 떨리는 눈빛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감사합니다, 주인님. 이 은혜 는 결코, 제 목숨이 다하는 한이 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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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도 잊지 않겠습니다.”

“나가서 기다리고 있을 테니 분이 풀릴 때까지 이곳에 있어도 괜찮 아.”

영식은 그렇게 말하며 최상급 회복 포션 한 병을 그녀에게 내밀었다.

포션 병을 받아 든 루시아는 조용 히 고개를 끄덕였다.

-콰직!

“아아아아아악!”

김재현의 비명 소리가 방 안에 울 려 퍼졌다. 영식은 비명 소리를 뒤 로하고 발걸음을 옮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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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시아도 그렇고, 기계 몬스터에 대한 것도 그렇고……

영식의 눈이 날카롭게 빛났다.

‘영응의 무덤으로 직접 가봐야 실 마리가 보이겠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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