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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업 머신-146화 (146/284)

레벨업 머신 146화

영웅 루시아(6)

“그건 또 무슨 개소……

영식은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으로 눈살을 찌푸렸다.

지금 자신은 그녀에게 어떠한 강제 력도 행사하고 있지 않았다.

아니, 애초에 컨트롤러 없이 그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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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게 명령을 내리는 것은 불가능했 다.

즉, 지금은 그녀 스스로 자유로운 의사 결정이 가능한 상태라는 의미 였다.

그런데 노예라니?

대체 무슨 생각으로 저런 소리를 입에 담는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잠깐, 이거 설마?’

그는 블랙큐브를 해석한 순간 떠올 랐던 마지막 메시지를 떠올렸다.

호감도와 중성도가 최대치로 조정 됩니다, 라는 메시지가 그의 머릿속 에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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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마 그게 이런 의미였나.’

영식은 당황스런 표정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

루시아는 당황하고 있는 영식을 보 며 살짝 입가에 미소를 머금었다.

자리에서 몸을 일으킨 그녀는 힘겹 게 한쪽 무릎을 꿇으며 검을 땅에 박았다.

“제 모든 것을 당신에게 바치겠습 니다. 몸도, 마음도 당신만을 향하겠 습니다. 당신의 검이 되고, 방패가 되며, 쾌락을 위한 도구가 되겠습니 다. 앞으로 제 검은 당신의 명령만 을 따라 움직일 것이고, 제 몸은 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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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의 즐거움만을 위해 움직이겠습니 다.”

마치 기사가 왕에게 충성을 맹세하 는 듯이 경건한 기운이 그녀의 몸에 서 흘러나왔다.

문제는 그 충성의 맹세 속에 의미 심장한 표현들이 섞여 있다는 점이 었지만.

“……루시아 씨?”

영식은 자신의 앞에 무릎 꿇은 그 녀를 내려다보며 당황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원래 이런 캐릭터였어?’

이제까지 김재현에게 격렬히 저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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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며 절망에 빠져 있던 그녀라고는 볼 수 없는 모습이었다.

‘아니, 아무리 호감도가 최상치가 됐다고 해도…… 자신이 절망에 빠져 있는 그녀의 구원자가 된 것 정도는 이해할 수 있었다.

하지만 아무리 그렇다고 해도 보통 갑작스럽게 모든 것을 바치겠다니, 쾌락의 도구가 되겠다느니 하는 말 은 하지 않는 것이 정상이었다.

차라리 연인이 되고 싶다고 말했으 면 그럴 수도 있겠다 생각했겠지만 노예가 되겠다고 나오니 어떻게 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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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을 해야 할지 알 수가 없었다.

“편하게 루시아라고 불러주세요, 주인님.”

“예? 아니, 루시아 씨, 저는 아 직……

“루시아, 라고 불러주세요.”

자리에서 일어선 루시아는 약에 취 한 듯한 표정으로 그의 뺨을 쓰다듬 으며 말했다.

영식은 난처한 표정으로 침음을 삼 키다가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알았어, 루시아. 하지만 그 노예라 는 건 다시 생각해 줘. 어렵게 얻은 자유잖아? 굳이 다른 사람의 명령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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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으면서 사는 생활을 계속할 필요 는 없어.”

“그건…… 제가 마음에 들지 않는 다는 말씀이신가요?”

루시아는 당장에라도 눈물을 쏟을 것처럼 울먹이는 목소리로 물었다.

영식은 고개를 저으며 말을 이었 다.

“아니, 그런 의미가 아니야. 만약 은혜를 갚고 싶다는 이유로 노예가 되려고 한다면 그럴 필요 없다는 거 야. 난 네가 스스로의 의지로 결정 하기를 바라.”

그는 명령에 따라서 움직이는 꼭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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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시를 원하는 것이 아니었다.

그로 인한 결과가 좋지 않았다는 것은 김재현만 생각하더라도 어렵지 않게 알 수 있었다.

그녀가 8영웅으로서 가진 경이로운 힘을 온전히 사용하기 위해서는, 스 스로의 의지로 움직여야만 했다.

그의 말에 루시아는 방긋 미소를 지었다.

“그렇다면 안심하셔도 괜찮아요.”

“..뭘?”

“전 제 스스로의 의지로 주인님의 노예가 되고 싶다고 생각하고 있으 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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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는 소중한 보물을 쓰다듬듯 영 식의 뺨을 쓰다듬으며 말을 이었다.

“당신의 것이 되고 싶어요. 당신에 게 지배당하고 싶어요. 미칠 듯이 불안하고, 두려워서, 당신이라는 버 팀목이 저를 지탱해 줬으면 좋겠어 요.”

그녀는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영식은 그녀가 무엇이 불안하고, 두렵다고 말하고 있는 건지 이해할 수 있었다.

‘자신’에 대한 기억이 없다는데서 오는 끝없는 불안감.

망망대해 속에 홀로 버려진 것 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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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 막막함.

과거의 자신은 누구였는지, 지금 자신을 이루고 있는 모든 것이 과연 진정한 ‘자신’인지, 앞으로는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영식 또한 처음 눈을 떴을 때 느 꼈던 감정이었다. 하지만 영식의 경 우 그런 고뇌가 오래가지는 않았다.

길수의 존재 덕분이었다.

어떻게 보면 멍청하게 보일 정도로 착한 성격을 가지고 있는 그의 존재 로 인해 영식은 빠르게 안정을 찾을 수가 있었다.

그에 비해 루시아는 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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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가 눈을 뜨고 처음 만난 것은 김재현이었다.

그녀는 자신의 몸이 스스로의 의지 와는 다르게 움직이는 것을 보며 상 상 이상의 불안과 두려움을 느꼈을 것이 분명했다.

‘그랬단 말이지.’

영식은 그녀가 다른 것도 아니고 왜 굳이 노예를 자처했는지 이해할 수 있는 기분이었다.

그녀는 지금 ‘스스로 선택’한다는 것 자체에 대한 경험이 없었다.

그렇기 때문에 자신을 지탱해 줄 수 있는 존재를 갈망하고 있는 것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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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그렇다면.’

영식은 날카롭게 눈을 빛냈다. 그 녀의 의지로 노예가 되는 것을 바라 고 있다면 거절할 이유는 없었다.

그녀가 가지고 있는 힘은 어지간한 군대를 홀로 상대할 수 있을 정도로 경이로운 것이었으니까.

‘길드원 전체가 달려들어도 정상적 인 상황에서는 못 이기겠지.’

현재 정예 소환자만 모였다고 자부 할 수 있는 살바토르 길드 전원이 달려들어도 이길 수 없는 강자.

그런 전력을 노예로 들인다는 것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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쌍수를 들고 기뻐해도 모자랄 일이 었다.

“알았어. 네 의지가 그렇다면 말리 지 않을게. 다만, 굳이 내 명령에 따라서 꼭두각시처럼 움직일 필요는 없어. 그건 내가 원하지 않으니까.”

“ 아아?

그의 허락이 떨어지자 루시아는 감 격에 젖은 탄성을 홀렸다.

그녀의 전신에 짜릿한 전율이 흘렀 다.

“감사, 합니다, 주인님. 앞으로 제 모든 삶을 바쳐 주인님에게 봉사할 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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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시아는 그렇게 말하며 천천히 몸 을 숙였다.

바닥에 납작 엎드린 그녀는 영식의 발등에 입을 맞추려고 했다.

“잠깐, 지금 뭘 하려는……

“제가 주인님의 노예가 되었다는 증거를 보여 드릴 생각이에요.”

“아니, 딱히 증거 같은 건 필요 없 는데.”

“후훗. 꼭두각시처럼 명령에 따라 서만 행동하지 말라고 하셨잖아요?”

그녀는 그렇게 말하며 영식의 발등 에 입을 맞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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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꺼운 부츠를 신고 있었기 때문에 딱히 촉감이 전해지는 것은 아니었 지만 딱 잘라 표현하기 힘든 묘한 감각이 느껴졌다.

‘이 모습을 티리아나 다른 사람에 보이기라도 했다간 난리가 나겠군.’

영식은 그렇게 생각하며 계속 발등 에 입을 맞추고 있는 루시아에게서 떨어지려고 했다.

그때 였다.

“여, 영식 씨……?”

“지금 무슨……

부상을 입은 강하린과 천태황, 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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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부축하고 이쪽으로 다가온 티 리아와 박시아는 경악에 찬 표정으 로 입을 열었다.

“이런 씨……

영식의 입에서 거친 욕설이 흘러나 왔다. 마치 일부로 재기라도 한 것 같은 타이밍이었다.

“가, 갑자기 저 여자가 왜 영식 씨 의 발등에 입을 맞추고 있는 거죠?! 대체 무슨 일이……

“진정해, 티리아.”

지금 상황을 전혀 이해하지 못하겠 다는 듯이 허둥지둥하고 있는 티리 아를 바라보며 영식이 입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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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실히, 방금 전까지만 해도 목숨 을 걸고 싸웠던 상대가 갑자기 발등 에 입을 맞추고 있는 모습을 봤으니 이런 반응을 보이는 것도 당연했다.

“영식 씨, 아까 전에 저희와 싸우 던 그 여인이 맞나요?”

박시아 또한 당황스럽다는 표정을 감추지 않으며 물었다.

영식은 짧은 한숨을 내쉬며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나중에 설명드리겠습니다. 어쨌든, 중요한 건 더 이상 그녀가 적이 아 니라는 사실입니다.”

“……김재현의 금제를 푸신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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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

박시아는 김재현의 명령에 필사적 으로 저항하려고 했던 루시아의 모 습을 떠올리며 물었다.

영식은 그녀의 물음에 고개를 끄덕 여 답했다. 하. 박시아의 입에서 허 탈한 웃음이 홀러나왔다.

무려 8영웅 중 하나를 지배하고 있던 금제를 이렇게 아무렇지도 않 게 풀어버리다니?

영식의 능력이 대단하다고는 알고 있었지만 이 정도일 것이라고는 상 상하지 못했다.

“후훗. 주인님 덕분에 자유를 찾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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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 있었어요.”

몸을 일으킨 루시아는 방긋 미소를 지으며 영식의 팔에 엉겨 붙었다. 그녀의 모습을 본 티리아의 눈살이 크게 일그러졌다.

“지, 지금 영식 씨에게 그렇게 찰 싹 붙어 있으신 이유가 뭐죠?! 그리 고 주인님이라뇨? 그건 또 무슨 소 리예요?”

“호호. 주인님께서 절 받아주시기 로 했거든요. 앞으로는 이 한 몸 바 쳐 주인님에게 봉사해 드릴 생각입 니다.”

“보, 봉사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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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시아의 폭탄 발언에 티리아는 어 버버한 표정으로 영식을 향해 고개 를 돌렸다. 지금 저 여자가 대체 무 슨 개소리를 하고 있는지 설명해 보 라는 듯한 눈빛이었다.

“……어쩌다 보니 이렇게 됐어.”

“어쩌다 보니 노예를 하나 들이셨 다는 말씀인가요?”

티리아는 흥분에 찬 표정으로 영식 에게 다가갔다. 그런 그녀의 앞을 루시아가 막아섰다.

“당신은 누구신데 주인님에게 그렇 게 따지듯이 말하는 거죠?”

“읏……. 저는 지금 영식 씨가 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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을 담고 있는 살바토르 길드의 길드 장입니다.”

“흐응.”

길드장이라는 티리아의 말에 루시 아는 흥미롭다는 표정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 잠시 고민에 잠겼던 루 시아는 이내 코웃음을 치며 다시 영 식의 팔을 끌어안았다.

“저는 당신이 길드장이든 뭐든 상 관없습니다. 제게 명령을 내릴 수 있는 건 오로지 주인님뿐이에요.”

“……이, 이익! 만난 지 얼마나 되 셨다고 갑자기 주인님 타령인가 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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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 만난 시간이 중요한가요? 주인님과 전 시간을 넘는 인연으로 맺어져 있습니다.”

두 여인 사이에 치열한 신경전이 벌어졌다.

“시간을 넘는 인연이라고요?”

“예. 주인님도 저와 같이 과거에 대한 기억이 없으시다고 들었어요. 과거에 대한 기억을 잃은 두 사람이 만날 확률이 얼마나 되겠어요?”

그녀는 영식의 어깨에 뺨을 비비며 말을 이었다.

“기억을 잃은 두 사람이 맺어져 새 로운 미래를 만들어 나간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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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운명이라고밖에 볼 수 없죠.”

“호, 호호호. 루시아 씨가 금제가 풀리신 지 얼마 되지 않아서 머리가 잘 돌아가지 않으시나 보네요.”

티리아는 억지 미소를 지으며 루시 아를 노려보았다.

루시아는 야릇한 미소를 지으며 한 손으로 영식의 가슴을 애무하듯 쓰 다듬었다.

“후훗. 누가 뭐라고 하든 상관없어 요. 주인님께서 제 모든 것을 받아 주신다고 하셨거든요. 몸도, 마음도 모두요.”

“윽..! 지금 뭘 하고 계신 거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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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 어서 영식 씨에게 떨어지세요!”

티리아는 당장에라도 잠자리로 향 할 것 같은 분위기를 풍겨내는 루시 아의 어깨에 손을 뻗었다.

_ 탁.

“읏……!”

하지만 영식도 뿌리치지 못하는 루 시아의 괴력을 티리아가 이겨낼 수 있을 리가 없었다.

루시아는 가볍게 손을 휘둘러 티리 아를 뒤로 밀어냈다.

신음을 흘리며 뒷걸음치는 티리아 를 본 영식은 살짝 눈살을 찌푸렸 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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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시아.”

“네. 뭐든 말씀해 주세요, 주인님.”

“함부로 길드원에게 손대지 마.”

“……예, 주인님. 주제넘게 행동해 서 죄송합니다.”

딱딱하게 굳은 영식의 목소리에 루 시아는 바로 깊게 허리를 숙이며 사 과했다. 영식은 그런 그녀를 바라보 며 끄응, 침음을 삼켰다.

“……갑작스러운 건 사실이지만 그 녀를 죽이지 않고 전력으로 받아들 인 것은 좋은 일이군요.”

박시아는 머리가 아프다는 듯이 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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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에 손을 올리며 말했다.

아바돈 길드와의 싸움은 발등에 붙 은 급한 불을 끈 것에 불과했다.

지금 가장 중요한 문제는 북방에 나타난 신종 몬스터의 정체를 파악 하는 것이다.

그녀의 힘이라면 분명 그 신종 몬 스터 탐사에 큰 힘을 보태줄 수 있 을 것이다.

“예. 그렇죠.”

“그럼 이제 슬슬 전쟁을 마무리해 야 할 것 같네요.”

아바돈 길드의 핵심 전력은 모두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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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전쟁을 빠르게 마무리 짓고 전후 처리를 위한 산더미 같은 서류 들과 씨름할 일만 남아 있었다.

“아뇨.”

영식은 천천히 고개를 저으며 입을 열었다.

“아직 할 일이 남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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