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레벨업 머신-145화 (145/284)

레벨업 머신 145화

영웅 루시아(5)

?띠링.

[SS급 메모리 큐브(구식)에 대한 구조파악을 시도합니다.]

[소환자 ‘영식’의 정보 간섭에 대한 무조건적인 승인이 확인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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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조파악이 성공하였습니다.]

‘역시 블랙큐브였나.’

영식은 눈앞에 떠오른 메시지창을 바라보며 눈을 반짝였다.

명령을 거스르려고 하면 머리가 깨 질 듯이 아프고 몸이 의지와는 상관 없이 움직인다.

영식이 알고 있는 한에서 에르노어 대륙에 저런 절대적인 지배가 가능 한 것은 블랙큐브밖에 없었다.

‘이번에도 무조건적인 승인이라

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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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전에 락테온의 코어를 해석했을 때와 같은 문구였다.

레크라스에게 나왔던 S급 메모리 큐브에 락이 걸려 있어 구조파악에 일주일이 넘게 걸렸던 것을 떠올리 면 쉽게 이해되지 않는 일이었다.

‘어떻게 무조건적인 승인이 가능한 거지‘?’

영식은 눈살을 찌푸리며 생각에 잠 겼다.

자신과 루시아는 오늘 처음 만난 사이였다. 그녀의 머릿속의 블랙큐 브에서 자신의 정보 간섭에 대해 무 조건적인 승인이 떨어졌다는 것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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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해할 수 없는 일이었다.

‘그리고 구식은 또 뭐야……?’

이제까지 한 번도 본 적 없는 수 식어 였다.

그런 그의 생각을 끊어내듯 푸른색 메시지창이 연달아서 떠올랐다.

[SS급 메모리 큐브(구식)에 대한 해석이 완료되었습니다.]

[구조파악 스킬의 숙련도가 대폭 상승하였습니다.]

[‘루시아 디 리베리에’에 대한 지배 권이 소환자 ‘김재현’에서 소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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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식’으로 옮겨집니다.]

[해당 메모리 큐브는 ‘레노스’가 만 든 구식 모델로서 별도의 컨트롤러 없이는 ‘루시아 디 리베리에’에 대 한 명령 하달이 불가합니다.]

[해당 메모리 큐브에 대해 완전한 제어권을 얻어내셨기 때문에 ‘루시 아 디 리베리에’의 호감도와 충성도 가 최대치로 조정됩니다.]

“이건?

영식은 눈앞에 떠오른 메시지창을 바라보며 가늘게 눈을 떴다.

레노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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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테리온이라는 단어를 들었을 때 와는 달리 어딘가 꺼림칙하고, 질척 한 감각이 느껴지는 이름이었다.

목을 움켜쥐는 것 같은 불길하고 불쾌한 기분.

영식은 가늘게 눈을 뜨며 무언가를 생각했다.

중요한 무언가가 떠오를 듯 말 듯 하면서 그의 생각을 방해하고 있었 다.

“무, 무슨 일이 일어난 거죠?”

루시아는 당황스러운 표정으로 자 신의 몸을 더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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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는 자신을 전신을 제약하고 있 던 김재현의 명령이 순식간에 사라 진 것을 느꼈다.

영식은 그녀를 향해 시선을 옮겼 다.

레노스라는 메시지 아래에 있던 다 른 메시지들이 그의 머릿속에 떠올 랐다.

‘지배권이 김재현에서 나에게 옮겨 졌다고 했나.’

만약 그 말이 사실이라면 이건 생 각보다 훨씬 더 엄청난 일이었다.

루시아는 슈트를 착용한 그와 티리 아, 박시아가 합공을 해서 간신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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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압할 수 있는 경이로운 강자였으 니까.

‘게다가 루시아는 이번 전투에 전 력을 다하지도 않았을 거야.’

그녀는 전투에서 이기기 위해서 싸 웠던 것이 아니었다.

오히려 영식에게 패배하기를 원하 는 마음으로 싸웠다. 그럼에도 불구 하고 그 정도의 힘을 보여준 것이 다.

그녀를 회유해서 길드의 전력으로 만든다면 살바토르 길드는 어마어마 한 힘을 가질 수 있을 것이 분명했 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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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대 길드가 가소롭게 느껴질 정도 의 막대한 힘을.

“김재현이 루시아 씨를 제약하고 있었던 장치를 해제했습니다. 이제 는 더 이상 다른 사람의 명령에 따 르지 않으셔도 됩니다.”

“아?

태연하게까지 느껴지는 그의 말에 루시아는 두 눈을 크게 떴다.

그녀의 몸이 가늘게 떨리기 시작했 다.

‘뭐, 사실 블랙큐브가 완전히 해제 된 건 아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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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의 행동을 제약하고 있던 블랙 큐브는 해제된 것이 아니었다.

명령권이 김재현에서 영식으로 바 뀐 것뿐이었다.

‘어차피 김재현처럼 강제적으로 그 녀를 따르게 할 생각이 없으니 상관 없겠지.’

그녀를 마음대로 조종할 수 있는 권한이 생겼다고 해서 김재현과 똑 같은 행동을 할 생각은 없었다.

그녀에 대한 동정심 때문만은 아니 었다.

이번 전투에서도 드러났듯이 루시 아는 김재현의 명령에 완전히 따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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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 않았다.

자신을 제약하는 블랙큐브의 힘에 계속해서 저항한 것이다.

그런 저항 속에서 그녀는 자신이 가진 본신의 힘을 완전히 끌어내지 못했다.

애초에 패배하기 위해 싸움을 하는 데 가진 힘을 모두 끌어낼 수 있을 리가 없었다.

영식이 원하는 것은 그녀를 부하나 노예처럼 부리는 것이 아니었다.

서로를 지키는 동료가 되어 그녀가 가진 모든 전력, 아니, 그 이상의 전력을 끌어낼 수 있도록 만드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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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식이 원하는 바였다.

“제약이, 풀렸다고요……? 하지만 어떻게……

그녀는 믿기지 않는다는 듯이 그를 바라보았다.

그의 말대로 김재현의 제약이 사라 진 것은 사실이었다.

전투에 패배해 쓰러져 있었던 순간 에도 계속해서 그들을 죽이라고 속 삭이던 목소리가 더 이상 들려오지 않았다.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움직였 던 몸이 이제는 그녀의 뜻대로 움직 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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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어떻게 그가 김재현의 제약 을 풀어낼 수 있었는지에 대해서는 짐작조차 가지 않았다.

김재현의 제약은 그녀가 아무리 미 친 듯이 반항해도 결코 풀리지 않았 던 절대적인 것이었다.

“저는 남들과는 조금 다른 특별한 능력을 사용할 수 있습니다. 그 능 력으로 루시아 씨를 지배하고 있는 제약을 해제할 수 있었죠.”

그의 말에 루시아는 짧은 탄성을 흘렸다.

지금 여기서 그가 가지고 있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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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한 능력이라는 것이 무엇인지, 자신을 제약하고 있었던 것의 정체 가 무엇인지는 그녀에게 중요하지 않았다.

그녀에게 있어서 중요한 것은, 눈 을 뜬 이래 처음으로 그녀의 몸이 온전히 스스로의 의지로 움직이고 있다는 사실뿐이었다.

“아, 으, 아아……

루시아의 눈을 타고 투명한 눈물이 흘러내렸다.

단어가 되지 못한 언어의 편린이 그녀의 입술 사이로 흘러나왔다.

김재현의 명령에 따라 죽이고 싶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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않았던 사람들을 죽였던 것이 떠올 랐다.

그 안에는 아이를 지키려는 어머니 도 있었다. 가족을 위해 검을 집어 든 아버지도 있었다. 어머니의 옷을 부여잡은 채 공포에 떨고 있던 아이 도 있었다.

자신은, 그런 그들을 무참히 베어 버렸다.

그들에게 할 수 있었던 것이라고는 미안하다는 사과뿐이었다.

“아흑, 아아, 아아아!”

터질 듯한 감정의 격류가 그녀의 머릿속에서 휘몰아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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짐승 같은 울음소리가 그녀의 입에 서 홀러나왔다.

그녀를 압박하고 있었던 제약에서 해방된 기쁨. 과거에 대한 후회와 슬픔, 분노가 뒤섞인 복잡한 감정이 그녀의 머릿속을 가득 메웠다.

“고마, 워요. 정말, 고마워요……

루시아는 펑펑 눈물을 홀리며 영식 의 손을 잡았다. 김재현의 손과는 달리 마음까지 포근해지는 따듯함이 느껴지는 손이었다.

하루하루가 지옥이었다.

눈을 뜨고 난 이후 단 한 번도 끔 찍한 제약의 고통을 느끼지 않았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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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이 없었다. 자살조차 할 수 없었 던, 영원히 이어질 것 같았던 무저 갱의 지옥.

그녀는 그 지옥에서 자신을 구해준 남자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아?

영식에 대한 생각이 그녀의 가슴속 을 가득 채웠다. 터질 듯이 가슴이 두근거렸다.

이제까지 그녀가 겪었던 지옥은 모 두 그에게 구원받기 위해 어쩔 수 없이 견뎌야 했던 관문처럼 느껴질 정도로, 그에 대한 마음이 폭발적으 로 그녀의 안에서 커져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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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는 눈물을 홀리며 덜덜 떨리는 손으로 그의 뺨에 손을 올렸다.

살짝 피부만 닿았을 뿐인데 전율스 러울 정도의 쾌감과 행복감이 그녀 의 전신에 퍼져 나갔다.

“할 수 있는 일을 한 것뿐입니다.”

영식은 눈물을 홀리고 있는 루시아 를 바라보며 덤덤한 목소리로 말했 다.

‘여기서 잘만 말한다면.’

그녀는 자신을 구해준 영식에 대해 서 호의를 가지고 있었다.

여기서 말만 잘하면 그녀를 회유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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는 것은 어렵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 다.

‘여기선 공감을 이끌어내는 방법이 가장 좋지.’

영식은 그렇게 생각하며 입을 열었 다.

“기억을 잃으셨다고 했죠? 저도 같 습니다.”

“여,영식 씨도요……?”

“예. 저도 이 세계에 불려오기 전 의 기억이 하나도 없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루시아 씨가 느끼고 있을 아 득함에 대해서는 저도 이해할 수 있 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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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식은 가늘게 떨리고 있는 루시아 의 어깨에 손을 올렸다.

지금부터가 중요했다.

“저도 처음에는 방황했고, 괴로웠 습니다. 그런 제게 든든한 안식처가 되어준 곳이 바로 지금 제가 몸을 담고 있는 길드입니다. 루시아 씨가 있었던 아바돈 길드와는 전혀 다른, 모두 한 가족처럼 서로를 위해주는 길드입니다.”

그는 진지한 목소리로 말을 이었 다.

“만약 이 일이 끝난 후에 가실 곳 이 없다면 저희 길드로 루시아 씨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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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시고 싶습니다.”

“저, 저를요……?”

루시아는 두 눈을 크게 뜨고 그를 바라보았다.

김재현의 명령 때문이라고 하지만 자신은 그와 그의 동료들을 모두 죽 이려고 했었다. 그런 그녀를 이렇게 선뜻 길드에 받아준다는 제안을 할 줄은 예상하지 못했었다.

“예. 루시아 씨가 안정을 되찾는 데도 분명 도움이 될 겁니다. 그리 고…… 영식은 그녀의 어깨를 쥔 손에 힘 을 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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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하다, 는 생각을 하실 수 있 을 겁니다.”

그의 말에 루시아는 굳게 입을 다 물었다.

행복.

그녀와는 가장 거리가 멀다고 생각 했던 감정이었다.

이제까지 그녀가 유일하게 바랐던 것은 그녀를 죽여 이 지옥 같은 생 활을 끝내줄 존재뿐이었다.

그랬던 그녀가 행복해진다니, 꿈에 서조차 상상해 본 적 없는 일이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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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제가, 행복해진다고요?”

“예. 이곳에 오시면 행복해지실 수 있을 겁니다. 아니, 제가 어떻게 해 서라도 루시아 씨를 행복하게 만들 어 드리겠습니다.”

마치 프러포즈와도 같이 들리는 그 의 말에 루시아의 얼굴이 새빨갛게 달아올랐다.

거부할 수 없는, 달콤한 마약 같은 제안이었다.

그녀의 몸이 떨렸다. 보랏빛 눈동 자에 동요가 퍼져 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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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의 다 넘어온 것 같군.’

영식은 그녀의 표정을 바라보며 그 렇게 생각했다.

달콤한 말로 그녀를 회유한다고 해 서 딱히 사기를 칠 생각은 아니었 다.

살바토르 길드가 가진 특유의 친밀 한 분위기는 그녀를 반드시 행복하 게 만들어줄 것이다.

그가 이곳에서 그런 행복을 느꼈던 것처럼.

“루시아 씨. 제 동료가 되어주시지 않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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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식은 망설이고 있는 그녀에게 쐐 기를 박듯 말했다.

“동료?

루시아는 그가 말한 동료라는 단어 를 음미하듯 중얼거렸다.

서로를 위해 목숨을 아끼지 않으 며, 언제 어디서나 의지가 되어줄 수 있는 존재. 이제까지 그녀가 단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관계였다.

루시아는 고개를 들어 영식을 바라 보았다.

그의 얼굴을 보니 다시 가슴이 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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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거리기 시작했다. 몸이 뜨거워지 며 짜릿짜릿한 감각이 그녀의 전신 을 타고 흘렀다.

동료, 라는 그의 말이 다시 떠올랐 다.

지금 미친 듯이 떨리는 그녀의 마 음을 다잡아주기에는 부족한 느낌이 드는 단어였다.

“……동료가 되기는 싫어요.”

U

예상치 못한 그녀의 대답에 영식은 굳게 입을 다물었다. 설마 그녀가 제안을 거절할 것이라고는 상상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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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유가 무엇입니까?”

루시아는 마치 약에 취한 것처럼 몽롱한 표정을 지으며 영식의 뺨에 손을 올렸다.

자신을 지옥 속에서 꺼내준 구원 자. 지금 자신의 가슴을 가득 채우 고 있는 남자의 온기가 손을 타고 전해졌다.

그녀의 입가에 야릇한 미소가 지어 졌다.

“전 영식 씨의 동료가 되고 싶지 않아요.”

“그렇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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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는 소중한 보물을 쓰다듬듯이 그의 뺨을 만지며 말을 이었다.

“전 당신의 노예가 되고 싶어요.”

예?

뭐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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