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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업 머신-144화 (144/284)

레벨업 머신 144화

영웅 루시아(4)

“슈, 트……?”

김재현은 아연한 표정으로 영식을 바라보았다. 농밀한 불안감이 그의 전신에 휘몰아쳤다. 바이저에서 홀 러나오는 붉은빛이 그를 향했다.

“김재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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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트 안에서 들리는 영식의 목소리 에 김재현은 눈살을 찌푸렸다.

그는 루시아의 몸에서 떨어진 후 본능적으로 뒷걸음질 쳤다.

“너 그거 어디서...

“머리, 조심해라.”

“뭐? 무슨 소……

김재현은 갑작스러운 그의 말에 이 해할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 런 그의 의문이 풀리기도 전에, 영 식의 몸이 움직였다.

-콰아아아앙!

검은색 불꽃이 날개처럼 뿜어져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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왔다. 어마어마한 충격에 왕성 전체 가 지진이라도 난 것처럼 뒤흔들렸 다.

김재현이 그의 움직임을 인지하기 도 전에, 영식의 주먹이 그의 머리 를 후려쳤다.

-빠악!

김재현은 비명조차 지르지 못하고 뒤로 튕겨져 나갔다. 마치 물수제비 처럼 그의 몸이 바닥에 퉁퉁 튕기며 벽을 연달아 박살 냈다.

“읏……, 이, 이틈에 빨리, 도망쳐 주세요.”

루시아는 미칠 듯한 고통에 덜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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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을 떨며 간절한 목소리로 말했다.

김재현이 그의 공격을 받고 날아간 지금. 지금이 유일하게 그들이 도망 칠 수 있는 시간이었다.

“아, 으으으……. 아아아아악!”

아직 그녀의 머릿속에 남아 있는 김재현의 명령, ‘여기에 있는 모든 이를 죽여라’라는 명령이 그녀의 전 신을 지배했다.

루시아는 더 이상 그 절대적인 지 배를 거스르지 못하고 눈앞에 있는 영식을 향해 검을 휘둘렀다.

-까앙!

“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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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트의 손등에서 나온 검은색 칼날 과 그녀의 검이 부딪혔다.

그녀의 손을 타고 묵직한 충격이 전해 졌다.

그녀는 그 황무지에서 눈을 뜬 이 래 처음으로 자신의 공격이 완벽히 막힌 것을 느꼈다.

-철컥.

슈트의 오른 손목이 꺾였다. 두 개 의 총구가 나타나 그녀를 겨눴다.

“전탄 사격.”

-콰앙! 콰앙! 콰아앙!

폭탄이 터지는 듯한 굉음이 연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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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지며 그의 총구가 불을 뿜었다. 루시아는 본능적인 위험을 감지하고 재빠르게 뒤로 물러섰다.

-슈우우우우!

그녀가 뒤로 물러나는 것보다 빨리 영식의 몸이 그녀에게 다가왔다. 공 중에서 몸을 비튼 그는 그녀의 배를 거칠게 후려쳤다.

-콰앙

영식의 발에 맞은 루시아의 몸이 벽을 뚫고 왕성 밖으로 튕겨져 나갔 다. 한창 전쟁이 벌어지고 있는 레 오폴드의 모습이 그녀의 눈 안에 들 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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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는 영식에게 얻어맞은 배를 부 여잡으며 자리에서 일어섰다.

벽을 뚫고 100미터 가까이 날아갔 음에도 불구하고 살짝 스친 상처조 차 없었다.

“어, 어떻게……

믿을 수 없다는 듯한 목소리가 그 녀의 입에서 홀러나왔다.

이제까지 그녀가 상대했던 사람들 은 모두 허무하게, 제대로 된 싸움 을 시작하기도 전에 목숨을 잃었다.

하지만 지금 눈앞에 있는 존재는 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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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자신의 공격을 견딜 수 있었 다. 받아치고, 반격할 수 있었다.

‘이 사람이라면……!’

루시아의 눈에 희망의 불씨가 피어 올랐다.

그라면, 자신을 죽일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머릿속을 스쳐 지나 갔다.

자신의 목을 베고, 이 지옥과도 같 은 굴레를 끊어내 줄 수 있다고 생 각했다.

그녀에게 삶에 대한 욕구는 없었 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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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생물인 이상 ‘살고 싶다’라는 욕망이 없을 리는 없었지만 지금 같 은 절망을 맛보며 살 바에 차라리 죽는 편이 훨씬 더 좋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부탁해요……. 절, 죽여주세요.”

루시아는 애원하듯 그에게 말했다. 그녀를 따라 왕성 밖으로 나온 영식 이 그녀를 노렸다.

-깡! 깡!

죽여달라는 말과 달리 그녀는 영식 의 블레이드를 재빠르게 받아쳤다.

김재현의 명령 없이는 자신의 목숨 을 스스로 포기하는 것조차 불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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했기 때문이었다.

격렬한 검격이 이어졌다. 눈 한 번 깜빡이는 찰나의 시간에 어지럽게 검이 얽혔다. 음속을 넘어선 움직임 에 소닉붐이 휘몰아쳤다.

그녀는 필사적으로 ‘반격하지 않 기’ 위해 힘을 억눌렀다.

머릿속에 떠오르는 무수한 스킬도, 마법들도 전혀 사용하지 않았다.

조금만 더 마력을 담아 그를 몰아 붙이면 순식간에 이길 수 있다는 것 을 그녀 스스로도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녀는 머릿속에 떠오르는 ‘이길 수 있는 방법’을 억지로 사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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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 않았다.

만약 그 방법을 사용한다면 자신은 평생 지금처럼 김재현의 노예로 살 아야 했다.

그녀는 순수한 신체 능력 하나만 가지고 영식과의 싸움을 이어나갔 다.

-까앙! 깡!

무시무시한 검격이 이어졌다.

힘을 억누르고 있다고는 하나 그녀 는 인간의 규격을 아득히 뛰어넘은 강자였다.

싸움은 어느 쪽으로도 쉽게 결판나 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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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루시아는 영식과 검격을 나누며 흠 칫 몸을 떨었다.

어딘가 익숙한 느낌이 드는 검격이 었다.

‘어째서?’

그녀는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으로 영식을 바라보았다.

그는 그녀가 오늘 처음 만나는 존 재였다. 익숙한 느낌이 드는 것은 이상했다.

-쿵! 쿵! 쿵! 쿠

그런 그녀의 생각을 끊어내듯 묵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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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폭음이 울려 퍼졌다.

영식의 슈트 등 뒤로 수십 개의 포신이 드러났다. 철컥. 그와 동시에 슈트의 어깨 부분이 열렸다.

“제리코 미사일.”

-콰과과과과광!

영식의 낮은 목소리와 함께 그의 어깨에서, 등에서, 동시에 미사일이 발사됐다.

끔찍할 정도의 폭발이 주변을 횝쓸 었다.

“커 헉!”

폭발에 휩쓸린 루시아의 입에서 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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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 피가 쏟아졌다. 그녀가 몸에 두른 마력 갑옷을 뚫고 격렬한 충격 이 전해졌다.

처음으로 그녀가 상처다운 상처를 입은 것이다.

루시아의 눈에 서린 희망의 빛이 더욱 짙어졌다.

-지이잉.

“읏……!”

바이저에서 뿜어져 나온 두 줄기 레이저가 그녀를 노렸다.

루시아는 반사적으로 한 손을 앞으 로 뻗어 그의 공격을 튕겨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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_쿵!

그의 공격을 막은 루시아는 거칠게 진각을 밟았다. 그녀의 몸이 길게 늘어나는 듯한 착각과 함께 영식의 바로 앞으로 이동했다.

-콰앙!

그녀는 우월한 신체 능력을 살려 뒤돌려 차기를 그에게 날렸다.

말이 뒤돌려 차기지 그녀의 신체 스펙을 생각하면 건물 하나가 무너 지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의 공격이었다.

“크읏?!”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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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식의 입에서 침음이 홀러나왔다.

슈트를 입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전 신을 뒤흔드는 충격이 전해졌다.

-치익.

-경고. 슈트의 파손율 20%에 도달 하였습니다. 자동 수리를 위해서는 전투 모드를 종료하여야 합니다.

‘슈트가……

영식의 표정이 일그러졌다. 슈트를 착용하고 나서 처음으로 슈트 자체 가 파손되었다.

‘이게 8영웅이라는 건가.’

추정 등급 SSS급인 슈트를 파괴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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킬 수도 있는 힘.

전율스러울 정도로 강력한 그녀의 공격이 영식의 전신을 난타했다.

-치익. 파손율 30%에 도달하였습 니다. 전장 이탈을 제안합니다.

‘위험해.’

영식의 표정이 딱딱하게 굳었다.

그라고 빠져나가고 싶지 않아서 빠 져나가지 않는 것이 아니었다.

슈트의 부스트를 전력으로 사용해 도 그녀의 공격 범위에서 벗어날 수 가 없었다.

“헤븐즈 레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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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룡의, 진노!”

그때, 그를 따라 왕성 밖으로 나온 티리아와 박시아가 루시아를 향해 마법을 쏘아냈다.

허공에서 만들어진 수백 개의 빛줄 기가 그녀를 향해 떨어졌고, 그의 뒤를 이어 물로 이루어진 거대한 수 룡이 그녀를 노렸다.

막을 수는 있지만 무시할 수는 없 는 그녀들의 공격에 루시아는 다급 히 몸을 뒤로 빼고 검을 들어 올렸 다.

“마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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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리아와 박시아가 만들어준 그 기 회를 놓칠 영식이 아니었다.

영식의 양 무릎에서 서른 개의 마 인이 쏟아져 나와 루시아를 향해 기 어갔다.

부스트를 사용해서 뒤로 물러난 영 식은 그녀를 향해 오른손을 들어 올 렸다.

-우우우우웅!

검은색 에너지의 구체가 그의 오른 손 앞에 모여들었다. 영식은 에너지 블라스트의 표면을 플라즈마로 덮었 다.

“ 대폭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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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와 동시에 루시아를 향해 다가간 마인이 동시에 폭발을 일으켰다.

-콰과과과과광!

“흐읏……

거대한 폭발이 다시 루시아를 휩쓸 었다. 루시아는 몸에 두른 마력 방 벽 너머로 전해지는 열기에 표정을 일그러트렸다.

그리고 그녀를 향해 한계까지 차징 된 에너지 블라스트가 쏘아졌다.

슈트의 힘으로 증폭된 검은색 에너 지 블라스트는 그녀의 몸보다 큰 크 기를 가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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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시아의 입에서 짧은 탄성이 홀러 나왔다.

그녀의 머릿속에 저 공격을 막을 수 있는 스킬 하나가 떠올랐다. 그 녀의 몸이 그 스킬을 사용하기 위해 움직였다.

‘안, 돼……

그녀는 자신을 향해 쏘아지는 공격 을 ‘막지 않기’ 위해 필사적으로 몸 을 억눌렀다.

‘지금이, 마지막 기회야.’

김재현의 구속에서 벗어날 수 있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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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기회.

그녀를 묶고 있는 족쇄에서 풀려날 수 있는 유일한 길이었다.

그녀는 억지로 스킬을 발동시키려 고 하는 자신의 몸을 필사적으로 억 눌렀다. 아득한 고통이 그녀의 전신 을 뒤흔들었다. 거칠게 깨문 그녀의 입술을 따라 피가 홀러내렸다.

그리고 영식의 에너지 블라스트가 그녀의 몸을 덮쳤다.

-콰아아아앙!

용의 브레스가 휘몰아치기라도 한 듯이 영식의 에너지 블라스트는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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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을 초토화시켰다. 바닥에서 피어 오른 먼지가 주변을 덮었다.

-치익.

-다용도 기능성 전투 슈트 락테온 2식의 사용 가능 시간이 끝났습니 다.

-슈트를 해제합니다.

철컥. 영식의 몸이 슈트 밖으로 나 왔다. 짙은 무력감이 그의 전신을 짓눌렀다.

“하아, 하아……

영식의 입가에서 거친 숨이 홀러나 왔다. 어지간해서는 지치지 않는 그 라고 할지라도 루시아와의 격전에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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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치지 않을 수가 없었다.

슈트를 인벤토리 안에 집어넣은 영 식은 연기가 피어오르는 곳으로 천 천히 걸어갔다.

“■흐으... O O 으 ”

■ ~ 才、 ?-人、?

그곳에는 바닥에 쓰러진 채 신음을 홀리고 있는 루시아의 모습이 보였 다. 철컥. 영식의 손등에서 블레이드 가 튀어나왔다.

“당신이, 절, 구해준 사람이었군 요.”

바닥에 쓰러진 루시아는 힘겹게 고 개를 돌려 영식을 바라보았다. 그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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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 입가에 밝은 미소가 지어졌다.

“고마, 워요.”

그녀는 당장에라도 끊어질 것처럼 희미한 목소리로 그에게 말했다.

표정은 차가워 보이지만 어딘가 마 음이 풀어지고, 기대고 싶어지는 남 자였다.

“..고맙다고?”

“응. 절 막아줘서, 그 더러운 놈한 테 한 방 먹여줘서, 고마워요.”

루시아는 방긋 미소를 지었다.

영식은 한쪽 무릎을 꿇어 그녀의 목에 블레이드를 가져다 대었다.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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녀는 진심으로 기쁘다는 듯이 두 눈 을 감고 편안한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 절 죽여줘서, 고마워요.”

영식은 이제까지 한 번도 들어본 적 없는 ‘죽여줘서 고맙다’는 말에 굳게 입을 다물었다. 복잡한 감정이 그의 머릿속에 휘몰아쳤다.

“아, 죽기 전에 당신의 이름이라도 알고 싶어요.”

그녀는 밝은 목소리로 영식의 이름 을 물었다.

“?영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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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훗. 왠지 그립게 느껴지는 이름 이네요.”

그녀는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영식, 왠지는 모르지만 기억 속에 아련하게 남아 있는 단어였다.

‘기억을 잃기 전에 나는 어떤 사람 이었을까.’

문득, 그녀는 자신의 과거가 궁금 해졌다. 황무지에서 눈을 뜨기 전, 영웅이라고 불렸던 자신의 과거가.

‘이제는 다 의미 없는 일이지만.’

그녀는 꺼질 듯이 희미한 미소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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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으며 다시 눈을 감았다.

“……마음에 안 드네.”

영식은 마치 은혜를 베풀어달라는 것처럼 죽음을 애원하는 그녀를 내 려다보며 눈살을 찌푸렸다.

어째서인지 몹시, 아주 몹시 불쾌 한 기분이었다.

“왜 김재현의 명령에 거스를 수 없 는지 알고 있어?”

“……저도 그 이유는 잘 몰라요. 사실 전 영웅이라고 불렸을 때의 기 억이 없거든요. 눈을 떴을 때는 넓 은 황무지였고, 김재현의 명령을 거 스를 수 없는 상태였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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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식의 질문에 천천히 눈을 뜬 그 녀는 씁쓸한 표정을 지으며 말을 이 었다.

“그의 명령을 거부하려고만 하면 머리가 깨질 듯이 아파요. 그리고 제 의지와는 상관없이 몸이 움직여 버리죠.”

“김재현이 죽는다면?”

그의 말에 루시아는 서글픈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아마 그렇게 된다고 해도 그가 마 지막에 내린 명령에 따라 여러분을 죽이려고 할 거예요. 남은 방법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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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절 죽이는 것밖에 없어요.”

그녀는 억지로 미소를 지으며 목에 닿은 블레이드를 손으로 살짝 눌렀 다.

“그러니까, 부탁드려요. 절 죽여주 세요.”

그녀의 말에 영식은 굳게 입을 다 물었다.

그는 잠시 눈을 감은 채 생각에 잠겼다.

‘명령을 거스르려고 하면 머리가 깨질 듯이 아프고 몸이 의지와는 상 관없이 움직인다, 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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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민은 길지 않았다. 영식은 감았 던 눈을 천천히 떴다.

깊게 가라앉은 그의 눈빛이 그녀를 향했다.

- 철컥.

블레이드의 칼날이 다시 그의 손등 안으로 사라졌다. 루시아는 다급한 표정으로 그를 불렀다.

“자, 잠시만요! 부탁이에요……! 여 기서 절 죽이지 않으면 전 다시 여 러분을……!”

“시험해 볼 게 있어.”

그녀의 말을 끊으며 영식이 손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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뻗었다.

그의 손이 그녀의 이마에 닿았다.

“구조파악.”

나지막한 목소리가 그의 입에서 흘 러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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