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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업 머신-143화 (143/284)

레벨업 머신 143화

영웅 루시아(3)

“?…”이, 새?!”

김재현은 검붉은 피를 쏟아내며 영 식을 노려보았다.

“뭐, 그 얘기는 이제 됐고.”

철컥. 영식의 오른손이 꺾이며 두 개의 총구가 나타났다. 영식은 바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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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 쓰러진 김재현을 향해 총구를 겨 눴다.

이제 슬슬 끝을 낼 때였다.

김재현이 이토록 허무하게 당한 것 은 마력을 먹어치우는 특성을 가진 그의 소환수들이 영식의 공격에는 아무런 대처도 하지 못하고 속수무 책으로 당했기 때문이었다.

결코 김재현이란 소환자가 약했기 때문에 그에게 당한 것이 아니다.

“이, 이이익!”

김재현은 필사적으로 몸을 비틀었 다. 한쪽 팔만 남은 그의 손이 주머 니 속으로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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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앙

두 개의 총구에서 빛이 뿜어졌다. 수십 발의 산탄총이 바닥에 쓰러진 김재현의 머리를 노렸다.

“루, 시아……!”

김재현은 절박한 목소리로 그 이름 을 외쳤다.

영식은 갑작스러운 그의 행동에 눈 살을 찌푸렸다.

그때 였다.

?콰아아아앙!

방 천장이 무너져 내리며 보랏빛 머리칼을 가진 한 여인이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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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현의 앞에 선 그녀는 딱딱하게 굳은 표정으로 검을 휘둘렀다.

-슈우우욱.

보랏빛 머리칼의 여인이 휘두른 검 을 따라 무형의 기운이 공간을 갈랐 다. 그 공간에 닿은 샷건의 총탄이 ‘사라’졌다.

튕겨낸 것도, 총탄째로 박살 낸 것 도 아니었다. 검이 휘둘러지자 총탄 자체가 흔적도 없이 증발해 버렸다.

영식의 표정이 딱딱하게 굳었다. 위험하다, 라는 생각이 그의 머릿속 에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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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시아의 검이 물 흐르듯 자연스럽 게 이어져 영식의 목을 노렸다. 반 응조차 하지 못하고 그의 목이 베이 기 직전, 그녀의 검이 멈췄다.

“으 O 으...”

?I 9 ?I ?

“뭐 하고 있어, 이 멍청한 년아! 저 새끼를 죽여!”

루시아는 거칠게 입술을 깨문 채 전신에 차오르는 끔찍한 고통을 필 사적으로 견뎌냈다.

영식의 목에 닿은 그녀의 검이 덜 덜 떨렸다.

“더, 이상……. 네 명령에, 따를 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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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시아의 볼을 타고 투명한 눈물이 홀러내렸다.

그녀는 아득할 정도의 고통을 견뎌 내며 김재현의 명령에 저항했다.

“빨리 그 새끼를 죽이라고, 이년 아!”

“O O 으...I”

? 9 入? ?

루시아의 입이 벌어지며 고통에 찬 신음이 홀러나왔다. 그녀는 머리를 움켜쥔 채 두 눈을 질끈 감았다. 그 녀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검이 움직 였다.

?후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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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광처럼 휘둘러진 그녀의 검이 허 공을 갈랐다. 무언가 이상하다는 것 을 눈치챈 영식이 재빠르게 몸을 뒤 로 뺐기 때문이었다.

영식은 굳게 입을 다문 채 고통을 호소하고 있는 그녀를 바라보았다.

-치익.

순간적으로 시야가 일그러졌다.

분명 처음 봤음이 분명한 여인임에 도 불구하고 어디선가 많이 본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하, 하하하! 그래, 그렇게 내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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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 따라야지! 루시아! 빨리 여기 있는 모든 녀석을 다 죽여 버려!”

“김, 재현……! 난, 더 이상 네 명 령에는……

“지랄하지 말고 다 죽이라고! 어 차피 네년은 내 명령을 거스를 수 없어!”

김재현은 자신만만한 표정으로 소 리 쳤다.

루시아의 표정이 짙은 절망감에 물 들었다.

그의 명령에 거스를 수 없다. 그 사 실은 그녀가 처음 눈을 뜨고 난 이 후부터 변하지 않았던 사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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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안, 해요.”

그녀는 언제나와 같이 처절한 슬픔 이 묻어 나오는 목소리로 말했다.

김재현의 명령을 들을 때마다 그녀 는 자신의 마음이 마모되는 듯한 절 망을 느꼈다.

하지만 그의 명령을 거스를 수는 없었다.

그녀의 머릿속에 들어 있는, 끔찍 한 고통과 함께 그녀를 잠식하고 있 는 ‘무언가’가 그녀의 몸을 마음대 로 조종하고 있었다.

“김재현, 너 무슨 짓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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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시아는 누가 보더라도 억지로 그 의 명령을 따르고 있는 것 같은 루 시아의 모습에 눈살을 찌푸렸다.

저 여인이 누군지는 알 수 없었지 만, 단 한 번의 검격으로도 그녀가 경이로울 정도의 무위를 가진 존재 라는 것은 어렵지 않게 알 수 있었 다.

저런 강대한 힘을 가지고 있는 여 인을 어떻게 김재현이 마음대로 조 종할 수 있는지 그녀는 짐작조차 가 지 않았다.

- 스르륵.

옷깃이 스치는 듯한 소리와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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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시아의 몸이 바닥을 미끄러지듯 움직였다.

박시아는 다급하게 손을 들어 올리 며 물의 방패를 만들어냈다.

-촤악!

“크읏?!”

그녀가 만들어낸 물의 방패를 마치 종잇장처럼 가르며 루시아의 검이 박시아의 몸을 베었다.

아무리 그녀가 김재현을 상대하면 서 마력을 많이 소진했다고는 하나 믿기 힘든 광경이었다.

검붉은 피를 쏟아내며 박시아의 몸 이 바닥에 쓰러졌다. 동부 최강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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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환자 중 하나인 그녀가 손도 쓰지 못하고 순식간에 패배했다.

“시, 시아 언니!”

강하린은 창백하게 질린 표정으로 박시아의 이름을 불렀다.

그녀는 이글거리는 눈빛으로 새하 얀 검을 들어 올렸다.

“너어! 감히 언니를!”

그녀는 노성을 터트리며 루시아를 향해 몸을 움직였다.

한 줄기 빛이 된 그녀의 검이 루 시아를 향해 휘둘러졌다.

-카앙! 퍼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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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 헉!”

루시아는 가볍게 검을 휘둘러 강하 린의 검을 튕겨냈다. 루시아는 곧장 몸을 반 바퀴 돌려 강하린의 배를 걷어찼다.

-쿠응

그녀의 발길질에 얻어맞은 강하린 의 몸이 벽에 처박혔다.

M W

방 안에 무거운 침묵이 내려앉았 다.

김재현을 제외한 모든 이가 경악에 찬 눈빛으로 루시아를 바라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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압도적인 무력.

경이로운 기술을 사용하지도, 화려 한 마법을 사용하지도 않았다. 그녀 는 정말 순수한 ‘신체 능력’만으로 이곳에 모인 강자들을 찍어 누르고 있었다.

“뭐, 뭐야, 이건……

유나는 딱딱하게 굳은 표정으로 루 시아를 바라보았다.

찬란한 아름다움을 가지고 있는 루 시아라는 여인은 그 가녀린 외모와 걸맞지 않게 괴물 같은 힘과 스피드 를 가지고 있었다.

“이건 마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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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나는 떨리는 목소리로 입을 열었 다.

지난 몇 년간 에르노어 대륙에서 활동하면서 질릴 정도로 많이 봐왔 던 광경이 그녀의 머릿속을 스쳐 지 나갔다.

지금 루시아가 보여주고 있는 압도 적인 무력.

특별한 기술이나 마법도 없이 오로 지 신체 능력 하나만 가지고 모든 것을 찍어 누르는 모습.

이것은 소환자들 간에 ‘압도적인 레벨 격차’가 있을 때 흔히 보이는 모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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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럴 리가 없어.”

유나는 자신의 머릿속에 떠오른 생 각을 부정했다.

이곳에 모인 이들이 누구인가?

하나같이 동부에서 내로라하는 강 자이며, 랭커의 반열에 오른 존재들 이 아닌가.

그런 그들을 압도적인 레벨 격차로 밀어붙이고 있다고?

유나는 가늘게 떨리는 손으로 쌍식 의 검자루를 움켜쥐었다. 그녀의 몸 에서 검붉은 불꽃이 타올랐다.

“그럴 리가, 없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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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나는 쌍검을 교차해 루시아를 향 해 휘둘렀다.

-후웅.

“읏……!”

분명 루시아의 몸을 갈랐다고 생각 했던 그녀의 쌍검이 허무하게 허공 을 베었다. 눈앞에 있던 루시아의 몸이 허공에 녹아들듯이 사라졌다.

-퍼억!

“꺄악!”

마치 공간 이동을 하듯이 유나의 뒤로 움직인 루시아는 손등으로 그 녀의 몸을 후려쳤다. 가녀린 손등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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맞은 유나의 몸이 마치 철퇴에 후려 맞은 듯이 옆으로 튕겨져 나갔다.

“하, 하하하하! 봤냐 이것들아! 이게 바로 루시아의 힘이다! 8영웅 이 가진 힘이라고!”

비틀거리며 바닥에서 일어선 김재 현이 폭소를 터뜨렸다. 바닥에 쓰러 진 박시아의 표정에 경악이 서렸다.

“8영웅이라고……?”

“그래! 대전쟁이 있었던 자리에서 8영웅 중에 하나를 발견했지! 영웅 루시아! 그게 바로 이년의 정체다!”

“……어째서 8영웅이 네 명령을 따 르는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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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시아는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으 로 그를 바라보았다.

대전쟁에서 모두 죽었다고 알려진 8영웅 중에 생존자가 있다는 것도 충분히 놀라운 사실이었지만, 김재 현이 그 8영웅을 마치 노예처럼 강 제할 수 있다는 사실에는 비할 수 없었다.

“낄낄낄! 바로 이것 덕분이지.”

김재현은 즐겁다는 듯이 입가를 비 틀며 주머니 속에서 한 물건을 꺼냈 다. 바로 루시아의 머릿속에 든 ‘무 언가’를 통해 그녀를 조종하게 만들 어주는 컨트롤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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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건?

“사실 나도 이게 뭔지는 잘 몰라. 저년의 옆에 떨어져 있는 걸 발견한 거거든. 하지만 한 가지는 확실하 지.”

김재현의 입가가 비틀려 올라갔다. 그는 비틀거리는 걸음으로 루시아에 게 걸어가 그녀의 어깨를 한 팔로 감쌌다.

“..으 ”

才、?

김재현은 그녀의 어깨에 팔을 두른 채 옷 속으로 손을 뻗었다. 루시아 의 가슴이 그의 손에 희롱당하기 시 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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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는 두 눈을 질끈 감은 채 전 신에 벌레가 기어 다니는 것 같은 역겨움을 참아냈다.

아니, 정확하게 말하면 ‘참아낼 수 밖에’ 없었다.

김재현은 그런 그녀를 바라보며 다 시금 폭소를 터뜨렸다.

“이년은 내 명령에 반항하지 못한 다는 거지.”

자신에 찬 그의 말에 박시아의 표 정이 절망으로 물들었다.

8영웅의 후예도 아니고, 진짜 8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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웅 중 하나가 상대라니. 김재현을 상대하느라 많은 마력을 소진한 지 금의 그들이 상대할 수 있는 적이 아니었다.

“도망, 가세요.”

루시아는 이를 악문 채 끊어질 듯 이 희미한 목소리로 말했다.

“지금, 빨리…… 도망, 가세, 요.”

끔찍한 고통을 견뎌내며 그녀는 간 절한 목소리로 말했다. 김재현의 표 정이 거칠게 일그러졌다.

-짜악!

김재현의 손에 맞은 루시아의 고개 가 옆으로 돌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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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서 개소리를 지껄이고 있어? 빨리 여기 있는 년놈들을 모두 죽 여, 루시아.”

그는 이글거리는 눈빛으로 말했다.

-철컥.

그때, 톱니바퀴가 맞물리는 듯한 소리가 방 안에 울려 퍼졌다. 김재 현은 소리가 들리는 곳으로 고개를 돌렸다.

“……뭐야, 저건 또?”

그의 시선이 향한 곳에는, 영화에 서나 나올 법한 칠흑색 슈트를 입은 존재가 서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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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익.

-사용자 ‘영식’의 탑승을 확인하였 습니다.

-다용도 기능성 전투 슈트 락테온

2식, 가동합니다.

슈우우우우!

슈트의 바이저에 붉은빛이 떠올랐다.

폭발적으로 뿜어져 나온 새하얀 증 기가 방 안에 휘몰아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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