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벨업 머신 136화
레오폴드 공성전(1)
일주일이 흘렀다.
엘노트 왕성을 습격한 아바돈 길드 는 익시스 왕국군을 끌어들여 엘노 트 왕성의 수도, 레오폴드를 완전히 장악했다.
아바돈 길드의 마스터, 김재현은 수도에 남아 있는 엘노트 왕국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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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 자신의 밑으로 들어오라고 제안 했다.
아니, 정확하게 말하면 협박했다고 표현하는 것이 맞았다.
당연히 엘노트 왕국군은 그의 제안 에 거세게 반발하며 루안의 복수를 위해 검을 뽑아 들었다.
그 결과는 참혹했다.
아바돈 길드의 고레벨 소환자들과 김재현은 반기를 꺼내 든 엘노트 왕 국군을 보고 오히려 즐겁다는 듯이 웃음을 터뜨렸다.
그들은 마치 장난을 치듯 잔인하게 왕국군을 학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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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안드라스 기사단과 근위대를 비롯한 고레벨 병력을 모두 잃어버 린 왕국군들은 아바돈 길드의 막강 한 힘에 저항할 수 없었다.
루안에 대한 충성심이 남달랐던 왕 국군이었지만 그 무차별적인 학살에 언제까지고 견딜 수는 없었다.
살아남은 왕국군들은 공포에 떨며 살기 위해 어쩔 수 없이 그들의 군 대에 가담하게 되었다.
“흐음. 이제 대충 준비가 끝났군.”
엘노트 왕국의 수도 레오폴드.
20미터에 달하는 높은 성벽 위에 올라선 김재현은 도열해 있는 병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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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을 바라보며 씨익 미소를 지었다.
익시스 왕국군과 엘노트 왕국군, 그리고 아바돈 길드가 섞인 아바돈 연합은 보는 것만으로도 압도될 정 도로 강렬한 기세를 피워 올리고 있 었다.
그들의 그런 기세의 원천이 되는 것은 ‘공포’였다.
김재현에 대한 공포.
그가 가진 기괴한 능력에 대한 두 려움.
그것이 그들을 벼랑 끝으로 몰아세 웠다.
그들은 김재현에게 죽고 싶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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는 그 생각 하나만으로 철저하게 단 련된 정예군마냥 엄청난 기세를 풍 기고 있었다.
그들이 그런 생각을 하는 것은 지 극히 당연했다.
그 누구라도 김재현의 능력을 봤다 면 도저히 숨길 수 없는 혐오감과 함께 ‘저렇게 죽고 싶지는 않다’라 고 생각할 수밖에 없었으니까.
“길드장님. 한울 길드와 레비아탄 길드가 움직였습니다.”
칠흑색 갑옷을 입은 거한이 김재현 에게 다가왔다.
아바돈 길드의 고위 간부 중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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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 이두영이었다.
랭커 중에서도 꽤나 강한 편에 속 하는 그는 딱딱하게 굳은 표정으로 김재현을 바라보았다.
아무리 랭커라고 하더라도 김재현 이라는 악마 앞에 서면 본능적인 공 포를 느낄 수밖에 없었다.
이두영의 말을 들은 김재현은 씨익 입꼬리를 비틀었다.
“좋아. 생각대로 둘이 연합해서 몰 려오는군.”
그는 자신의 생각대로 된 것이 무 척 마음에 드는지 연신 고개를 끄덕 이며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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괜찮으시겠습니까, 길드장
“응? 뭐가?”
김재현은 싱글벙글 미소를 띈 채 능청스럽게 되물었다.
“한울 길드와 레비아탄 길드의 연 합입니다. 아무리 길드장님이 강하 다고 하셔도……
“하하하! 설마 우리가 질 거라고 생각하는 거야?”
김재현은 조롱하는 듯한 목소리로 물었다. 이두영은 흠칫 몸을 떨며 대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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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아닙니다. 길드장님이 얼마나 강력하신지는 저도 잘 알고 있습니 다. 게다가 저희는 수성을 하는 입 장이니까요. 하지만…… 그래도 병 력의 질 차이가 엄청날 겁니다.”
아바돈 길드는 두 왕국의 왕국군을 끌어들이며 막대한 숫자의 병력을 손에 넣었다.
하지만 그것은 단순히 숫자만 많은 허수아비에 불과했다.
김재현에 대한 공포로 인해 병사들 의 사기는 꽤나 높다고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공포에 의한 일시적인 현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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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실제 목숨이 오가는 전투가 벌어진다면 김재현에 대한 충성심이 바닥에 가까운 왕국군들이 언제 돌 변할지 몰랐다.
“흐음. 확실히 그렇긴 하지. 하지만 레비아탄이랑 한울 길드의 병력을 다 합쳐봐야 3천 정도? 그 정도라 면 이쪽의 숫자로 밀어버릴 수 있으 니까 상관없어.”
익시스 왕국군과 강제로 징용한 엘 노트 왕국군이 함께 있는 아바돈 연 합은 3만에 달하는 병력을 가지고 있었다.
평균적인 레벨 차가 압도적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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는 하나 10배에 달하는 병력 차라 면 싸워볼 만은 했다.
“하지만 다른 길드의 협력을 요청 했을 가능성도……
“6강 길드에는 내가 미리 연락해 뒀어. 이번 전쟁에 참여한다면 길드 가 멸망할 걸 각오하라고.”
그는 능글맞은 미소를 지으며 말을 이었다.
6강 길드 이상의 세력이 가세하지 않는다면 전력 자체는 아바돈 연합 이 우위였다.
“그리고 만약 다른 길드가 협력한 다고 해도 상관없어. 이쪽에는 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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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 무기가 있으니까 말이야.”
김재현은 자신감에 찬 목소리로 말 했다.
“……루시아 말씀입니까?”
이두영은 보랏빛 머리칼을 가진 절 세의 미녀를 떠올리며 물었다.
김재현은 낄낄 웃음을 터트리며 고 개를 끄덕였다.
“그년이 있으면 어지간한 변수 따 위는 처참하게 짓밟을 수 있지.”
자신만만한 김재현의 말에 이두영 은 굳게 입을 다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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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소 오만하게 들리는 말이었지만,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인 것은 맞았 다.
한 개인이 아무리 강하다고 하더라 도 전쟁의 판도는 쉽게 변하지 않았 다.
백검 강하린이나 박시아 같은 강력 한 랭커도 압도적인 숫자 차이를 극 복할 수는 없었다.
피로라는 개념이 존재하는 인간인 이상 한 손으로 열 손을 막아내는 데 한계가 있기 때문이었다.
그런 절대적인 제약을 그나마 벗어 날 수 있는 것은 김재현 정도의 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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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자뿐이었다.
아니, 김재현이라고 하더라도 압도 적인 숫자의 차이를 혼자서 극복할 수는 없었다.
하지만 그녀는 달랐다.
‘그년은…… 괴물이지.’
이두영은 이번 엘노트 왕성 습격 때를 떠올렸다.
그녀는 단신으로 안드라스 기사단 과 근위대를 모조리 참살했다.
원주민이라고는 하나 최소 80레벨 이상으로 이루어진 강력한 집단을 상처 하나 입지 않고 쓸어버린 것이 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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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그걸 ‘상처를 입지 않았다’는 어설픈 문장으로 표현하는 것이 과 연 타당할지부터 의문이 들었다.
그녀는 말 그대로 눈 깜짝할 사이 에 왕국군의 최정예들을 쓸어버렸으 니까.
그들은 자신이 어떻게 죽었는지도 모른 채 단 일격에 목이 베여 죽었 다.
‘그녀만 있다면……
루시아의 무시무시한 힘을 떠올린 이두영의 몸에 짜릿한 전율이 일렀 다.
그녀는 이미 ‘개인’이라는 틀을 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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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서 전술 병기라고 불러도 과언이 아닌 존재였다.
‘하긴…… 그년이 없었다면 길드장 님이 이런 무모한 전쟁을 벌이시지 도 않았겠지.’
김재현은 단순이 욕망에 눈이 먼 머저리가 아니었다.
그는 탐욕스럽고 잔혹한 성격을 가 지고 있지만 목표를 위해서는 그것 을 억누르며 기다릴 줄 아는 사내였 다.
만약 그러지 않았다면 아바돈 길드 의 세력이 3대 길드 중 하나에 속 하지도 않았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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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현은 초반에 길드를 급격히 키 울 때 불법적인 일에 손을 대었다.
인신매매부터 시작하여 마약의 유 통, 매춘과 도박장까지, 그가 손대지 않은 영역은 손으로 꼽을 정도였다.
하지만 그는 길드가 어느 정도 유 명세를 타자마자 바로 불법적인 일 에서 손을 떼었다.
계속해서 불법적인 수익을 통해 길 드를 키워 나가다간 오래 가지 못하 고 자멸하게 되라는 것을 그 스스로 도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는 더 큰 야망을 위해서 당장의 욕망을 절제할 줄 아는 인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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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김재현이 한울, 레비아탄을 동시에 상대한다는 무모한 선택지를 고른 이유는 단 하나였다.
과거 8영웅 중 하나라고 알려진 루시아.
그녀는 동부 최강자라고 불리는 김 재현조차 어린아이 다루듯이 압도할 수 있는 강자였다.
말 그대로 치트키.
그녀는 싱글 게임을 플레이할 때 사용하는 치트키와 같은 존재였다.
‘만약 길드장님이 그 이상한 막대 기 같은 걸로 루시아를 다룰 수 없 었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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끔찍한 상상을 한 이두영의 몸이 부르르 떨렸다.
루시아가 김재현에게 가지는 반감 은 엄청났다.
주변에 있는 것만으로 그녀의 살기 에 짓눌려 다리가 풀려 버릴 정도였 다.
그녀가 아바돈 길드를 향해 검을 겨눴을 때를 상상하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전멸.
루시아의 힘 앞에서 김재현은 하찮 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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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는 그 정도의 힘을 가지고 있 었다.
“……어떤 말씀인지 알겠습니다.”
한울 길드와 레비아탄 길드는 오로 지 김재현만을 견제하기 위해 조직 을 편성할 것이다.
그런 상황에서 갑자기 루시아가 등 장한다면?
그 결과를 상상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뭐, 처음부터 바로 써먹긴 힘드니 까 좀 연기를 해야겠지만 말이야.”
아무리 루시아가 강력한 전력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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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하더라도 수천에 달하는 소환자 를 혼자서 이길 수는 없었다.
물론, 그들 중 대부분을 홀로 죽일 수는 있었다.
치고 빠지는 차륜전을 펼친다면 수 천에 달하는 병력을 홀로 상대할 수 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각 길드의 수뇌부를 골라서 죽이는 것은 불가능할 것이다.
그 전에 다 도망가 버리고 말 테 니까.
수뇌부들을 그에게 끌어들여 한 번 에 쓸어버리기 위해서라도 아바돈 길드는 전쟁에서 ‘밀릴’ 필요가 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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었다.
‘어차피 수뇌부만 다 죽이면 오합 지졸에 불과해.’
그가 말한 대로, 어지간한 변수가 없는 이상 패할 수가 없는 전쟁이었 다.
이미 승리를 보장받은 채 전투를 하는 것과 마찬가지.
“이번에 박시아 그년하고 한울 형 제를 쳐 죽이기만 한다면 동부는 이 미 손에 들어온 거나 마찬가지야.”
김재현은 상상만 해도 짜릿하다는 듯이 몸을 떨었다.
한울과 레비아탄만 없으면 동부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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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 아바돈을 막을 수 있는 길드는 존재하지 않았다.
‘그리고 세력을 키운 다음, 남부까 지 손에 넣는 거지.’
그의 눈빛이 농밀한 탐욕으로 타올 랐다.
몬스터에 의한 대륙의 위험 따위는 그의 관심사가 아니었다.
만인이 그의 발아래 무릎을 꿇는 막대한 권력!
그 권력에 따라오는 아찔할 정도의 향락!
그에게 중요한 것은 오로지 그것뿐 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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몬스터라는 거대한 위협에 손을 잡 고 협력해 싸운다고?
그런 꿈같은 이야기는 말 그대로 동화 속에나 존재할 법한 일이었다.
실제 과거 지구의 역사만 보더라도 협력이라는 것이 얼마나 불가능에 가까운 일인지 쉽게 알 수 있었다.
몽골 제국이 거의 학살하다시피 주 변 국가를 점령하고 있던 와중에도 국가들은 협력보다는 서로의 야욕을 챙기지 않았던가.
국가의 존폐가 오늘내일하고 있는 데도 불구하고.
‘뭐, 그놈들처럼 멍청하게 있을 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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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은 없지만.’
동부와 남부를 통합하고 나면 몬스 터에 대한 대책도 신경 쓸 생각이었 다.
절대적인 지배자에 의한 통합.
굳이 서로에게 맞춰가며 협력을 할 필요가 없는 가장 이상적인 방법이 었다.
-뿌우우!
“전방에 레오폴드로 진격하고 있는 군대가 나타났습니다!”
“슬슬 도착했나.”
적습을 알리는 나팔 소리에 김재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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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 입가에 지어진 미소가 한층 더 짙어졌다.
그는 멀리 보이는 수천의 소환자를 바라보며 낄낄 웃음을 터뜨렸다.
“오늘이 바로 동부가 내 손에 떨어 지는 날이로군.”
그는 자신에 찬 표정으로 입술을 핥았다.
그때까지만 해도 그는 상상하지도 못했다.
그가 말한 ‘어지간한 변수’에 속하 지 않는 존재가 저 무리 안에 섞여 있음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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