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벨업 머신 133화
이어지는 사건(1)
5층에 달하는 거대한 건물. 특별한 장식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보는 사 람을 압도하는 듯한 위압감이 느껴 지는 건물이었다.
그 건물의 문에는 동양 신화에서나 나올 법한 용이 새겨져 있었다. 레 비아탄 길드의 길드 마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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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이밍이 참 공교롭네요.”
한성은 레비아탄 길드의 본관을 바 라보며 나지막이 말했다.
그의 말에 영식과 티리아는 고개를 끄덕였다.
“안 그래도 내일 찾아올 생각이었 는데…… 무슨 일로 연락을 한 건지 는 들으셨나요?”
“아뇨. 하지만 박시아 씨의 목소리 로 봐서는 꽤나 심각한 일인 것 같 습니다.”
“……설마 저희가 봤던 기계 몬스 터가 동부에 출현했다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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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음. 그것까지는 알 수 없네요.”
“……아마 그건 아닌 것 같아.”
영식은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기계 몬스터들의 습격을 피해 동부 로 돌아오기까지 5일.
고작 그 5일 사이에 살바토르 길 드보다 빨리 기계 몬스터들이 동부 에 도착했으리라고는 생각하기 어려 웠다.
‘가능성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지만.’
창조주들의 계획이 거의 완성 단계 였고, 들키자마자 바로 그 계획을 진행하기 시작했다면 불가능한 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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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 아니었다.
하지만 만약 그랬다면 지금 동부의 상황이 이렇게 평화로울 리가 없었 다.
기계 몬스터들의 습격으로 큰 혼란 이 일어났을 것이고, 북방 경계선에서 는 큰 전투가 일어나고 있을 것이다.
‘이렇게 조용한 걸 보니 그 일은 아닌 것 같고…… 레비아탄 길드마스터가 이렇게 긴 급 연락을 한 것은 처음이었다.
동맹 관계라고 하더라도 보통은 만 날 날짜와 시간을 정하고 만나는 것 이 예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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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만큼 중요한 일이라는 건가.’
골치 아픈 사건이 연달아서 일어날 것 같은 불길한 예감에 영식은 눈살 을 찌푸렸다.
이미 중앙 지역에서 발견된 기계 몬스터만 하더라도 충분히 골치 아 팠다.
거기에 더해서 다른 사건까지 연달 아 터진다면 정말 눈코 뜰 새 없는 일상이 이어질 것이다.
“그럼, 일단 들어가 볼까요.”
영식과 티리아, 한성은 박시아의 연락을 받고 바로 레비아탄 길드의 본관으로 향했다. 선두에 선 영식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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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관의 문을 두들기려고 했을 때였 다.
“음? 저 마차는 뭐지?”
“어떤 거요?”
레비아탄 본관 옆에는 태극 문양이 새겨진 마차가 세워져 있었다. 이런 저런 일로 레비아탄 길드를 자주 드 나드는 영식이 이제까지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마차였다.
“저건……
“한울 길드의 길드 마크네요.”
한성은 가늘게 눈을 뜨며 말했다. ‘한울’이라는 익숙한 이름에 영식은 호오, 하고 감탄사를 흘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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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울 길드라면 동부 3대 길드 중 하나죠?”
“예. 아바돈, 레비아탄, 한울. 이렇 게 3개가 동부에서 가장 강력한 길 드죠.”
한성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을 이었다.
“각 길드마다 주로 활동하고 있는 왕국이 다릅니다. 아바돈은 익시스 왕국, 한울 길드는 마르시아 왕국에 서 주로 활동하고 있죠.”
“그럼 마르시아 왕국에서부터 여기 로 왔단 의미겠네요.”
“그렇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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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성의 대답을 들은 영식의 눈이 빛났다.
다른 3대 길드가 왔다는 것은 좋 은 소식이었다.
‘기계 몬스터 조사에 대해서 협력 을 얻을 수 있겠군.’
한울 길드는 다른 레비아탄, 아바 돈에 비해서는 그 세력이 약하다고 하지만 엄연히 3대 길드에 속하는 길드였다.
도움이 되지 않을 리가 없었다.
“그럼 아바돈 길드의 마차도 있을 가능성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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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식은 그렇게 말하며 고개를 두리 번거 렸다.
한울 길드에 더해서 아바돈 길드까 지 회유할 수 있다면 동부 최강 길 드들의 연합을 만들 수 있었다.
그의 말에 티리아가 살짝 표정을 굳히며 입을 열었다.
“아바돈 길드는 아마 오지 않았을 거예요.”
“왜?”
“레비아탄 길드와 친하지 않거든 요. 아니, 아마 대부분의 길드가 아 바돈 길드는 혐오할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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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리아는 경멸에 찬 눈빛으로 말했 다. 그녀의 성격을 생각하면 굉장히 드문 일이었다.
“혐오한다고?”
“예. 아바돈 길드는 라이트 실드 길드랑 비슷하게 인신매매부터 각종 불법적인 방법으로 성장한 길드거든 요. 그래놓고 나중에는 언제 그랬냐 는 듯 소환자 보호법을 발안하면서 반듯한 길드처럼 활동하고 있어요.”
“흐음.”
영식은 이해가 간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즉, 뒤가 구린 일로 힘을 쌓은 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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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 내숭을 떨고 있다는 의미였다.
“그런데 다른 길드에서 제재가 없 어‘?”
“그게?
티리아는 깊은 한숨을 내쉬며 말끝 을 흐렸다. 한성이 바통을 넘겨받듯 말을 이었다.
“아바돈 길드는 익시스 왕국과의 유착이 굉장히 심합니다. 엘노트 왕 국과 척을 지고 있는 레비아탄과는 전혀 다른 상황이죠. 그리고 무엇보 다……
“그곳에는 김재현이 있거든요.”
아바돈 길드의 길드마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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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커스트 김재현.
이론이 없는 동부 최강의 소환자였다.
레비아탄 길드의 길드마스터 박시 아와 한울 길드의 길드마스터 배영 훈 또한 동부에서 손에 꼽는 강자로 통했다.
하지만 단순히 무력으로만 따졌을 때는 김재현이 다른 두 사람보다 강 력하다는 것이 정설이었다.
“……얼마나 강하기에?”
“많은 정보가 풀린 건 아니에요. 하지만 박시아 씨보다 강한 건 확실 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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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에 레비아탄 길드랑 아바돈 길 드랑 싸운 적이 있었거든요. 그때 박시아 씨가 패배했습니다. 그것도 꽤나 압도적으로.”
한성은 덤덤한 목소리로 말했다. 영식은 처음 듣는 정보에 가늘게 눈 을 떴다.
‘그 박시아보다 강하다고……?’
푸른 거인을 단신으로 막아냈던 박 시아의 모습이 떠올랐다.
그녀보다 강하다니, 쉽게 상상이 가지 않았다.
‘게다가 그냥 이긴 것도 아니라 압 도했다, 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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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시아는 영식이 슈트를 착용한 이 후에야 압도할 수 있는 상대였다.
출력의 슈트가 가진 사기적인 성능 을 생각했을 때 그 김재현이라는 소 환자가 가진 힘을 상상하기 어려웠 다.
“일단 안으로 들어가죠.”
고민에 잠겨 있는 영식을 보며 한 성이 말했다. 언제까지고 문 밖에서 얘기를 하고 있을 수는 없었다.
“예.”
영식은 문을 열고 레비아탄 길드 본부로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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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이 번쩍 뜨일 만큼 잘생긴 청년 이 그들을 마중 나왔다.
“오랜만이네요.”
“예.”
영식은 천태황에게 인사를 건넸다.
‘그사이 또 몰라보게 달라졌군.’
높은 등급의 아이템을 착용했기 때 문일까, 천태황의 기세는 골드런 길 드와의 전투에서 보았을 때와는 비 교할 수 없을 정도로 강렬해져 있었 다.
‘그러고 보니 천태황의 직업이 검 의 군주라고 했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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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 길수가 얻게 된 직업의 이 름은 철벽의 군주.
직업 이름이 비슷하다 보니 뭔가 연관이 있을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 다.
“길드장님이 기다리고 계십니다.”
천태황은 몸을 돌려 영식 일행을 회의실로 안내했다.
“오셨군요.”
“예. 그런데 긴급히 전해야 할 정 보라는 건……?”
“우선 앉으세요. 소개부터 마치고 바로 얘기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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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개를 하겠다는 그녀의 말에 영식 과 티리아, 한성의 시선이 박시아 옆에 앉은 사내들에게 향했다.
“반갑습니다. 한울 길드 길드마스 터 배영훈입니다.”
“부길드마스터 배성훈입니다.”
자리에 일어난 두 사람이 악수를 건넸다.
나이는 30대 중후반.
주름이 조금 지기는 했지만 시원시 원한 인상을 가진 미남들이었다.
배영훈이 짧은 단발을 가지고 있는 것에 비해 배성훈은 어깨까지 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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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발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제외하 면 굉장히 비슷하게 생긴 외모였다.
배영훈과 배성훈.
친형제가 함께 이 세계에 온 케이 스로 둘 다 모두 어지간한 랭커들은 넘보지 못하는 강력한 힘을 가지고 있었다.
형제라고는 하지만 실제 전투 스타 일은 완전히 반대였다.
형인 배영훈은 초근거리에서 화려 한 기술로 적을 압살하는 권사 클래 스였고 배성훈은 원거리에서 강력한 화력을 퍼붓는 마법사 클래스였다.
두 사람의 콤비는 한울 길드 초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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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부터 유명했다.
따로 떨어진 배영훈과 배성훈을 이 길 수 있는 랭커는 있지만 둘이 함 께 있을 때 이길 수 있는 랭커는 손으로 꼽는다는 것이 정설이었다.
배영훈과 배성훈이 조합되면 단순 히 두 명이 되는 것이 아니었다.
그들은 마치 텔레파시를 사용하는 것같이 서로를 완벽히 이해하며 한 몸처럼 움직였다.
배영훈이 근거리에서 압박을 하며 배성훈의 캐스팅 시간을 벌어주거나 그 반대로 배성훈이 가벼운 마법으 로 적들을 압박하며 배영훈이 강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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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일격을 내지르는 것.
혹은 두 사람 모두 몰아붙이는 스 타일의 공세를 취하거나 수비적인 움직임을 취하는 등, 그들의 전투 스타일은 종잡을 수가 없었다.
일반 파티의 탱커와 딜러가 합을 맞춰 싸우는 것과는 차원이 다른 숫 자의 전략.
그것이 바로 히든 클래스를 가지고 있지도 않은 두 형제를 3대 길드라 는 최고의 자리까지 올려준 원동력 이었다.
사람들은 그들이 ‘형제’라는 것이 히든 클래스 못지않은 강점이라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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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도 할 정도였다.
잘생긴 외모에 성품 또한 평판이 무척 좋아서 그들이 주로 활동하는 마르시아 왕국에서는 팬클럽이 생기 는 사건이 생길 정도였다. 그만큼 두 사람의 인기는 유명했다.
두 사람의 인사에 티리아는 살짝 고민에 빠졌다.
그녀는 고개를 돌려 박시아에게 눈 짓을 보냈다.
“여러분이 살바토르 길드라는 것은 미리 설명해 뒀습니다. 걱정 마세요. 만약 이로 인해 무슨 일이 생긴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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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희 길드에서 책임지겠습니다.”
“……예. 알겠어요. 반갑습니다. 살 바토르 길드 길드마스터 티리아입니 다.”
티리아는 그녀의 말에 고개를 끄덕 이고는 두 사람과 차례대로 악수를 나눴다.
사실 이제는 엘노트 왕국에 자신들 의 위치가 발각된다고 해도 큰 상관 은 없었다.
안드로이드 군단과 영식을 비롯한 길드원들의 힘이 워낙 압도적이다 보니 왕국의 전력으로는 손을 대기 힘들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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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굳이 엘노트 왕국과 쓸데없는 싸움을 만들고 싶 지는 않았다.
아니, 정확하게 말하면 그럴 가치 가 없었다.
“만나서 반갑습니다. 소문대로 정 말 아름다우시네요.”
“……형님, 초면에 실례입니다.”
사람 좋은 미소를 지으며 말하는 배영훈에게 배성훈이 날카로운 목소 리로 지적했다.
“끄응. 깐깐한 놈. 정말 예뻐서 예 쁘다고 그러는데 뭐가 문제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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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아. 그런 말도 상황을 봐서 하셔야죠. 지금 그런 말을 할 상황 입니까?”
배성훈은 책망하는 눈빛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그의 말에 배영훈은 움찔 몸을 떨 며 고개를 숙였다.
“뭐…… 그렇긴 하지만.”
배영훈은 깊은 한숨을 내쉬며 고개 를 끄덕였다.
그의 말대로 지금은 가벼운 농담을 하기도 어려운 상황이었다.
영식과 티리아, 한성이 자리에 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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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박시아가 바로 입을 열었다.
“오늘 살바토르 길드원들을 여기로 부른 것은 긴급히 전달해 드려야 하 는 사항이 생겼기 때문입니다. 지금 전해 드리는 정보는 아마 살바토르 길드 입장에서도 중요한 정보일 겁 니다.”
주위의 시선이 그녀에게 모였다.
살바토르 길드 입장에서도 중요한 정보일 거라니?
무슨 얘기를 할지 쉽게 상상이 되 지 않았다.
박시아는 깊게 가라앉은 눈빛으로 입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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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 특유의 얼음장처럼 차가운 목 소리가 회의실 안에 울려 퍼졌다.
“루안 폰 엘노트가…… 살해당했습 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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