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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업 머신-131화 (131/284)

레벨업 머신 131화

풀리지 않는 의문(1)

-쿠웅

검은색 섬전이 달렸다. 검은색 빛 이 지나간 자리를 따라 기계 몬스터 의 몸이 반으로 갈라졌다.

‘우선 이 주변부터.’

기계 몬스터의 본대는 티리아가 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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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고 있었다. 지금은 땅속을 통해 나타난 기계 몬스터의 별동대를 먼 저 잡아야 했다.

_쿵! 쿠 쿵! 쿠

슈트의 등이 열리며 수십 개의 포 신이 나타났다.

“락 온.”

슈트의 바이저에 붉은 점이 표시됐 다. 붉은 점을 따라 미사일의 경로 가 머릿속에 들어왔다.

“폭격.”

-콰아아아앙!

모든 미사일을 일제히 발사하는 공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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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십 발의 미사일이 비처럼 쏟아지 기 시작했다.

“크어어엉!”

“키에에에에에엑!”

끔찍한 폭발과 함께 기계 몬스터들 의 몸이 종잇장처럼 터져 나갔다. 기계 몬스터들이 쏘아낸 미사일과는 격이 다를 정도의 파괴력이었다.

만약 슈트를 착용하지 않은 상태라 면 이 정도로 압도적인 모습을 보여 줄 수는 없었을 테지만 슈트를 입었 다면 얘기가 달랐다.

락테온 2식은 SS급 레어 아이템을 뛰어넘는, 신화 속에서나 등장할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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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병기였다.

“아이스 블라스트!”

“체인 익스플로전!”

영식이 가세하자 팽팽했던 전황이 순식간에 기울기 시작했다.

거기에 더해서 상위 마법을 캐스팅 할 여유가 생긴 아라와 채린이 마법 을 사용했다.

지팡이의 냉기를 빨아들인 마력을 모두 담아 만들어낸 아이스 블라스트.

산소 탄환을 사방에 쏘아내며 펼치 는 체인 익스플로전.

총알도 통하지 않는 단단한 신체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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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지고 있던 기계 몬스터들이라고 할지라도 두 마법의 끔찍한 파괴력 에 견딜 수는 없었다.

열기와 냉기가 뒤섞인 폭발이 주변 을 휩쓸었다.

“좋았어!”

기계 몬스터들이 폭발에 휩쓸려 혼 란에 빠지자 유나는 사나운 맹수처 럼 그들에게 달려들었다.

그녀의 쌍검에 맺힌 검붉은 화염이 탐욕스럽게 기계 몬스터의 몸을 먹 어 치웠다.

땅속을 통해 살바토르 길드를 습격 했던 기계 몬스터들은 이어지는 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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격들을 막지 못하고 하나둘 바닥에 쓰러졌다.

“좋아! 이대로 언니까지 구하러 가자!”

유나는 기세등등해진 목소리로 외 쳤다.

그런 그녀를 향해 영식이 몸을 돌 렸다.

“아니. 유나 너는 길드원들을 데리 고 계속 퇴각해 줘.”

“그, 그게 무슨 소리야? 설마 언니 를 버려두고 갈 생각 인거야?”

영식은 천천히 고개를 저었다.

그는 티리아가 막아내고 있는 기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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몬스터들의 본대를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티리아는 내가 구하러 갈게. 유나 너는 그사이 미리 퇴로를 확보해줘.”

“그, 그냥 싸우면 안 되는 거야?”

“몬스터가 너무 많아. 슈트의 지속 시간 내에 처리할 수 없어.”

그의 슈트에 시간제한이 있다는 것 은 그녀 또한 잘 알고 있는 사실이 었다.

만약 여기서 영식이 슈트의 힘을 사용하지 못한다면 저 끔찍한 숫자 의 몬스터들을 정리할 수 있는 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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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없었다.

아니, 슈트를 입고 있다고 하더라도 저 정도 숫자의 몬스터들을 상대로 싸워 이길 것이라는 보장도 없었다.

기계 몬스터들은 그 하나하나가 랭 커와 맞먹을 정도의 힘을 가진 괴물 들이었으니까.

“하, 하지만 그러다가 너랑 언니가 같이 포위당하기라도 하면……

“괜찮아. 그럴 경우를 대비한 카드 도 있으니까.”

“으……. 알았어.”

덤덤한 그의 목소리에 유나는 고개 를 끄덕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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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식이 저렇게까지 말했으면 그만 한 자신이 있기 때문일 거라고 그녀 는 생각했다.

“부탁할게.”

유나는 굳게 주먹을 쥔 채 몸을 돌렸다.

영식은 고개를 끄덕이며 티리아가 있는 쪽으로 발을 박찼다.

등 뒤에서 부스트의 빛이 폭발하듯 뿜어지며 음속을 넘는 속도로 그의 몸이 움직였다.

-콰앙! 쿵!

“하아, 하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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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리아는 아직 남아 있는 B급 이 상 안드로이드 군단과 함께 수백에 달하는 기계 몬스터들을 막아내고 있었다.

하지만 그것도 서서히 한계가 오기 시작했는지 그녀의 입에서 거친 숨 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찬란하게 빛나던 여섯 장의 날개가 점차 희미해졌다.

“티 리아.”

“아, 여, 영식 씨!”

그녀는 영식의 등장에 안도와 기쁨 이 뒤섞인 목소리로 그를 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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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사람들은요?”

“모두 안정적으로 퇴각하기 시작했 어. 이제 티리아랑 나만 빠져나가면 돼.”

“아, 알겠어요.”

티리아의 손목을 잡은 영식은 몸을 돌려 이곳을 빠져나가려고 했다. 그 때, 영식의 귓가에 끊어질 듯이 희 미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마, 마스터. 무사해서 다행이라고 알림.]

반쯤 파괴된 채 바닥에 쓰러져 있 는 락테온의 목소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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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식은 티리아의 손목을 잡은 손에 힘을 풀었다.

‘락테온……

그가 만들어낸 안드로이드. 지성을 가지고 있으며, 감성을 가지고 있는 기계.

어떻게 생각하면 자식이라고도 할 수 있는 존재였다.

락테온이 반파되어 쓰러져 있는 모 습을 보니 뒷목이 뜨거워졌다.

-치익.

시야가 일그러졌다.

쓰러진 락테온에게 노이즈 낀 티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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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면처럼 무언가가 겹쳐 보였다.

‘뭐지?’

마치, 과거에도 이런 일이 있었던 것처럼 익숙한 감각.

잊힌 기억 속에서 흘러나온 감정의 격류가 그를 뒤흔들었다.

[마스, 터……?]

‘아직 시간은 좀 남아 있어.’

영식은 슈트의 잔여 시간을 계산하며 락테온이 있는 쪽으로 몸을 틀었다.

늦지 않았다.

지금이라면 그를 구해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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쿵!

땅을 박찬 영식은 바닥에 쓰러진 락테온을 향해 달려갔다.

렉테온은 자신을 향해 다가오는 영 식을 향해 희미한 목소리로 말을 이 었다.

[본 기체를, 구하러…… 오는 것은 현명한 판단이…… 아니라고, 알림. 신속한 퇴각을 요청.]

“시끄러워.”

영식은 살짝 짜증이 섞인 목소리로 말하며 오른팔을 내밀었다.

오른팔에 맺힌 검은색 에너지 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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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트가 락테온이 있는 곳까지 길을 만들었다.

[마, 스…….]

“일단 쉬고 있어. 나중에 수리해 줄 테니까.”

영식은 그렇게 말하며 바닥에 쓰러 진 락테온을 인벤토리 안에 집어넣 었다.

살아 있는 생물은 인벤토리 안에 들어갈 수 없었지만 렉테온은 엄밀 히 말해 생물이라고 말할 수는 없는 존재였다.

“영식 씨! 주변에 몬스터들이……!”

영식이 락테온을 구하러 간 짧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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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에 기계 몬스터들이 완전히 주 변을 포위했다.

도망칠 퇴로가 차단당했다.

영식은 주변을 둘러싼 기계 몬스터 들을 바라보며 눈살을 찌푸렸다.

겉보기에는 지능이 전혀 없는 괴물 들로 보이지만 사냥감을 몰아붙이는 야생성은 남아 있는 것 같았다.

“티리아, 1분만 시간을 벌어줘.”

“하아, 하아. 영식 씨……‘?”

영식은 입고 있는 슈트를 벗으며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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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리아는 갑자기 슈트를 벗는 영식 을 바라보며 당황스러운 표정을 지 었다.

‘퇴로를 막았다면, 다시 뚫어내면 그만이지.’

그에게는 이런 상황에 사용하기 가 장 적합한 무기가 있었다.

슈트를 입은 채로는 사용할 수도 없는 무기가.

“이클립스 캐논.”

-치익.

-이클립스 캐논의 차징에 들어갑 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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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징이 지속되는 1분간 다른 행 동이 제약됩니다.

철컥. 철컥.

영식의 몸에서 톱니바퀴가 맞물리 는 소리가 홀러나왔다.

그 소리와 함께 그의 몸이 변형되 기 시작했다.

-철컥.

어깨가 열리며 손가락만 한 크기를 가진 열여덟 개의 포신이 나타났다.

-철컥.

팔꿈치가 벌어지며 여섯 개의 포신 이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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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컥.

허벅지가 벌어지며 서른 두 개의 포신이 나타났다.

-철컥. 철컥. 철컥. 철컥.

등에서, 가슴에서, 손에서, 목에서, 무릎에서, 발에서.

수백에 달하는 포신이 나타났다.

마치 몸 전체가 뒤덮인 것 같은 모습.

-지이이이잉!

그의 가슴 정중앙에서 강렬한 빛이 홀러나왔다. 그 빛을 따라 전신에 돋아난 포신들이 붉게 달아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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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 영식 씨?”

이제까지 그녀가 본 적 없는 영식 의 모습이었다.

아니, 만약 애초에 그가 영식이라 는 것을 몰랐다면 지금 그의 모습을 영식이라고 생각하지도 못했을 정도 였다.

“키, 키에에에!”

“크르르르르!”

그런 영식의 모습에 주변 기계 몬 스터들이 괴성을 지르며 몸을 떨기 시작했다.

그들의 몸 안에 남아 있는 본능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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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험하다고 외치고 있었다.

기계 몬스터들의 눈이 붉은빛으로 빛났다.

그들은 미친 듯이 괴성을 지르며 영식을 향해 달려들기 시작했다.

“읏……!”

티리아는 다급한 침음을 삼키며 여 섯 장의 날개를 활짝 펼쳤다.

‘시간을 벌어야 해.’

지금 영식의 상태에 대해서 고민할 여유는 없었다.

그녀의 양손에 새하얀 빛이 모여들 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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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드원들이 퇴각할 시간을 벌어주 기 위해 이미 많은 힘을 사용한 상 태였지만 영식이 말한 1분을 더 버 티지 못할 정도는 아니었다.

‘나도 그동안 가만히 있던 게 아니 니까.’

그녀의 핏속에 잠들어 있는 대천사 의 힘.

그것을 완벽하게 다루기 위해 그녀 는 지독하게 수련을 반복했다.

더 이상 그에게 짐이 되고 싶지 않았다. 그를 지켜주고, 다른 길드원 들을 보호해 주고 싶었다.

“천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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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콰르릉!

그녀의 손에서 뿜어져 나간 새하얀 뇌전이 기계 몬스터를 터뜨렸다.

마력 탈진 상태에 가까워진 몸이 비명을 질렀다.

시야가 흐려지며 당장에라도 쓰러 질 것만 같았다.

“하아, 하아.”

티리아는 거친 숨을 몰아 내쉬며 계속해서 뇌전을 뿌렸다. 정확히 뭘 하려고 하는지는 알 수 없었지만, 영식은 자신이 1분을 버텨줄 것을 믿고 시간을 벌어달라고 부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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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믿음을 깨트릴 수는 없었다.

-파직! 파지지직!

여섯 장의 날개에서 뿜어지는 새하 얀 빛이 강렬해졌다.

그녀의 등 뒤로 두 장의 날개가 새롭게 돋아났다.

아직은 희미한, 있는지 없는지도 잘 확인할 수 없는 두 장의 날개.

하지만 그 두 장의 날개가 가져다 준 것은 적지 않았다.

‘천사의 군세.’

여덟 장의 날개가 펄럭이며 수십 개의 깃털이 사방에 흩날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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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하얗게 빛나는 깃털 하나하나가 강렬한 뇌전을 머금고 주변에 휘몰 아쳤다.

“크르르르!”

-파지지지직!

그 깃털에 닿은 기계 몬스터들의 몸이 바르르 떨리며 바닥에 쓰러졌 다.

“읏……!”

무리해서 힘을 끌어낸 티리아는 전 신을 뒤흔드는 고통 속에 몸을 웅크 렸다.

핏속에 잠긴 천사의 힘이 폭주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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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이 터져 버릴 것만 같았다.

‘더 이상은…… 무리야.’

무리해서 여덟 장의 날개를 펼쳤지 만 오래 유지하는 것은 불가능했다. 그녀는 초조한 표정으로 영식을 바 라보았다.

-철컥.

영식의 몸에서 홀러나오던 톱니바 퀴 소리가 멎었다.

“고마워, 티리아.”

수백 개의 포신에 뒤덮인 영식에게 서 나지막한 목소리가 홀러나왔다.

그리고 그와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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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이이이이잉. 콰아앙!

그의 몸에서 돋아난 수백 개의 포 신이 동시에 빛을 뿜어냈다.

영식이 한 발씩 쏘아내던 에너지 블라스트가 동시에 수백 발이 쏘아 진 것 같은 모습이었다.

공중으로 떠올랐던 광자포가 기계 몬스터들을 노리고 동시에 떨어졌 다.

-쿠르릉. 쿠릉!

하늘에서 재앙이 쏟아져 내리기 시 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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