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벨업 머신 130화
수호자 (3)
-지이이 이 잉.
만티코어의 입에 모여든 플라즈마 가 그 열기를 더했다.
50미터 넘게 거리가 떨어져 있음 에도 피부가 따끔거릴 정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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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식을 바닥에 내려놓은 길수는 그 를 호위하듯이 앞을 막아섰다.
살짝 허리를 숙이며 방패를 들어 올렸다.
방패를 잡은 손에 힘을 더했다.
일반 소환자들은 몇 년을 노력해야 간신히 구할 수 있는 A랭크의 방 패.
자신에게 과분할 정도로 좋은 그 방패가 어째서인지 지금은 무척이나 초라하게 느껴졌다.
‘막을 수 있을까.’
저릿할 정도의 열기를 느끼며 그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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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 자신에게 물었다.
답을 찾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막을 수 있을 리가.’
그는 A급 안드로이드의 공격 하나 도 제대로 막지 못했다.
그런 그가 안드로이드 군단을 마치 장난감처럼 쓸어버린 기계 몬스터의 공격을 막을 수 있을 리가 없었다, 게다가 오우거, 싸이클롭스도 아닌 만티 코어 였다.
저렇게 기계와 섞이기 전에도 랭커 와 비슷한 힘을 지니고 있는 괴물. 오우거나 싸이클롭스와는 격이 다른 괴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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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괴물이 기계화되었으니 얼마나 끔찍한 힘을 가지고 있을지 상상조 차 되지 않았다.
도망칠까, 라는 생각이 그의 머릿 속에 떠오르는 것도 당연했다.
길수는 고개를 돌려 바닥에 쓰러진 채 필사적으로 몸을 비트는 영식을 내려다보았다.
영식을 포기하고 지금 도망친다면 플라즈마의 공격 범위에서 벗어날 수도 있었다.
선택을 한다면 지금 이 순간밖에 기회가 없었다.
영식이라면 굳이 자신이 지켜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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않아도 알아서 잘 해낼 수 있을 거 라는 변명도 떠올랐다.
자신의 힘으로 막을 수 없는 것을 모든 길드원이 알고 있으니 도망친 다고 하더라도 책임을 묻지 않을 거 라는 생각도 떠올랐다.
?지이이이이잉.
플라즈마의 열기가 절정에 도달했 다.
길수는 자신을 대신에 그를 지켜줄 수 있는 사람을 찾아 고개를 돌렸 다.
하지만 길드원들은 지금 이곳만큼 이나 절체절명의 상황에 놓여 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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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으로 무기를 휘두르고 있었다.
티리아는 멀리서 기계 몬스터들의 본대를 단신으로 막아내고 있어서 도저히 올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 다.
찰나의 순간에 수많은 생각이 떠오 르고, 또한 가라앉았다.
두려웠다. 저 공격을 받아내는 순 간 몸이 까맣게 타들어갈 생각을 하 니 다리가 후들거렸다.
사람 좋다는 말을 질릴 정도로 들 은 그였다.
병신 같다는 표현이 어울릴 정도로 남을 위해주던 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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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가 죽음에 대한 두려움까지 해탈한 성인이라는 의미는 아니었다.
당장에라도 도망치고 싶어서, 어떻 게든 목숨이라도 건지고 싶어서 미 칠 것만 같았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쉽게 발 이 떨어지지 않았다.
등 뒤에 있는 영식을 생각하면 몸 을 움직일 수가 없었다.
-병신 새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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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세계에 오기 전, 지구에서 길수 는 빚더미에 눌러앉은 오랜 친구를 위해 대출까지 받아가며 그의 빚을 갚는 데 도움을 주었다.
어렸을 적부터 이리저리 이용당하 기 바빴던 그에게 남아 있었던 유일 한 친구였다.
하지만 그 친구는 길수의 도움으로 돈을 모두 갚자마자 바로 돌변했다.
그가 지었던 차가운 조소가 낙인처 럼 길수의 머릿속에 새겨졌다.
그의 비난이 가슴에 날카롭게 파고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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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수는 굳게 입을 다물었다.
그는 자신이 친구를 원망할 자격조 차 없다고 생각했다.
그가 내뱉은 ‘병신 새끼’라는 말은 자신을 너무도 완벽하게 표현해 주 는 말이었으니까.
그는 언제나 당하는 입장이었고, 그 원인을 제공한 것은 다름 아닌 자신이었으니까.
“뭐, 하고 계신 겁니까. 빨리, 도 망, 치세요.”
등 뒤에서 끊어질 것 같은 영식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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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랬던 그를 처음으로 이용하지 않 았던, 등 돌리지 않았던 청년의 목 소리였다.
‘단순히 이용 가치가 없었기 때문 일지도 모르지.’
길수는 쓴웃음을 지으며 방패를 잡 은 손에 힘을 더했다.
가치가 너무 없었기 때문에 이용하 지 않았다. 충분히 있을 수 있는 일 이었다.
영식은 자신처럼 마냥 착하기만 한 바보는 아니었으니까.
하지만, 그렇다고 하더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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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하하……
길수는 특유의 사람 좋은 웃음을 흘렸다.
어쩐지 마음 한편이 홀가분해졌다. 불안하게 떨리던 두 발이 굳건히 땅 을 지지했다.
이용당하면 또 어떤가. 병신이라면 또 어떤가.
그는 적어도 자기 자신에게 부끄럽 지 않은 인생을 살아왔다.
“걱정 말게. 자네는 내가 지켜줄 테니.”
“무슨, 헛소리…… 입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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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하하. 이럴 때 정도는 폼 좀 잡 게 해주게. 아, 혹시 이런 건 아라 양 같은 미녀가 해줘야 하는 건가?”
아저씨라서 미안하네, 라고 말을 이으며 길수는 온화한 웃음을 터뜨 렸다.
길수는 방패를 몸 쪽으로 당겼다. 복잡한 생각으로 가득했던 머리가 맑아졌다.
막을 수 있다. 막아내야 했다.
레비아탄과 함께한 던전 공략이 끝 나고 그는 자기 자신의 무력함을 뼈 저리게 깨달았다.
그렇기 때문에 미친 것처럼 수련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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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복했다.
함께 출발했던 영식이 도저히 닿지 않는 곳으로 멀어지는 것이 불안했 기 때문이었다.
‘결국 각성은 하지 못했지만.’
형님은 방해가 됩니다. 박철태의 뼈아픈 말이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 다. 그것이 지금 자신의 위치라는 것을 그도 알고 있었다.
하지만 언제까지고 그렇게 있을 수 는 없었다.
-파앙!
플라즈마 블라스트가 길수를 노리 고 쏘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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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마어마한 열 폭풍이 주변에 휘몰 아쳤다. 주변의 땅이 녹아내릴 정도 의 열기였다.
“후우.”
길수는 짧은 숨을 내쉬며 전신의 마력을 끌어올렸다.
“광명!”
새하얀 빛의 방패가 그의 앞에 만 들어 졌다.
다섯 장에 달하는 빛의 방패. 그 방패와 플라즈마 블라스트가 격돌했 다.
-콰아아아아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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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윽! 으, 아아아!”
무시무시한 힘이 빛의 방패를 찢어 발겼다. 5장에 달하는 방패가 모조리 터져 나가는 데 걸린 시간은 1초.
그의 모든 힘을 쏟아낸 스킬은 고 작 1초 만에 산산이 터져 나간 것 이다.
너무 허탈해서 웃음까지 나올 정도 였다.
하지만 그 웃음이 그의 입 밖으로 새어 나올 시간은 없었다.
광명을 종잇장처럼 찢어발긴 플라 즈마 블라스트가 그의 방패에 닿았 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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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헉! 크으으으으윽!”
■치이 이이 익!
아득할 정도의 열기에 A급 레어 방패인 광휘의 방패가 녹아내렸다. 방패를 쥔 그의 손이 매캐한 연기를 뿜으며 타들어가기 시작했다.
견딜 수 없는 고통이 그의 전신을 뒤흔들었다.
‘막아, 내야……!’
길수는 당장에라도 방패에서 손을 놓고 싶은 충동을 억누르며 이를 악 물었다.
그때, 그의 머릿속에 수호자 클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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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 전직서에 담긴 묘리가 떠올랐다.
-지킨다는 것은 막아내는 것이 아 니다, 받아내는 것이다.
‘개소리!’
막아내는 것이 아니라 받아내는 것 이라고?
말도 되지 않는 헛소리였다. 그를 압박하고 있는 이 미친 열의 폭풍을 무슨 수로 받아낸다는 말인가?
힘을 흘리고 자시고 할 틈도 없었 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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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도적인 힘 앞에서 기술은 그 의 미를 잃었다.
스치기만 해도 몸이 불타서 죽을 판인데 뭘 흘리고 자시고 할 것이 있겠는가.
‘버티는 거야.’
굳건하게, 버텨야 했다. 몸이 타들 어가도, 방패가 녹아내려도. 이 두발 을 떼어내서는 안 됐다.
이제까지 필사적으로 익힌 기술도 의미 없었다.
뜬구름만 잡는 개소리에 더 이상 신경 쓸 여유도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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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에게 남은 것은 영식을 지키겠다 는 굳건한 의지 하나뿐이었다.
‘ 막는다.’
무슨 일이 있다고 하더라도 막아내 겠다.
전신이 한 줌의 재가 된다고 하더 라도 버텨 보이겠다.
받아내고 흘리는 것은 신경 쓰지 않겠다.
길수는 이제까지 자신이 익혔던 기 술을 버렸다. 찬물을 끼얹은 것처럼 머리가 맑아졌다.
-우우우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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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전신에서 폭발하듯 푸른빛이 뿜어져 나왔다.
장막처럼 펼쳐진 푸른빛이 그의 등 뒤를 받쳤다.
철벽을 연상시키는 마력의 장막.
?띠링.
그의 귓가에 청아한 방울 소리가 울려 퍼졌다.
[새로운 경지에 발을 디뎠습니다.]
[‘막아낸다’는 개념의 정점에 도달 하셨습니다.]
[히든 클래스 ‘철벽의 군주’로 전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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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니다. 이로 인하여 ‘수호자’로의 전직은 불가합니다.]
[레벨 제한이 폭발적으로 상승하여
105로 조정되었습니다.]
[누적된 경험치로 인하여 102레벨 까지 레벨이 상승합니다.]
[스킬명에 ‘철벽’이 들어간 모든 스 킬이 최고 레벨로 상승합니다.]
[새로운 스킬 ‘철벽 방패’를 습득하 셨습니다.]
[새로운 스킬 ‘철벽의 발걸음’을 습 득하셨습니다.]
[새로운 스킬 ‘철벽의 수호’를 습득 하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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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스킬 ‘철벽 군주의 위상’을 습득하셨습니다.]
-콰아아아아아!
가볍게 그의 전신을 불태울 것 같 았던 플라즈마 블라스트가 서서히 밀리기 시작했다.
길수는 갑작스럽게 전신에 차오르는 막대한 힘을 느낄 틈도 없이 머릿속 에 떠오르는 스킬을 입에 담았다.
“철벽의 수호!”
-쿵!
그의 몸에서 홀러나온 무시무시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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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력이 사방으로 뻗어나갔다.
30미터에 달하는 거대한 마력 장 막이 그의 등 뒤에 펼쳐졌다.
-콰아아아아아!
그의 등 뒤에서 만들어진 철벽이 앞으로 움직였다. 그에 따라 플라즈 마 블라스트가 뒤로 밀려났다.
플라즈마 블라스트만 뒤로 밀어낸 것이 아니었다.
길드원들을 공격하고 있던 기계 몬 스터들의 모든 공격이 철벽에 밀려 뒤로 튕겨져 나갔다.
“허억, 허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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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 길수 아저씨?”
한창 기계 몬스터들과 싸우고 있던 길드원들의 시선이 길수에게 모였 다.
한 번에 너무 많은 마력을 쏟아낸 길수는 비틀거리며 그 자리에 쓰러 졌다.
“크윽!”
길수는 무너지려고 하는 자신의 무 릎에 필사적으로 힘을 주었다.
아직 쓰러질 때가 아니었다.
일시적으로 모든 기계 몬스터의 공 격을 밀어내기는 했지만 아직 상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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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정리되지 않았다.
여전히 수백에 달하는 기계 몬스터 가 남아 있었고, 그들은 고작 한 번 의 공격이 막힌 정도로는 아무런 타 격도 입지 않았다.
그가 할 수 있는 건 어디까지는 ‘막아내는’ 것이지 몬스터들을 쓸어 버리는 것이 아니었으니까.
?터억.
그때, 길수의 어깨에 손이 올려졌다.
“수고 많으셨습니다, 길수 아저씨.”
그의 어깨에 손을 올린 것은 자리 에서 일어난 영식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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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네?
길수는 방금 전까지만 해도 제대로 일어나지도 못한 채 바닥에 쓰러져 있던 영식을 생각하며 믿기 힘들다 는 표정을 지었다.
“여기부터는 제게 맡겨주세요.”
영식은 희미한 미소를 지으며 그를 지나쳤다.
“ 하하?
풀썩. 힘을 다한 길수는 그대로 자 리에 주저앉았다.
앞으로 걸어가고 있는 영식의 모습 이 그의 눈에 들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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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야가 흐려지며 길수의 의식이 서 서히 희미해졌다. 하지만 바닥에 쓰 러진 그의 입가에는 안도감이 가득 한 미소가 지어져 있었다.
-철컥. 철컥.
영식은 앞으로 걸어가며 검은색 슈 트를 입었다.
?치이이이익!
슈트의 틈으로 새하얀 증기가 폭발 하듯 뿜어져 나왔다.
-기초 연산 장치가 정상적으로 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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