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벨업 머신 129화
수호자 (2)
“키에에에에엑!”
등에 수십 개의 포신이 달려 있는 자이언트 터틀이 괴성을 토해냈다.
-쾅! 쾅! 쾅!
수십 개의 포신에서 불이 뿜어지며 살바토르 길드원들을 향해 미사일이
2/28
날아왔다.
“미친! 미사일이라고?!”
유나는 일그러진 표정으로 월식을 휘둘렀다.
월식에서 뿜어져 나온 강렬한 화염 이 살바토르 길드원들을 노리고 쏘 아진 미사일을 공중에서 폭발시켰 다.
미사일 자체를 대처하는 것은 큰 문제가 아니었다. 문제는, 어떻게 몬 스터들이 미사일이라는 무기를 사용 할 수 있는 지였다.
그녀가 알고 있기로는 에르노어 대 륙에서 현대식 무기를 다루는 것은
3/28
영식과 그가 만들어낸 기계들밖에 없었다.
그런데 뜬금없이 중앙 지역에서 나 타난 몬스터가 미사일을 사용하다 니?
몬스터가 미사일을 사용한다는 것 은 이제까지 들어본 적도, 상상해본 적도 없는 일이었다.
“대체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거 야……
그녀는 딱딱하게 굳은 표정으로 바 글거리는 기계몬스터들을 바라보았 다.
그들은 더 이상 그녀가 사냥해왔던
4/28
‘몬스터’라는 규격을 아득히 벗어나 있었다.
[마스터의 안전 확보 개시. 전 군 단의 발포를 허가합니다.]
저쪽이 기계몬스터라면 이쪽에는 안드로이드 군단이 있었다.
전방에 선 락테온이 안드로이드 군 단에게 사격 명령을 내렸다.
타 tzrzrzrztzrztzit
?I―I?I?I"“I―I?H!
천여 대의 안드로이드 군단이 동시 에 총탄을 발사했다.
그 강력한 북방경계선 너머 몬스터 들도 아무런 반항도 하지 못하고 허 무하게 쓸려나갔던 공격이 기계몬스
5/28
터들을 덮쳤다.
-티디디디디딩!
요란한 쇳소리와 함께 기계몬스터 들의 몸에 불똥이 튀어 올랐다.
하지만 기계몬스터들은 조금의 데 미지도 입지 않았는지 계속해서 살 바토르 길드원들을 향해 진격하고 있었다.
[대상에게 총격이 전혀 의미 없다 고 판단. 모두 블레이드를 꺼내어 대처할 것.]
렉테온은 총격이 통하지 않는 것을 확인하자마자 바로 무기의 변환을 명령했다,
6/28
안드로이드 군단은 총을 집어넣고 왼 손등에서 블레이드를 꺼내들었 다. 천여 대의 안드로이드들이 기계 몬스터들을 향해 달려들었다.
-콰직! 쾅! 쿠웅!
“크아아아아아아!”
압도적.
기계몬스터들은 마치 개미들을 짓 밟듯 C급 안드로이드를 쓸어버리며 거칠게 돌진했다. 양팔에 건틀렛과 비슷한 형태의 금속 장치를 단 오우 거가 주먹을 휘두르자 연쇄적인 폭 발이 일어났다.
싸이클롭스의 외눈 대신 달려 있는
7/28
붉은색 렌즈에서 레이저가 쏘아졌 다. 손톱 하나하나가 모두 전기 톱 날로 되어 있는 드레이크가 안드로 이드의 신체를 찢어발겼다.
일반 몬스터와는 격이 다른 공격력 과 단단함을 모두 갖추고 있는 기계 몬스터들에 의해 안드로이드들은 속 수무책으로 박살났다.
[현 안드로이드 군단으로 대상의 파괴가 불가하다고 판정. C급 안드 로이드들의 자폭을 권장.]
전황을 지켜보던 락테온이 영식을 향해 다가오며 물었다.
“……알았어.”
8/28
영식은 제대로 자리에서 일어나기 도 힘든 상황에서 어렵게 고개를 끄 덕였다.
락테온의 말이 이어졌다.
[추정 이름 ‘티리아’에게 신속한 퇴 각을 요청. 이곳은 안드로이드 군단 이 시간을 벌어보겠다고 알림.]
“……맡기겠습니다.”
기계몬스터들이 가진 막대한 힘을 본 티리아는 딱딱하게 굳은 표정으 로 고개를 끄덕였다.
영식의 무기를 받은 살바토르 길드 원들이 몰라볼 정도로 강해졌다고는 하지만 수백에 달하는 기계몬스터와
9/28
싸워 이기는 것은 불가능했다.
‘일단 이곳에서 벗어나야 해.’
티리아는 그렇게 생각하며 길드원 들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퇴각 타이밍은 안드로이드 군단의 자폭을 통해 기계몬스터들이 혼란에 빠졌을 때.
티리아는 긴장된 표정으로 락테온 쪽을 바라보았다.
[C급 안드로이드, 자폭 코드의 사 용을 허가합니다.]
-철컥. 철컥.
기계몬스터들에 의해 무기력하게
10/28
쓸려나가고 있던 천여 대의 안드로 이드들의 눈이 붉게 빛났다.
붉은색 빛이 얼굴에서 가슴으로, 가슴에서 전신으로 퍼져나갔다.
-콰아아아앙!
“크르르르르!”
“키에에에엑!”
안드로이드의 몸에서 강렬한 폭발 이 일어나며 기계몬스터들 사이에 혼란이 일어났다.
아무리 단단한 외피를 가지고 있다 고 하더라도 수백 대의 안드로이드 들이 동시에 폭발하는 것까지 막아 내기는 힘든 모양이었다.
11/28
“길수 씨. 영식 씨를 들어주세요. 이대로 진형을 유지하며 뒤로 퇴각 합니다.”
“아, 알았네.”
홀로 진형에서 빠져 있던 길수는 바닥에 쓰러진 영식을 들어올렸다. 신체가 어떤 금속으로 되어 있는지 는 알 수 없었지만 영식의 몸무게는 일반 성인 남성과 별반 차이가 없었 다.
“……죄송합니다.”
“아닐세. 나야말로 별 도움이 되지 못해서 미안하네.”
영식을 들쳐 맨 길수는 길드원들의
12/28
호위를 받으며 숲속으로 도망치기 시작했다.
[본 기체는 이곳에 남아 퇴로를 확 보하겠다고 알림.]
“아?
빔 샤벨을 뽑아들고 기계몬스터들 을 향해 등을 돌린 락테온을 바라보 며 유나의 입에서 슬픔이 섞인 탄성 이 홀러나왔다.
하급 안드로이드는 지성이라는 것 이 존재하지 않았다. 말 그대로 명 령에 따라 움직이는 인형이었다.
하지만 S급 안드로이드인 렉테온은 달랐다. 그는 지성이라는 것이 존재
13/28
했고, 감정이라는 것이 존재했다. 그 리고 자의든 타의든 렉테온은 다른 길드원들보다 유나와 대화를 나눌 기회가 많았다.
그녀는 처음 그가 영식에게서 ‘락 테온’라는 이름을 받을 때도 유일하 게 옆에 있었던 길드원이었다.
만난 시간으로 따지면 고작 한 달 이 채 되지 않았다.
그는 인간이 아닌 영식이 스킬로 만들어낸 기계였다.
하지만 그것을 머릿속으로 이해하 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가슴 한편에 저릿한 감각이 느껴졌다.
14/28
[본 기체를 걱정하는 거냐고 물음.]
“누, 누가 너 같은 고철덩어리를 걱정해!”
[본 기체의 명칭은 ‘고철덩어리’가 아닌 ‘락테온’임. 명칭의 정정을 요청.]
“시끄러! 너 같은 건 고철덩어리면 충분해!”
유나는 발끈한 목소리로 소리쳤다.
렉테온은 녹색 눈을 반짝이며 그녀 를 향해 손을 흔들었다.
[이제 시간이 얼마 없다고 알림. ‘유나’에게 신속히 퇴각할 것을 요
15/28
청.]
유나는 락테온의 뒷모습을 바라보 며 굳게 입을 다물었다. 말로 표현 할 수 없는 묘한 슬픔이 그녀의 어 깨를 무겁게 짓눌렀다.
그런 유나를 향해 렉테온은 오른팔 을 들어올렸다. 그는 오른팔을 들어 올리며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
[I’ll be back이라고 알림.]
“X담같이 생긴 주제에 그딴 말 하 지 말란 말이야! 웃어야 될지 울어 야 될지 모르겠잖아!”
유나는 그렇게 소리치면서도 억지
16/28
로 울음을 참는 듯한 표정을 지었 다.
하지만 더 이상 슬픔을 곱씹을 시 간이 없었다. 그녀는 몸을 돌려 퇴 각하고 있는 살바토르 길드에 따라 붙었다.
“유나는 불의 벽을 만들어서 기계 몬스터들의 접근을 막아줘! 황현 할 아버지는 가까이 다가오는 기계몬스 터들을 공격하며 물러나주세요!”
“알았어 언니!”
“알겠네!”
마법 캐스팅이 필요한 마법사들은 퇴각을 하며 공격하는데 적합하지
17/28
않았다. 여기서는 마법사나 다름없 는 강력한 화염 계열 스킬을 가진 유나와 공격을 하며 도망쳐도 충분 히 길드의 퇴각 속도를 따라잡을 수 있는 황현이 나서는 것이 가장 효율 적이었다.
“블레이즈 스텝!”
- 화르르륵!
유나가 지나치는 길을 따라 거대한 불꽃이 올라왔다. 기계몬스터들이 계속해서 쏘아내는 미사일들이 불꽃 의 열기에 이기지 못하고 공중에서 폭발해 버렸다.
‘미사일은 이걸로 어떻게 막을 수
18/28
있어…… 하지만.’
-지이이이잉! 파앙!
그녀가 만든 불의 벽을 뚫으며 파 란색 구체가 날아왔다.
영식이 사용하는 것과 같은 에너지 블라스트. 그 강력한 에너지의 집합 체가 살바토르 길드에게 쏘아진 것 이다.
유나는 다급히 쌍식을 뽑아 그 공 격을 쳐내려고 했다.
하지만, 그녀가 움직이기에 앞서 거대한 대검이 제트 엔진을 뿜으며 휘둘러 졌다.
-후우웅! 파앙!
19/28
“크윽!”
“철태 오빠!”
부스트를 사용한 대검으로 에너지 블라스트를 쳐낸 박철태의 입에서 고통스러운 침음이 흘러나왔다.
대검 손잡이를 타고 묵직한 충격이 전해졌다.
“어서 도망쳐!”
박철태는 길드원들에게 등을 돌린 채 소리쳤다.
“크어어어어!”
유나가 만들어낸 불의 벽을 뚫고 기계몬스터가 나타났다. 거대한 호
20/28
랑이와 기계를 뒤섞은 듯한 외형의 괴물.
“파워 샷!”
-콰아앙!
황현은 도망가는 중에 몸을 틀어 화살을 쏘았다. 달리는 와중에 쏜 화살이라고는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 정확히 급소를 노리는 화살.
영식이 만들어준 폭발 화살촉이 빛 나며 거대한 입을 벌린 채 박철태를 향해 다가오던 샤벨 타이거의 입에 서 폭발이 일어났다.
“철태 군도 어서 도망치게! 여기서 고집을 부려봤자 희생자만 늘어날
21/28
뿐이야!”
“어서!”
박철태는 황형의 외침에 거칠게 입 술을 깨물며 다시 몸을 돌렸다.
살바토르 길드가 있는 장소부터 숲 까지의 거리는 대략 500미터. 일반 인에게는 꽤나 먼 거리였지만 신체 가 초인에 가까운 소환자들이라면 달랐다.
-콰직! 쿵!
[마스…… 터.]
22/28
“키에에에엑!”
“크르르르!”
홀로 몬스터들을 막아내던 락테온 이 쓰러지는 소리가 들렸다. 그와 동시에 수백 마리의 기계몬스터들이 빠른 속도로 살바토르 길드의 뒤를 쫓았다.
‘움직임이 너무 빨라.’
티리아는 무서운 기세로 따라붙고 있는 기계몬스터들을 바라보며 초조 한 표정으로 입술을 깨물었다.
만약 혼자서 도망치는 것이었다면 전력으로 천사의 날개를 펄럭여 도 망칠 수 있었다.
23/28
하지만 지금은 그녀 혼자서 도망치 는 것이 아니었다. 그녀에게는 지켜 야 할 사람들이, 목숨을 걸고서라도 보호해야 할 가족들이 있었다.
“다들 그대로 진형을 유지한 채 퇴 각하세요!!”
“어, 언니?!”
티리아는 굳은 결심이 선 표정으로 몸을 돌렸다.
여기서 시간을 가장 많이 벌 수 있는 것은 바로 자신이었다.
아니, 그런 문제 이전에 가장 ‘남 아야 하는’ 것은 길드장이라는 직책 을 가지고 있는 그녀였다.
24/28
“테미스의 심판!”
눈이 멀어버릴 정도로 새하얀 빛이 천공에서 내리꽂혔다. 그 빛에 휩쓸 린 기계몬스터들이 처참하게 박살났 다.
살바토르 길드를 쫓던 기계몬스터 들은 그녀 하나의 존재로 잠시 진격 을 멈추는 듯했다.
그때 였다.
-쿠우우웅!
“크허어엉!”
“제길!”
땅속으로 움직일 수 있는 기계몬스
25/28
터들이 티리아를 넘어서 퇴각하고 있는 살바토르 길드원들을 노렸다.
기계몬스터들에게 둘러싸인 살바토 르 길드원들은 어쩔 수 없이 퇴각을 멈추고 사방에서 달려드는 몬스터들 을 막아냈다.
-쿵! 콰앙!
요란한 폭음이 울려 퍼졌다.
“?…”크읏.”
사방에서 달려드는 기계몬스터들과 싸우고 있는 다른 길드원들과 달리 길수는 영식을 어깨에 맨 채 길드원 들의 호위를 받으며 숨어 있을 수밖 에 없었다.
26/28
그가 상대하기엔 기계몬스터들의 힘이 그와는 차원이 다를 정도로 강 력했기 때문이었다.
- 지이이이잉.
“어..?”
어깨를 짓누르는 무력감에 길수가 몸을 떨고 있을 때, 그의 시야에 이 쪽을 향해 거대한 입을 벌리고 있는 만티코어가 보였다.
만티코어의 입에는 전신이 저릿해 질 정도의 열기를 가진 플라즈마가 모여들고 있었다.
다른 기계몬스터들과 치열하게 싸 우고 있는 길드원들이 그 공격을 막
27/28
아줄 수 없는 상황.
고작 60레벨에 불과한 길수 혼자 서 그 공격을 막아야내야 했다.
28/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