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벨업 머신 128화
수호자 (1)
-치익.
[메모리 데이터 복구를 시도합니다.]
[경고.]
[현재 보안 레벨로 데이터의 완전 한 복구가 불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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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익.
[현재 복구 가능한 데이터에 한하 여 복구를 진행합니다.]
“으, 아……
무시무시한 격통이 전신을 달렸다. 시야가 일그러지며 몸에 힘이 들어 가지 않았다. 머리가 타오르는 것같 이 뜨거웠다.
검게 불탄 대지. 끝없이 펼쳐진 황 야에 수많은 시체들이 나뒹굴고 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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었다.
영식은 그곳에 서서 멍하니 손에 안긴 존재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흐릿한 안개에 뒤덮여 있어 정확한 모습은 보이지 않았지만, 사람과 비 슷한 크기의 존재였다.
영식은 손에 안고 있던 흐릿한 존 재를 천천히 바닥에 눕혔다.
“처분하지 않으시는 겁니까?”
그때, 그의 뒤에서 나지막한 목소 리가 들려왔다. 영식은 고개를 돌리 지 않은 채 천천히 입을 열었다.
“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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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유가 무엇입니까? 그건 이 미 사용가치를 다한 도구입니다.”
그의 질문에 영식은 굳게 입을 다 물었다. 무거운 침묵이 이어졌다.
“단테리온.”
“예.”
영식은 목소리가 들린 곳으로 천천 히 고개를 돌렸다. 어딘가 허무하고, 쓸쓸해 보이는 눈빛이 ‘단테리온’이 라고 불린 존재를 향했다.
“너는 ……를 느껴본 적 있나?”
흐릿한 안개에 뒤덮여 있는 듯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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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테리온의 모습이 조금씩 선명해졌 다.
단테리온의 입이 열렸다. 그리고, 영식의 눈앞에 떠올랐던 영상이 끊 어 졌다.
“아, 아……
영식의 볼을 타고 투명한 눈물이 흘러내렸다. 단테리온. 그 이름을 떠 올리니 아득할 정도의 감정이 밀려 왔다.
슬프고, 안타까웠다.
가슴이 짓이겨지는 듯한 감각에 영 식은 가슴을 움켜쥐었다.
“단테리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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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어본 적 없는 이름이다.
9단계의 보안 레벨 해제를 겪으면 서도, 수십, 수백 개의 블랙큐브를 해석하면서도, 한성에게 이 세계의 지식에 대해서 배우면서도 단 한 번 도 언급된 적 없는 이름이었다.
하지만, 분명 그 낯설어야 할 이름 이 어째서인지 전혀 낯설게 느껴지 지 않았다. 무언가 중요한 것을, 아 주 중요한 것을 잊어버리고 있는 기 분이었다.
“아, 아아……
혼란스러웠다. 볼을 타고 흐르는 눈물이 멈추지 않았다. 영식은 무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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을 꿇은 채, 계속해서 머릿속에 떠 오른 그 이름을 되새겼다. 마치 처 음 눈을 떴을 때처럼, 끝을 알 수 없는 망망대해 속에 홀로 버려진 듯 한 기분.
?치익.
[복구된 메모리 데이터로 인하여 기초 연산 장치에 장애가 발생하였 습니다.]
[기초 연산 장치 정상화를 위해 일 시적으로 신체 기능을 저하합니다.]
“무슨…… 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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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체 기능을 저하한다는 말과 함께 그의 몸이 바닥에 쓰러졌다. 갑작스 럽게 전신을 짓누르는 무력감.
‘이건?
마치 그가 처음 눈을 떴을 때, 로 켓펀치를 얻기도 전의 몸 상태로 돌 아온 것 같은 감각이었다.
“제길?
영식의 입에서 거친 욕설이 홀러나 왔다. 9단계 보안레벨을 해방하고, 폭발적으로 스탯이 상승하면서 그의 신체는 ‘강력한 상태’에 익숙해졌다.
힘을 주어 땅을 박차면 2?3초 만 에 100미터를 주파할 수 있고, 주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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을 휘두르면 단단한 바위조차 가볍 게 박살내는 신체에 익숙해진 그에 게 이 갑작스러운 차이는 적응하기 어려웠다.
“여, 영식아!”
다급한 표정의 아라가 다시 그에게 다가왔다. 그녀는 입술을 깨물며 손 에 냉기를 둘렀다.
-치이이 익.
뜨겁게 달아오른 영식의 몸에 그녀 의 손이 닿았다. 영식은 자신의 몸 에 닿는 차가운 감촉에 고개를 돌렸 다.
“괜찮아? 대체 무슨 일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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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잘 모르겠어.”
갑자기 자신에게 왜 이런 일이 일 어났는지, 그조차도 정확하게 알 수 없었다. 그저 멸망한 잉그리움 제국 의 영토를 보자마자 그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생겨난 일이었다.
“움직이실 순 있으신가요?”
아라에 이어 다가온 티리아가 초조 한 표정으로 그에게 물었다.
“……당분간은 좀 힘들 것 같아.”
일시적인 신체 기능 저하라는 것이 얼마나 걸리는지는 그도 알 수 없었 지만 ‘일시적인’이라는 단어를 사용 했으니 오래 걸리지는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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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식은 괜히 무리해서 움직이지 말 고 그냥 자리에 앉아 있기로 결심했 다.
“걱정하지 마. 조금만 있으면 다시 회복될 거야.”
“……다행이에요.”
티리아는 가슴을 쓸어내리며 안도 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녀는 고개를 돌려 길드원들을 향해 입을 열었다.
“우선 영식 씨가 회복될 때까지 이 곳에서 대기하도록 해요.”
“예.”
“알았어 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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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드원들은 영식을 호위하듯 그를 둥글게 둘러싸고 주변을 경계했다. 주변에 보이는 몬스터는 없었지만 황현의 말도 있었기 때문에 긴장을 늦출 수는 없었다.
영식은 이 세계에 와서 처음 겪는, ‘보호 받는’ 상황에 조금은 불편하 다는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이래서야 뭐라고 할 순 없 지.’
영식은 자신의 뜻대로 움직이지 않 는 몸을 내려다보며 눈살을 찌푸렸 다. 단테리온. 어째서인지 그 이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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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속해서 그의 머릿속에 남아 있었 다.
[마스터에게 걱정하지 말라고 알 림. 모든 안드로이드 군단이 당신을 지킬 것이라고 알림.]
렉테온은 허리춤에서 빔 샤벨을 꺼 내들며 늠름한 목소리로 말했다.
영식의 입에서 피식 웃음을 흘러나 왔다.
“티리아. 아까 전에 얘기하려고 했 던 건 뭐야?”
어느 정도 안정을 찾은 영식은 티 리아를 향해 고개를 돌리며 물었다.
“아……. 황현 할아버지께서 땅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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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 뭔가가 있는 것 같다고 하셔서 영식 씨에게 물어보려고 했어요. 영 식 씨는 그…… 땅속을 보실 수 있 는 스킬이 있으니까요.”
티리아는 땅굴에서 영식과 있었던 해프닝이 생각났는지 살짝 얼굴을 붉히며 말했다.
“땅속이 라……
스캔은 특별한 보안 레벨 해방 없 이 그냥 원래부터 있던 기능이었다.
신체 기능이 저하된 지금이라도 사 용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스캔.’
영식은 스캔을 사용하여 땅속을 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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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보았다. 땅속 안의 모습이 데이터 로 그의 머릿속에 그려졌다.
“?음?”
영식의 표정이 일그러졌다.
황현의 말대로 땅속 안에는 바위와 는 다른 ‘무언가’가 있었다.
아무런 움직임 없이 가만히 있던 그것이 갑자기 영식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마치, 영식이 자신을 보고 있다는 것을 알아차렸다는 듯이.
“이건?
영식의 표정이 딱딱하게 굳었다. 그의 몸을 타고 전율이 흘렀다. 영 식을 향해 고개를 든 존재는 하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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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었다.
수백에 달하는 ‘무언가’가 동시에 영식을 바라본 것이다.
-쿠구구구구궁!
“뭐, 뭐야 갑자기?”
지진이라도 일어난 것처럼 땅이 요 동쳤다. 영식은 창백하게 질린 표정 으로 소리쳤다.
“땅속에서 뭔가 올라옵니다!”
“무슨?!”
“몬스터입니까?!”
길드원들은 영식의 외침에 각자의 무기를 꺼내들며 다급한 표정을 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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었다.
-콰아아앙!
땅속에 있던 무언가가 밖으로 솟아 올랐다.
길드원들의 시선이 땅속에서 튀어 나온 존재를 향해 모였다.
“뭐야…… 저건?”
“몬스터……?”
땅속에서 나온 것은 북방경계선 안 에서 질릴 정도로 많이 출몰하는 오 우거였다. 아니, 정확하게는 ‘오우 거’라고 추정되는 괴물이었다.
붉게 빛나는 눈. 양팔에 있는 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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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금속장치. 등에 달린 거대한 분 사구. 마치, ‘기계’와 ‘몬스터’를 합 쳐 놓은 것 같은 괴물.
“대, 대체 저게 뭐야……?”
“모르겠습니다. 중앙에 이런 몬스 터가 있다는 말은 한 번도 들어본 적이 없습니다.”
한성은 딱딱하게 굳은 목소리로 말 했다.
이번 원정을 준비하기에 앞서 그는 레비아탄 길드에 직접 찾아가 중앙 쪽에 대해서 자세한 정보를 들었다. 물론, 공짜로 들은 부실한 정보도 아니었다. 그는 과감하게 20만 골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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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는 거금을 투자해서 정식으로 정 보를 샀다.
이미 ‘영웅의 무덤’이 있는 쪽까지 진출에 성공한 레비아탄 길드의 정 보이니 그만한 신뢰도와 가치를 가 지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북방 정벌에 대한 준비로 막대한 자금이 필요했던 레비아탄 길드도 흔쾌히 그 제안을 받아들여 중앙 지 역에서만 출몰하는 몬스터들에 대해 서 그에게 알려주었다.
땅속에 숨어 있는 몬스터부터 건물 잔해 속에 있는 몬스터까지. 어떤 몬스터들이 주로 나오며 뭘 주의해 야 하는지 한성은 모두 숙지해둔 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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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였다.
하지만, 레비아탄 길드가 전해준 그 어떤 정보에도 기계몬스터에 대 한 정보는 없었다.
-철컥. 철컥.
수백에 달하는 기계몬스터들이 살 바토르 길드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기계몬스터들 중에서는 오우거만 있는 것이 아니었다. 머리에 외눈 대신 거대한 렌즈가 달린 싸이클롭 스, 옆구리에서 두 개의 금속 팔이 돋아 있는 미노타우르스. 등껍질에 날카로운 가시 대신에 수십 개의 포 신을 가지고 있는 자이언트 터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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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십 종에 달하는 몬스터들이 모두 기계와 섞인 신체를 가지고 있었다.
“키, 키메라 같은 거야……? 왜 그 연금술사들이 만든다는 거 있잖아.”
“모르겠습니다. 저걸 키메라라고 불러야 할지……
한성은 복잡하다는 표정으로 대답 했다. 몬스터와 몬스터를 합성하여 만든 키메라라는 존재가 있기는 했 다.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살아 있는 ‘생명’을 두 개 합성한 것이다. 기계 와 몬스터를 섞은 존재를 키메라라 고 부르기는 어려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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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컥.
“크륵, 크르륵.”
“끼에에에에엑!”
몬스터들은 살바토르 길드를 완전 히 적으로 인식했는지 붉은빛이 흘 러나오는 눈을 빛내며 흉포하게 전 진하기 시작했다.
그들이 발걸음을 옮길 때마다 톱니 바퀴가 맞물리는 듯한 소리와 함께 쇳소리가 홀러나왔다.
“……다들 전투를 준비해주세요.”
티리아의 등에서 여섯 장의 날개가 펼쳤다. 혼란스러운 상황에서 그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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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지 당황하게 됐을 때 어떤 참사가 기다리고 있는지 그녀 자신이 가장 잘 알고 있었다.
‘영식 씨.’
그녀는 고개를 돌려 영식을 바라보 았다. 영식은 필사적으로 자리에서 일어서려고 했지만 마음처럼 되지는 않는지 번번이 다시 땅에 쓰러졌다. 누가 보더라도 지금의 영식은 싸울 수 있는 상태가 아니었다.
영식이 없는 전투.
이번에 보스 몬스터들을 사냥하며 몇 번이나 겪었던 일이지만 지금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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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황이 달랐다.
언제든지 위험하면 그가 도와줄 수 있는 그때와 달리 지금은 정말로 길 드원들의 힘만으로 이 위기를 헤쳐 나가야 하는 것이다.
“전위는 저와 유나, 철태 씨가. 중 위는 소림 씨와 유진 씨. 나머지는 후위를 맡습니다. 이번 전투의 목적 은 적들을 모두 사살하는 것이 아닙 니다. 진형을 유지한 채 최대한 숲 속으로 후퇴하겠습니다.”
정체모를 적들을 상대로 필사의 각 오를 하며 전투를 벌일 이유는 없었 다. 티리아는 망설임 없이 후퇴를 결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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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식은 어느새 이상적인 길드장으 로서 발전하고 있는 그녀에게 따듯 한 미소를 보일 틈도 없이 수백 마 리의 기계몬스터들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치익.
[기초 연산 장치의 완전한 복구까 지 5분이 남았습니다.]
상황은 최악을 향해 가까워지고 있 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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