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벨업 머신 127화
기계와 무기(4)
영식의 물건을 받은 후, 길드원들 의 실력은 전과 확연한 차이를 보였 다. 일단 기본적인 화력 자체가 말 이 되지 않게 올라가다 보니 보스 몬스터 전에서 사용할 수 있는 전락 이 훨씬 늘어난 것이다.
결국 레벨 제한이 오르는 효과를
2/26
본 것은 정소림밖에 없었지만 기계 와 합성된 무기의 힘은 막강했다.
레벨의 차이라는 것은 체급의 차와 비교할 수 있었다.
기본적인 힘, 민첩성, 강인함 자체 가 레벨에 따라 차이가 벌어지는 것 이다.
하지만 애초에 도구라는 것이, 무 기라는 것이 왜 만들어졌는가. 인간 이 맨손으로는 상대할 수 없는 맹수 들을 사냥하기 위해 만들어진 존재 가 아닌가.
종이 인류의 역사를 통째로 갈아엎 은 이유는 10살짜리 어린아이라 할
3/26
지라도 총만 다룰 줄 안다면 자신보 다 훨씬 덩치가 큰 어른을 손쉽게 죽일 수 있기 때문이었다.
총을 든 수십 명을 맨손으로 제압 하는 것은 말 그대로 영화에서나 가 능한 일이었다.
총 앞에서는 10년을 수련한 무도 가건 방구석에서 뒹굴던 폐인이건 똑같았다. 어차피 한 방이었으니까.
물론, 영식이 만든 무기가 S급 보 스 몬스터를 압살한다는 의미는 아 니었다.
하지만 그래도 그에게 무기를 받기 전보다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수
4/26
월하게 보스 몬스터를 잡는 것이 가 능했다.
이전 사냥이 티리아가 길드원들을 잡아끌고 가고 있다는 느낌이었다 면, 지금은 길드원들이 뒤에서 그녀 를 밀어주는 듯한 느낌이었다.
전에 비해서 월등할 정도로 달라진 것은 역시 정소림이었다.
그녀는 특유의 전광석화 같은 공격 을 바탕으로 보스 몬스터의 급소를 공격했다.
어떨 때는 유나보다 오히려 정소림 이 보스전에서 더욱 강력한 모습을 보여줄 때도 많았다. 레벨 상승으로
5/26
인해 이루어진 스탯의 상승과 그녀 자신의 창술에 대한 깨달음이 합쳐 진 결과였다.
‘블랙큐브들도 순조롭게 모이고 있 고.’
이번 원정을 통해 얻은 s급 보스 몬스터의 블랙큐브는 11개. 지금 당 장 모두 추출한다면 로켓펀치 이외 의 무기를 두 개나 강화할 수 있을 정도의 양이었다.
바로 추출을 할까도 고민했지만, 이내 영식은 그 생각을 접었다. S급 금속코어는 안드로이드 제조, 합성 등에서 사용되는 귀중한 재료였다. 지금 당장 사용하기보다 나중에 상
6/26
황을 봐서 사용하는 것이 더 효율적 이었다.
‘이 정도라면 중앙 지역으로 들어 가도 문제없겠어.’
정확하게는 중앙 지역 근처에 위치 한 옛 잉그리움 제국의 오리하르콘 광산. 그곳에 있는 오리하르콘들만 구할 수 있다면 지금보다 훨씬 더 강력한 기계들을 만들어내는 것이 가능했다.
중앙 지역이 위험하다고는 하나 레 비아탄 길드도, 아바돈 길드도 중앙 지역까지 진출한 전례가 있었다.
그에 준하는 전력을 갖추게 된 살
7/26
바토르 길드가 두려워할 이유는 없 었다.
“티 리아.”
“아, 영식 씨.”
영식은 보스 몬스터 사냥이 끝난 후 쉬고 있는 티리아를 향해 다가갔 다. 그는 한성이 건네주었던 지도를 펼치며 입을 열었다.
“몬스터 사냥도 이제 많이 안정된 것 같고…… 조금 더 중앙 쪽으로 진출해 볼까해.”
“여기가 그 오리하르콘 광산이 있 는 장소인가요?”
“맞아. 지금 전력이라면 무리 없이
8/26
이곳까지 갈 수 있을 것 같아.”
“ O.”
W ?
영식의 말에 티리아는 고개를 끄덕 였다. 그의 무기를 받은 후 길드원 들은 몰라볼 정도로 강해졌다. 중앙 지역에 들어간다는 말이 허황되게 들리지 않을 정도로.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위험하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았다.
중앙에 서식하는 몬스터는 기본적 으로 랭커 이상의 강력함을 자랑했 으니까.
“영식 씨에게 있어서 오리하르콘은 꼭 필요한 건가요?”
9/26
“반드시, 라고 할 정도의 물건은 아니야. 하지만 오리하르콘이 있다 면 지금보다 더욱 높은 등급의 기계 들을 제조할 수 있어. 어쩌면 티리 아가 가지고 있는 아이템들도 강화 할 수 있을지도 몰라.”
“……확실히 전력 상승을 위해서는 필요한 물건이네요.”
영식이 만들어낸 기계가 얼마나 터 무니없는 힘을 가지고 있는지는 이 번 원정을 통해 충분히 깨달을 수 있었다.
‘지금만으로도 이렇게 강력한
데……
10/26
오리하르콘을 구한 이후에 만들 수 있는 기계들은 얼마나 더 강력할지 상상하기 힘들었다.
“알겠습니다. 조금 더 중앙 쪽으로 진출해 봐요.”
잠시 동안 고민을 이어가던 티리아 는 이내 중앙 쪽으로 진출하자는 결 론을 내렸다.
북방 정벌을 위해서는 언젠가는 진 출해야 할 장소였다. 지금 가서 그 곳이 어느 정도의 위험을 가지고 있 는지 알아보는 것도 나쁘지 않았다.
“길드원들한테는 내가 전해둘게.”
“아, 영식 씨. 그 전에 물어보고
11/26
싶은 게 있어요.”
“뭔데?”
“분명 전에 영식 씨는 블랙큐브를 통해 보스 몬스터들의 기억을 엿보 실 수 있다고 하셨죠?”
“ 맞아.”
영식은 고개를 끄덕였다.
“이곳의 보스 몬스터들을 잡으면서 궁금했던 건데요…… 보스 몬스터들 이 지키고 있는 건 대체 뭘까요?”
그녀의 물음에 영식은 굳게 입을 다물었다.
12/26
과거 잉그리움 제국과 괴물들의 창 조주 간의 전쟁이 벌어졌던 장소, 영웅의 무덤. 마치 그곳을 지키고 있는 듯이 퍼져 있는 보스 몬스터 들.
그들이 과연 ‘뭘 지키고’ 있는지는 영식 또한 신경이 쓰였던 부분이었 다.
“……지금까지 모은 블랙큐브를 해 석했을 때는 뭘 지키고 있는지 모르 겠어.”
다른 블랙큐브를 해석했을 때와 별 반 다르지 않은 영상들이었다.
안개에 둘러싸인 듯한 무언가가 나
13/26
타나 몬스터를 제압하고, 블랙큐브 를 사용해 몬스터를 조종했다.
이번에 블랙큐브를 해석하면서 얻 은 정보라고는 흐릿한 형체의 존재 가 ‘붉은색’을 띠고 있다는 점밖에 없었다.
“그런가요……
“뭐, 그것도 중앙 쪽으로 가보면 실마리가 잡히지 않겠어?”
“예. 일단 직접 가서 확인해 보는 게 좋을 것 같아요.”
티리아는 고개를 끄덕이며 자리에 서 일어섰다.
14/26
* ? ?
행선지가 정해진 후, 살바토르 길 드는 바로 지도에 표시된 오리하르 콘 광산으로 향했다.
중앙 쪽으로 더욱 깊게 진입하니 끝없이 이어질 것 같았던 숲이 끝나 며 넓은 황야가 보였다.
“여긴?
선두에서 걸어가고 있던 유나는 눈 앞에 보이는 광경에 짧은 탄성을 홀 렸다.
마치 사막을 보는 것 같은, 지평선
15/26
이 보일 정도로 넓게 펼쳐진 황무 지. 황무지 곳곳에는 처참하게 박살 난 건물들의 잔해가 가득했다.
“……잉그리움 제국의 영토야.”
유진은 날카롭게 눈을 빛내며 황무 지를 바라보았다.
과거, 대륙 최강의 국가로 군림했 던 잉그리움 제국. 그 강대했던 국 가가 처참하게 몰락하여 황무지가 된 모습을 보니 서늘한 감각이 느껴 졌다.
길드원들은 잠시 발걸음을 멈추고 넓게 펼쳐진 황무지를 바라보았다.
16/26
대전쟁으로 인해 잉그리움 제국이 흔적도 없이 멸망했다는 것은 모두 가 알고 있는 사실이었다.
하지만, 이렇게 직접 그 모습을 보 니 ‘멸망’이라는 단어가 무겁게 어 깨를 짓누르고 있는 것 같았다.
“……만약에 말이야. 우리가 몬스 터들에게 패배한다면 엘노트 왕국도 이런 모습이 될까?”
“그렇게 되겠지.”
유나의 물음에 유진이 무거운 목소 리로 답했다.
유진은 왜 레비아탄 길드가 그렇게 절실하게 북방 정벌을 준비하고 있
17/26
는지 알 수 있었다.
그들 또한 이 모습을 본 것이다. 과거의 영광은 조금도 찾을 수 없을 정도로, 철저하게 망가진 잉그리움 제국의 모습을.
‘……이건 지구로 돌아가고 말고의 문제가 아니잖아.’
창조주들을 죽이는 것. 그것은 더 이상 지구로 돌아가느냐 마느냐의 문제가 아니었다. 살아남느냐 아니 냐의 문제였다.
유진은 굳게 입을 다문 채 끝없이 펼쳐진 황무지를 바라보았다. 모든
18/26
것이 죽어 있는 그 장소를 보니 아 련한 기억 하나가 그의 머릿속에 떠 올랐다.
- 오빠!
소녀의 목소리가 그의 귓가를 울렸 다. 유진은 거칠게 입술을 깨물며 주먹을 움켜쥐었다.
그가 창조주와 싸워야 하는 또 다 른 이유.
몬스터들의 손에 무참히 살해당한 여동생의 복수.
스킬을 사용한 것도 아닌데 심장이 욱신거렸다. 시간 속에 풍화되었던 감정이 다시 끓어올랐다.
19/26
‘……아직은 아니야.’
그 창조주라는 존재가 얼마나 강대 한 존재인지 그는 알지 못한다.
하지만 확실한 것은, 지금 그들의 힘으로는 감히 닿을 수 없을 정도로 아득한 위치에 있는 존재라는 사실 뿐이었다.
유진은 고개를 돌려 자신의 길드원 들을 바라보았다.
이들과 함께라면, 언젠가 그의 앞 에 다다를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유진은 깊게 가라앉은 눈빛 으로 길드원들을 향해 걸어갔다.
“그런데 중앙에는 강력한 몬스터들
20/26
이 있다고 하지 않았어? 지금 보이 는 걸로는 그냥 황무지밖에 안 보이 는데.”
유나는 고개를 두리번거리며 물었 다.
한성이 둥그런 안경을 쓸어 올리며 대답했다.
“엄밀히 말하면 여긴 중앙이라기보 단 중앙으로 향하는 초입이니까요. 그리고 레비아탄 길드에서 전해 듣 기로는 몬스터들 대부분이 땅속에 숨어서 겉으로 보면 안 보인다고 합 니다.”
“……뭔가 무섭네. 언제 습격당해
21/26
도 이상하지 않다는 말이잖아?”
“예. 그러니 그만큼 주의를 해야 죠.”
“황현 할아버지는 뭐 보이는 거 없 어?”
유나는 길드원들 중에서 가장 시력 가 좋은 황현에게 물었다.
“눈으로 보이는 건 없구나. 그런 데……
황현은 어딘가 딱딱해 보이는 표정 으로 몸을 숙여 땅에 손을 가져다 대었다.
“땅속에 무언가 있는 것 같은 느낌 이 들어.”
22/26
“……어디쯤이죠?”
“모르겠구나. 사실 진동이 느껴지 는 것도, 기척이 느껴지는 것도 아 니야. 그냥…… 단순한 감이라고밖 에 표현할 수 없어.”
황현의 말에 길드원들의 표정이 딱 딱하게 굳었다.
궁수 클래스의 감.
단순한 감이라고 넘기기에는 그 단 어가 주는 무게감이 달랐다.
“영식 씨는 무언가 느껴지시는 게 있나요?”
티리아가 영식을 향해 고개를 돌리
23/26
며 물었다.
예전에 잊혀진 자들의 무덤에서 영 식과 단둘이 던전 벽을 허물고 땅굴 을 파서 숨어 있었을 때, 영식은 땅 속에 있는 그레이트 웜의 존재를 ‘스캔’이라는 스킬로 간파한 적이 있었다.
“영식 씨‘?”
“영식아? 왜 그래?”
티리아와 아라의 말에 길드원들의 시선이 영식을 향했다.
영식은 이곳에 도착한 이후 계속해 서 어딘가 멍해 보이는 표정으로 황 무지를 바라보고 있었다.
24/26
“아……
“무슨 문제 있어 영식아?”
아라가 걱정스럽다는 표정으로 영 식에게 다가갔다. 그녀의 손이 영식 의 몸에 닿았다.
-파지직!
“꺄악?!”
아라는 손에서 느껴지는 찌릿한 전 기에 몸을 뒤로 빼냈다. 그녀의 표 정이 딱딱하게 굳었다.
영식의 몸에서 이런 스파크가 튀어 올랐던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었 다. 그가 이해할 수 없을 정도로 강
25/26
력한 힘을 사용하고 난 후, ‘오버로 드’ 상태에 빠졌을 때와 비슷한 모 습이었다.
“영식아……?”
_쿵.
멍하니 황야를 바라보던 영식의 무 릎이 꺾였다. 그는 자신의 머리를 움켜잡은 채 몸을 숙였다.
“으, 아, 아……
잊혀졌던 기억의 편린이, 그의 몸 을 난자했다.
26/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