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레벨업 머신-124화 (124/284)

레벨업 머신 124화

기계와 무기(1)

“자, 잠깐만요 철태 씨! 아무리 그 래도 그건……

박철태의 말을 들은 아라가 다급한 목소리로 소리쳤다.

그가 말하고 싶은 요지는 알겠다.

하지만 지금 길수를 자이언트 플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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츠와 1 대 1로 싸우라고 하는 것은 사실 죽으라는 말과 다르지 않았다.

철태는 영식을 향해 천천히 고개를 돌렸다.

“영식 군. 자네의 경우 경지를 비 교적 쉽게 올린 것 같지만…… 사실 경지를 올린다는 것이 그리 쉬운 일 이 아니네.”

“……알고 있습니다.”

“자신의 경지를 올리는 방법은 크 게 세 가지가 있네. 하나는 자네도 알다시피 꾸준한 수련을 통한 각성. 이번에 길수 형님이 레벨 제한을 올 린 방법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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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식은 고개를 끄덕였다.

레벨 제한을 올리는 것은 극히 드 문 일이지만, 아예 불가능한 것도 아니었다. 괜히 소환자들이 높은 차 수의 소환자들을 무시하는 것이 아 니었다. 이 세계에 온 지 오래된 소 환자는 그만큼 자신의 무력을 가다 듬을 시간이 많았다.

레벨 제한의 벽을 이겨내고 더 높 은 경지에 발을 디딜 수 있는 확률 이 높다는 의미였다. 특히 길수처럼 애초에 낮은 레벨 제한은 100레벨 에 도달한 랭커보다는 비교적 레벨 제한을 올리는 것이 수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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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하나는 유나처럼 강력한 무 기를 얻는 것. 높은 등급의 무기는 그 자체로 사용자를 더 높은 경지로 이끌어주는 능력이 있지.”

이번에 영식이 길드원들에게 무기 를 만들어 주려고 하는 이유와도 상 통하는 말이었다.

영식이 아직 쌍식과 동급의 물건을 만들 수는 없지만 적어도 지금 길드 원들의 무기보다는 강력한 무기를 만들어 줄 수 있었다.

강력한 무기는 그 자체로 사용자의 전투 스타일의 변화, 다양성을 촉진 시키고 더 높은 경지로의 길을 열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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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다.

“그리고 마지막 하나는……

“더 강력한 상대와의 전투, 죠.”

영식은 딱딱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 다.

자신의 한계를 넘는 적과의 목숨을 건 전투. 그것은 사실 높은 경지로 올라갈 확률이 가장 높은 방법이었 다.

무작정 수련을 하는 것보다 전투를 통해 다음 경지에 발을 디디는 것이 효율적인 측면에서 훨씬 더 높았다.

그렇기 때문에 이미 레벨 제한을 모두 채운 소환자들이 계속 던전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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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사하고, 사냥을 나서는 것도 이러 한 이유 때문이었다.

문제는 확률이 높은 만큼 실패했을 때 얻는 리스크도 크다는 점이다. 실패의 리스크는 죽음 혹은 그에 준 하는 치명상이었다.

“그렇게 설명해주지 않아도 알고 있네, 철태 군.”

방패를 들고 일어선 길수는 씁쓸한 미소를 지으며 철태의 어깨를 두드 렸다. 철태가 자신에게 이런 말을 꺼내기 얼마나 어려웠을지 그는 잘 알고 있었다.

그리고 지금 자신이 이 길드에 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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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서 얼마나 방해가 되는 존재인지 도 알고 있었다.

그는 영식이 만들어낸 안드로이드 군단 중 B급 안드로이드와 간신히 겨룰 수 있는 수준이었다.

무려 200대나 만들어낸 B급 안드 로이드와.

영식의 능력이 그만큼 사기적인 것 도 있었지만 그 이상으로 자신이 부 족한 것이 컸다.

‘……혼자서 뒤쳐져 있을 순 없지.’

길수는 손에 쥔 방패를 움켜잡으며 한 걸음 앞으로 나섰다.

그는 영식을 처음 만났을 때를 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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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렸다. 자신에 대한 기억을 잃은, 어딘가 부서질 것만 같았던 청년.

그는 이 세계에 와서 영식을 만난 것이 크나큰 행운이라고 생각했다. 영식은 자신을 이용하지 않았으니 까. 언제나 이용당하기 바빴던 자신 에게 살바토르라는 보금자리를 마련 해줬으니까.

그렇기 때문에 그런 자신의 선의를 이용하지 않았던, 배신하지 않았던 영식에게 조금이라도 더 보답해주고 싶었다.

“크아아아아아!”

나무줄기로 이루어진 자이언트 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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랜츠의 입에서 괴성이 흘러나왔다. 바닥을 뚫고 나온 수십 개의 줄기가 길수를 노리고 휘둘러졌다.

-쿵! 쿠 쿵!

“크윽!”

방패를 든 길수의 입에서 침음이 흘러나왔다. 나무줄기가 방패를 후 려칠 때마다 몸 전체가 뒤흔들렸다. 그의 몸이 충격을 견디지 못하고 뒤 로 밀려났다.

길수는 거칠게 입술을 깨물며 방패 를 쥔 손에 힘을 더했다.

지금 자신의 힘으로 자이언트 플랜 츠의 공격을 받아내는 것은 불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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했다. 공격을 흘러내야 했다.

길수는 수백, 수천 번 이상은 봤던 ‘수호자’ 클래스의 전직서를 머릿속 에 떠올렸다.

지킨다는 것은 막아내는 것이 아니 다, 받아내는 것이다.

대체 뭔 개소리인지 의심이 갈 정 도로 두루뭉술한 말이었지만 아예 의미가 없는 말도 아니었다. 공격을 막아내는 것이 아닌 받아내는 것. 힘으로 버티는 것이 아닌 상대의 힘 을 흘려내는 것.

그것이 바로 ‘수호자’ 클래스가 가 진 방패술의 묘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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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웅 쿵!

“허억, 허억, 허억!”

길수의 입에서 거친 숨이 토해졌 다. 방패를 든 손이 당장에라도 부 서질 것만 같았다.

반격은 생각해볼 수도 없는 상황. 길수는 끊임없이 휘둘러지는 수십 개의 나무줄기들을 막는 것에 집중 할 수밖에 없었다.

“길수 아저씨……

그런 그를 아라가 초조한 표정으로 바라보았다. 그녀는 당장에라도 마 법을 사용해서 그를 도와주고 싶은 마음을 필사적으로 억눌렀다. 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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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 그를 도와주는 것은 길수가 스스 로 힘으로 자신의 한계를 넘을 수 없다는 것을 인정하는 것밖에 되지 않았다.

‘제발.’

그녀는 간절한 표정으로 길수를 바 라보았다. 길드에 들어온 지 꽤 시 간이 지난 지금, 다른 길드원 하나 하나가 그녀에게 소중한 사람이 되 었지만 그중에서도 길수와 영식은 특별했다.

튜토리얼 때, 혼란스럽기 짝이 없 었던 시절부터 그녀와 함께 역경을 해쳐온 동료이자, 영식에 대한 감정 으로 고민에 잠겼을 때 그녀에게 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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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 조언을 해준 버팀목이었다.

아라는 손에 쥔 지팡이에 힘을 더 한 채 길수의 전투를 지켜보았다.

- 퍽!

“크윽!”

동시에 휘둘러진 다섯 개의 나무줄 기가 방패를 후려쳤다. 길수의 몸이 크게 휘청거렸다. 길수는 다급한 표 정으로 자세를 잡으려고 했다.

그때, 자이언트 플랜츠가 앞으로 걸어 나오며 모든 줄기를 모아 자세 가 무너진 길수를 후려쳤다. 마치 야구선수가 방망이를 휘두르는 것과 같은 모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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_쿵!

“커헉?! 컥!”

충격을 견디지 못하고 뒤로 튕겨져 나간 길수의 몸이 바닥을 굴렀다. 압도적인 힘의 차이. 공격을 받아내 니, 홀리느니 하는 문제가 아니었다. 기술로 도저히 넘을 수 없어 보이는 아득한 벽. 그것이 길수의 앞에 드 리워진 것이다.

“O 아 o..”

--흐 I- ?

길수의 몸이 거칠게 떨렸다. 농밀 한 공포가 그의 전신에 퍼져나가기 시작했다.

방금 전 길드원들과 함께 상대했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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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급 보스 몬스터보다 지금 눈앞에 있는 자이언트 플렌츠 하나가 더욱 두렵게 느껴졌다.

‘진정해.’

길수는 덜덜 떨리는 몸을 필사적으 로 일으키며 생각했다.

안드로이드 군단의 공격에 허무하 게 쓸려나갔던 몬스터였다. 이런 잡 몹의 공격 하나 받아내지 못해서는 탱커로서의 역할은커녕 길드원들의 발목을 잡는 족쇄가 될 뿐이었다.

-슈욱

- 퍽!

“커 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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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수 아저씨!”

나무줄기에 얻어맞은 길수의 몸이 다시 바닥을 굴렀다. 그의 입에서 검붉은 피가 쏟아졌다. 길수는 덜덜 떨리는 몸으로 자이언트 플랜츠를 올려다보았다.

숨이 쉬어지지 않았다. 수천, 수만 번을 반복해서 연습했던 방패술이 머릿속에서 단 하나도 떠오르지 않 았다. 머릿속이 새하얗게 점멸했다.

방패를 움켜쥔 손에서 힘이 풀리며 광휘의 방패가 바닥에 떨어졌다. 죽 음과도 같은 공포가 그의 목을 움켜 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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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식아!”

철컥.

영식의 발이 땅을 박찼다. 부스트 의 빛이 강렬하게 폭발했다. 음속을 넘은 그의 속도에 소닉붐이 일며 주 변을 초토화시켰다.

“크어어어?!”

길수를 공격하려던 자이언트 플랜 츠는 당황스럽다는 듯이 뒷걸음질 쳤다. 순식간에 자이언트 플랜츠에 게 다가간 영식이 플라즈마를 머금 은 블레이드를 휘둘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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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촤악!

“크으으으으 ”

한 방. 길수를 궁지까지 몰아넣은 자이언트 플랜츠의 몸이 반으로 갈 라지는데 필요한 것은 고작 한 번의 검격이었다.

길수는 멍한 표정으로 반으로 갈라 진 자이언트 플랜츠를 바라보았다. 길드원들과 자신 사이에 있는 짧은 거리가 마치 절대 닿을 수 없을 정 도로 아득하게 느껴졌다.

“……미안합니다, 형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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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닥에 쓰러진 그에게 다가온 박철 태가 손을 내밀었다.

길수는 그의 손을 잡을 생각도 하 지 못한 채 멍한 표정으로 반으로 갈라진 자이언트 플랜츠의 시체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 뒤로 살바토르 길드는 계속해서 S급 보스 몬스터 사냥을 이어갔다.

영식은 전투를 하는 그들 뒤에서 지켜보고 있었고, 종이에 그림을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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려가며 길드원들의 무기를 구상했 다.

길수는 ‘수호자’로서의 각성에 실 패한 후, 그는 눈에 띄게 의기소침 한 모습을 보였지만 그래도 좌절해 서 멈춰서 있지는 않았다.

그는 락테온의 지휘에 따라 안드로 이드 군단과 합세하여 보스 몬스터 주위의 잡몹들을 처치했다.

“모두 이쪽으로 모여주세요.”

그렇게 4번째 보스 몬스터 사냥이 성공적으로 끝난 후, 영식은 길드원 들을 불러 모았다. 보스 몬스터와의 일전을 마친 길드원들의 얼굴에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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짙은 피로가 가득했다.

“ 후우?

“끄응. 무슨 일이야 영식아?”

“이제 그 무기를 만들 생각인가?”

길드원들은 힘든 와중에도 기대감 이 섞인 표정으로 영식에게 다가왔 다.

영식은 길드원들을 둘러보며 말을 이었다.

“이제까지 여러분들이 여러 보스 몬스터를 잡는 것을 지켜보며 어떤 식으로 무기를 개량해야 할까 많은 고민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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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식은 손에 들린 수십 장의 종이 들을 하나씩 둘러보았다. 그 종이에 는 어떻게 무기들을 개량할 것인지, 아니면 아예 새롭게 무기를 만들 것 인지 빼곡하게 적혀 있었다.

“그 결과, 지금 제 생각에서는 나 름 최선이라고 생각되는 방향으로 무기를 개량해 드리려고 합니다.”

“호오?…"

“으, 기대되는데?”

“아. 참고로 티리아와 유나의 경우 는 불가능해.”

“에엑? 어째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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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식은 유나의 허리춤에 있는 쌍식 을 바라보며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

“그 무기는 지금 내가 손댈 수 있 는 무기가 아니니까. 괜히 다른 무 기를 만들어 줬다가 쌍식이 가진 고 유의 스타일이 망쳐질 수도 있고.”

“아?

그의 말에 유나는 아쉽다는 표정으 로 고개를 떨궜다.

“나중에 스킬 레벨이 올라서 다룰 수 있게 된다면 한 번 개량에 도전 해 볼게.”

“끄응. 알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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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나는 어쩔 수 없다는 표정으로 뒤로 물러섰다. 사실, 지금 그녀에게 있어서는 무기를 개량하기에 앞서 먼저 쌍식부터 완전히 다루는 것이 더 중요했다.

“그럼 우선 철태 씨부터 시작하 죠.”

영식은 종이 한 장을 꺼내어 펼치 며 말했다.

철태는 무식한 크기를 가진 자신의 대검을 영식 앞에 내려놓으며 종이 에 그려진 그림을 바라보았다.

“……이게 뭔가?”

그는 요상한 장식과 함께 대검 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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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운데가 갈라져 있는 디자인에 눈 살을 찌푸렸다. 가운데로 갈라진 대 검 사이에는 원기둥을 연상시키는 둥그런 물체가 끼워져 있었다.

뭘 의도해서 만든 디자인인지 잘 상상이 가지 않았다.

“이건?

영식의 입이 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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