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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업 머신-112화 (112/284)

레벨업 머신 112화

을의 갑질(3)

“지, 지금 무슨 말을……

한준만의 표정이 창백하게 질렸다.

에르노어 대륙에서 채굴권이 가지 고 있는 가치는 그 무엇과도 비교하 기 힘들었다.

언제 몬스터와의 전투가 일어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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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르는 세계. 평범한 주부들조차 호 신용으로 단도를 들고 다닐 정도로 병장기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세계.

냉장고가 없어도 사람은 살 수 있 다. 에어컨이 없다고 해서 사람이 죽지는 않는다.

하지만 병장기는 달랐다. 에르노어 대륙에서 만큼은 무기는 식량 이상 으로 중요한 가치를 가지고 있는 존 재였다.

이러한 상황 때문에 에르노어 대륙 에서는 철광석을 비롯한 높은 등급 의 무기를 만들 수 있는 마력광석의 수요가 폭발적이라고 할 정도로 높 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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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행히 대륙 전체에 광산이 많이 분포되어 있었고 채굴 기술 자체가 꽤나 발달해 있었기 때문에 공급이 그리 부족하지는 않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 가치가 낮아질 정도로 풍족 한 것도 아니었다.

“가지고 있잖아요? 각종 광물의 채 굴권. 만약 없었다면 이제까지 그렇 게 많은 양의 철광석을 지원할 수는 없었겠죠.”

한준만의 표정이 창백하게 질렸다.

원래 기본적으로 광산에 대한 채굴 권은 모두 국가의 소유였다. 병장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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를 만드는 산업 자체가 국력에 크게 영향을 주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소환자들이 등장하고, 혼란 이 가중되는 와중에 골드런 길드는 지속적인 로비를 통하여 광산 수십 개의 채굴권을 손에 넣을 수 있었 다.

영식이 만든 기계를 팔기 전까지만 해도 골드런 길드의 주력 돈벌이는 채굴권을 바탕으로 한 철광석, 마력 광석의 판매였다.

골드런이라는 길드의 근간을 이루 고 있는 힘. 그것이 바로 광산 채굴 권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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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아무리 그래도 채굴권을 넘겨 드릴 수는 없습니다.”

“그래요? 그럼 저도 무척 아쉽지만 배터리 공급은 중단해야 할 것 같네 요.”

“자, 잠깐만요 영식 씨! 그것만은 제발……!”

한준만은 절박한 표정으로 영식의 다리를 붙잡았다.

“어차피 골드런 길드가 파산하면 다른 세력에서 달려들어 뜯어 먹을 채굴권 아닙니까? 저희에게 먼저 주 신다면 골드런 길드가 파산하지 않 도록 도와드릴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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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식은 씨익 미소를 지으며 한준만 의 어깨에 손을 올렸다. 그의 어깨 는 마치 얼음물에라도 들어간 듯 격 렬하게 떨리고 있었다.

한준만은 공포에 질린 표정으로 영 식을 올려다보았다.

악마의 거래.

영혼을 담보로 모든 것을 앗아가는 악랄한 거래. 한준만은 더 이상 도 망칠 장소가 없다는 것을 직감했다.

“아, 아아……

그의 입에서 절망에 찬 신음이 홀 러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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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하시겠습니까 준만 씨?”

영식은 여유로운 미소를 지으며 그 에게 물었다. 한준만은 덜덜 몸을 떨며 고개를 숙였다. 그의 머리가 필사적으로 돌아가기 시작했다.

‘여기서 내가 살 수 있는 방법은 하나뿐이야.’

한준만의 눈에 독기가 서렸다. 지 금 여기서 그가 살 수 있는 유일한 방법. 그것은 이 모든 일의 원흉인 영식을 제거하는 것뿐이었다.

“너, 넘겨드리겠습니다. 골드런 길 드의 모든 채굴권을 영식 씨에게 양 도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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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오.”

영식은 한준만의 대답에 눈을 반짝 였다. 그의 입가에 차가운 조소가 걸렸다.

“현명하신 선택입니다.”

그는 품속에서 두꺼운 펜을 꺼냈 다. 희미한 붉은빛이 홀러나오고 있 는 펜이었다.

“자, 여기 계약서에 서명하시면 됩 니다.”

영식은 미리 준비해온 계약서를 그 에게 내밀었다. 골드런 길드가 가지 고 있는 모든 채굴권과 광물을 그에 게 양도하겠다는 내용의 계약서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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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한준만은 굳게 입을 다문 채 그가 내민 펜을 들어올렸다. 손에 쥔 펜 끝이 덜덜 떨리고 있었다.

그는 꿀꺽 마른침을 삼키며 계약서 에 사인을 마쳤다.

“자, 그럼 채굴권 양도의 정확한 날짜에 대해서는 추후 다시 연락하 겠습니다.”

영식의 말에 한준만은 아무런 대답 도 하지 않은 채 굳게 입을 다물었 다. 영식은 피식 웃음을 흘리며 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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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서를 손에 들고 자리에서 일어섰 다.

-끼익.

“앞으로도 좋은 동업자 관계를 이 어나갔으면 좋겠습니다.”

문을 닫기 전, 영식은 조롱하듯 그 를 바라보며 조소를 지었다.

영식의 몸이 문밖으로 사라졌다.

방 안에 홀로 남은 한준만은 천천 히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의 몸이 격하게 떨리고 있었다.

“이제 남은 방법은 이것밖에 없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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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

그는 그렇게 중얼거리며 테이블 위 에 굴러다니는 술병을 손으로 집었 다.

-퍼억!

그는 자기 자신의 얼굴을 향해 술 병을 휘둘렀다. 붉은색 피가 그의 코에서 흘러나왔다. 그는 거기서 멈 추지 않았다.

-퍽! 퍼억! 퍼어억!

“크악……! 큭!”

그는 손에 쥔 술병으로 자신의 얼 굴과 팔, 가슴을 계속해서 두들겼다. 사방에 검붉은 피가 튀어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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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얼굴에 누군가에게 두들겨 맞 기라도 한 듯이 처참한 상처가 생겼 다.

전신을 뒤흔드는 고통에 찔끔 눈물 이 났지만 여기서 멈출 수는 없었 다. 그는 코뼈가 주저앉고 광대에 새파란 멍이 들 때까지 자해를 계속 했다.

“허억, 허억!”

한준만의 입을 타고 피가 섞인 침 이 홀러나왔다. 그는 덜덜 떨리는 손으로 통신용 구슬에 손을 올렸다.

-무슨 일이지?

깡마른 노인의 얼굴이 수정 구슬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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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타났다. 툭 건드리기만 해도 바로 쓰러질 것 같은 외모의 노인이었지 만 그는 저 노인이야말로 얼마나 악 랄한 괴물인지 잘 알고 있었다.

“다, 당했습니다. 길드장님!”

-당했다고……?

“그, 그렇습니다! 전에 계약했던 이클로전 길드의 호구가 사실은 랭 커 였습니다!”

-……그 영식이란 소환자 말인가?

“예! 갑자기 길드에 침입해서 제 호위대를 싸그리 죽여 버리고 강제 로 계약서를 작성시킨 다음 사라졌 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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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계약서?

영식이 랭커라는 말에도 박도훈은 전혀 동요하지 않았다. 그는 소름끼 치는 눈빛으로 한준만을 쏘아보며 계약서의 내용에 대해 물었다.

“채, 채굴권 양도에 대한 계약서였 습니다……! 아마 그자는 처음부터 채굴권을 노리고 저희 길드에 접근 한 것 같습니다!”

-너는 그 계약서에 서명했고?

“어, 어쩔 수 없었습니다! 절 두들 겨 패고 서명하지 않으면 죽여 버린 다고 협박했습니다!”

한준만은 절박한 목소리로 소리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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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그가 살아남을 수 있는 유일한 방 법. 그것은 외부의 강압에 의해서 어쩔 수 없이 계약을 채결했다고 박 도훈에게 둘러대는 방법밖에 없었 다.

이 방법이 잘만 통한다면 그가 배 터리 가격에 대해서 치명적인 실책 을 범한 것도 다 영식의 강압에 의 한 거라고 속여 넘길 수도 있었다.

-그래서, 결국 넌 목숨이 아까워서 그 계약서에 서명했다는 말이군.

“……죄, 죄송합니다.”

-……책임은 나중에 묻지. 지금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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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식이란 새끼가 있는 길드가 어디 라고?

“이클로젼 길드라는 신생 길드입니 다.”

-랭커 하나를 가졌다고 세상 물정 모르고 나대고 있는 길드로군.

박도훈은 이글거리를 눈빛으로 혀 를 찼다.

-용병들을 준비해라. 다른 길드에 도 모두 연락해서 병력을 지원 받 아. 얼마가 들던 상관없어. 될 수 있는 대로 모두 끌어 모아라.

자리에서 일어난 박도훈은 저주를 속삭이듯이 음산한 목소리로 말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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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그의 말에 한준만은 정신없이 고개 를 끄덕였다.

-건방을 떤 대가를 톡톡히 치르게 해주지 ?

박도훈은 주름진 입가를 비틀며 낄 낄 웃음을 터트렸다. 힘이 모든 것 을 좌지우지하는 이 세계에서 골드 런 길드가 어떻게 살아왔는지 보여 줄 때였다.

-3일 이내로 준비를 마쳐라.

“아, 알겠습니다!”

그 말을 끝으로 통신이 끊겼다. 한 준만은 딱딱하게 굳은 표정으로 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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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이 끊긴 수정 구슬을 바라보았다.

“ 하아?

그의 입에서 안도감에 찬 한숨이 홀러나왔다. 다행히 지금 당장 그에 게 책임을 묻고 죽인다는 말을 하지 는 않았다.

박도훈은 상벌이 엄격한 인간이었 다.

이번에 큰 실수를 했지만 잘만 해 결한다면 다시 그에게 기회를 줄 가 능성은 충분했다.

“영식……!”

한준만은 증오스러운 그 이름을 입 에 담으며 몸을 떨었다. 그는 자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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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는데 사용했던 술병을 집어 들고 벽에 던졌다.

쨍그랑. 술병이 산산이 박살나는 소리가 방 안에 울려 퍼졌다.

“가만두지 않겠다, 이 개자식!”

그는 거칠게 테이블을 차며 흥분에 찬 목소리로 소리쳤다. 자신을 속여 넘긴 그 영식이란 인간을 잔인하게 죽일 생각을 하니 벌써부터 입꼬리 가 올라갔다.

“응……?”

그때, 그의 눈앞에 한 물건이 보였 다. 아까 전에 계약서를 작성할 때 영식이 건네준 두꺼운 펜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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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방진 자식!”

그는 은은한 붉은빛이 끝에서 홀러 나오고 있는 펜을 들어 거칠게 집어 던졌다. 콰직! 벽에 부딪힌 펜이 산 산이 박살났다.

“후우……. 후우.”

그는 거친 숨을 몰아 내쉬며 머리 를 쓸어 올렸다.

이제는 복수를 준비할 시간이었다.

? * *

-가만두지 않겠다, 이 개자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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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비아탄 길드의 본관.

길드마스터 박시아의 집무실에 한 청년이 앉아 있었다.

테이블 위에 올려둔 네모난 스크린 에서는 방 안의 물건을 거칠게 집어 던지고 있는 한준만의 모습이 홀러 나오고 있었다.

“이건?

박시아는 눈앞에 앉아 있는 청년, 영식을 바라보며 말끝을 흐렸다.

“초소형 카메라를 통해 촬영한 영 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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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시다시피, 골드런 길드는 저희 길드를 노릴 생각인가 보군요.”

영식은 느긋한 표정으로 의자등받 이에 몸을 기댔다. 박시아는 차가운 눈빛으로 그를 바라보며 입을 열었 다.

“한준만 씨가 말한 대로 영식 씨가 강압적으로 계약을 채결시킨 건 아 니시겠죠?”

“아까 전에 자해하시는 장면 보시 지 않으셨습니까? 저는 정당하게 계 약서상에 명시되어 있는 가격 협상 을 제안했고, 그 결과 배터리 가격 을 부담할 수 없다는 골드런 길드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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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견에 광산 채굴권을 대신 얻은 것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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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힘없는 영식의 말에 박시아는 의 심스럽다는 듯이 그를 바라보았다.

아무리 돈을 낼 수 없는 상황이라 고 해도 길드의 근간이라고 할 수 있는 채굴권을 모두 넘기다니? 상식 적으로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이었다.

“하아?…"

박시아는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저 영식이란 소환자가 강하린을 속 여 내기의 판돈을 올렸던 것이 떠올 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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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은 누가 보더라도 강하린이 생 각 짧고 멍청한 짓을 한 것이었다.

그래서 그녀는 굳이 다른 말을 하 지 않고 그에게 돈을 지불한 것이 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영식이란 사람 은 다른 누군가를 자신의 의도대로 움직이게 할 수 있는 재능이 있다는 점이었다.

‘이번에도 무슨 수를 썼겠지.’

그것이 아니라면 골드런 길드에서 채굴권 양도를 할 리가 없었다.

“레비아탄 길드와 살바토르 길드 사이에 맺어진 약속에 대해서는 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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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버리시지 않았겠죠?”

영식은 방긋 미소를 지으며 말을 이었다.

“1년간, 어떤 위험 속에서도 살바 토르 길드를 보호해주신다는 약속 말입니다.”

박시아는 머리가 아프다는 듯이 이 마에 손을 올렸다.

상황이야 어찌 됐건 살바토르를 공 격하겠다는 박도훈의 말을 생생하게 들은 이상 가만히 있을 수는 없었 다.

“……알겠습니다. 이 일은 레비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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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 길드에서 적극적으로 나서서 정 리하겠습니다.”

“하하. 감사합니다 시아 씨. 아, 저 희 길드도 가만히 손 빨며 구경할 생각은 없으니 전력상 부족한 것은 없을 겁니다.”

3대 길드 중 하나인 레비아탄 길 드와 하나같이 강력한 정예 소환자 들로 이루어진 살바토르 길드가 힘 을 합친다면 골드런 길드가 버텨낼 수 있을 리 없었다.

“잘 부탁드립니다 시아 씨.”

영식은 그녀에게 손을 내밀며 사람 좋은 미소를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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