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벨업 머신 111화
을의 갑질(2)
길드로 돌아온 영식은 바로 배터리 의 자동 제조 장치를 만들었다.
애초에 배터리 제조에는 재료와 시 간이 거의 필요하지 않았기 때문에 자동 제조 장치를 만들고 2?3일 만 에 필요한 물량을 전부 만들어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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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 설마 그런 방법이 있을 거라고는 상상도 못했네요.”
창고에 쌓인 배터리를 실어 나르는 골드런 길드의 인부들을 바라보며 한성은 허탈한 웃음을 흘렸다.
상대의 욕심을 역으로 이용한 함 정. 오로지 그만 기계를 만들 수 있 다는 장점을 살린 전략.
더 이상 손쓸 방법이 없다고 생각 했던 상황을 단 한 번에 역전시킨 영식의 모습이 전율스럽게까지 느껴 졌다.
“골드런 측이 생각대로 움직여줘서 다행이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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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식은 피식 웃음을 홀리며 대답했 다. 만약 골드런 길드가 조금만 더 욕심을 부리지 않았다면 그 계획은 실패했을 것이다.
‘어느 정도 확신은 있었지만.’
처음 한성의 얘기를 들은 한준만의 표정을 봤을 때, 영식은 그가 이 함 정에 걸려들 것이라고 확신했다.
그렇기 때문에 그가 방심을 하도록 일부러 연기를 펼친 것이다.
“그런데 골드런 길드가 이걸로 가 만히 있겠습니까?”
“가만히 있을 리가 없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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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식은 단호한 표정으로 고개를 저 었다.
골드런 길드가 병신도 아니고 가만 히 길드의 재산을 빨아먹는 모습을 지켜볼 리는 없었다.
“그렇다면 어떻게 하실 생각이십니 까.”
한성의 물음에 영식은 씨익 미소를 지었다.
“호랑이의 위세를 빌려야죠.”
“예……?”
“뭐, 나중에 아실 수 있을 겁니다.”
영식은 그렇게 말하며 몇 장의 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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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를 꺼냈다.
배터리 가격에 대해서 골드런 길드 와 채결했던 계약이었다.
하나당 10골드, 한화로 1,000만 원 이라는 어처구니없이 높은 가격으로 채결된 계약서.
“저는 그럼 한준만을 만나고 오겠 습니다.”
“응? 계약에 대한 건 이미 채결이 끝난 게 아닌가요?”
“계약서에 조금 장난을 쳐놨거든요.”
그는 즐겁다는 듯이 짙은 미소를 지으며 말을 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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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까지 당한 게 있으니 그 이상 으로 갚아줘야 하지 않겠습니까?”
“……설마 여기서 골드런 길드를 더 털어먹을 생각이십니까?”
“오징어도 쥐어짜면 물이 나옵니 다. 그리고 처음부터 배터리는 수단 에 불과했죠.”
영식의 눈이 반짝였다.
“제가 골드런 길드에 원하는 건 따 로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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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성은 아연한 표정으로 영식을 바 라보았다. 영식은 몸을 돌려 마차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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있는 곳으로 향했다.
* * *
화려한 장식이 가득한 방 안.
바닥에 굴러다니는 술병과 짙은 알 코올의 향기가 방 안에 가득 차있었 다.
거기에는 비대한 몸을 가진 한 사 내가 소파에 몸을 웅크려 앉은 채 바들바들 떨고 있었다.
골드런 길드 부길드마스터인 한준 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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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이 사실이 절대 길드장님에게 알려지면 안 돼…… 그는 신경질적으로 다리를 떨며 손 톱을 물어뜯었다.
골드런 길드 길드마스터 박도훈. 돈에 대해서 소름끼칠 정도의 광기 를 가지고 있는 그에게 이 사실이 알려지기라도 한다면 자신은 끝장이 었다.
“으으..
그런 박도훈을 떠올린 한준만은 몸 을 웅크린 채 입술을 깨물었다.
지금은 어떻게 자신이 가지고 있는 재산과 장부를 조작하여 이 사실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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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겼지만 이대로 계속 개당 10골드 에 배터리를 납품받는다면 언젠가 반드시 박도훈의 귀에 자신의 실책 이 흘러들어 갈 것이 분명했다.
“주요 상품을 에어컨으로 바꾸 면……
그는 빼곡히 적힌 장부를 내려다보 며 필사적으로 머리를 굴렸다.
지금 대륙에 판매되고 있는 냉장고의 가격은 4?5골드.
단순하게 계산해도 4개월 단위로 외장 배터리를 살 때마다 5골드의 손해가 생겼다. 여기에 유통에 필요 한 비용, 원가, 세금 등 자잘한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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을 따지면 더욱 손해는 커졌다.
외장 배터리를 사느니 냉장고를 추 가로 구매해서 거기에 설치된 배터 리를 사용할 생각도 했었다.
그렇게 된다면 적어도 냉장고의 원 가만 주면 배터리를 하나 구할 수 있으니까.
하지만 그 영식이라는 인간은 영악 하게도 계약 이후에는 배터리가 없 는 냉장고만을 그에게 납품했다.
계약서에 반드시 배터리가 충전된 냉장고를 납품해야 한다는 사항도 없었기 때문에 그 점을 가지고 따지 는 것도 불가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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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고 해서 골드런 길드에서 판 매되는 모든 물건에 엄청난 손해만 있는 것은 아니었다.
냉장고에 한해서는 끔찍할 정도의 손해밖에 없었지만 귀족들 중심으로 팔려나간 에어컨의 경우는 또 얘기 가 달랐다.
귀족들에게 판매되는 에어컨 한 대 의 가격은 300?400골드.
그중 디자인만 살짝 바꿔서 판매하 는 프리미엄 제품은 무려 1,000골드 가 넘었다.
이미 골드런 길드는 귀족들 사이에 가장 핫한 브랜드로 자리 잡았기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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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에 서로에 대한 경쟁심에서라도 그들은 지갑을 여는 것을 망설이지 않았다.
“그래…… 모든 제품을 귀족들 대 상으로 프리미엄화 해서 파는 거 야……. 그렇게 한다면 배터리 하나 당 10골드라고 해도 충분히 판매할 수 있어.”
한준만은 주먹을 움켜쥐며 눈을 빛 냈다.
10골드는 평민에게 있어서는 함부 로 사용할 수 없는 거금이었지만 귀 족들에게는 그다지 큰돈이 아니었 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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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 구매층을 귀족으로 바꿀 수만 있다면 박도훈의 눈에 띄지 않고 재 기를 꿈꿀 수 있다.
한준만은 그렇게 생각했다.
- 똑똑.
“주인님, 그…… 영식이라는 분이 찾아오셨습니다.”
그때, 조심스러운 노크 소리와 함 께 하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히 익!”
영식이 왔다는 소리에 한준만은 제 자리에서 팔짝 뛰어오르며 비명을 내질렀다. 그는 다급한 표정으로 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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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 쳤다.
“지, 지금 자리를 비웠다고 전해! 나중에 다시 찾아오라고!”
그는 그렇게 말하며 옷장 안에 숨 으려고 몸을 움직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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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저, 저기 이러시면 곤란합니 다.”
잠겨 있던 문이 폭발하듯 열리며 방 안으로 영식이 걸어 들어왔다. 옆에 있던 하녀가 안절부절못하는 목소리로 그를 말렸다.
“하하. 안에 계시면서 뭘 그렇게 섭섭한 소리를 하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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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하하하하. 죄, 죄송합니다. 몸 상태가 좀 좋지 않아서……
“술을 이렇게 드셨으니까 몸 상태 가 좋지 않죠. 무리한 음주는 건강 의 적입니다.”
“하하하……. 새, 새겨듣겠습니다. 죄송하지만 오늘은……
“ 앉아.”
어떻게든 자리를 피하려고 하는 한 준만을 향해 영식은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그의 말에 한준만은 창백하 게 질린 표정으로 허겁지겁 자리에 앉았다.
“중요한 사업 얘기에 고작 과음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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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유로 자리를 피하는 건 예의가 아 니죠?”
“무, 물론입니다.”
“하하. 그렇게 말씀해주실 줄 알았 습니다. 역시 준만 씨는 훌륭한 상 인이시네요.”
영식은 사람 좋은 미소를 지으며 그의 맞은편에 앉았다. 한준만은 눈 을 데굴데굴 굴리며 조심스러운 목 소리로 물었다.
“그래서 여긴 무슨 일로……
“배터리 가격에 대해서 조금 조정 을 하기 위해 왔습니다. 그보다...
그때의 미녀분들은 안 불러주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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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가요?”
영식은 비웃는 듯한 미소를 지으며 물었다. 한준만은 다급한 표정으로 대답했다.
“죄, 죄송합니다! 지금 당장 부르 겠습……
“아아, 괜찮습니다. 어차피 지금 여 기 대화 내용을 들어봐야 나중에 입 막음으로 죽기만 하겠죠.”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이 말하는 영 식을 바라보며 한준만은 굳게 입을 다물었다. 영식의 말대로 그는 지난 번 배터리 계약에 대해서 들은 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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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의 하녀를 입막음을 위해 죽였기 때문이었다.
“그럼, 본론을 얘기하죠.”
“예, 아, 알겠습니다.”
“우선 전에 직접 서명하신 배터리 가격에 대한 계약서입니다. 한 번 살펴보셨나요?”
“아……
그 물음에 한준만은 말끝을 흐렸 다. 지난번 일 이후로 술에 빠져 지 냈기 때문에 그가 서명한 계약서를 읽어볼 틈도 없었다.
영식은 피식 웃음을 흘리며 말을 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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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약서 조항에 보면 ‘외장 배터리 가격의 경우 을의 여건에 따라 언제 든지 갑과 가격조정을 할 수 있다’ 라고 쓰여 있습니다.”
“뭐, 뭐라고요? 지금 무슨 헛소리 를……!”
한준만은 다급한 표정으로 계약서 를 살폈다. 영식의 말대로 계약서에 는 을의 여건에 따라 언제든지 가격 조정이 가능하다고 나와 있었다.
“이, 이게 무슨 말도 안 되는 조항 입니까! 이럴 거면 가격 협상이 무 슨 의미가 있습니까!”
“음? 다 아시고 서명을 하신 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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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었던가요? 설마 이런 중요한 계 약에서 계약서도 읽어보지 않고 서 명을 하진 않으셨겠죠?”
능청스러운 영식의 말에 한준만은 입을 굳게 다물었다.
당시엔 목이 날아가기 일보직전이 었는데 계약서 내용이 눈에나 들왔 겠는가?
당연히 계약서를 읽어볼 틈도 없이 계약서에 서명했다.
하지만 그것을 곧이곧대로 그에게 말할 수는 없었다. 뭐라 말하건 자 신이 직접 서명을 했다는 사실은 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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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 않았으니까.
“여, 여기서 더 이상 무슨 가격 협 상을 하겠다는 겁니까……
배터리 하나에 10골드만으로도 이 미 제살 깎아 먹기식 판매를 해야 했다.
“아시면서 또 왜 그러십니까?”
“에어컨. 거기에 들어가는 배터리 를 만드는 게 좀 만만치 않아서요. 아시다시피 에어컨이라는 물건이 워 낙 전기를 많이 잡아먹지 않습니 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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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식의 말에 한준만은 어처구니없 다는 표정을 지었다. 에어컨이 전기 를 많이 사용하기는 하나 24시간 가동되어야 하는 냉장고에 비할 바 는 아니었다.
“어, 얼마를 생각하시기에 그러십 니까?”
“그건 준만 씨 하기 나름이죠. 협 상이란 게 그런 것 아니겠습니까?”
여유로운 영식의 표정을 바라보며 한준만은 굳게 입을 다물었다. 계약 서상 ‘을’이라고 나와 있는 사람의 태도라고는 도저히 볼 수 없는 거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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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태도였다.
“그, 그럼 일단 15골드 정도로
“100골드.”
“예?! 배, 백 골드라뇨! 그게 무슨 말도 안 되는……
“200골드.”
“자, 잠시만요 영식 씨. 이런 방식 은 오히려 서로에게 손해입니다. 장 사라는 것은 장기적으로 봐야지 단 기간에 뭘 하려고 하면……
“300골드.”
“아, 아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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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준만은 머리가 띵해지는 감각을 느끼며 소파에 쓰러졌다. 그는 비대 한 몸을 움직여 바닥에 무릎을 꿇었 다. 그는 바닥에 머리를 찧으며 절 박한 목소리로 소리쳤다.
“부, 부탁입니다! 이미 팔린 에어 컨만 하더라도 만 대가 넘습니다! 지금 길드 입장에서는 그 돈을 지불 할 수가 없습니다!”
“흐음. 그것 참 아쉽게 됐군요. 그 러면 뭐, 에어컨용 배터리 공급은 중단하겠습니다.”
“그, 그것만은 제발!”
에어컨을 산 구매자들의 대부분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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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력을 가지고 있는 귀족이나 거대 길드의 간부들이었다.
그들이 들고 일어서면 골드런 길드 는 하루아침에 잿더미가 되어버릴 것이다.
영식은 두 눈에서 눈물을 흘리며 필사적으로 애원하는 한준만을 바라 보며 피식 웃음을 홀렸다.
“흐음. 그렇게까지 말하시니 제가 또 마음이 아프군요.”
“그렇다면……
“골드 이외에 다른 것을 주신다면 10골드에 배터리를 공급해 드리겠 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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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다른 것이요……?”
영식은 몸을 숙여 한준만과 눈을 마주쳤다.
“골드런 길드가 보유하고 있는 모 든 철광석 채굴권, 그리고 마력광석 의 채굴권을 넘겨주시죠.”
그의 입가에 마치 악마와도 같은 미소가 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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