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벨업 머신 110화
을의 갑질(1)
“호오, 자기가 뭐 랭커라도 되시는 줄 아나 보죠?”
한준만은 가소롭다는 표정으로 요 상한 무기를 꺼내든 영식을 바라보 았다.
영식이 속해 있는 이클로젼 길드는 대륙 동부에 빠삭한 그도 처음 들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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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는 듣보잡 길드였다. 그런 길드에 서 가장 고레벨 소환자라고 해봤자 고작해야 50레벨 안팎일 것이다.
이번에 그가 고용한 소환자들은 최 소 레벨이 80 이상인 고레벨 소환 자였다. 그중 리더를 맡고 있는 사 내는 무려 레벨이 91이었다.
소규모 길드 하나는 이 다섯 명이 서 손쉽게 박살 낼 수 있을 정도의 전력인 것이다.
그런데 그 전력을 혼자서 상대하려 고 하는 모습이라니. 랭커라도 되지 않는 이상 그건 불가능한 일이었다.
“글쎄. 그건 지금부터 네 눈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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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접 확인하면 되겠지.”
영식은 여유로운 미소를 지으며 다 섯 사내를 바라보았다.
다섯 사내 중 세 명은 검을 들고 있었고, 한 명은 길수처럼 방패와 한손 도끼를 들고 있었다.
리더로 보이는 사내는 양손에 핏빛 단도를 한 자루씩 들고 있었다.
“한준만 님. 저 애송이 하나 손봐 주면 되는 겁니까?”
리더로 보이는 사내가 낮은 목소리 로 물었다. 그는 어딘가 따분하다는 표정으로 영식을 바라보았다.
“예. 다시는 반항할 생각이 들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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않을 정도로 철저하게 밟아주시면 됩니다.”
“……죽여도 됩니까?”
사내의 말에 한준만은 다급하게 고 개를 저었다.
“아뇨. 절대 죽이지 마세요. 무슨 일이 있더라도 생포해야 합니다.”
“흐음……. 알겠습니다. 생포하는 건 가격이 좀 비싼 건 알고 계시 죠‘?”
“후후. 주머니가 두둑하게 넣어드 리겠습니다.”
한준만의 말에 단도를 든 사내는 씨익 미소를 지었다. 그는 영식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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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라보며 낄낄 웃음을 홀렸다.
“그렇다는데…… 미안하게 됐어 애 송이. 우릴 너무 원망하지는 말라 고.”
그는 그렇게 말하며 한 걸음 앞으 로 내딛었다. 검을 든 사내 중 하나 가 그런 그의 앞을 막아섰다.
“헤헤. 형님, 저런 애송이 하나 상 대하는데 형님이 나설 필요가 있겠 습니까? 여긴 제가 처리하겠습니 다.”
“좋네. 여긴 기철이 너 혼자서 한 번 해봐라.”
“맡겨만 주십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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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철이라고 불린 사내는 힘찬 목소 리로 대답했다. 다른 사람들도 느긋 한 표정으로 한 걸음 뒤로 물러났 다. 반응을 보아하니 저 그룹에서 막내 역할을 하고 있는 것 같았다.
“어디…… 61 회차 소환자라고 했 던가?”
기철은 비릿한 미소를 머금으며 영 식을 바라보았다. 그는 몸을 살짝 낮추며 검을 들어올렸다.
“인생 공부 한 번 빡세게 시켜주 지!”
쿵. 그는 거칠게 발을 구르며 영식 을 향해 달려들었다. 날카로운 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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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식의 어깨를 노리고 휘둘러졌다.
스윽.
“읏……
영식은 어깨를 향해 휘둘러지고 있 는 검을 향해 오히려 머리를 가져다 대었다. 기철의 입에서 다급한 침음 이 흘러나왔다.
절대 죽이면 안 된다는 한준만의 말이 그의 머릿속에 떠올랐다.
“제길?!”
기철은 거친 욕설을 홀리며 검을 비틀었다. 검이 전혀 엉뚱한 방향으 로 경로를 틀었다. 그의 가슴이 훤 히 드러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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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식은 그 틈을 놓치지 않고 주먹 을 내지르듯 왼손을 앞으로 휘둘렀 다. 블레이드의 날이 기철의 가슴을 파고들었다.
-푸욱.
“커헉?! 쿨럭!”
“기, 기철아!”
기철의 입에서 검붉은 피가 쏟아졌 다. 그는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자신의 가슴을 내려다보았다.
“너, 너 61회차 소환자가……
기철은 흐릿해지는 의식 속에서 마 지막 말을 쥐어짜냈다. 다른 사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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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 표정이 딱딱하게 굳었다.
“제길! 61회차 애송이가 아니잖 아!”
그들의 리더는 얼굴을 일그러트리 며 소리쳤다.
아무리 급소에 성공적으로 일격을 가했다고 하더라도 레벨이 낮으면 큰 피해를 주지 못했다. 고레벨 전 사 클래스 소환자의 신체는 그 자체 만으로 갑옷과도 같은 단단함을 자 랑하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저 애송이의 일격은 한 방 에 등까지 칼날이 튀어나올 정도로 기철의 몸을 가볍게 꿰뚫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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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같이 달려들어!”
단검을 든 사내는 다급한 목소리로 부하들에게 명령했다.
“하압!”
한 사내가 방패로 몸을 가리며 영 식을 향해 돌진했다. 영식은 그를 향해 덤덤한 표정으로 오른팔을 들 어올렸다.
- 철컥.
그의 오른손이 꺾이며 두 개의 총 구가 나타났다.
“어..?”
“뭐, 뭐야 저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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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콰아아앙!
그들의 의문을 끊어내듯이, 총구에 서 강렬한 불꽃이 뿜어졌다. ‘작렬’ 의 효과가 적용된 샷건의 총탄이 방 패 통째로 박살 내버리며 사내의 몸 을 갈기갈기 찢어발겼다.
“꺄아아아악!”
사방에 흩뿌려지는 검붉은 피에 여 인들이 비명을 질렀다. 그녀들은 새 파랗게 질린 표정으로 방 밖으로 도 망쳤다.
“초, 총이라고……?”
“뭐야? 뭐가 어떻게 된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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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치 꿈을 꾸고 있는 듯한 기분이 었다.
그들은 도저히 믿어지지 않는다는 표정으로 영식을 바라보았다.
영식이 그런 그들을 향해 천천히 다가왔다. 그들의 리더는 발작을 일 으키듯이 소리쳤다.
“빠, 빨리 저 녀석을 죽여! 죽이라 고!”
더 이상 그를 생포해야 된다는 생 각조차 그들의 머릿속에는 남아 있 지 않았다. 자신과는 다른, ‘비상식 적’인 존재의 등장에 그들은 공포에 휩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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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워 슬래시!”
“더블 스트라이크!”
검을 든 두 사내가 동시에 영식을 향해 달려들었다. 그들의 검이 푸른 빛으로 빛나며 영식을 노렸다.
영식은 빠른 속도로 휘둘러지는 검 을 바라보며 살짝 몸을 낮췄다. 아 무리 그가 강해졌다고 하지만 80레 벨이 넘는 소환자의 일격을 무방비 로 받아낼 수는 없었다.
‘애초에 안 맞으면 그만이지만.’
지이잉. 영식의 동공에서 카메라 렌즈가 돌아가는 소리가 흘러나왔 다. 주변의 모습이 멈춘 듯이 느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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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 홀러가기 시작했다.
영식은 몸을 숙인 채 자신을 향해 휘둘러지는 두 자루의 검을 바라보 았다. 뒤로 몸을 빼지 않으면 피할 수 없을 것 같은 그 공격들을 향해 영식은 오히려 몸을 앞으로 내밀었 다.
마치 곡예를 펼치듯 그의 몸이 검 과 검 사이를 지나쳤다.
사내들의 입에서 경악에 찬 목소리 가 홀러나왔다. 영식은 몸을 앞으로 기울이며 두 사내의 배 앞에 양손을 가져다 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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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손바닥에 푸른색 빛이 모여들 었다.
-파앙!
“아아아아아악!”
초근거리에서 쏘아진 에너지 블라 스트가 사내들의 배에 닿았다. 그들 의 배가 터져나가며 몸이 반으로 갈 라졌다. 갈가리 찢어진 내장이 허공 에 흩뿌려졌다.
“우웁……!”
그 그로테스크한 광경에 한준만은 입을 막은 채 몸을 숙였다. 새파랗 게 질린 그의 얼굴이 이 참상을 만 들어낸 주인을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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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아아……
피에 젖은 영식을 본 한준만의 몸 이 바들바들 떨렸다. 그는 무언가가 잘못 되어가고 있다고 생각했다.
“으, 으아아아아!”
한준만과 같이 공포에 질려 있던 그들의 리더는 몸을 돌려 밖으로 도 망치기 시작했다. 그에게 더 이상 영식을 상대한다는 선택지는 남아 있지 않았다.
최소 80레벨은 넘는 자신의 부하 들이 눈 깜짝할 사이에 도륙 당했 다. 자신이 부하들보다 레벨이 높다 고는 하지만 저 괴물에 비해서는 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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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로운 레벨이었다.
‘랭커?! 아냐, 이건 일반적인 랭커 도 아니야!’
그는 공포에 질린 표정으로 영식이 보여준 신위를 머릿속에 떠올렸다. 그는 100레벨의 랭커가 몬스터와 싸우는 모습을 직접 본 적이 있었 다.
그때도 물론 랭커라는 존재는 대단 하다는 생각을 하긴 했다.
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지금 저 영 식이란 놈처럼 ‘비상식’적인 강함은 아니었다.
‘100레벨이 넘는 랭커가 왜 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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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
100레벨을 넘어 101, 102레벨에 도달한 랭커들. 그들은 정말 한 줌 도 되지 않는 극소수에 불과하며 그 레벨에 도달하기 전부터 주목을 받 고, 명성을 얻었다. 그건 지금처럼 듣도 보도 못한 놈이 가지고 있을 만한 힘이 아니었다.
“어, 어딜 가시는 겁니까!”
한준만은 다급한 표정으로 사내의 팔을 붙잡았다. 지금 그가 여기서 떠나기라도 했다가는 자신을 보호해 줄 방패가 없어지게 되는 것이다.
“꺼져 이 돼지새끼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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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억!
“아아악!”
사내는 한준만의 팔을 거칠게 뿌리 쳤다. 150킬로에 가까워 보이는 뚱 뚱한 한준만의 몸이 가볍게 튕겨나 가 바닥을 굴렀다.
사내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방 밖 으로 도망치려고 했다.
그때 였다.
-슈우우우우!
제트기가 발진할 때와 같은 굉음이 방 안에 울려 퍼졌다. 사내는 딱딱 하게 굳은 표정으로 소리가 들린 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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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뭐?”
사내는 도망가는 것도 잊은 채 멍 한 표정을 지었다. 공포에 질린 비 명보다 어이없다는 웃음이 그의 입 에서 흘러나왔다.
영식의 오른팔이 ‘발사’되어 그에 게 날아오고 있었다.
그는 그것을 피할 생각조차 하지 못한 채 가만히 바라보았다. 끔찍한 악몽을 꾸고 있는 듯한 기분이었다.
-퍼억!
“커, 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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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른팔이 그의 가슴을 꿰뚫었다. 그는 자신의 가슴을 꿰뚫은 오른팔 을 내려다보았다. 그의 가슴에 박힌 오른팔의 단면은 혈육이 아닌, 복잡 한 기계장치로 되어 있었다.
“쿨럭!”
그는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 듯한 표정으로 영식을 바라보았다. 쿵. 그 의 두 무릎이 땅에 닿았다. 붉은 핏 덩이가 그의 입에서 쏟아졌다.
“히, 히이이익!”
자신이 고용한 고레벨의 소환자들 이 모두 죽자 한준만은 새파랗게 질 린 얼굴로 방구석으로 기어가 몸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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웅크렸다. 그의 바지가 축축하게 젖 어들었다.
영식은 느긋한 걸음으로 그에게 걸 어갔다.
“오, 오지 마! 오지 말라고!”
그는 발작을 일으키듯 두 팔을 내 저으며 필사적인 목소리로 소리쳤 다.
“왜 그래? 아까 전에는 세상 물정 좀 알게 해주겠다고 하더니.”
“히익! 그, 그건……
“어때. 이제 다시 배터리 가격에 대해서 협상을 시작해 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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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식은 공포에 질린 채 몸을 웅크 리고 있는 한준만을 내려다보며 말 을 이었다.
한준만은 정신이 나간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뭐, 뭐든지 하겠습니다! 그러니 제발 목숨만은……
“걱정하지 마. 우리는 서로 홍망을 함께하는 동업자 사이잖아? 설마 내 가 널 죽이겠어?”
영식은 친근한 목소리로 말하며 한 준만의 어깨를 두들겼다. 그의 손이 닿자 한준만은 어색한 미소를 지으 며 고개를 끄덕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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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 헤헤헤! 그, 그렇죠! 저희는 홍망을 함께하는 동업자 사이입니 다!”
“그렇지. 이제야 말이 좀 통하네.”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 이는 영식을 바라보며 한준만은 희 망에 찬 표정을 지었다.
“자. 그럼 배터리 하나당 1만 골드 에 사주는 거지?”
“그, 그건.
한준만은 절망적인 표정으로 말끝 을 흐렸다. 배터리 하나에 1만 골드 는 길드의 모든 재화를 그냥 통째로 넘기겠다는 말과 다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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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식은 손을 뻗어 한준만의 어깨를 움켜쥐었다. 프레스기에 짓눌린 것 처럼 그의 어깨가 처참하게 우그러 졌다.
“아아아아아악!”
“말이 좀 통한다고 생각했는데 내 착각이었던 것 같네.”
느긋한 그의 말에 한준만은 눈물 콧물을 질질 흘리며 바닥에 머리를 조아렸다.
“죄, 죄송합니다! 제가, 제가 잘못 했습니다! 1만 골드! 1만 골드에 드리겠습니다.”
“하하하. 그래. 아…… 그래도 솔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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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 내가 생각해도 1만 골드는 좀 너무 한 것 같아. 그냥 개당 10골드 에 계약하자고.”
이어지는 영식의 말에 한준만의 표 정이 파랗게 질렸다. 1만 골드에서 10골드로 확 떨어졌는데 그가 기뻐 하지 않는 이유는 그 ‘10골드’에 담 긴 의미를 깨달았기 때문이었다.
사실 배터리 하나에 1만 골드는 너무 비현실적인 가격이었다.
아무리 골드런 길드가 돈이 많다고 하지만 수 십, 수백만 개의 배터리 를 그 가격에 살 수는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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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10골드는 달랐다. 그것은 골드런 길드가 어느 정도 ‘손해를 보며’ 살 수 있는 가격이었다.
즉, 이 영식이라는 괴물은 진심으 로 골드런 길드에 기생해 차근차근 길드를 뜯어먹겠다는 속셈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아, 알겠습니다. 그, 그 가격에 구 매하겠습니다.”
그 모든 것을 알고 있었지만, 한준 만에게 거부권 따위는 없었다. 독약 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억지로 들이 켜야 하는 상황이었다.
그의 대답에 영식은 빙그레 미소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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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었다.
“확실히, 무력도 좋은 장사수완인 것 같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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