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벨업 머신 107화
슈퍼 을⑴
골드런 길드와 계약을 체결한 지 3개월이 흘렀다.
영식이 만든 냉장고와 전자레인지 는 모두의 예상대로 엄청난 히트를 쳤다.
소환자들을 기점으로 귀족과 평민 들에게까지 퍼져나간 냉장고는 자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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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조 장치 20개를 쉬지 않고 돌리 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필요 물량을 따라가기 힘들 정도로 폭발적인 반 응을 보였다.
골드런 길드에서 파견된 인부들은 창고에 냉장고가 쌓일 틈도 없이 바 로바로 물건을 가지고 판매점으로 실어 날랐다.
이러한 냉장고의 성공은 어느 정도 예견되어 있던 일이었다.
지금까지 에르노어 대륙의 경우 육 류가 값이 싸고 매우 풍부한 대신 이를 보관할 방법 자체가 마땅히 없 었다. 훈제를 해서 보관하는 것 이 외에 다른 방법이 없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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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고위 귀족의 경우 아이스 마 법을 활용하여 생고기를 먹기도 했 지만 그건 정말 극소수에 불과했다.
마도구는 통신, 조명 등으로는 많 이 발전해 있었지만 아직 생활용품 의 영역에는 많이 진출하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냉장고가 보급되고 난 이후 사람들 은 어렵지 않게 고기를 보관하고, 바로 구워서 먹을 수 있게 되었다.
항상 훈제가 된 고기만을 먹어오던 사람들에게 이것은 혁명이나 다름없 는 일이었다.
2개월 사이에 요식업이 5배 가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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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성장했고, 이 폭발적인 성장세는 멈출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었다.
북방에서 몬스터가 밀려오건, 하루 하루가 긴장을 늦추면 안 되는 전쟁 의 연속이건 사람들은 먹고 살아야 했다. 인간의 기본 욕구인 의식주 중 ‘식(食)’을 자극하는 이 물건이 애초에 실패할 리가 없는 것이다.
골드런 길드는 거기서 멈추지 않았 다. 그들은 영식을 닦달하여 에어컨 과 선풍기를 만들어 판매하기 시작 했다.
에르노어 대륙은 동부, 남부, 서부 를 가리지 않고 대체로 날씨가 후덥 지근했다. 그런 상황에서 에어컨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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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풍기의 등장은 역시 폭발적인 인 기를 보였다.
골드런 길드는 머리를 굴려 부유한 귀족들 중심으로 에어컨을 엄청나게 비싼 값에 팔고, 선풍기를 싸게 평 민들에게 보급하는 전략을 취했다.
에어컨은 말 그대로 금덩이나 다름 없는 가격이었지만 돈 많은 귀족들 은 지갑을 여는 것을 전혀 망설이지 않았다. 그만큼 에어컨으로 인한 냉 방은 충격 그 자체였던 것이다.
귀족들만이 아니라 세력 있는 길드 의 소환자들도 에어컨을 구매하는데 주저하지 않았다. 지구에 대한 향수 와 함께 마음속 깊이 갈망하고 있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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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건이 눈앞에 나타났는데 그들이 망설일 이유가 없었다.
돈 벼락.
골드런 길드는 말 그대로 벼락이 내려치는 듯이 돈을 쓸어 담았다.
90 대 10이라는 터무니없는 비율 에, 원재료까지 골드런 길드를 통해 사야 하는 비참한 처지인 살바토르 길드조차 상상하지 못할 정도로 많 은 돈을 벌어들일 정도였다.
골드런 길드는 황금의 왕을 넘어 황금의 신에 가까운 길드가 되어갔 다.
그들은 거기서 멈추지 않았다. 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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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런 길드는 기계의 원재료가 되는 철광석에 어마어마한 투자를 했고, 동시에 대륙 남부에 진출하기 시작 했다. 더 큰 대박을 위해 이제까지 벌어들인 막대한 돈을 올인해 배팅 한 것이다.
그렇게 골드런 길드가 기쁨의 비명 을 내지르며 정신없는 일상을 보내 고 있을 때.
영식은 느긋하게 책상에 앉아 창밖 을 바라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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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뭘 그렇게 보고 있는 거야?”
앉아 있는 영식에게 따듯한 차를 가져온 아라가 물었다. 영식은 그녀 가 건네준 차를 받아들며 대답했다.
“길수 아저씨.”
“아?…”
그의 대답에 아라는 무슨 말인지 알겠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창 문 너머로 전신이 땀에 젖은 길수가 쉬지 않고 방패를 휘두르고 있는 모 습이 보였다.
“그때 이후로 엄청 열심히 수련하 고 계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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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라는 살짝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말끝을 흐렸다. 길수는 지난번 던전 공략 이후 마치 쫓기는 것처럼 시간 만 나면 연무장에서 수련을 반복했 다.
영식은 씁쓸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 덕였다.
“뭐, 이해할 수 없는 건 아니지만.”
객관적으로 봤을 때, 지금 길수의 전력은 길드의 입장에서 방해가 될 정도로 약했다.
많은 인원수의 소환자로 부대를 꾸 리는 여타 길드와는 달리 살바토르 길드는 소주 정예로 운영되고 있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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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지금 길수는 평균적인 소환자들보 다는 훨씬 강한 힘을 가지고 있었지 만 고레벨 소환자에 비해서 부족한 점이 많은 것은 사실이었다.
‘만약 수호자 클래스를 각성할 수 있으면 좀 달라질 것 같은데…… 레벨 제한을 올리는 것이 쉬운 일 은 아니었지만 아예 불가능한 일도 아니었다. 레벨 제한에서 자주 언급 되는 불사 백강현도 히든 클래스로 전직을 하면서 레벨 제한이 폭발적 으로 올랐다고 했다.
길수도 수호자 클래스로 전직할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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있다면 그만큼 레벨 제한이나 스탯 등이 오를 가능성은 충분했다.
“……무리하지 않으셨으면 좋겠는 데.”
“일단 지금은 지켜보자고.”
영식은 남은 차를 다 마신 후 아 라에게 빈 컵을 내밀었다. 아라는 느긋하게 의자에 앉아 있는 영식을 바라보며 물었다.
“그런데 영식이 넌 이렇게 느긋하 게 있어도 괜찮은 거야?”
“응? 왜?”
“……모두 골드런 길드에 이를 갈 고 있잖아. 완전 날강도나 다름없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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놈들이라고. 영식이 넌 아무렇지도 않아?”
“아, 그 얘기구나.”
영식은 피식 웃음을 홀렸다.
“ 괜찮아.”
순간적으로 그의 눈빛이 섬뜩한 빛 으로 빛났다. 그 눈빛에 담긴 살기 에 아라는 자기도 모르게 흠칫 몸을 떨었다.
“……뭐, 영식이 네가 그렇다면 믿 을게.”
그는 이제까지 불가능하다고 생각 해왔던 일을 너무도 쉽고, 간단하게 해결했다. 이번에도 그럴 것이라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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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거 없는 믿음이 그녀의 마음을 안 정시 켰다.
“그리고 최근 밤에 자주 밖으로 나 가던데…… 무슨 일 있어? 설마, 몰 래 유흥가 쪽에 놀러다니는 건 아니 겠지?”
아라는 의심스럽다는 눈빛으로 영 식을 바라보았다. 영식은 가볍게 웃 음을 홀리며 고개를 저었다.
“그럴 리가. 나도 개인적으로 수련 을 하고 있을 뿐이야.”
“음? 그럼 연무장에서 하면 되잖 아‘?”
아라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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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게, 그럴 수 없는 사정이 있어.” 영식은 자신이 새롭게 익힌 ‘어떤 무기’를 떠올리며 쓴웃음을 지었다.
‘그걸 연병장에서 사용했다가 는..?’
그 무기가 연병장에서 사용된다고 상상하니 아찔함이 몰려왔다. 영식 은 자리에서 일어서며 말했다.
“티리아는 어디 있어?”
“읏. 항상 있는 곳에 있으시긴 한 데…… 기, 길드장님은 왜?”
아라는 긴장에 찬 눈빛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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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반지, 어떻게 되어가고 있는지 궁금해서.”
“아?
그의 말에 아라는 안도하는 표정으 로 고개를 끄덕였다. 영식은 그런 그녀를 보며 쓴웃음을 입가에 머금 었다.
“그럼 조금 있다가 저녁에 봐. 차 잘 마셨어.”
“으, 응.”
아라에게 인사한 영식은 바로 티리 아가 있는 곳으로 향했다. 티리아는 길드하우스에서 조금 멀리 떨어진 곳에 있는 공터에서 오른손 중지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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낀 반지에 정신을 집중하고 있었다.
반지에서 홀러나온 빛이 그녀의 등 에 새하얀 천사의 날개를 만들어냈 다. 두 장에서 네 장으로 늘어난 그 녀의 날개가 바르르 떨리기 시작했 다. 네 장의 날개 아래쪽에 두 장의 날개가 희미하게 돋아나기 시작했 다.
“아읏?
티리아의 입에서 고통스러운 신음 이 흘러나왔다. 그녀의 몸이 바들바 들 떨렸다.
그녀는 거칠게 입술을 깨문 채로 반지에 온 정신을 쏟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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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앙
-콰과과과과광!
그녀의 등에 돋아나고 있던 두 장 의 날개가 터져나갔다. 새하얀 빛의 폭풍이 주변을 휩쓸었다. 공터의 땅 이 난잡하게 터져나갔다.
“하아, 하아……
가쁜 숨이 토해졌다. 티리아는 땀 에 젖은 머리칼을 쓸어 올리며 자신 의 오른손을 내려다보았다.
“아직 다루기 힘들어?”
“아……! 여, 영식 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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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리아는 뒤에서 들리는 영식의 목 소리에 반가운 표정으로 몸을 돌렸 다. 땀에 젖은 그녀의 옷이 몸에 달 라붙었다. 옷 너머로 그녀의 풍만한 가슴이 비쳤다.
“크흠. 자, 여기 수건.”
“예……? 아, 앗! 꺄악!”
티리아는 두 팔로 가슴을 가리며 몸을 웅크렸다. 그녀의 얼굴이 새빨 갛게 물들었다.
“여, 여긴 무슨 일이세요?”
“그냥. 잘 되고 있나 보려고 왔어.”
“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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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말에 티리아는 곤란하다는 표 정을 지었다.
“아직 갈 길이 먼 것 같아요.”
그녀는 오른손가락에 끼워진 반지 를 내려다보며 씁쓸한 목소리로 말 했다.
저번 던전 공략을 통해 얻은, 잉그 리움 제국 황가의 피가 홀러야만 사 용 가능하다는 ‘세라핌의 은총’.
대천사 세라핌이 초대 잉그리움 제 국 황제가 죽을 때 자신의 목숨을 바쳐 만들어냈다는 강력한 아티팩트 였다.
“시아 씨의 말에 의하면 반지의 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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든 힘을 개방했을 때는 12장의 날 개가 펼쳐진다고 하는데…… 아직 여섯 장의 날개도 펼칠 수가 없네 요.”
“그래도 처음 받았을 때는 두 장의 날개를 펼치는 것도 힘들어했잖아?”
“그, 그렇지만……
티리아는 초조한 표정으로 주먹을 움켜쥐었다.
“이번에 골드런 길드와의 계약이 원만하게 진행되지 않았다고 들었어 요. 그래서 영식 씨의 힘이 되고 싶 어서…… 조금 더 강해지고 싶어 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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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 그런 걸 걱정하고 있었던 거 야?”
“읏……. 그, 그래도 제가 길드장인 데 영식 씨에게 폐가 될 수는 없잖 아요.”
“……음. 그럴 일은 없을 것 같은 데.”
영식은 티리아를 바라보며 난처한 표정을 지었다.
지금 네 장의 날개만 다룰 수 있 는 티리아만 하더라도 영식이 슈트 를 입지 않고서는 상대하기 버거운 강자였다.
세라핌의 은총에는 슈트와 달리 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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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시간도 없으니 전반적인 전력으 로 따지면 오히려 그녀가 영식보다 뛰어났다. 그런 그녀가 폐가 된다니,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뭐, 그런 생각으로 더 의욕을 불 태울 수 있다면 가만히 있을까.’
그녀의 성장은 영식으로서도 무척 반가운 일이었다.
살바토르 길드는 그 숫자가 적은 만큼 길드원 하나하나의 힘이 강력 해야 했으니까.
“그런데……
영식은 자신이 내민 수건을 받아 들고 이마를 닦고 있는 그녀를 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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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았다.
“왜 그러세요?”
“왜 굳이 반지를 오른손에 낀 거 야? 티리아는 오른손잡이잖아.”
그는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
세라핌의 은총은 일반적인 반지보 다 조금은 컸다. 그 때문에 오른손 잡이가 오른손에 낀 채 생활하기에 는 불편함이 많았다.
티리아의 얼굴이 새빨갛게 타올랐 다. 그녀는 어쩔 줄 몰라 하는 표정 으로 고개를 숙인 채 몸을 베베 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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았다.
“응?”
영식은 그런 그녀를 이해할 수 없 다는 표정으로 바라보았다.
“?에요.”
모기처럼 작은 목소리가 그녀의 입 에서 흘러나왔다.
“뭐라고?”
“외, 왼손의 반지는 나중을 위해서 아껴둘 거라고요.”
무거운 침묵이 내려앉았다. 티리아 는 부끄러움이 임계점에 도달했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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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에서 김이라도 뿜을 기세로 얼 굴을 붉히며 영식을 밀어냈다.
“아, 아셨으면 이만 돌아가세요! 오, 오늘은 늦게까지 계속 수련할 거니까요.”
그녀는 거의 울듯한 목소리로 말했 다. 영식은 피식 웃음을 흘리며 고 개를 끄덕였다.
“알았어. 열심히 해.”
영식은 그렇게 말하며 몸을 돌렸 다.
“끄응?
그의 입에서 짧은 침음이 흘러나왔 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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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슬 나도 마음을 정해야 하나.”
언제까지고 그녀들의 마음을 외면 하긴 힘들었다. 영식은 복잡한 표정 으로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그때 였다.
- 우우응,
영식의 품속에 있는 통신용 수정 구슬이 빛을 뿜어냈다. 그는 수정 구슬을 꺼냈다.
-아아, 안녕하십니까, 영식 씨. 건 강하게 지내고 계시죠?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한준만 의 목소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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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익. 영식은 활짝 미소를 지었다. 생각해 보니 슬슬 ‘그때’가 되었다.
“물론이죠, 준만 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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