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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업 머신-105화 (105/284)

레벨업 머신 105화

황금 물고기를 낚다(3)

-끼익. 끼익.

흔들의자가 움직이는 소리가 고요 하게 깔렸다. 나무판자를 어설프게 조립해서 만들어낸 것 같은 초라한 방이었다.

낡은 침대 위에는 곰팡이가 핀 이 불이 악취를 풍기고 있었고, 테이블 에는 반쯤 먹다 남긴 오트밀이 놓여 있었다.

다 부서져가는 흔들의자에 앉아 있 는 것은 한 노인이었다.

듬성듬성한 머리에 누런 이빨, 곰 보가 피어올라 있는 초라한 외모의 노인.

그 노인은 손을 뻗어 통신용 수정 구슬을 들어올렸다.

수정 구슬에 두툼한 살집을 가진 사내의 모습이 보였다.

“무슨 일이냐.”

노인은 카랑카랑한 목소리로 물었 다.

-길드장님. 대박입니다. 엄청난 대 어를 낚았어요.

뒤룩뒤룩 살찐 사내는 홍분에 찬 목소리로 말했다. 노인의 눈이 날카 롭게 빛났다.

“호오. 준만이 네가 대어라고 할 정도면 꽤나 재밌는 일이겠군.”

노인의 입에서 사내의 이름이 밝혀 졌다.

한준만. 골드런 길드의 부길드마스 터라는 높은 직책을 가진 인물이었 다.

-그, 그렇습니다!

한준만은 바짝 긴장에 찬 표정으로 대답했다. 그의 눈빛에서 노인에 대 한 짙은 공포가 서려 있었다.

노인의 이름은 박도훈.

동부 전체의 상권을 휘어잡고 있는 골드런 길드의 길드마스터였다.

“한 번 설명해봐.”

노인은 깊게 가라앉은 눈빛으로 말 했다. 한준만은 바짝 긴장한 표정으 로 영식과 만났을 때의 이야기를 그 에게 전했다.

“호오, 현대 물품이라……

한준만에게서 나온 말은 황금의 왕

이라고 불리는 그의 관심을 끌 정도 로 엄청난 정보였다.

-게다가 그 61회차 애송이는 호구 이기까지 합니다! 잘만 구슬리면 저 희 길드원으로 받아들이는 것도 가 능하겠죠. 이번 일만 잘 풀린다면 남부 진출도 꿈이 아닙니다!

한준만은 흥분에 찬 목소리로 소리 쳤다. 박도훈은 고개를 끄덕였다. 한 준만이 말한 대로라면 제국에 의해 서 철저하게 상권이 보호되고 있는 남부의 상권을 뚫는 것도 불가능하 지 않았다.

물론, 아무리 골드런 길드라고 하 더라도 남부 진출에는 길드가 휘청 거릴 정도로 막대한 자본이 필요할 테지만 그만한 가치가 있었다.

남부의 상권을 틀어쥐게 되면 골드 런 길드는 황금의 왕이 아닌 황금의 신이 되어 있을 것이 분명했다.

“나쁘지 않은 얘기군.”

박도훈의 입이 비틀어 올라갔다. 그의 눈빛이 광기로 번들거렸다.

한도훈의 표정이 딱딱하게 굳었다. 그의 이마를 타고 식은땀이 흘러내 렸다.

“그래서, 조건은 어떻게 했다고?”

-크, 크흠. 그 영식이란 호구에게 창녀 몇 명을 붙여줘서 50 대 50

비율로 넘어오게 했습니다. 조금만 더 구슬린다면 40 대 60까지도 가 능할 것 같습니다.

한준만은 자랑스럽다는 목소리로 그렇게 말했다. 원래 이런 일에는 유통을 하는 측이 더 많은 비율을 가져가는 일이 많았지만 지금은 경 우가 달랐다.

영식의 능력은 대체가 불가능했다. 그를 제외하고 현대 물품을 만들어 낼 수 있는 존재는 에르노어 대륙에 없었다. 그만한 파급력을 가진 물건 을 만들어낼 수 있는 능력이 있다면 을이 갑을 오히려 마음대로 휘두르 는 경우도 있었다.

하지만 그것을 그의 언변으로 동등 한 위치에 있는 것처럼 포장해서 50 대 50의 비율로 만들어낸 것이 다. 그것이 자랑스럽지 않을 리가 없었다.

침묵이 이어졌다. 박도훈은 깊게 가라앉은 눈빛으로 수정 구슬 너머 에 있는 한준만을 노려보았다.

“흐음……. 준만아.”

-왜 그러십니까 길드장님?

한준만은 기대에 찬 눈빛으로 박도 훈을 바라보았다. 그에게 칭찬을 듣 고 직위가 올라갈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한준만의 머릿속을 스쳐지나 갔다.

“아직 네가 많이 착하구나.”

그런 한준만의 기대를 박살내듯, 박도훈은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표 정으로 말했다.

■■무슨…….

“50 대 50이라니, 골드런 계약 역 사상 그렇게 좋은 조건은 없었던 것 같은데.”

-하, 하지만 지금은 경우가 다르지 않습니까. 이 정도 조건은 어쩔 수 없었습니다.

“아니, 단지 다른 방법을 생각하지

못했을 뿐이지.”

박도훈은 단호한 목소리로 고개를 저었다. 그는 입가에 미소를 띤 채 말을 이었다.

“그 영식이라는 애송이가 먹기 좋 은 호구라고 했던가?”

-그, 그렇습니다.

박도훈의 눈■이 파충류의 그것처럼 흉포한 빛으로 번들거렸다. 진득한 탐욕으로 타오르는 눈빛이 한준만을 향했다.

그 눈빛과 마주한 한준만은 목을 옥죄는 듯한 공포를 느꼈다. 그의 몸이 애처롭게 떨리기 시작했다.

황금의 마물. 박도훈의 다른 별명 들이 생각났다. 돈에 미친 귀신. 금 을 탐하는 악마. 이 모든 말들은 그 를 지칭하는 말이었다.

한준만의 목을 타고 마른침이 삼켜 졌다. 딱딱. 이가 부딪히는 소리가 그의 머릿속을 울렸다.

“그렇다면.”

박도훈의 입에 걸쳐진 미소가 한층 더 짙어졌다. 먹음직스러운 음식을 눈앞에 둔 듯 길게 늘어진 혀가 입 술을 핥았다.

“남김없이 뜯어먹어야지.”

낄낄낄.

박도훈의 섬뜩한 웃음소리가 울려 퍼졌다.

-캉! 캉!

철과 철이 부딪히는, 맑은 쇳소리 가 연무장에 울려 퍼졌다.

쌍식을 든 유나의 몸이 잔상을 남 기며 앞으로 쏘아졌다. 그녀의 입에 서 힘찬 기합이 터져 나왔다.

“하압!”

유나는 몸을 반 바퀴 돌리며 일식

을 내려 그었다. 그녀의 움직임을 주시하던 영식은 블레이드를 들어 올려 그녀의 공격을 막았다.

-콰앙

포탄이 터지는 듯한 굉음이 울려 퍼졌다. 영식의 힘을 견디지 못한 유나의 몸이 뒤로 튕겨져 나갔다.

영식은 몸을 낮게 숙인 채 부스트 를 사용했다. 강렬한 제트분사와 함 께 그의 몸이 앞으로 쏘아졌다.

?퍼억!

“커헉‘?!”

부스트의 추진력을 받으며 휘둘러 진 오른팔이 유나의 배를 후려쳤다.

낙법을 취하려고 했던 유나의 몸이 형편없이 바닥을 굴렀다.

‘에너지 블라스트.’

영식은 오른팔을 앞으로 내밀며 바 닥에 쓰러진 유나에게 겨눴다. 오른 손바닥에 푸른빛을 띤 에너지 탄환 이 만들어졌다.

-슈우우우웅.

오른 손바닥에서 쏘아진 푸른 구체 가 유나를 노렸다.

“균열.”

-파앙!

차가운 목소리와 함께 공간의 일그

러짐이 일어났다. 그 일그러짐에 닿 은 에너지 블라스트가 허공에서 터 져나갔다.

“나이스 유진!”

자리에서 벌떡 일어난 유나가 다시 자세를 잡았다. 그녀의 몸이 검붉은 화염으로 타올랐다. 유나는 쌍검을 휘둘러 검붉은 화염을 영식에게 쏘 아냈다.

‘전자기장.’

영식의 전면에 푸른 전기의 장막이 만들어졌다. 전자기장이 3레벨에 도 달하면서 얻은 ‘베리어’ 효과였다.

유나가 쏘아낸 화염이 전기의 장막

과 격돌했다.

-콰아아아앙!

“읏..I”

자욱한 먼지가 피어올랐다. 유나는 눈살을 찌푸린 채 주변을 살폈다. 먼지구름을 뚫으며 영식의 몸이 쏘 아졌다.

-철컥.

플라즈마의 빛을 머금은 블레이드 의 날이 순식간에 1미터 길이로 늘 어났다. 유나는 다급한 표정으로 쌍 식을 교차해서 그 공격을 막았다.

-콰아아아앙!

“꺄아아아악!”

어마어마한 폭발을 견디지 못한 유 나의 몸이 뒤로 튕겨져 나갔다. 유 나가 쓰러지자 마법을 캐스팅하던 유진의 표정이 초조해졌다.

“스페이스 월.”

유진은 재빨리 방어마법을 사용했 다. 영식은 그런 유진을 향해 오른 팔을 겨눴다.

-슈우우우웅!

밝은 빛을 뿜어내는 그의 오른팔이 몸에서 분리되어 앞으로 쏘아졌다. 강렬한 회전을 머금은 오른팔이 공 간의 벽과 격돌했다.

-콰아아앙!

“커헉!”

유진은 벽 너머로 전해지는 어마어 마한 충격에 뒤로 튕겨져 나갔다. 높게 떠오른 그의 몸이 바닥을 굴렀 다.

유진은 거칠게 입술을 깨물며 지금 까지 캐스팅하고 있었던 마법을 펼 치기 위해 손을 뻗었다.

대균열. 현재 유진이 펼칠 수 있는 가장 강력한 마법 중 하나였다.

_척.

“?…”졌어.”

하지만 그 마법이 발현되는 일은 없었다. 유진은 자신의 목에 대어진 블레이드를 바라보며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영식은 바닥에 쓰러진 유진을 향해 손을 뻗었다.

“제길?

유진은 분하다는 표정으로 그의 손 을 잡고 몸을 일으켰다.

“그래도 100레벨에 도달해서 좀 해볼 만할 줄 알았는데…… 완전 괴 물이 되어버렸군.”

유진은 지난번 던전 공략 때 레벨 100을 달성할 수 있었다.

99레벨에서 100레벨로 올라가기 위해서는 어마어마한 경험치가 필요 했지만 던전 자체가 워낙 난이도가 높았기 때문에 레벨을 올릴 수 있었 던 것이다.

자신도 이제 ‘랭커’의 반열에 올랐 으니 영식을 상대할 수 있다고 생각 했지만, 이전 던전 공략 이후 영식 은 터무니없는 괴물이 되어버렸다.

“으, 분해에에에!”

충격을 견디지 못하고 뒤로 튕겨져 나갔던 유나가 영식을 향해 성큼성 큼 다가오며 소리쳤다.

“뭔 영약이라도 먹은 거야?! 어떻

게 그 요상한 슈트를 입지 않고도 나랑 유진을 동시에 상대할 수 있는 거야‘?!”

유나는 억울하다는 눈빛으로 영식 을 바라보았다.

이 세계에 빨리 왔다고 해서 무조 건 강한 것이 아니라는 사실은 알고 있었지만 고작 61회차 소환자에 불 과한 영식이 이렇게 쉽게 자신을 압 도하는 것이 어딘가 억울하게 느껴 졌다.

“이 사기꾼!”

유나는 도저히 납득할 수 없다는 듯이 영식에게 소리쳤다. 눈물을 찔 끔 머금은 그녀를 보며 영식은 피식 웃음을 흘렸다.

“내일 다시 대련해! 그때는 이렇게 쉽게 안 당할 테니까!”

소년만화에서 등장할 법한 대사를 외친 유나는 영식에게서 몸을 돌렸 다. 영식은 그녀의 어깨를 잡았다.

“유나야.”

“……왜? 호, 혹시 위로를 할 생각 이라면 필요 없어.”

유나는 어깨에 닿은 손의 감촉을 느끼며 흠칫 몸을 떨었다. 그녀의 얼굴이 붉게 달아올랐다.

“그런 게 아니야.”

영식은 진지한 목소리로 말했다. 유나는 떨리는 표정으로 그를 바라 보았다.

“그, 그럼 뭔데……?”

“발전기, 돌릴 시간이야.”

무거운 침묵이 내려앉았다. 유나의 얼굴이 다른 의미로 붉게 달아올랐 다.

“이, 이.I”

붉게 달아오른 그녀는 부들부들 몸 을 떨며 영식을 노려보았다. 굳게 쥐어진 그녀의 주먹이 영식의 얼굴 을 향해 휘둘러졌다.

“나쁜 자식!!!”

퍼억.

유나의 주먹이 영식의 얼굴을 후려 쳤다. 영식의 고개가 옆으로 돌아갔 다.

흐아아아앙. 유나는 자신의 비참한 처지를 머릿속에 떠올리며 자동 제 조 장치가 있는 쪽으로 달려갔다.

유진은 콩트 같은 둘의 모습을 보 며 허탈한 웃음을 흘렸다.

“어지간히 억울했던 모양이군.”

“뭐, 이해 못할 건 아닌데……

영식은 유나에게 맞은 뺨을 쓰다듬 으며 웃음을 흘렸다.

마음만 먹으면 이 정도 일격은 피 할 수 있었지만 지금 이 상황에서 피하는 것이 왠지 예의(?)가 아닌 것 같았다.

‘억울할 만도 하지.’

나름 쌍식이라는 신물(神物)을 얻 으면서 실력에 자신이 생겼는데, 61 회차 소환자인 자신에게 압도적으로 패배했다면 저런 반응을 보이는 것 도 당연했다.

“그나저나 이제 슈트 없이도 길드 장님과 일 대 일로 싸워볼 수 있겠 네?”

“음……. 글쎄. 이번에는 그 ‘반지’ 때문에 살짝 자신이 없는데.”

영식은 애매하다는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그때 였다.

“영식 씨!”

길드하우스 쪽에서 한성의 목소리 가 들려왔다.

영식은 고개를 갸웃거리며 소리가 들린 쪽을 바라보았다. 한성이 빠른 발걸음으로 다가오는 것이 보였다.

“무슨 일입니까?”

“골드런 길드에서 연락이 왔습니 다. 계약을 하고 싶으니 이전에 만 났던 곳으로 와달라고 하더군요.”

“호오.”

영식은 흥미롭다는 표정으로 고개 를 끄덕였다.

“그럼, 물고기가 미끼를 물었는지 확인하러 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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