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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업 머신-104화 (104/284)

레벨업 머신 104화

황금 물고기를 낚다(2)

“하, 한성 씨도 조금 즐기고 가요.”

영식은 헤실헤실 미소를 지으며 말 했다. 한성은 일그러진 표정으로 그 를 바라보았다.

“지금 무슨 소리를……

“자자, 동료분도 그렇게 말하는데,

즐기고 가시면 어떻습니까?”

한준만은 물고기를 낚아 올린 어부 처럼 흐뭇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한성이 뿌리쳤던 여인들이 다시 다 가와 그를 자리에 앉혔다.

“헤헤헤. 감사합니다, 한성 씨.”

“하하, 영식 씨라고 했던가요? 풍 류를 아시는 청년이시군요! 오늘은 제가 모두 살 테니 마음껏 즐겨주십 쇼!”

사람 좋은 웃음을 터트리며 한준만 은 영식의 양팔을 끌어안고 있는 여 인들에게 눈짓을 보냈다. 그의 눈짓 을 받은 여인들은 살짝 긴장된 표정 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물론, 원하신다면 뜨거운 밤도 즐 기시고 가도 괜찮습니다.”

“어? 저, 정말로요? 크, 크흠. 그러 면……

영식은 얼굴을 붉힌 채 자신의 팔 에 달라붙은 여인들의 풍만한 가슴 골을 힐끔힐끔 쳐다보았다.

그림으로 그린 것 같은 호구의 모 습을 보여주고 있는 영식을 바라보 며 한성은 굳게 입을 다물었다. 그 는 복잡한 눈으로 영식을 바라보며 술잔을 기울였다.

‘뭔가 생각이 있겠지.’

이제까지 영식이 보여주던 냉철한 모습을 감안하면 아무 생각 없이 이 런 행동을 하고 있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한성은 타들어가는 심정으로 영식 을 바라보았다.

그 이후, 한 시간이 넘도록 질펀한 술자리가 이어졌다. 영식과 한준만 은 거의 여자에 파묻히다시피 몸을 기대며 술에 얼큰하게 취해 있었다.

“하하하! 영식 씨가 61회차 소화자 셨다고요? 이거 믿을 수가 없군요! 분위기를 즐길 줄 아는 호탕함에 당 연히 노련한 소환자라고 생각했습니 다!”

“헤헤. 그, 그런가요?

영식은 수줍은 듯이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한준만은 눈을 반짝이며 그에게 물었다.

“그런데, 이클로젼 길드에서는 어 떻게 냉장고나 전자레인지 같은 걸 만드실 수 있는 겁니까?”

“그건 저희 길드 내부 비밀……

“하하하. 그건 말이죠. 제가 기계공 학자라는 히든 클래스를 가지고 있 어서입니다. 저만 만들 수 있는 거 죠!”

“여, 영식 씨!”

한성은 다급한 목소리로 그를 불렀 다. 한준만의 눈이 날카롭게 빛났다.

“호오. 그러셨군요. 그렇다면 다른 기계도 만드실 수 있는 겁니까?”

“물론이죠! 나중에는 에어컨이나 선풍기도 만들어서 팔 생각입니다! 에르노어 대륙은 대체적으로 후덥지 근하니까요!”

“오오! 좋은 생각이군요! 이거, 더 더욱 영식 씨와 함께 거래를 해볼 의욕이 솟아오릅니다.”

한준만은 다른 기계를 만들 수도 있다는 말에 주먹을 움켜쥐며 흥분 된 목소리로 소리쳤다.

선풍기와 에어컨! 짧은 겨울을 제 외하고 대체적으로 날씨가 후덥지근 한 대륙 동부, 남부에서 두 물건을 팔기 시작한다면 냉장고 그 이상의 수익을 창출할 수도 있었다.

“냉장고를 하나 만드는데 원가는 어느 정도가 필요합니까?”

“헤헤, 그렇게 많이 들지는 않아요. 20실버? 그 정도 분량의 철광석만 있으면 한 대 만들 수 있습니다.”

그의 말을 들은 한준만의 눈빛이 반짝였다. 홍분에 찬 콧김이 뿜어져 나왔다.

‘원가가 20실버!’

냉장고의 보급화가 이루어졌을 때 벌어들일 수익을 생각하면 너무나 싼 원가였다.

한준만은 헤실헤실 미소를 지으며 모든 정보를 떠벌리고 있는 영식을 바라보았다.

‘61회차 애송이라 이거지.’

영식을 바라보는 한준만의 눈빛이 탐욕으로 타올랐다. 그는 입가를 비 틀어 올리며 은근한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그런데 영식 씨. 원래 생산자보다 유통 쪽에서 비율을 많이 가져가는 건 알고 계신가요?”

“예? 그, 그랬나요.”

“하하! 물론입니다. 실제 판매부터 마케팅까지 모두 유통 쪽에서 관리 하니까요.”

“으음……

“물론 영식 씨의 물건이 엄청난 가 치를 가지고 있는 것은 잘 알고 있 습니다.

하지만 앞으로 좋은 관계를 위해서 라도…… 조금 비율에서 타협점을 찾는 것이 어떨까요?”

한준만은 그렇게 말하며 한성의 옆 에 앉은 여인들을 슬쩍 바라보았다.

그녀들은 옷을 훌러덩 벗으며 한성 에게 달라붙었다.

“아앙?! 오빠! 여기 좀 너무 더운 것 같지 않아?”

“맞아. 오빠도 덥지?”

“크읏. 자, 잠깐만……

한성은 시야를 가득 채운 살색의 향연에 당황스러운 표정으로 얼굴을 붉혔다.

그 모습을 확인한 한준만은 다시 영식에게 고개를 돌렸다.

“그래서, 제 생각은 50 대 50 비 율로 하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그 러면 서로 공평하지 않겠습니까?”

“그, 그런가요? 확실히 반반씩 나 누는 게 가장 좋긴 하죠. 하하 하…… 영식은 한성의 눈치를 살피며 어색 한 미소를 흘렸다. 한준만은 호탕한 웃음을 터트리며 고개를 끄덕였다.

“역시! 호탕한 영식 씨의 성격이라 면 그렇게 말씀해주실 거라고 생각 했습니다! 하하. 걱정 마세요. 저희 가 영식 씨를 돈방석 위에 앉게 해 드릴 테니까 말입니다. 물론…… 그 방석 주위에는 아름다운 꽃들이 가 득하겠죠.”

“꽃이요……?”

영식은 무슨 소리를 하느냐는 표정 으로 한준만을 바라보았다.

“아앙? 오빠, 왜 그렇게 눈치가 없 는 거야?”

“후훗. 내 꽃잎이 어떻게 생겼는지 한 번 보고 싶어서 이러는 거지?”

양옆에 찰싹 달라붙어 있던 여인들 이 가슴골이 훤히 노출된 옷을 슬쩍 아래로 잡아당겼다. 남자의 시선을 사로잡는 요염한 육체가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아, 아아! 그, 그렇죠! 꽃이 가득 하겠죠!”

영식은 자신의 양팔에 엉겨붙어 있

는 미녀들을 바라보며 헤벌쭉 미소 를 지었다.

“영식 씨! 지금 대체 뭐하시는 겁 니까!”

참다못한 한성이 자리에서 벌떡 일 어섰다. 80 대 20의 비율을 순식간 에 50 대 50으로 만들어버리다니? 미치지 않고서야 할 수 없는 짓이었 다.

“예? 아니, 그게……

“요즘 길드장님과 아라 씨가 친근 하게 대하니까 발정이라도 나셨습니 까? 대체 왜 그러는 겁니까?!”

영식은 우물쭈물하며 그의 눈치를 살폈다. 자리에서 일어난 한성은 영 식의 팔을 붙잡고 밖으로 나왔다.

“하하하! 이거, 분위기가 어두워졌 군요. 다음에는 저희끼리만 보도록 합시다, 영식 씨.”

한준만은 밖으로 나가는 영식에게 팔을 흔들었다.

―쿵.

문이 닫히며 정적이 흘렀다.

“이걸로 된 건가요, 주인님?”

조금 전까지 영식의 옆에 찰싹 달 라붙어 있던 여인이 그에게 물었다.

한준만은 씨익 미소를 지으며 고개 를 끄덕였다.

“이거, 생각지도 못한 횡재군 그래. 설마 현대 물품을 만들 수 있는 소 환자가 새파란 애송이라니…… 한준만은 참을 수 없이 즐겁다는 표정으로 폭소를 터트렸다. 대륙 전 체를 휘어잡을 수 있는 물건을 만들 수 있는 존재가 호구라니! 상인에게 있어서 이 이상으로 좋은 소식은 없 었다.

‘저놈을 잘 구슬리기만 한다면 엄 청난 돈을 쓸어 담을 수 있어!’

돈이 썩어 넘치는 귀족들만 간신히

아이스 마법을 사용해서 음식을 시 원하게 보관하고 있는 에르노어 대 륙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냉장고가 등장한다 면 대륙 전체가 술렁일 것이 분명했 다.

‘잘만 한다면 이번 기회에 남부까 지도 진출할 수 있겠어.’

한준만은 낄낄 웃음을 터트리며 입 술을 핥았다.

“에밀리.”

“예, 주인님.”

“통신 구슬을 가져와. 길드장님하 고 얘기를 해야겠다.”

그의 말을 들은 반라의 여인이 깊 게 허리를 숙였다.

탐욕으로 물든 그의 눈동자가 굳게 닫힌 문을 바라보고 있었다.

“대체 무슨 생각입니까?!”

밖으로 나온 한성은 으슥한 골목으 로 영식을 데려가며 다급한 목소리 로 소리쳤다. 처음에는 영식에게 무 슨 계획이 있을 거라고 생각해서 가 만히 있었다.

하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영식의 행 동은 이해가 가질 않았다. 아예 자 기를 잡아먹어 달라고 대놓고 호구 짓을 하고 있지 않은가.

영식은 굳게 입을 다문 채 주변을 살폈다. 으슥한 골목에는 그와 한성 이외에 다른 사람의 기척은 느껴지 지 않았다.

영식은 방금 전까지 시원한 호구 짓을 하고 있었다고 생각이 들지 않 을 정도로 차분한 표정으로 입을 열 었다.

“좋은 타이밍이었습니다.”

“?예?”

“더 있었다가는 쓸데없이 의심을 살 수도 있었어요. 딱 적절할 때 끌 고 나와 주셨습니다.”

영식은 덤덤한 목소리로 말했다. 한성은 허탈한 웃음을 홀리며 물었 다.

“……다 연기였나요?”

“예. 그렇습니다.”

“왜, 왜 그런 연기를 한 거죠? 아 무 득 될 게 없는 연기였잖아요.”

이해할 수 없다는 한성의 표정을

보며 영식은 피식 웃음을 흘렸다.

“한성 씨. 처음 비율을 제시했을 때, 한준만이 가만히 넘어가는 것을 보셨습니까?”

“……예. 그게 다 미인계로 홀려서 나중에 비율을 깎을 생각 아니었겠 습니까?”

“그렇죠. 즉, 골드런 길드에서는 뜯 어먹기 좋은 호구를 찾고 있었던 겁 니다.”

한성은 무슨 당연한 소리를 하냐는 표정으로 영식을 바라보았다.

“그쪽에서 뜯어먹기 좋은 호구를 찾고 있으니까, 그것을 제공해준 것 뿐입니다. 호구가 있으면 어떻게든 골수까지 빨아먹으려고 할 테니까 요.”

“자, 잠깐만요 영식 씨. 이해가 가 질 않습니다. 그렇게 해서 얻을 수 있는 이득이 대체 뭔데요?”

한성은 딱딱하게 굳은 표정으로 물 었다. 영식은 느긋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한성 씨는 1년 안에 살바토르 길 드가 레비아탄 길드와 어깨를 견줄 정도로 성장할 수 있다고 생각하십 니까?”

“……힘든 일이겠죠. 하지만 그렇

기 때문에 지금 전력 강화를 위해 사업을 벌이려고 하신 것 아니셨습 니까?”

“예. 그렇죠. 하지만 아무리 사업이 성공한다고 하더라도 정상적인 방법 을 사용해서 1년 안에 그 정도의 돈을 모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십 니까?”

“……하고 싶은 말씀이 뭡니까.”

씨익. 영식의 입가에 사나운 미소 가 지어졌다. 그의 눈빛이 흉포한 짐승의 그것으로 변했다.

“정상적인 방법으로는 그 돈을 벌 기가 힘들죠. 그러니까 다른 방법을 사용하는 겁니다.”

“이미 뜯어먹기 좋은 미끼는 뿌려 뒀죠. 저희는 이제 기다리기만 하면 됩니다.”

“……뭘 말씀입니까?”

영식의 입가를 비집고 웃음소리가 흘러나왔다. 즐거움에 차있는 웃음 소리였다.

“골드런이라는 물고기가 미끼를 무 는 것을요.”

한성은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으로

영식을 바라보았다. 이렇게까지 호 구 짓을 하면서까지 그가 생각하고 있는 ‘다른 방법’이라는 것이 무엇 인지 짐작조차 가지 않았다.

“솔직히 말씀드리면…… 영식 씨가 뭘 생각하고 있는지 전혀 모르겠습 니다.”

“하하. 괜찮습니다. 차근차근 아시 게 될 겁니다.”

그의 목소리를 들은 한성은 딱딱하 게 표정을 굳혔다.

‘대체 그는……

한성은 앞서 걸어가고 있는 영식의 뒷모습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겉모 습만 봐서는 자신과 비슷한 나이일 텐데도 불구하고 그에게는 감히 범 접하기 힘든 노련함이 느껴졌다. 나 름 머리가 좋다고 자부하는 한성이 었지만 그의 말을 들을 때면 아무것 도 모르는 어린아이가 된 것 같은 기분이었다.

영식은 가볍게 웃음을 흘리며 발걸 음을 옮겼다. 한성은 그의 뒤를 따 라 걸으며 복잡한 표정을 지었다.

“그렇게 걱정하지 마세요. 제 생각 이 맞는다면, 골드런은 반드시 이 미끼를 물 겁니다.”

영식은 입술을 핥으며 날카롭게 눈 을 빛냈다.

“그리고 미끼를 물면.”

발걸음을 멈춰선 영식이 한성을 향 해 고개를 돌렸다.

“머리끝부터 씹어 삼키면 됩니다.”

그의 입가에 짙은 미소가 지어졌 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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