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레벨업 머신-93화 (93/284)

레벨업 머신 093화

푸른 거신(2)

바닥에 쓰러져 피를 뿜어내고 있는 길수의 모습이 영식의 눈에 들어왔 다. 그가 뿜어내는 붉은색 피가 영 식의 머릿속에 낙인처럼 새겨졌다.

머리가 뜨거웠다. 손이 가늘게 떨 렸다. 길수는 영식에게 있어서 특별 한 인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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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영식이 처음 눈을 떴을 때 옆에 있어준 인물이었고, 항상 사람 좋은 미소로 자신을 따라와 준 사람 이었다.

“길수 씨!”

한성이 다급한 외침을 터트리며 길 수에게 다가갔다. 그는 인벤토리에 서 최상급 포션을 꺼내 길수의 가슴 에 들이부으며 치료 마법을 사용했 다.

“쿠, 쿨럭!”

“아, 아저씨!”

길수의 입에서 한 움큼의 피가 쏟 아졌다. 바닥에 쓰러진 길수를 향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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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라가 달려갔다. 아라는 피에 젖은 길수의 손을 붙잡았다.

“저, 정신 차리세요 아저씨!”

“아라 씨! 여기 있으면 치료에 방 해가 됩니다!”

“그, 그렇지만……

한성의 외침에 움찔 몸을 떤 아라 는 길수의 손을 놓고 뒤로 물러섰 다. 그녀는 안절부절못하며 길수를 내려다보았다.

“빨리 다음 마법을 캐스팅해.”

그때, 아라의 귓가에 건조하기까지 한 목소리가 흘러들었다. 그녀에게 익숙한 영식의 목소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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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식아……?”

“못 들었어? 지금은 한성 씨에게 맡기고 빨리 마법을 준비해. 아직 전투가 끝난 게 아니잖아.”

U W

그녀는 입술을 깨문 채 실망했다는 표정으로 영식을 노려보았다. 영식 은 길수의 목숨이 위태로운데도 불 구하고 전혀 감정의 동요가 없는 것 처럼 보였다.

“어째서, 어째서 그런 말을 아무렇 지도 않게 할 수 있는 거야? 길수 아저씨잖아! 이제까지 쭉 함께해 오 던 동료잖아! 아저씨가 이렇게 다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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는데 넌 아무렇지도 않은 거야?”

발작과도 같은 그녀의 외침을 들으 며 영식은 깊게 가라앉은 눈빛으로 대답했다.

“지금 중요한 건 그런 게 아니잖 아.”

“읏……!”

‘그런 게’ 아니라는 그의 말에 아 라의 표정이 딱딱하게 굳었다. 그녀 는 거칠게 주먹을 움켜쥔 채 그를 노려보았다.

“역시 몸이 기계로 되어 있으니 감 정까지 메마른 거야? 홍, 애초에 사 람인지 아닌지도 모르니까 감정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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없는 것도 당연하겠네.”

그녀는 표독스러운 목소리로 그렇 게 말했다. 영식은 그녀의 말에 굳 게 입을 다물었다. 그는 씁쓸하게 느껴지는 미소를 입가에 머금으며 그녀에게서 몸을 돌렸다.

“아?

그런 그의 표정을 본 아라는 그제 야 자신이 무슨 말을 했는지 깨달았 다. 그녀는 창백해진 표정으로 영식 을 향해 손을 뻗었다.

하지만 그녀의 손이 닿기 전, 영식 의 등에서 붉은 불꽃이 일어나며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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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 몸이 앞으로 쏘아져 나갔다. 허 공을 움켜쥔 아라는 당장에라도 눈 물을 쏟을 것 같은 표정으로 그의 뒷모습을 바라보았다.

후우우웅!

빛의 칼날의 공격으로 혼란에 빠진 소한자들을 노리고 푸른 거인의 거 대한 팔이 휘둘러졌다. 무시무시한 풍압과 함께 수 톤에 달하는 그의 주먹이 소환자들의 머리 위로 떨어 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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콰직!

“커헉, 억……

레비아탄 길드의 전사 클래스 소환 자는 다급히 방패를 들어 올렸지만 규격 외의 힘을 담고 있는 푸른 거 인의 주먹을 막을 수는 없었다. 그 의 몸이 처참하게 짓뭉개지며 붉은 피가 사방으로 퍼졌다.

“진형을 유지한 채 뒤로 물러나 요!”

박시아는 그녀에게 어울리지 않는 다급한 목소리로 소리쳤다. 그녀는 한쪽 팔이 잘린 채 고통을 호소하고 있는 강하린의 팔에 손을 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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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의 손에서 만들어진 물방울이 강하린의 어깨에 뭉쳐 피를 멈추게 만들었다. 그녀는 잘려진 강하린의 팔을 들어 어깨에 가져다 댄 후 그 위에 포션을 쏟아 부었다.

다른 건 몰라도 에르노어 대륙의 외과 의료기술 하나만큼은 지구에 비해 훨씬 뛰어났다. 포션의 존재가 외과치료에 한해서는 절대적인 효과 를 보이기 때문이었다.

“?언니.”

“여기 가만히 있어. 나머진 내가 알아서 할 테니까.”

그녀는 차가운 목소리로 그렇게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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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후 자리에서 일어났다. 가늘게 떨리는 박시아의 몸에서 수십 개의 물줄기들이 뻗어 나왔다.

“ 감히?

박시아는 차갑게 타오르는 눈빛으 로 푸른 거인을 노려보았다. 사방에 서 쏟아지는 길드원의 비명소리가 그녀의 가슴을 옥죄였다.

“감, 히!”

그녀는 평소에는 절대 보여주지 않 는 격정에 찬 표정으로 땅을 박찼 다. 물줄기에 휘감긴 그녀의 몸이 허공으로 치솟아 올랐다.

105레벨에 달하는, 동부 최강의 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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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자 중 하나인 레비아탄 박시아가 진정으로 분노를 터트린 것이다.

드드드드드드! I

그녀의 손짓에 따라 앞으로 쏘아진 수십 발의 물줄기가 푸른 거인의 가 슴을 두들겼다. 물줄기를 쏘아냈음 에도 불구하고 드릴로 가슴을 헤집 는 소리가 울려 퍼졌다.

-쿵. 쿵.

물줄기에 맞은 푸른 거인의 몸이 뒤로 밀려났다. 그런 거인의 몸에 새하얀 뇌전이 내리쳤다.

파지지 직!

뇌전에 직격한 푸른 거인의 머리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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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 거대한 폭발이 일어났다. 푸른 거인에게 데미지를 주는데 성공한 티리아는 떨리는 눈으로 자신의 발 아래를 내려다보았다.

레비아탄 길드와 달리 살바토르 길 드에서는 아직 사상자는 나오지 않 았다. 하지만 크고 작은 상처를 입 고 바닥에 쓰러진 길드원들은 많았 다.

특히 그중 길수의 상처는 치명적이 었다.

당장에 목숨을 잃어도 전혀 이상하 지 않은 상처였다.

“이젠, 더 이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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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리아는 거칠게 입술을 깨물며 푸 른 거인을 노려보았다. 소중한 존재 가 사늘한 시체가 되었을 때 느끼는 끔찍한 절망. 다시는 느끼고 싶지 않은 그 절망이 그녀의 가슴을 옥죄 였다.

그녀는 필사적인 표정으로 푸른 거 인을 향해 공격을 퍼부었다.

부스트를 사용해 공중에 떠오른 영 식은 차분한 눈으로 전장을 내려다 보았다. 그는 머릿속에서 사라지지 않은 길수의 모습을 지워내기 위해 깊게 숨을 들이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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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그는 지금 미칠 것 같았다. 당장에라도 푸른 거인에게 다가가 모든 공격을 퍼붓고 싶었다.

슈트를 입고, 용족화를 사용하고 할 수 있는 모든 스킬을 동원하여 저 거인을 갈기갈기 찢어버리고 싶 었다. 의도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면 몇 번이라도 강제 해방을 사용하고 싶었다.

하지만.

‘ 침착해.’

영식은 티리아와 박시아가 푸른 거 인과 싸우는 모습을 차분하게 바라 보았다. 이성을 잃고 격정에 몸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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맡긴 채 달려들었을 때 이기는 것은 만화에서나 가능한 일이었다.

침착하게, 차분하게 마음을 가라앉 히고 적의 약점을 파악해야 했다. 그래야만 더 이상의 피해 없이 적을 이길 수 있다.

그렇게 생각한 그의 머릿속이 얼음 장처럼 차가워졌다.

‘저 거인의 힘을 공급하고 있는 것 을 파괴해야 해.’

영식의 눈이 날카롭게 빛났다. 푸 른 거인은 티리아와 박시아에게 쉴 틈도 없이 두들겨 맞고 있음에도 천 천히 몸을 재생하며 계속해서 공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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을 퍼붓고 있었다.

저런 터무니없는 덩치를 수복하는 데 적은 마력이 들 리가 없었다. 그 마력을 공급하고 있는 것을 차단해 야 했다.

‘제단.’

영식의 시선이 네 개의 제단으로 향했다. 그는 마력의 흐름을 파악할 수 있는 능력이 없기 때문에 확실하 지는 않지만 지금 저 푸른 거인이 가진 무한한 마력의 동력원으로는 저 제단밖에 생각나지 않았다.

‘저걸 박살 내면.’

영식의 눈이 날카롭게 빛났다. 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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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아와 박시아가 거인의 발을 묶어 두고 있는 지금밖에 기회가 없었다.

- 철컥.

[다용도 기능성 전튜 슈트 락테온 2식. 가동합니다.]

[사용자 승인이 완벽하지 않아 사 용 시간이 5분으로 제한됩니다.]

인벤토리에서 슈트를 꺼내어 입은 영식은 허공을 박차고 제단을 향해 달려들었다.

쿠우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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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먼저 쌍검이 꽂혀 있는 제단 에 도착한 영식은 검은색 칼날로 변 한 블레이드를 제단을 향해 휘둘렀 다.

까앙!

제단 주변에 푸른색 마력 방벽이 생기며 영식의 공격을 튕겨냈다.

그 마력 방벽을 본 영식의 눈이 반짝였다.

‘ 역시.’

그 제단에서 뿜어져 나오는 마력이 푸른 거인이 뿜어내고 있는 마력과 똑같다는 사실을 깨달은 영식은 오 른팔을 들어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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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너지 블라스트.”

-우우우우우웅!

검은색 에너지 덩어리가 영식의 오 른손바닥에 뭉쳤다. 드레곤의 브레 스를 연상케 할 정도로 막대한 에너 지의 집약체였다.

-최우선 보호 대상에 대한 공격 감지. 방어한다.

티리아, 박시아와 일전을 벌이고 있던 푸른 거인이 제단에 대한 공격 이 감지되자마자 영식을 향해서 몸 을 돌렸다. 거대한 거인의 팔이 영 식을 향했다.

“제단을 모두 파괴하는 동안 거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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을 막아줘!”

에너지 블라스트를 차징하고 있던 영식은 티리아와 박시아를 향해 소 리쳤다. 티리아는 고개를 끄덕이며 푸른 거인의 주먹 앞을 막아섰다.

“천상의 방…… 꺄악!”

그녀가 마법을 완전히 캐스팅하기 전, 갑작스럽게 날라온 푸른 수정이 그녀의 캐스팅을 끊어냈다. 티리아 는 재빨리 양 팔을 뻗어 푸른 수정 들을 쳐냈지만 그 탓에 마법을 완성 시키지 못했다.

콰앙!

“꺄아아아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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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식으로 만들어진 천상의 방패가 거인의 주먹에 산산이 터져나갔다. 티리아의 몸이 거칠게 뒤로 튕겨져 나갔다. 그런 그녀의 몸을 박시아가 받아냈다.

“수룡의 격노!”

박시아는 입에서 피를 홀리는 티리 아를 끌어안으며 마법을 사용했다. 용의 형상으로 쏘아진 거대한 물줄 기와 거인의 주먹이 격돌했다.

콰드드드드득!

강력한 힘과 힘의 격돌에 공동이 무너질 듯 뒤흔들렸다.

“미, 밀어내고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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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부 최강의 소환자 중 하나인 박 시아는 그 힘을 증명하듯 거인의 주 먹을 천천히 뒤로 밀어내고 있었다. 하지만 그것도 쉽지는 않은지 박시 아의 이마에는 계속해서 땀이 흘러 내리고 있었다.

원래라면 다수의 소환자들이 모여 야 간신히 막아낼 수 있는 일격을 단신으로 막으려 하니 이렇게 힘들 어 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도 당연했 다.

박시아가 시간을 벌고 있는 사이, 영식의 오른손바닥에 풀 차징 된 에 너지 블라스트가 쏘아졌다. 제단을 보호하는 푸른색 마력 방벽과 에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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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 블라스트가 격돌했다.

-콰아아아앙!

거대한 충격이 주변을 뒤흔들었다. 제단을 보고하고 있는 푸른 방벽이 갈라지는 소리가 들렸다. 푸른 거인 은 다급한 동작으로 그를 향해 다른 손을 뻗었다.

“균열!”

“아이스 자벨린!”

“익 스플로전!”

“파워 샷!”

푸른 거인의 반대편 팔로 살바토르 길드원들의 마법이 쏟아졌다. 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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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 거인의 팔은 그 마법의 폭격을 뚫어내며 움직였다.

“플레어!”

“멀티 샷!”

그때, 후방에 빠져 있던 레비아탄 길드의 마법이 화력을 더했다. 두 길드의 합공에 거인의 팔이 기세를 잃고 점점 더 느려졌다.

콰앙!

쨍그랑!

제단이 터져나가며 두 자루의 검이 바닥에 떨어졌다.

-마력 공급로 차단. 비상 마력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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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체.

‘ 역시.’

제단을 파괴하자 들리는 푸른 거인 의 목소리에 영식의 눈이 반짝였다. 그는 길드원들을 향해 소리쳤다.

“제단을 파괴하세요! 그게 거인의 동력입니다!”

영식의 외침을 들은 살바토르, 레 비아탄 길드원들은 눈을 반짝였다. 작은 가디언들을 상대하고 있던 소 환자들이 제단으로 향했다.

까앙! 캉!

“읏! 뭐, 뭐야 이거?! 뭐가 이렇게 단단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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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읏!”

황금색 검이 꽂힌 제단으로 간 유 나와 천태황의 입에서 당황스러운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전력을 다해 서 제단을 후려쳤지만 푸른색 마력 방벽은 꼼짝도 하지 않았다.

영식은 그들을 힐끔 쳐다보고는 반 으로 갈라진 큐브가 있는 제단으로 향했다. 그들을 도와주기에는 남은 제단이 3개나 남아 있었다.

영식은 제단 위에 놓인 조각난 큐 브를 바라보았다. 처음 봤을 때부터 무척 신경 쓰였던 물건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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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식은 오른팔을 앞으로 내민 채 다시 에너지 블라스트의 차징에 들 어갔다.

‘슈트의 제한시간이 끝나기 전에 제단을 모두 부숴야 해.’

영식은 초조한 표정으로 슈트의 남 은 시간을 체크했다.

쿠우우우웅!

“꺄아아아악!”

그때, 영식의 귓가에 한 여인의 비 명소리가 들려왔다. 그 비명소리를 들은 영식의 표정이 딱딱하게 굳었 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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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명소리의 주인은 가장 ‘비명’과 는 어울리지 않는 이미지를 가지고 있는 소환자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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