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벨업 머신 089화
진실의 단서(1)
영식과 티리아가 다시 길드원들과 합류한 지 하루.
최하층으로 들어가는 입구 앞에서 야영을 하며 체력을 회복한 그들은 전투 준비를 마치고 거대한 문 앞에 도열했다.
“그럼…… 시작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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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리아는 긴장된 표정으로 거대한 문 앞에 섰다. 그녀를 바라보는 길 드원들은 살짝 긴장한 표정으로 고 개를 끄덕였다.
잊혀진 자들의 무덤. 그 최하층으 로 향하는 문에 티리아는 손을 올렸 다.
- 우우우우웅.
-고귀한 핏줄을 이어받은 자여, 몰 락한 우리에게 다시 영광의 빛 을..?
벽에 새겨진 문구가 빛이 나며 딱 딱한 음성이 흘러나왔다.
영식도, 레비아탄 길드도 어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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못한 거대한 문이 서서히 열리기 시 작했다.
“고귀한 핏줄……? 영광?”
거대한 문이 열리며 흘러나온 의미 심장한 말에 소환자들의 표정에 의 아함이 떠올랐다.
사람들의 시선이 티리아에게 집중 됐다.
“저, 저도 무슨 말인지 잘 모르겠 어요.”
티리아 또한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 는 듯이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
처음 이 던전에서 바로 최하층 앞 까지 이동한 것도 그렇고, 가디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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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처음에 자신을 공격하지 않았던 것도 그렇고, 이 던전에는 이상한 점이 너무 많았다.
‘우리 가문과 무슨 연관이 있기 에……
티리아가 알고 있기로 에르만 공작 가는 다른 가문에 비해서 전통도 그 리 길지 않은 가문이었다.
고작 해야 100년 전에 탄생한 에 르만 공작가는 전전대 왕의 강력한 입김으로 공작의 직위를 받은, 이른 바 ‘벼락출세’한 가문이었다.
“에르만 가문에 이어져 오는 천사 의 힘과 연관이 있는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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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리아의 옆에 서 있던 영식이 고 개를 갸웃거리며 물었다. 티리아는 복잡한 표정으로 고개를 저었다.
“저도 잘 모르겠어요. 저희 아버님 은 가문의 역사에 대해서 말해주시 는 것을 무척이나 꺼리셨던 분이었 기 때문에 가문에 대해서 많이 들은 것은 없어요.”
“흐,.”
rn ?
영식과 티리아는 알 수 없다는 표 정을 지으며 거대한 문을 바라보았 다.
“……티리아 씨. 잠시 얘기를 나눠 도 되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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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이 열리며 홀러나온 문구를 듣고 깊은 생각에 잠겨 있던 박시아가 그 들을 향해 다가왔다. 티리아는 얼떨 떨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예. 말씀하세요.”
“전에 티리아 씨가 최하층으로 바 로 이동했을 때, 짐작하는 게 있다 고 말씀드렸잖아요?”
박시아는 완전히 열린 거대한 문을 바라보며 그렇게 물었다.
“예……
“방금 그 말을 듣고 확신했습니다. 티리아 씨 가문에 대한 비밀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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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희 가문에 대한 비밀이요?”
티리아는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박 시아를 바라보았다. 박시아는 천천 히 고개를 끄덕이며 말을 이었다.
“전에 잉그리움 제국 황실에서 발 견된 문서를 읽은 적이 있습니다-대전쟁 이후 잉그리움 제국이 무너 지기 전에 급하게 작성된 문서였 죠.”
박시아의 말에 살바토르 길드원들 은 긴장된 표정으로 그녀를 바라보 았다.
“그 문서에는 에르만 가문이 잉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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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움 황실에 남아 있는 유일한 혈육 이라고 적혀 있었습니다.”
“……뭐라고요?”
티리아는 너무나 뜬금없는 그녀의 말에 표정을 굳혔다. 박시아는 차분 한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100년 전, 잉그리움 제국에서는 황족 간에 치열한 권력 다툼이 있었 다고 합니다. 그때 한 황자가 그 싸 움에서 패배해 제국에서 추방당했다 고 합니다.”
“설마?
“예. 그 황족이 만든 가문이 바로 에르만 가문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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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의 말에 길드원들의 입에서 짧 은 탄성이 흘러나왔다.
“잉그리움 제국의 초대 황제는 대 천사 세라핌과 인간의 혼혈이었다고 전해지죠. 아마도 티리아 씨가 천사 의 힘을 다룰 수 있는 이유는 그 천사의 피가 이어져 있기 때문이라 고 생각합니다.”
박시아의 말을 들은 티리아는 굳게 입을 다물었다. 그녀는 목에 걸려 있는 펜던트를 움켜 쥐었다. 자신의 가문에 대대로 내려오는 천사의 힘.
그것이 잉그리움 제국에서 파생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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것이라고는 상상조차 하지 못했다.
“……그래서 전전대 엘노트 왕이 공작의 작위를 준 것이군요.”
둘의 대화를 듣고 있던 영식은 날 카롭게 눈을 빛내며 그렇게 말했다. 그의 말에 티리아의 입에서 짧은 탄 성이 흘러나왔다.
“확실히 공적도 없는 인물에게 갑 자기 공작의 작위를 준 것이 의심스 럽다고는 생각하고 있었지만, 설마 그런…… 어지럽게 흩어져 있던 퍼즐이 맞춰 지는 감각에 한성은 떨리는 목소리 로 말끝을 흐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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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뭐야? 그럼 언니가 거대 제국 의 공주님이었다는 거야?”
유나는 아직 잘 이해가 가지 않는 지 고개를 두리번거리며 물었다. 그 녀의 말에 영식은 천천히 고개를 저 었다.
“이미 멸망한 제국이니 딱히 그런 건 아니지. 그보다…… 티리아가 천 사의 힘을 가지고 있는 것과 이 던 전이 무슨 연관이 있는 겁니까? 아 니, 애초에 왜 이 던전은 천사의 힘 이 있어야지만 최하층에 진입할 수 있는 거죠?”
영식은 날카로운 눈빛으로 박시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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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게 물었다. 그도 지금 이 충격적 인 사실에 혼란스러웠기 때문에 존 칭을 사용하지 않고 티리아를 불렀 다는 걸 의식하지 못하고 있었다.
박시아는 덤덤한 목소리로 그의 물 음에 대답했다.
“그건 이 던전이 바로 ‘대전쟁’에 서 살아남은 잉그리움 제국의 생존 자들이 만들었기 때문입니다.”
그녀의 말에 길드원들 사이에서 술 렁임이 퍼져나갔다. 잉그리움 제국 의 생존자. 예상하지도 못했던 존재 들이 그녀의 입에서 흘러나왔기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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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이었다.
“그 정보는……
“전에 발견한 문서에 적혀 있었습 니다. 애초에 이 던전의 위치도 그 문서를 통해서 찾을 수 있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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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시아의 말을 들은 영식은 짧은 침음을 삼켰다.
‘그래서 그렇게 된 거였구나.’
영식은 왜 티리아가 1층에서 문양 을 만졌을 때 최하층 앞까지 바로 이동했는지, 처음에 가디언들이 티 리아를 침입자로 생각하지 않은 건 지 이해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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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은 ‘대전쟁’에서 살아남은 잉 그리움 제국의 생존자들이 다시 제 국의 부흥을 기원하면 만들어낸 던 전이었던 것이다.
‘애초에 이 던전 자체가 티리아를 위해서 만들어진 거군.’
영식은 복잡한 표정으로 가슴에 손 을 올리고 있는 티리아를 바라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제가 말씀드릴 것은 여기까지입니 다. 이제 최하층으로 진입하죠.”
박시아는 티리아에게서 몸을 돌리 며 그렇게 말했다.
멀어지는 그녀의 등을 바라보고 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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던 채린이 고개를 갸웃거리며 물었 다.
“영식 오빠. 그럼 티리아 언니랑 함께 들어가면 최하층은 안전한 거 야?”
“아니. 공격을 받지 않는 건 티리 아뿐이야. 우리들은 똑같이 침입자 로 간주돼.”
영식은 가디언과의 일전을 떠올리 며 그렇게 말했다.
사실 이곳이 박시아의 말대로 티리 아만을 위해 만들어진 던전이라고 한다면 그녀 혼자 최하층에 진입하 는 게 가장 좋은 방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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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리아 쪽에서 먼저 공격을 가하지 않는 이상 그쪽에서 공격을 받을 일 은 없을 테니까.
‘……너무 위험해.’
영식은 지금 머릿속에 떠오른 생각 을 부정하며 고개를 저었다. 최하층 에 무엇이 있는지 알 수 없는 이상 티리아 혼자 그 안으로 보내는 것은 너무 위험한 일이었다.
“가자.”
영식은 먼저 최하층으로 간 레비아 탄 길드의 뒤를 따르며 말했다. 그 의 말에 정신을 차린 티리아가 당황 한 표정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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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죄, 죄송해요 영식 씨. 저도 모르 게 멍해져서……
“아닙니다. 만약 같은 상황이었다 면 저도 그렇게 있었을 겁니다.”
자신의 가문에 대한 숨겨진 비밀이 드러난 것이다. 게다가 그 비밀은 그녀의 입장에서 결코 가볍게 넘길 수 없는, 충격적인 비밀이었다.
충격을 받지 않는 것이 오히려 이 상한 상황이었다.
“솔직히 실감이 가지 않네요.”
티리아는 영식 옆에 나란히 서서 걸으며 입을 열었다. 아직도 혼란스 러움이 가득한 목소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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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크게 신경 쓰지 않아도 괜 찮다고 생각합니다. 가문이 어쨌든, 티리아 씨는 티리아 씨니까요.”
영식은 혼란스러워하고 있는 그녀 에게 덤덤한 목소리로 말했다.
“하지만……
“고작 피가 이어져 있다는 이유로 몰락한 잉그리움 제국에 대해 책임 감을 느낄 이유는 없습니다. 티리아 씨는 그냥 지금처럼 길드를 위해 최 선을 다하시는 게 좋다고 생각합니 다.”
“……그러네요.”
덤덤한 그의 말에 티리아는 잔잔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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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소를 지었다. 고작, 그의 말대로 ‘고작’ 피가 이어져 있는 것뿐이었 다.
그것 이외에 그녀와 잉그리움 제국 간에 아무런 연결고리도 없었다.
“후훗. 영식 씨의 말을 들으니 조 금 진정됐어요.”
티리아는 혼란스러웠던 머릿속이 조금 정리됐는지 가볍게 웃음을 흘 리며 말했다.
던전의 최하층은 을씨년스러운 분 위기가 흘러나올 정도로 아무것도 존재하지 않았다.
레비아탄 길드와 살바토르 길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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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장한 표정으로 주변을 경계하며 한 걸음 한 걸음 앞으로 나아갔지만 몇 시간이 지나도록 가디언이나 몬 스터가 나타날 낌새는 전혀 느껴지 지 않았다.
“……가디언이 아예 없는 건가?”
가늘게 눈을 뜬 채 주변을 살피던 영식이 중얼거렸다. 그의 중얼거림 을 들은 황현이 고개를 끄덕였다.
“계속해서 탐지 스킬을 사용하고는 있네만…… 아무것도 느껴지는 게 없군.”
“마력 감지에도 아무것도 느껴지지 않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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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현의 옆에서 마력감지 스킬을 사 용하며 따라오고 있던 아라가 말했 다.
“흠…… 뭔가 김이 빠지는 기분이 군.”
박철태는 거대한 대검 손잡이를 잡 은 채 나지막이 말했다. 그의 옆에 걷고 있던 정소림이 겁에 질린 동물 처럼 바르르 몸을 떨며 대답했다.
“가, 가디언이 없어서 좋잖아요. 이, 이때까지처럼 가디언들이 나왔 으면 너무 무서웠을 거예요.”
그녀는 최하층까지 강행군을 하며 만났던 가디언들을 떠올리며 두 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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을 질끈 감았다.
“흐음? 무서웠다고 하기엔 항상 소림 언니가 선두로 달려 나갔잖아? 그것도 엄청 즐겁다는 듯이 웃으면 서.”
“아, 아니야. 마음속으로는 무서웠 다고?”
“전혀 그래 보이지 않던데?”
몇 시간째 걸어도 어떤 위험도 감 지되지 않자, 긴장이 조금씩 풀리며 길드원 사이에 시시껄렁한 잡담이 오갔다.
영식은 앞서 걸어가고 있는 레비아 탄 길드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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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 잠겼다.
‘분명 뭐가 있긴 할 텐데……
잉그리움 제국의 생존자들이 마지 막 보루라고 생각해서 만들어낸 던 전이었다.
그러니 아무것도 없을 리가 없었다.
문제는 그것이 무엇인지 짐작조차 가지 않는다는 점이었다.
‘레비아탄 길드마스터는 뭔가 알고 있는 것 같은 눈치던데.
영식은 이 던전에 대해 상당히 해 박한 지식을 가지고 있던 박시아를 떠올리며 날카롭게 눈을 빛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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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는 이 최하층에 도달하기 위해 무려 30만 골드라는, 입이 쩍 벌어 질 만큼의 거금을 살바토르 길드에 지급했다. 그런 거금을 망설이지 않 고 투자했다는 것은 이 안에 무엇이 있는지 어느 정도 알고 있기 때문이 분명했다.
‘대체 뭐지……?’
30만 골드를 아무렇지도 않게 내 밀 정도로 가치를 가진 것. 그것이 무엇인지 예상이 가지 않았다.
-웅성웅성.
“저, 저게 뭐지?”
앞선 레비아탄 길드에서 술렁거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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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홀러나왔다. 영식 일행은 고개를 갸웃거리며 레비아탄 길드가 있는 곳으로 다가갔다.
그곳에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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