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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업 머신-84화 (84/284)

레벨업 머신 084화

잊혀진 자들의 무덤(2)

살바토르 길드와 레비아탄 길드의 연 합은 다른 소환자들의 눈에 띄지 않도 록 은밀하게 북방경계선을 넘었다.

아직 북방경계선의 복구가 완전해 지지 않은 시점에서 다시 한번 레비 아탄 길드가 자리를 비웠다는 것이 알려지면 혼란이 일어날 것이 분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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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기 때문이었다.

선두에 선 박시아는 이미 확보했다 는 루트로 길드원들을 이끌었다.

-저벅저벅.

“여기가 북방경계선의 안……

수풀이 울창하게 솟아 있는 숲길을 걸으며 영식은 작은 목소리로 중얼 거렸다.

사람 몸 크기만 한 나뭇잎들이 높 게 솟아올라 태양빛을 가리고 있어 낮인데도 불구하고 끈적끈적한 어둠 이 내려앉아 있었다.

숨이 막힐 정도로 엉겨 붙는 텁텁 한 습기. 앵앵거리는 벌레들 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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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에 밟혀 부러지는 나뭇가지의 소 리가 마치 천둥처럼 울려 퍼졌다.

‘다들 긴장하고 있어.’

영식은 깊게 가라앉은 눈빛으로 레 비아탄 길드원들을 바라보았다.

이미 확보한 루트로 향하고 있음에 도 불구하고 그들의 긴장이 여기까 지 전해질 정도였다.

그렇게 긴장을 한 것은 비단 레비 아탄 길드만이 아니었다. 살바토르 길드원들의 표정 또한 레비아탄 길 드 못지않게 딱딱하게 굳어 있었다.

오히려 가장 긴장을 하지 않은 것 처럼 보이는 것은 북방경계선 너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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를 전혀 알지 못하는 영식과 아라, 길수였다.

“유진.”

“……무슨 일이냐?”

영식은 자신의 옆에 걸어가고 있는 유진에게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예전에도 북방경계선 너머로 진출 한 적 있어?”

“음…… 자주 있던 일은 아니었지 만, 그래도 몇 번 원정을 나간 적은 있지. 아마 6강 이상의 길드라면 반 년에 한 번씩은 모두 원정을 나간 경험이 있을 거다.”

“호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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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진의 말에 영식은 흥미롭다는 듯 이 고개를 끄덕였다.

“왜 굳이 원정을 나간 거지?”

“이유야 여러 가지 있었지. 레비아 탄 길드처럼 던전을 찾는 것도 있 고, 잉그리움 제국의 유산을 찾으려 고 들어가는 소환자들도 많아.”

“잉그리움 제국의 유산?”

영식은 지금 그가 가지고 있는 검 은색 슈트를 떠올리며 되물었다.

“대전쟁에서 죽은 8영웅의 유품이 라던가…… 꽤나 노릴 건 많지.”

“8영웅은 또 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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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쟁 때 활약했던 원주민들이 야. 문헌상의 기록으로만 보면 지금 레비아탄 길드장도 감히 상대할 수 없는 강자들이었다고 해.”

“허……

그의 말에 영식의 입에서 짧은 탄 성이 흘러나왔다.

소문에 따르면 레비아탄 박시아의 레벨은 105에 도달했다고 한다.

그런 격을 달리하는 강자와 비교해 도 ‘감히 상대할 수 없다’라는 표현 이 나올 정도라면 그들이 얼마나 강 력한지 짐작조차 가지 않았다.

“그 이외에도 100레벨에 도달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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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해서나 다른 보상들을 노리고 가 는 경우도 많아.”

“100레벨에 도달하기 위해서?”

“레벨이 99가 되면 북방경계선 너 머에 서식하는 몬스터가 아니면 경 험치를 쌓는 게 힘들거든. 그래서 레벨 제한이 높아도 레벨을 못 올리 는 경우가 많아. 나도 그런 경우고.”

이어지는 유진의 말에 영식은 살짝 놀랍다는 표정을 지었다.

“너 레벨 제한이 99가 아니었어?”

“레벨 제한만 놓고 보면 그 이상이 야. 올릴 시간이 없었을 뿐이지.”

유진은 그렇게 말하며 자신의 왼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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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슴에 손을 올렸다.

“흐음.”

영식은 유진을 바라보며 짧은 침음 을 삼켰다. 그동안 꽤 길드에 익숙 해졌다고 생각했는데 아직 그가 모 르고 있던 사실들이 꽤나 있는 것 같았다.

영식과 유진은 그 뒤로 말없이 묵 묵히 발걸음을 옮겼다.

레비아탄 길드가 호언장담한 대로 그들이 던전까지 확보한 루트는 무 척이나 안정적이었다.

중간에 몬스터들이 몇 번 습격하기 는 했지만 지금 이곳에 모인 소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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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의 전력을 생각하면 가소로울 정 도였다. 지금 이곳에 모인 전력이라 면 설사 레크라스가 다시 나타난다 고 하더라도 이기는 것은 어렵지 않 으리라.

?촤악! 챙!

-크어어어어어!

육중한 몸을 가지고 있는 사이클롭 스 하나가 바닥에 쓰러졌다.

한 마리의 사이클롭스를 쓰러트린 천태황은 쉬지 않고 다음 목표를 향 해 달려들었다. 그의 뒤를 따라 네 자루의 검이 허공을 날았다.

-우직, 우지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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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허어어어엉!

“만티코어입니다!”

싸이클롭스 무리를 거의 다 처치해 가고 있을 때, 거대한 포효와 함께 한 몬스터가 나타났다.

사자의 외형과 뱀의 꼬리, 독수리 의 날개를 달고 있는 몬스터. 만티 코어는 겁도 없이 자신의 영역으로 들어온 소환자들을 향해 눈을 부라 렸다.

“다들 진형을 유지하고 뒤로 물러 나세요.”

박시아의 차가운 목소리가 울려 퍼 졌다. 뒤에서 움직이지 않고 지휘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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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고 있던 그녀는 만티코의 등장에 발걸음을 옮겼다.

그녀는 만티코어를 향해 걸어가며 오른손을 천천히 들어올렸다. 허공 에 생긴 물방울들이 그녀의 주변을 감쌌다.

“만티코어라! 준비 운동 삼아서는 괜찮은 놈이네!”

강하린은 씨익 미소를 지으며 기다 란 장검을 꺼내들었다.

만티코어는 100레벨짜리 랭커도 일 대 일로는 잡기 힘든 강력한 몬 스터였지만 지금 이곳에 있는 랭커 만 해도 4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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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진과 영식, 천태황이 거의 랭커 급의 전력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하 면 무려 7명이었다.

만티코어 한 마리가 상대할 수 있 는 전력을 한창 넘어선 것이다.

?크르르르..?

그런 사실을 알지 못하는 만티코어 는 자신이 나타났음에도 도망치지 않고 오히려 다가오는 그들을 바라 보며 거친 흉성을 흘렸다.

-크아아아!

거대한 포효와 함께 만티코어가 달 려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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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공에 떠올랐던 물방울들이 총탄 처럼 그에게 쏟아졌다. 한 줄기 빛 살이 된 강하린이 매끈하게 빠진 다 리로 만티코어의 턱을 후려쳤다.

-끼잉?!

만티코어는 강렬한 충격에 다소 귀 여운 비명을 내지르며 뒤로 물러섰 다. 그런 그를 향해 천태황과 영식 이 동시에 달려들었다.

“발검. 참격.”

“혼신의 일격.”

영식의 블레이드와 천태황의 검이 만티코어의 양 옆구리를 갈랐다. 만 티코어의 입에서 거친 괴성이 터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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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왔다.

“균열.”

촤악

마무리는 유진의 마법이었다.

공간의 균열에 목이 잘린 만티코어 는 그대로 바닥에 쓰러졌다.

“하?

압도적이라고 불러도 손색이 없는 그들의 신위를 바라보며 소환자들 입에서 짧은 탄성이 홀러나왔다.

길드원들 사이에서 사기가 끓어올 랐다.

“진형을 유지해 주세요. 던전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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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전투가 끝나고 달아오르려는 분위 기를 박시아의 차가운 목소리가 순 식간에 가라앉혔다.

던전 근처에 도착했다는 그녀의 말 에 레비아탄 길드원들은 모두 긴장 된 표정을 지었다.

“전에 던전 최하층 바로 전까지 공 략을 마치셨다고 했던가요?”

영식은 블레이드에 묻은 만티코어 의 피를 닦아내며 박시아에게 다가 갔다. 박시아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 이며 대답했다.

“예. 그렇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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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 던전의 난이도는 어느 정도 였나요?”

“상당히 높았습니다. 길드원들의 피해도 상당했고, 몇 번이나 포기할 뻔했을 정도로 강력한 몬스터들이 나타나는 던전이었습니다.”

그녀의 말에 영식은 표정을 굳혔 다.

“그런데 어차피 최하층 전까지 공 략이 끝났으면 던전 내에서 몬스터 와 조우할 일은 없는 것 아닌가요?”

그들의 대화를 듣고 있던 티리아가 물었다.

“아뇨. 그때 저희들도 완전히 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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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를 정리하고 간 것은 아니기 때문 에 안심할 수는 없습니다.”

“으음……. 주의해야겠군요.”

“아, 그래도 이번에는 살바토르 길 드에서 협력을 해주시니 훨씬 수월 할 겁니다.”

박시아는 덤덤한 목소리로 그렇게 말했다. 딱히 살바토르 길드를 띄워 주려는 의도로 한 말이 아니었다.

던전의 입구까지 오는 와중에 일어 났던 몇 번의 몬스터 습격에서도 살 바토르 길드는 그들이 지닌 힘을 여 지없이 발휘했다.

‘저들을 우리 길드로 끌어들일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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있다면……

박시아는 탐이 난다는 표정으로 살 바토르 길드원들의 얼굴을 둘러보았 다. 만약 그들을 레비아탄 길드로 끌어들일 수만 있다면 그녀의 길드 는 동부 최강의 세력을 갖는 것도 어렵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불가능하겠지만……

그녀는 마치 가족처럼 끈끈한 친분 을 보이는 그들을 바라보며 아쉽다 는 표정을 지었다. 저 정도로 결속 력이 강한 길드를 흡수한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그럼, 입구를 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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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시아의 말에 강하린과 박상준이 앞으로 나섰다. 그들은 별 특별할 것도 없어 보이는 두 개의 바위에 손을 올렸다.

그그그그그킁!

박상준과 강하린이 바위에 손을 올 리자 거대한 바위가 푸른색으로 빛 나기 시작했다.

‘저건……

영식은 거대한 바위를 올려다보며 눈을 반짝였다. 바위 위에는 마치 신에게 기도를 올리고 있는 듯한 천 사의 모습이 새겨져 있었다.

땅이 반으로 갈라지며 던전의 입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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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 나타났다.

‘대체 이 던전을 어떻게 찾은 거 지?’

영식은 겉모습만 봐서는 전혀 던전 의 입구처럼 생기지 않은 두 개의 바위 사이를 바라보며 고개를 갸웃 거렸다.

박시아의 말이 이어졌다.

“그럼 안으로 들어가겠습니다.”

그녀는 차분한 목소리로 말하며 던 전 안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영식은 레비아탄 길드의 뒤를 따라 던전 안 으로 들어갔다.

“ 와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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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나의 입에서 짧은 탄성이 홀러나 왔다. 영식 또한 놀랍다는 표정으로 던전 안을 두리번거렸다.

‘칙칙하게 생긴 동굴일 줄 알았는 데……

버려진 폐광과 같은 분위기를 예상 했던 것과는 전혀 달리 ‘잊혀진 자 들의 무덤’은 상당히 밝은 분위기를 가지고 있었다.

아니, 밝다기보다는 경건한 분위기 를 가지고 있었다. 마치 거대한 성당 안에 들어오기라도 한 기분이었다.

새하얀 대리석으로 되어 있는 바 닥. 온화한 느낌의 베이지색 벽. 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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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에 달려 있는 샹들리에 형태의 마 도구까지. 던전이라고 하기엔 너무 나 아름다운 장소였다.

“생각이랑은…… 많이 다른 곳이네 요.”

티리아 또한 이런 곳일지 몰랐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두리번거렸다. 그 때, 그녀의 눈에 하나의 문양이 들 어왔다. 벽에 새겨져 은은한 빛을 뿜어내고 있는 문양이었다.

“이건?…"

“무슨 일입니까?”

“아, 영식 씨……. 여기에 새겨진 문양. 옛날 저희 집에 있던 물건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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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겨진 문양하고 똑같아요.”

그녀의 말에 영식은 고개를 갸웃거 렸다. 그녀가 가리킨 문양은 열두 장의 날개를 가진 천사가 새겨진 문 양이었다.

“집에 이런 문양이 있었다고요?”

“예. 분명 창고에서 봤던 기억이 있어요. 그런데 이게 왜…… 그녀는 자신의 가문에서 보았던 문 양이 왜 던전의 벽에 새겨져 있는지 알 수 없었다.

영식 또한 알 수 없다는 표정으로 벽을 바라보았다. 지금 그 이유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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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해서 추측을 하기에는 정보가 너 무 부족했다.

“무슨 일이시죠?”

영식과 티리아가 멈춰선 채 벽을 바라보고 있자 박시아가 그들을 향 해 다가왔다.

티리아는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손 을 저었다.

“아니에요. 잠깐 좀 신경 쓰이는 게 있어서……

“신경 쓰이는 거요?”

박시아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그녀 에게 물었다. 티리아는 문양을 보고 멈춰선 이유에 대해서 그녀에게 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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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했다.

“ 흐음?

그녀의 말을 들은 박시아는 날카롭 게 눈을 빛내며 고개를 끄덕였다. 뭔 가를 알고 있는 것 같은 눈치였다.

“왜 그러시죠?”

티리아는 의아한 표정으로 그녀에 게 물었다. 박시아는 차분한 목소리 로 입을 열었다.

“나중에 최하층에 도착하고 나면 말씀드리겠습니다. 아직 확신을 하 기에는 정보가 부족한 상황이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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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리아는 그녀가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갸웃거렸다. 박시아는 그녀 의 시선을 피하며 고개를 돌렸다.

“일단 출발하도록 하죠.”

그녀는 그렇게 말하며 다시 선두로 걸어갔다.

티리아는 굳게 입을 다문 채 벽에 새겨진 문양을 올려다보았다. 그녀 의 옆에서 영식이 나지막이 말했다.

“저희도 출발하죠.”

“아, 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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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리아는 그렇게 말하면서 무의식 적으로 그 문양을 향해 손을 올렸 다.

그때 였다.

?파아아아앗!

문양에서 흘러나온 강렬한 빛이 티 리아의 몸을 감쌌다.

“무슨?!”

“여, 영식 씨!”

티리아는 다급한 목소리로 손을 뻗 었다. 영식은 그녀의 손을 붙잡았다.

그 순간, 영식과 티리아의 몸이 허 공에 녹아들듯이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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