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벨업 머신 080화
대륙을 뒤흔들 힘(1)
‘이제 슬슬 해석이 완료됐겠지?’
영식은 인벤토리 안에서 검은색 정 육각형을 꺼내며 눈을 반짝였다.
레크라스에게서 얻은 S급 메모리 큐브.
다른 사람들에게는 아무런 쓸데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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없는 아이템에 불과했지만 영식에게 는 레크라스를 죽이고 얻은 S랭크 레어 아이템보다 오히려 중요한 가 치를 가지고 있는 아이템이었다.
“설마 이런 짜증나는 장치가 걸려 있을 줄은……
레비아탄 길드의 별관으로 돌아온 영식은 자신의 방에 들어와 불만스 러운 표정으로 손에 쥔 블랙큐브를 내려다보았다.
“구조 파악.”
?띠링.
[S급 메모리 큐브에 락이 걸려 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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습니다.]
[현재 락을 해제하고 있는 중입니다.]
[진행률: 99.68%(남은 시간: 8분)]
“거의 다 됐네.”
영식은 눈앞에 떠오른 메시지창을 바라보며 눈을 반짝였다. 메모리 큐 브에 걸린 락. 이것이 바로 지난 10 일간 영식이 S급 메모리 큐브를 사 용하지 못한 이유였다.
‘그래도 아예 구조파악을 못하는 것보다는 낫지만 말이야.’
락테온 2식처럼 구조파악의 레벨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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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족해 아예 구조파악에 실패해 버 리는 것보다는 락을 해제하는데 시 간이 걸리지만 구조파악을 사용할 수 있는 편히 당연히 더 좋았다.
“8분이라……
영식은 메시지창에 떠오른 시간을 확인하며 작은 목소리로 중얼거렸 다. 마냥 기다리기에는 좀 긴 시간 이고, 그렇다고 다른 것을 하기엔 너무 짧은 시간이었다.
“상태창.”
영식은 짜투리 시간을 활용해서 자 신의 스탯을 확인해두기로 결심했 다. 그의 눈앞에 반투명한 푸른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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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이 떠올랐다.
[소환자 정보]
이름: 영식
레벨: 73/73
클래스: 기계공학자(히든)
체력: 3238 마력: 2553
〈스탯〉
힘: 135
민첩: 140
강인함: 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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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량: 142
지력: 108
지혜: 103
운: 110
카리스마: 137
〈보유 스킬〉
[구조 파악: Lv 6]
[분해: Lv 2]
[추출: Lv 3]
[제조: Lv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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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화: Lv 1]
[광명: Lv 2]
[수리: Lv 1]
[용족화: Lv MAX]
“확실히 스탯 하나는 정상이 아니 네.”
영식은 자기가 보고도 어처구니없 다는 표정으로 스탯창을 바라보았 다.
일반적으로 소환자는 레벨 +15 정 도의 수치를 주력 스탯으로 삼는다. 즉, 현재 영식의 레벨이라면 민첩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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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기량 등의 스탯이 88-90 사이인 것이 평균적이라는 의미였다.
하지만 지금 상태창에 보이는 그의 스탯은 무려 레벨에 비해서 70이나 높은 어처구니없는 수치를 기록하고 있었다.
단순히 스탯으로만 본다면 99레벨 에서 100레벨로 레벨업하면서 폭발 적으로 스탯이 증가한 랭커와 홉사 하다고 할 수 있는 수치였다.
‘이 상태에서 100레벨만 찍게 된다 면 103, 104레벨 랭커와 비슷할 정 도의 신체 능력을 가질 수 있겠네.’
영식은 자신의 상태창을 바라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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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이대로 꾸준히 레벨 제한만 높일 수 있다면 머지않은 미래에 슈트를 사용하지 않은 상황에서도 티리아나 강하린과 동급으로 싸울 수 있는 힘 을 얻는 것도 어렵지 않은 일이었 다.
‘스킬 레벨이 조금 아쉽네.’
영식은 자신의 스탯창에 보이는 스 킬들의 레벨을 확인하며 아쉬운 표 정을 지었다.
구조파악 스킬의 레벨이야 그에게 있어서 힘의 핵심이라고 해도 과언 이 아닌 스킬이 때문에 레벨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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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하지만 다른 스킬은 그렇지 않았 다.
특히 강화나 제조 같은 스킬은 언 제 날을 잡아서 올려두겠다고 결심 했는데 완전히 방치해 버리고 말았 다. 그동안 레벨을 올리는 것에 너 무 집중하다가 스킬들에 대해서 상 대적으로 소홀해진 것이다.
‘막상 전투에서 사용하는 스킬이 없다 보니까……
그가 가진 스킬들의 대부분은 전투 에서는 사용할 수 없었다. 그렇기 때문에 따로 시간을 내어 스킬의 레 벨을 올려야 하는데, 그동안 정신없 이 사건이 연달아 일어나다 보니 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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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을 쓸 겨를이 없었다.
‘이번에 광물들을 구하면 스킬 레 벨에 신경 좀 써야겠네.’
영식은 그렇게 생각하며 상태창의 수치들을 꼼꼼히 확인했다.
?띠링.
[S급 메모리 큐브의 락을 해제하는 것에 성공하였습니다.]
[S급 메모리 큐브의 구조파악이 가 능합니다.]
상태창을 바라보며 생각에 잠겨 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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던 영식의 귓가에 맑은 방울 소리가 울려 퍼졌다. 영식의 눈이 반짝였다.
“드디어……
영식은 블랙큐브를 손에 쥐며 꿀꺽 침을 삼켰다. 이제까지 S급의 블랙 큐브를 해석한 적은 한 번도 없었 다.
“구조파악의 레벨이 올랐으면 좋겠 는데……
한 번에 구조파악의 레벨까지 오르 기를 바라는 것은 조금 욕심일 수도 있었지만 그래도 내심 기대되는 것 은 사실이었다.
영식에게 있어서 구조파악의 레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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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오른다는 것은 단순히 레벨 제한 이 높아지고, 새로운 무기가 생긴다 는 것 이상의 의미가 있었으니까.
“좋아. 그럼 이제 준비를 좀 해볼 까.”
영식은 그렇게 중얼거리며 인벤토 리에서 파란색 물약이 가득 든 자루 를 하나 꺼냈다. 손이 닿기 쉬운 곳 에 자루를 펼쳐둔 영식은 블랙큐브 를 향해 시선을 옮겼다.
“구조파악.”
영식은 손에 움켜쥔 S급 메모리 큐브를 향해 스킬을 사용했다.
-우우우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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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크으……
A급 메모리 큐브를 해석했을 때와 마찬가지로 엄청난 속도로 마력이 빠져나가기 시작했다.
이전의 경험으로 마력이 빠져나갈 것을 예상하고 있던 영식은 재빨리 자루에 들어 있는 마력 포션을 들이 켰다.
청량한 감각과 함께 전신에 마력이 퍼져나갔다. 거금을 들여서 산 최상 급 마력회복 포션이었다.
급박한 전투상황이라면 이렇게 포 션을 마실 여유도 없었지만 지금은 그런 상황도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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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우우웅!
“대체 언제까지 빨아들일 셈이야, 이거……?”
영식은 끝도 없이 자신의 마력을 빨아들이고 있는 S급 메모리 큐브를 바라보며 거칠게 표정을 일그러뜨렸 다. 포션을 미리 준비해두지 않았다 면 중간에 마력 탈진으로 쓰러질 만 큼 많은 양이었다.
“크으으……
영식이 미리 준비해둔 마력회복 포 션을 네 병이나 연달아 들이켰을 때, 그의 입에서 고통스러운 침음이 흘러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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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상급의 포션이라고 할지라 도 짧은 시간에 연달아 포션을 마시 면 그 효과가 급격히 감소했다. 영 식은 당장에라도 바닥을 보일 것 같 은 마력을 느끼며 가뭄에 메마른 땅 처럼 끝없이 자신의 마력을 빨아먹 는 블랙큐브를 내려다보았다.
“제길!”
영식의 입에서 거친 욕설이 흘러나 왔다. 전신의 마력이 남김없이 빨려 나가고 있었다. 마력 탈진 상태에 빠진 영식의 의식이 흐릿해졌다.
흐릿해진 의식 너머에서 맑은 방울 소리가 귓가에 흘러들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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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띠링.
[S급 메모리 큐브의 구조파악이 완 료되었습니다.]
푸른색 메시지창과 함께 영식의 머 릿속에 한 가지 영상이 떠올랐다.
?크으으으
잔뜩 얼굴을 일그러뜨린 드래고니 안 하나가 고통스러운 침음을 홀리 고 있었다. 그의 가슴은 무언가에 잡아 뜯긴 듯이 거칠게 찢어져 있었 다. 흉측한 상처를 타고 검붉은 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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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 끊임없이 쏟아지고 있었다.
상처를 입은 드래고니안은 영식의 기억 속에도 남아 있는 레크라스였 다.
-너는, 누구냐.
레크라스는 이글거리는 눈빛으로 한 곳을 노려보았다. 그곳에는 흐릿 한 형체를 가진 ‘무언가’가 서 있었 다.
-네가 카르가스의 총애를 받고 있 다는 드래고니안이구나.
흐릿한 형체의 무언가는 그의 질문 을 무시하며 히죽 미소를 지었다.
카르가스라는 말을 들은 레크라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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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 눈이 흉포하게 빛났다.
-감히 그분의 이름을 함부로 입에 담다니! 죽고 싶은 거냐!
그는 거친 포효를 내지르며 흐릿한 형체를 지닌 존재에게 달려들었다. 흐릿한 형체를 지닌 존재는 자신에 게 달려드는 레크라스를 향해 손을 뻗었다.
그의 오른 손바닥에 붉은색 에너지 의 덩어리가 모여들었다.
-콰아아아아앙!
무시무시한 폭발이 레크라스의 전 신을 휩쓸었다. 레크라스의 커헉, 하 고 신음을 홀리며 자리에서 쓰러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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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흐릿한 형체를 가진 존재가 레크라 스를 향해 걸어왔다. 그는 바닥에 쓰러진 레크라스의 머리를 짓밟으며 나지막이 말했다.
-너 같은 잔챙이한테는 아무 관심 없어. 카르가스는 어디 있지? 너라 면 알고 있을 거 아냐?
-크으……. 내, 내가 그것을 말할 것 같…… 카아아악!
흐릿한 형체의 존재는 손을 뻗어 레크라스의 머리를 움켜쥐었다. 흐 릿한 형체의 입으로 추정되는 곳이 일그러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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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그러면 강제로라도 말하게 해야지.
그는 그렇게 중얼거리며 품속에서 한 가지 물건을 꺼냈다. 검은색 정 육각형의 형태를 가지고 있는 물체, 블랙큐브였다.
-감사하라고. 이건 그래도 좀 귀중 한 거니까.
그는 그렇게 말하며 레크라스의 머 리에 블랙큐브를 쑤셔 넣었다.
-크아아아아아!
레크라스의 입에서 고통에 찬 괴성 이 홀러나왔다. 흐릿한 형체의 존재 는 낄낄 웃음을 터트리며 말을 이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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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어디 보자. 그래도 그냥 정보만 빼내긴 아까운데……. 그래. 그렇게 하자.
그는 장난스러운 목소리로 중얼거 리며 레크라스를 향해 얼굴을 가까 이 가져다 대었다.
-인간을 죽여라.
최면과도 같은 그의 목소리가 레크 라스의 귓가로 홀러들어왔다.
-으, 아아아…….
그의 목소리를 들은 레크라스는 몽 롱해진 표정으로 침을 질질 홀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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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 는…….
레크라스는 흐릿해져가는 의식 속 에서 그 정체불명의 존재를 노려보 았다.
흐릿한 형체로만 보였던 존재가 조 금씩 선명해지기 시작했다. 흐릿한 형체가 언뜻 모습을 드러내며 붉은 색 무언가가 그의 눈에 들어왔다.
그리고.
“허업!”
그 순간, 영식의 입에서 거친 숨이 터져 나왔다. 영식은 바닥에 주저앉 은 채 가슴을 쓰다듬었다. 레크라스 가 느꼈던 끔찍한 고통이 그의 잔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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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럼 남겨졌다.
“……보이지 않았어.”
영식은 거칠게 입술을 깨물며 영상 의 마지막 부분을 떠올렸다. 흐릿한 형체가 선명해지며 붉은색 무언가가 보이기는 했지만 그게 무엇인지까지 는 알 수 없었다.
“제길!”
영식은 묘하게 초조한 감각을 느끼 며 거친 욕설을 내뱉었다. 가슴이 두근거리고, 머리가 뜨거워졌다. 잊 으면 안 되는 무언가를 잊어버린 것 만 같은 기분이었다.
-너 같은 잔챙이에게는 아무 관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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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 없어.
레크라스의 기억 속에서 흐릿한 존 재가 내뱉었던 그 말이 영식의 머릿 속을 스쳐 지나갔다.
“레크라스가…… 잔챙이라고?”
영식은 이마를 움켜쥐며 이해할 수 없다는 듯이 낮은 목소리로 중얼거 렸다.
‘그’ 레크라스가 잔챙이라니?
대체 이 정체불명의 존재는 얼마나 막대한 힘을 가지고 있는지 상상조 차 가지 않았다.
“ 하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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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식의 입에서 깊은 한숨이 홀러나 왔다. 블랙큐브를 해석할 때마다 보 이는 흐릿한 형체의 존재에 대해서 생각하자 막막한 기분이 들었다.
‘나중에 생각하자.’
지금 그 존재에 대해서 고민한다고 해서 해결 방안이 나오는 것도 아니 었다.
‘아니, 해결 방법은 이미 나와 있지.’
영식은 날카롭게 눈을 빛내며 그렇 게 생각했다. 힘을 기르고, 세력을 키우는 것.
그 자신도 레크라스를 ‘잔챙이’라 고 부를 수 있을 정도로 강력해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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것만이 몬스터들의 ‘창조주’를 죽일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었다.
‘그것을 위해서라도……
영식의 시선이 푸른색 메시지창으 로 향했다.
그곳에는 레크라스의 기억이 흘러 들어오면서 미처 보지 못했던 S급 메모리 큐브의 구조파악을 성공하며 얻은 보상들이 적혀 있었다.
“어디 보자….”
영식은 살짝 기대하는 표정으로 푸 른색 메시지창을 눈에 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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