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벨업 머신 077화
그 제안, 받아들이겠습니다(5)
-촤앙!
영식이 블레이드를 꺼내든 것을 본 천태황은 허리춤의 검을 뽑아들었 다. 푸른빛이 감도는 장검이 그의 허리춤에서 뽑혀 나왔다.
청월검. A랭크 레어 아이템으로써 처음 천태황이 레비아탄 길드에 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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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왔을 때 받은 무기였다.
아름다운 푸른빛을 뿌리는 그 검은 강철도 가볍게 썰어버리는 예기와 ‘월광’이라는 특수 스킬 덕분에 A랭 크 레어 아이템 중에서도 꽤 높은 인지도를 가지고 있는 검이었다.
청월검을 뽑아드는 것과 동시에 그 의 허리춤에 있는 네 자루의 검이 허공으로 떠올랐다.
하나같이 A랭크, 혹은 그에 근접 한 등급을 가진 강력한 검들이었다.
영식은 몸을 낮게 숙인 채 부스트 를 사용했다.
그의 몸이 총알처럼 천태황을 향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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쏘아졌다.
_캉!
블레이드와 청월검이 부딪쳤다.
맑은 쇳소리와 함께 영식의 손을 타고 묵직한 반탄력이 느껴졌다.
-슈육
허공에 떠 있는 네 자루의 검이 영식을 노리고 쏘아졌다.
영식은 몸을 비틀며 블레이드를 휘 둘러 자신을 향해 쏘아지는 네 자루 의 검을 튕겨냈다.
-캉캉캉캉!
시끄러운 쇳소리가 연달아 울려 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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졌다. 영식은 100레벨 랭커와 비교 해도 손색이 없을 정도의 민첩 스탯 을 활용하여 1초도 되지 않는 짧은 시간에 검들을 모조리 튕겨냈다.
“음……?”
영식의 움직임을 본 천태황의 표정 이 딱딱하게 굳었다.
‘저게 73레벨이라고?’
천태황은 95레벨인 자신과 비교해 도 오히려 더 빠른 속도를 가지고 있는 영식을 바라보며 믿을 수 없다 는 표정을 지었다. 저건 도저히 73 레벨이라고는 볼 수 없는 속도였다.
“하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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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쿵!
영식은 짧은 기합을 터트리며 발을 굴렀다. 연무장의 흙이 움푹 파이며 영식의 몸이 앞으로 쏘아졌다.
영식은 앞으로 쏘아지는 와중에 왼 발에 부스트를 집중시켰다.
강렬한 제트 분사와 함께 영식의 몸이 뱅그르르 회전했다.
“크읏!”
관성을 무시하는 듯한 영식의 움직 임에 천태황의 입에서 짧은 침음이 홀러나왔다. 그는 빠른 속도로 회전 하고 있는 영식의 몸을 바라보며 청 월검을 들어 몸을 지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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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촤악!
청월검을 들고 있는 그의 팔뚝에 영식의 블레이드가 스쳐지나갔다. 천태황의 왼팔을 타고 검붉은 피가 흘러내렸다.
천태황은 상처를 입은 것에 당황하 지 않고 허공에 떠올라있는 영식의 몸을 향해 네 자루의 검을 조종했다.
네 자루의 검이 공중에 떠올라 있 는 영식의 몸을 노렸다.
그 모습을 본 천태황의 눈이 반짝 였다.
‘끝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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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아직 공중에 떠올라 있는 영 식이 자신의 공격을 피하지 못할 것 이라고 확신했다.
하지만.
-슈우우우웅!
공중에 떠올라 있는 영식의 발에서 밝은 빛이 뿜어져 나왔다. 공중에 떠올라 있던 그의 몸이 순식간에 뒤 로 이동했다.
“무슨?!”
천태황의 표정에 경악이 서렸다. 공중에 있는 상태에서 자유롭게 이 동이 가능하다니! 전사 클래스에게 있어서는 반칙이라고 불러도 과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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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닌 능력이었다.
“……당신, 정말로 70레벨이 맞습 니까?”
전투를 시작하기 전에는 약간 따분 하다는 듯한 표정을 짓고 있던 천태 황이 경계 어린 눈빛으로 그를 바라 보았다. 영식은 피식 웃음을 흘리며 고개를 끄덕였다.
“맞습니다. 정 의심 가시면 레벨 디텍트 스크롤로 확인하셔도 상관없 습니다.”
“어떻게 73레벨이 이런 힘을……
천태황은 태연하기까지 한 영식의 대답에 허탈한 표정을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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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이 모든 것을 말해주지는 않지 만, 강함을 판단할 때 가장 확실한 지표가 되는 이유는 바로 레벨에 따 라 스탯이 증가하기 때문이었다.
즉, 70레벨인 소환자와 90레벨인 소환자가 싸운다고 했을 때 90레벨 소환자 쪽이 힘, 민첩, 체력 등 대 부분의 스탯에서 70레벨 소환자를 압도하기 때문에 90레벨 소환자가 전투를 유리하게 풀어나갈 수 있다 는 의미였다.
물론 이 공식이 반드시 들어맞는 것은 아니었다. 70레벨 소환자가 뛰 어난 기술을 가지고 있거나, 등급이 높은 아이템 혹은 스킬을 가지고 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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을 시 얼마든지 저레벨 소환자에게 도 승산은 있었다.
‘하지만……
천태황은 도저히 이해하기 힘들다 는 표정으로 영식을 바라보았다. 지 금 자신은 저 영식이라는 소환자에 게 기술로도, 스킬로도 밀리는 것이 아니었다. 순수한 ‘신체 능력’에서부 터 그에게 밀리고 있었다.
마법사 클래스와 전사 클래스와의 싸움도 아니고 똑같은 전사 클래스 사이에서 레벨 차이가 20이나 나는 데, 오히려 신체능력이 딸린다는 것 은 말도 되지 않은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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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이 모든 것을 말해주지는 않 으니까요.”
영식은 그런 천태황의 의문을 어깨 를 으쓱이며 태연하게 받아넘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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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식의 말을 들은 천태황은 굳게 입을 다문 채 검을 들어올렸다. 영 식의 말대로, 레벨이 모든 것을 말 해주지 않았다. 강함을 측정하기에 가장 알맞은 수치일 뿐이었다.
‘같은 61회차 소환자 중에 이런 사 람이 있을 줄이야…… 천태황의 표정에 긴장감이 서렸다. 그는 자신이 이제까지 자만하고 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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었다는 사실을 자각했다. 같은 61회 차 중에 설마 자신과 견줄만한 존재 가 있을 리가 없다고, 생각하고 있 었던 것이다.
‘아니었어.’
천태황은 영식을 바라보며 눈을 반 짝였다.
두근.
강자를 만났다는 기쁨에 그의 전신 에 환희가 차올랐다. 입이 바짝 마 르며 온 신경이 영식의 움직임에 집 중됐다.
“흐음.”
영식은 자신을 향해 투지를 불태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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는 천태황을 바라보며 침음을 삼켰 다. 리자드맨 서식지에서 그와 처음 마주쳤을 때를 떠올렸다.
그때 자신은 천태황에게 있어 ‘아 무것도 아닌’ 존재였다.
긴장할 필요도, 투지를 불태울 필 요도 없는 상대. 스쳐 지나가는 무 수한 사람들 중 하나에 불과했다.
그때 느꼈던 묘한, 영식 스스로도 알 수 없는 패배감이 떠올랐다.
손을 뻗어도 결코 닿을 수 없을 것처럼 느껴졌던 천태황이, 이제는 그의 바로 앞에, 아니, 그의 뒤에 서서 자신에게 닿기 위해 필사적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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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 손을 뻗고 있었다.
“하하.”
영식의 입에서 가벼운 웃음소리가 흘러나왔다.
사실 그와 천태황 사이에는 아무런 은원이 없었다. 그저 일방적으로 패 배감을 느끼며, 천태황을 의식하고 있었을 뿐이었다.
‘유치하게 말이야.’
영식은 그런 자기 자신의 감정에 대해 유치하다고 생각했다.
그가 자신보다 강한 존재가 있는 것을 용납할 수 없는 전투 민족도 아니고, 압도적으로 강하다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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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만으로 열등감에 휩싸일 이유는 아무것도 없었다.
말 그대로 유치한, 질투심에 휩싸 인 어린아이와 같은 행동이었다.
하지만.
그 모든 것을 알고 있음에도.
‘나쁘지 않은 기분이네.’
영식의 입가에 짙은 미소가 지어졌 다. 전신에 짜릿한 전율이 흘렀다.
닿을 수 없다고 생각했던 것을 어 느새 앞지른 기분은 결코 나쁘지 않 은 기분이었다.
아니, 상당히 좋은 기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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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그럼.”
영식의 몸이 낮게 숙여졌다.
-슈우우우우!
요란한 소리와 함께 그의 등에서 밝은 빛이 격렬하게 뿜어져 나왔다.
“다시 시작해볼까.”
_쿵!
한줄기 빛이 된 영식의 몸이 천태 황을 노리고 쏘아졌다. 경계 어린 눈빛으로 영식을 바라보고 있던 천 태황의 눈이 번뜩였다.
“월광!”
천태황의 외침과 함께 청월검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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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빛이 뿜어져 나왔다. 천태황은 몸을 숙인 채 발도 자세를 취하고선 영식을 향해 청월검을 휘둘렀다.
촤앙!
청명한 소리와 함께 푸른색 검기가 영식을 반으로 쪼갤 듯이 날아왔다. 영식은 오른팔을 앞으로 뻗으며 소 리 쳤다.
“광명 (光明)!”
짧은 외침과 함께 그의 앞에 찬란 한 빛의 방패 두 개가 생성됐다.
그동안 오우거를 상대하면서 스킬 레벨이 하나 오른 바람에 방패의 숫 자가 늘어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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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앙!
천태황의 공격이 빛의 방패에 맞고 튕겨져 나갔다. 천태황은 자신의 공 격이 막힐 것을 예상이라도 했다는 듯이 바로 네 개의 검을 연달아 영 식에게 쏘아냈다.
“혹한의 일격!”
짧은 외침과 함께 네 자루의 검 중 하나가 푸른빛으로 빛났다. 하얀 입김이 흘러나올 정도의 냉기가 주 변에 휘몰아쳤다.
파앙!
아직 남아 있는 한 개의 방패에 천태황의 공격이 막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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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식의 몸이 천태황의 바로 앞에 도달했다. 영식은 가속력을 실어 블 레이드를 천태황의 어깨 쪽으로 내 리그었다.
캉!
천태황의 검이 영식의 블레이드를 가로막았다. 영식은 빠른 몸놀림으 로 몸을 살짝 숙이며 계속해서 블레 이드를 휘둘렀다.
-캉! 카가가가가가강!
육안으로는 구별조차 되지 않는 엄 청난 공방이 영식과 천태황 사이에 이어졌다. 검과 검이 부딪혔을 때 튀어 오르는 불똥이 허공을 가득 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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웠다.
‘?이건.’
천태황에게 쉬지 않고 블레이드를 휘두르던 영식의 표정에 놀라움이 서렸다. 천태황의 검이 점점 더 자 신의 블레이드의 움직임을 잠식하며 자신을 압박하고 있는 것이 느껴졌 다.
분명 자신이 힘에서도, 스피드에서 도 천태황을 능가하고 있었다.
기술적인 면에서도 그에게 크게 밀 리지 않았다. 아니, 어떤 부분에서는 오히려 그를 능가하고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식은 점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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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천태황에게 밀리고 있었다.
천태황은 마치 스펀지가 물을 빨아 들이는 것처럼, 메마른 땅에 물을 쏟은 것처럼 전투를 하는 도중에 영 식의 공격 패턴을 파악하고, 그것에 맞춰서 자신의 검술을 변형시키고 있었다.
‘괜히 괴물이라고 불리는 게 아니 군.’
영식은 블레이드를 휘두르면서도 질린다는 표정을 지었다. 블레이드 를 다루는 영식의 실력은 결코 낮지 않았다.
그동안 블레이드를 주력 무기로 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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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 이유도 있지만, 그보다 결정적인 이유는 과거에 블레이드를 다뤄 보 기라도 한 듯 그의 몸이 블레이드를 다루는 것에 익숙해져 있었기 때문 이었다.
천태황의 검은 점점 더 그가 블레 이드를 휘두르기 어렵도록 영식을 압박했다. 영식의 눈빛이 깊게 가라 앉았다.
‘다른 무기를 사용하지 않고 넘어 갈 수는 없는 모양이네.’
이렇게 많은 소환자들 앞에서 블레 이드 이외에 다른 무기들을 사용하 고 싶지는 않았지만, 이렇게 된 이 상 다른 방법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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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로 가만히 내버려둔다면 천태 황은 점점 더 그에게 ‘익숙해져’ 갈 것이다.
‘어차피 계속 정체를 숨길 수는 없 어.’
영식은 날카롭게 눈을 빛내며 천태 황의 움직임을 살폈다. 앞으로 그가 싸워야 할 적들은 셀 수도 없이 많 았다. 그런 그들을 달랑 블레이드 하나로 상대할 수는 없었다.
“샷건.”
-철컥.
영식의 오른팔이 아래로 내려가며 두 개의 총구가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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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슨?!”
천태황은 사람의 오른팔이 마치 장 난감처럼 꺾이며 그 안에서 총구가 나타나는 모습에 경악성을 터트렸 다. 영식은 그 빈틈을 놓치지 않고 총구를 천태황에게 향했다.
-타앙!
두 개의 총구에서 총성이 울려 퍼 지며 수십 발의 탄환이 천태황을 노 렸다.
“흐읍!”
-팅팅팅팅팅!
천태황은 그가 조종하고 있는 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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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루의 칼날을 전면에 겹쳐 총탄을 막아냈다.
영식은 샷건을 다시 집어넣으며 오 른팔을 앞으로 뻗었다. 푸른색 에너 지 탄이 그의 손바닥에 모였다.
파앙!
“커헉!”
강력한 힘을 머금은 푸른색 에너지 탄이 천태황의 앞을 막고 있는 네 자루의 검과 격돌했다. 천태황의 몸 이 형편없이 나가떨어지며 그의 몸 이 바닥을 굴렀다.
“자, 잠깐만! 스, 스톱!”
강하린이 다급한 표정으로 천태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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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 영식 사이에 끼어들었다. 그녀는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영식을 바 라보았다.
“너, 너 방금…… 초, 총을 쓴 거 야?!”
영식은 딱딱하게 굳은 표정으로 그 녀를 노려보았다.
“일 대 일 승부에 끼어 든 것은 명 백한 위반사항 아닙니까?”
“아, 아니 그게 문제가 아니라……
강하린은 황당한 표정으로 영식을 바라보았다.
“부전패로 허무하게 끝내고 싶지 않으면 거기서 비키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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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식의 차가운 목소리가 이어졌다.
“아직 승부는 끝나지 않은 것 같으 니.”
영식은 바닥에서 몸을 일으키고 있 는 천태황을 바라보며 나지막이 중 얼 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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