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벨업 머신 075화
그 제안, 받아들이겠습니다(3)
“하?
당당하기까지 한 영식의 말에 강하 린의 입에서 실소가 터져 나왔다. 그녀의 표정이 거칠게 일그러졌다.
“좋아, 자신 있다 이거지.”
그녀는 날카로운 눈빛으로 영식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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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려보며 중얼거렸다.
박시아는 설마 영식이 이렇게 나올 줄 예상하지 못했다는 듯이 표정을 굳히며 말했다.
“나름 실력에 자부심이 있다는 것 은 알겠습니다. 하지만…… 혹시 천 태황에 대한 소문은 듣지 못하신 건 가요?”
“61회차 소환자 중에 그를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겁니다. 시작부터 화려 했으니까요.”
영식은 처음 튜토리얼을 끝마쳤을 때를 떠올렸다.
천태황은 ‘적응’ 시스템으로 인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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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 제한과 클래스를 부여받기 전 부터 혼자서 오크 족장을 잡아버릴 정도로 터무니없는 재능을 가지고 있었다.
“그 이후의 행보에 대해서는?”
“음…… 그동안 길드의 일이 바빠 서요. 그 이후에 천태황 씨의 소문 에 대해서는 듣지 못했네요.”
“푸훕. 그래서 그렇게 자신에 차있 던 거구만?”
영식의 대답을 들은 강하린은 비웃 음을 흘리며 영식을 바라보았다.
‘나름 레벨은 높은 것 같지만……
저렇게 자신감에 차있는 것을 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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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든 클래스를 가지고 어디서 레벨 을 꽤나 높게 올린 것 같았다.
‘하지만.’
강하린의 입가에 지어진 미소가 한 층 더 짙어졌다. 아무리 레벨이 높 다고 해도 고작 반년 만에 90레벨 을 넘긴 천태황에 비할 수는 없을 것이다. 아니, 만약 그와 동레벨이라 고 하더라도 절대로 천태황에게 이 길 수는 없을 것이다.
‘나도 동레벨이면 이기지 못했을 테니까.’
그녀는 천태황이 가진 무시무시한 재능을 머릿속에 떠올리며 입술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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핥았다. 그녀는 박시아에게 다가가 작은 목소리로 속삭였다.
“언니, 저쪽에서 저렇게 나오는데 괜한 소리 하지 말고 태황이랑 승부 시키자.”
“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그건……
박시아는 곤란하다는 표정으로 눈 살을 찌푸렸다. 천태황에게 같은 61 회차 소환자와 내기를 건 승부를 시 키는 것은 사실상 사기나 다름없는 행위였다.
강하린은 망설이고 있는 박시아에 게 은근한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그러면, 왕국과 분쟁이 생길 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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있는 위험한 강을 건너고 싶은 거 야?”
정곡을 찌르는 그녀의 말에 박시아 는 침음을 삼켰다.
아무리 엘노트 왕국군에 비해서 전 혀 꿀리지 않는 전력을 가진 레비아 탄 길드라고 하더라도 왕을 죽인 반 역자를 보호하는 것은 위험부담이 너무 컸다.
‘30만 골드의 지출로만 끝날 수 있 다면……
30만 골드라는 막대한 거금은 레 비아탄 길드의 입장에서도 결코 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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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 금액은 아니었지만 그 던전의 가 치를 따졌을 때 내지 못할 금액도 아니었다.
그 던전에는 그녀가, 아니 어쩌면 모든 소환자들이 갈망하는 것이 숨 겨져 있었다.
“알았어.”
박시아는 복잡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강하린과 떨어진 그녀는 영식에게 시선을 돌리며 입을 열었 다.
“그렇다면 태황이와 영식 씨의 일 대 일 승부로 결정을 짓는 것에 동 의를 하신다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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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 그렇습니다.”
영식은 태연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 덕였다.
강하린은 그런 그의 반응에 환호성 을 질렀고, 천태황은 깊은 한숨을 내쉬며 고개를 저었다. 그도 그 자 신이 가진 힘이 얼마나 이질적이고, 비상식적으로 강력한가에 대해서는 잘 알고 있었다.
아마 같은 회차에서 이 세계에 소 환된 소환자라면 절대 자신의 상대 가 되지 못하리라.
‘음? 그러고 보니……
천태황은 왠지 익숙하게 느껴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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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식의 얼굴을 바라보며 고개를 갸 웃거렸다. 어디선가 본 것 같은 얼 굴이었다.
‘아, 그때 리자드맨 서식지에서 본 게 살바토르 길드였었군.’
천태황은 그제야 어디서 영식을 봤 는지 떠올렸다. 그때 그는 리자드맨 들을 쓸어버린 자신을 어딘가 멍한 눈빛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그렇다면 61회차 소환자라는 건 거짓말이 아니겠군.’
혹시 저 영식이란 사람이 자신의 회차를 속이고 있을 가능성도 있다 고 생각했지만, 반년 전에 리자드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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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식지에 있었다면 정말로 61회차 소환자가 맞았다.
“하아.”
천태황은 한숨을 내쉬었다. 그는 자신이 감히 범접할 수 없는 힘을 가지고 있었던 레크라스에 대해서 떠올렸다.
그런 엄청난 강자와 싸운 직후 이 런 일종의 ‘사기’와도 같은 승부를 벌여야 한다는 것이 탐탁지 않았다. 그에게 있어서 약자와 싸우는 것만 큼 지루하고 무의미한 일은 없었다.
‘그래도 길드를 위해서라면 어쩔 수 없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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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비아탄 길드가 자신에게 얼마나 많은 지원을 아끼지 않았는지는 그 자신이 더 잘 알고 있었다. 그 보답 을 할 수 있다면 이 정도 일은 감 수해야 했다.
영식에게 다가간 박시아는 특유의 차가운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그럼 태황이가 이겼을 시에는 30 만 골드에 던전 탐사를 도와주기로, 영식 씨가 이겼을 때는 1년간 살바 토르 길드를 보호해드리면 되는 거 죠?”
“예. 좋습니다.”
영식은 흔쾌히 고개를 끄덕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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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시아는 그런 그를 보며 한숨을 내쉬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사기를 치고 있다는 묘한 죄책감을 지우기 가 힘들었다.
“그럼 지금 당장은 어려우니…… 이번 토벌에 참여한 길드들에게 보 상 분배가 끝나면 저희를 찾아와주 세요.”
“알겠습니다. 아, 물론 이번 토벌에 이클로전 길드가 활약한 만큼의 보 상은 따로 나오는 거겠죠?”
“물론입니다. 티리아 씨가 없었으 면 하린이가 위험할 뻔했으니까요. 이클로전 길드라면…… 분명 우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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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문의 보호를 맡으셨죠? 그 부분에 대해서는 확실히 보상이 주어질 겁 니다.”
“감사합니다. 그럼, 나중에 따로 찾 아뵙도록 하죠.”
영식은 그렇게 말하며 몸을 돌렸 다. 그의 뒤를 따라 살바토르 길드 원들이 발걸음을 옮겼다.
“?얏호!”
살바토르 길드의 모습이 완전히 시 야에서 사라지자마자 강하린은 두 팔을 번쩍 들어 올리며 환호성을 내 질렀다. 그녀는 천태황의 어깨를 끌 어당기며 씨익 미소를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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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후. 태황아. 저 건방진 놈한테 아주 본때를 보여줘야 해? 알았지?”
“..하아. 그러다가 괜히 사이만
틀어지면 어떻게 하려고요? ‘잊혀진 자들의 무덤’을 공략하기 위해서는 천사의 힘이 필요하단 건 하린 씨가 더 잘 알고 계시잖아요.”
“으음……. 그, 그건 알고 있지만 저 자식 뭔가 너무 건방지잖아!”
잊혀진 자들의 무덤이라는 말에 강 하린의 입에서 무거운 침음이 홀러 나왔다.
“아아! 대체 그 빌어먹을 문은 뭐 로 만들어져 있기에 아무리 베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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흠집도 안 나는 거야?!”
“……그건 저도 모르겠네요.”
던전의 최하층을 막고 있는 문에 대해서 떠올린 천태황은 딱딱하게 표정을 굳혔다.
현재 레비아탄 길드의 최고 전력이 라고 할 수 있는 백검 강하린과 워 록 박상준, 레비아탄 박시아가 동시 에 공격을 퍼부어도 흠집조차 나지 않았던 거대한 문.
그 문에는 ‘천사의 피를 이어받은 자만이 이곳을 지나갈 수 있으리라’ 라는 짧은 문구밖에 새겨져 있지 않 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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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데 시아 언니. 대체 그 던전에 뭐가 있기에 그렇게 최하층까지 가 려고 하는 거야?”
강하린은 박시아를 돌아보며 물었 다. 박시아의 눈이 깊게 가라앉았다.
“……그럴만한 가치가 있는 곳이 야.”
“흐응. 그런데 왜 굳이 문을 여는 데 천사의 힘이 필요한 걸까? 천사 랑 연관이 있다고 생각하기엔 굉장 히 음침한 곳이었는데.”
“ 그건?
박시아는 가늘게 눈을 뜨며 말을 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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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 에르만 가문이 가진 비밀과 연관이 있겠지.”
“에르만 가문이 가진 비밀? 그게 뭔데?”
“나도 잉그리움 제국의 유적에서 발견한 책에 적혀 있는 걸 잠깐 본 거라 확실히는 몰라. 하지만 그 책 에 쓰여 있는 말이 맞는다면…… ‘잊혀진 자들의 무덤’을 여는데 그 녀의 힘이 필요한 이유도 납득할 수 있어.”
“대체 뭐기에?”
강하린은 호기심이 가득한 표정으 로 그녀에게 물었다. 박시아는 차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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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 표정으로 그녀의 턱을 쓰다듬으 며 대답했다.
“나중에 설명해줄게. 아직 확실하 지 않은 일이니까.”
“에엑?! 치사해! 빨리 알려줘 언 니!”
강하린은 몸을 돌린 채 자신을 지 나쳐간 박시아의 뒤를 따라가며 조 르듯이 말했다.
* * *
전쟁이 끝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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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십 개의 길드와 5천 명에 달하 는 소환자들이 모인 몬스터 토벌대 는 북방경계선을 뚫고 내륙 쪽으로 쳐들어온 몬스터 부대를 몰살시키는 것에 성공했다.
레크라스가 죽고 난 이후 남아 있 던 몇몇 드래고니안들이 저항을 이 어나갔지만 몬스터들을 모두 정리하 고 전장에 합류한 박시아에 의해 그 들은 모두 제압되었다.
전쟁에서 살아남은 소환자들은 환 호성을 내지르며 승전을 기뻐하거 나, 이번 전쟁으로 인해 잃은 동료 들의 몸을 끌어안고 절망에 찬 절규 를 흘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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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전의 짜릿함과, 상실의 슬픔도 잠시. 소환자들의 관심은 전쟁에 대 한 보상에 집중됐다.
애초에 그들이 몬스터 토벌에 참여 했던 이유는 정의감 따위가 아니라 레비아탄 길드 측에서 준비한 보상 때문이었다.
그러한 사실에 대해서 잘 알고 있 는 레비아탄 길드는 이번 전쟁에서 얻은 골드, 레어 아이템들을 취합하 여 성과에 따른 보상지급을 서두르 고 있었다.
“이번에 이클로전 길드 앞으로 배 정된 보상은 4만 2천골드와 B랭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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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어 아이템 4개, A랭크 레어 아이 템 1개입니다.”
한성은 이번에 이클로전 길드가 보 상으로 받은 물품들을 확인하며 티 리아에게 보고했다. 티리아는 한성 이 내민 물건들을 확인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이번에 받은 레어 아이템은 각 클 래스에 맞게 길드원들에게 배분해 주세요. 그리고 보상금은…… 한성 씨가 관리해주실 수 있지요?”
“물론입니다. 저번에 라이트 실드 길드 창고에서 얻은 골드까지 합치 면 한동안 길드 운용금은 충분할 것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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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성은 신입 길드원에게 아이템을 지급해줄 수도 없었던 빈곤한 상황 에서 벗어났다는 생각에 방긋 미소 를 지었다. 이 정도 금액이라면 길 드 하우스를 구한 후 길드 확장을 위한 사업까지 도전해볼 수 있는 금 액이었다.
“영식 씨는 이번 보상 중에 필요한 물건은 없으신가요?”
티리아는 영식을 향해 고개를 돌리 며 물었다. 한성과 함께 보상품을 살피던 영식은 고개를 저었다.
“아뇨. 딱히 저한테 필요한 물건은 없어 보이네요. 아, 이 A랭크 지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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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는 아라에게 어울릴 것 같군요.”
영식은 주먹만 한 푸른색 구슬이 달려 있는 지팡이를 들어 올리며 그 렇게 말했다.
“그런데…… 영식 씨는 괜찮나요?”
“뭐가요?”
“이번에 그 천태황이라는 소환자와 승부하는 거요.”
티리아는 불안하다는 표정으로 영 식을 바라보았다.
“뭐, 생각대로라면 문제없을 겁니 다.”
“그 검은색 갑주를 사용하실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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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신가요?”
“아뇨. 당연히 그건 숨겨야죠.”
영식은 어깨를 으쓱이며 대답했다. 티리아와 한성은 의아하다는 표정으 로 그에게 물었다.
“그럼 어떻게 천태황을 상대하실 생각이십니까? 소문은 믿을 게 못 된다지만…… 그걸 감안해도 61회 차 소환자라고는 믿을 수 없을 정도 로 많은 일은 해낸 것 같던데요.”
“혹시 그 강제 해방이란 걸 사용하 실 생각인가요? 그렇다면 그만 두세 요 영식 씨. 그걸 사용하면 영식 씨 에게 부담이 많이 간다면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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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성과 티리아는 걱정스러운 표정 으로 영식에게 말했다.
그들의 걱정 어린 시선에 영식은 피식 웃음을 홀리며 고개를 저었다.
“강제 해방은 제가 사용하고 싶다 고 사용할 수 있는 게 아닙니다.”
“그러면……
“이걸 사용할 생각입니다.”
영식은 그렇게 말하며 인벤토리에 서 검붉은 액체가 들어 있는 병을 꺼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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