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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업 머신-71화 (71/284)

레벨업 머신 0기화

탈리온 요새 공방전(6)

“당신들은 대체……

강하린은 검은색 슈트를 입은 괴인 과 갈색 머리칼의 여인을 번갈아 살 펴보며 말끝을 흐렸다. 저런 외모와 특징을 가진 랭커가 이번 토벌대에 참여했다고는 들어보지 못했다.

‘아니, 저 여자는 어디서 본 것 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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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도 한데……?’

그녀는 가물가물한 기억을 더듬으 며 가늘게 눈을 떴다. 그때, 갈색 머리칼을 가진 여인이 입을 열었다.

“설명은 나중에 드릴게요. 우선은 저 몬스터부터 처리하죠.”

마법으로 머리칼의 색과 얼굴의 인 상을 바꾼 여인, 티리아는 차분한 목소리로 강하린에게 말했다. 그녀 의 몸에서는 신비로운 기운을 풍기 는 빛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알았어.”

강하린은 고개를 끄덕이며 장검을 고쳐 잡았다. 그들의 정체를 캐묻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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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는 상황이 너무 좋지 않았다.

왕성 보고에서 발견한 기계 슈트, 락테온 2식을 입은 영식은 그런 강 하린을 향해 살짝 고개를 돌렸다.

‘다행히 티리아를 알아보지 못한 모양이군.’

마법으로 머리색과 인상을 조금 변 형한 것에 불과했기 때문에 알아볼 수도 있다고 생각했지만, 다행히 그 렇지는 않은 것 같았다.

살바토르 길드가 토벌대에 참여했 다는 사실을 숨겨야 하는 그의 입장 에서는 반가운 소식이었다.

- 화르르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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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찮은 것들이 늘어났군.”

전신에 강렬한 불꽃을 뿜어내고 있 는 레크라스가 영식과 티리아를 노려 보며 흉포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영식은 슈트 너머로도 전해지는 강 렬한 열기에 표정을 굳혔다.

‘5분 안에 처리해야 해.’

지금 그가 입고 있는 슈트, 락테온 2식의 가동 가능 시간은 고작 5분 밖에 되지 않았다.

그 제한시간이 모두 지나기 전에 레크라스를 처치해야 했다.

“블레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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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컥!

나지막한 영식의 중얼거림과 함께 슈트의 왼쪽 손등에서 검은색 칼날 이 나타났다.

평소 그가 사용하는 블레이드보다 훨씬 더 날카로운 예기를 머금고 있 는 칼날이었다.

-쿵!

영식은 거칠게 땅을 박찼다. 묵직 한 충격을 이기지 못한 땅이 포탄이 라도 터진 것처럼 움푹 들어갔다.

그와 동시에 슈트의 등 쪽에 부스 트의 빛이 강렬하게 뿜어져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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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색 빛줄기가 된 그의 몸이 레 크라스를 향해 쏘아졌다.

레크라스는 자신에게 다가오는 영 식을 향해 왼팔을 들어올렸다. 그의 몸을 감싸고 있던 화염이 왼팔 앞에 뭉치며 단단한 방패가 되었다.

-카앙!

화염 방패와 부딪힌 블레이드가 튕 겨져 나갔다.

영식은 손을 타고 전해지는 뜨거운 열기에 눈살을 찌푸렸다.

“하압!”

영식에 이어 강하린이 레크라스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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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해 달려들었다. 새하얀 검신의 장 검이 레크라스의 오른쪽 옆구리를 노리고 휘둘러졌다.

-카앙!

-치이 이익!

“읏!”

레크라스는 오른팔에도 똑같은 화 염 방패를 만들어 강하린의 공격을 막았다. 그녀는 검신을 타고 전해지 는 열기에 손바닥 살이 타들어가자 고통에 찬 침음을 삼켰다.

“천상의 빛!”

레크라스가 영식과 강하린의 공격 을 막는 사이, 그의 등 뒤로 돌아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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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리아가 양팔을 뻗었다.

새하얀 빛의 줄기가 레크라스를 향 해 쏘아졌다.

손바닥에 화상을 입은 강하린을 향 해 공격을 이어나가려고 했던 레크 라스는 다급히 몸을 돌려 화염 방패 로 빛줄기를 막았다.

-콰앙!

전신을 짓누르는 충격과 함께 레크 라스의 몸이 뒤로 밀려났다.

“크윽.”

레크라스는 쉬지 않고 이어지는 그 공격에 거칠게 표정을 일그러뜨렸 다. ‘불의 현신’을 사용한 지금 강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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린 정도의 강자와 1 대 1, 2 대 1 까지도 가능했지만 셋이 되니 점점 공격을 막기가 벅차졌다.

- 후우웅!

섬뜩한 바람소리와 함께 영식의 발 이 레크라스의 허리를 노리고 휘둘 러졌다.

이제 막 티리아의 공격을 막아낸 레크라스는 다시 한번 표정을 일그 러뜨리며 그의 허리에 화염 방패를 만들어냈다.

순간, 화염 방패가 생기는 것을 본 영식의 눈이 반짝였다.

‘부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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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식의 오른쪽 정강이에서 미약한 부스트의 빛이 뿜어져 나오며 허리 를 노리고 휘둘러지던 그의 발이 순 간적으로 아래쪽으로 휘었다.

-퍼억!

“크윽!”

영식의 발이 레크라스의 무릎을 정 확하게 걷어찼다.

슈트가 가진 자체적인 파괴력에 부 스트가 더해진 일격. 아무리 단단한 비늘을 가지고 있다고 하는 드래고 니안이라고 하더라도 그 공격에 멀 쩡할 수 있을 리가 없었다.

레크라스의 자세가 무너지며 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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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이 휘청거렸다.

“이격 (三擊)

그 틈을 놓치지 않고 강하린이 파 고들었다. 그녀의 장검이 마치 두 개로 쪼개지는 듯한 환영과 함께 두 차례의 참격이 레크라스의 몸을 베 었다.

-촤악!

a 크으으으.!”

레크라스의 입에서 고통에 찬 침음 이 흘러나왔다. 자세가 무너진 상태 에서 허용한 이번 일격은 그의 몸에 큰 검상을 남겼다.

레크라스의 표정이 일그러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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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들이!”

레크라스는 분노에 찬 포효를 내지 르며 양팔을 휘저었다. 거대한 불의 폭풍이 영식과 강하린을 노리고 덮 쳐들었다.

“천상의 수호!”

티리아의 몸에서 홀러나온 새하얀 빛이 영식과 강하린의 몸을 덮었다. 마치 천사의 날개와도 같은 형태를 가진 그 빛은 레크라스의 화염에서 두 사람을 지켜냈다.

레크라스가 발작을 일으키듯 퍼부 은 공격이 무용지물이 됐을 때, 영 식은 그때 생기는 빈틈을 놓치지 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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았다.

-철컥!

슈트의 오른쪽 어깨 부분이 열리며 세 개의 구멍이 나타났다. 영식은 세 개의 구멍을 각각 레크라스의 목, 가슴, 옆구리를 향해 조준했다. 조준이 끝나자 톱니바퀴가 맞물리는 소리가 그의 귓가에 흘러들어왔다.

[‘제리코 미사일’ 락 온 완료.]

영식이 가진 무기가 아닌, 슈트 자 체에 내장되어 있는 무기. 영식은 무기를 사용하는 방법만 알고 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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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한 번도 사용한 적 없었던 그 무기를 레크라스를 향해 발사했다.

-슈우우우웅!

그의 어깨에서 쏘아진 주먹만 한 크기를 가진 극소형 미사일이 레크 라스에게 쏘아졌다.

찰칵.

레크라스를 향해 쏘아지고 있던 세 발의 미사일이 반으로 갈라졌다. 반 으로 갈라진 미사일의 몸체에서 손 톱만한 미사일이 쏟아져 나왔다. 순 식간에 수십, 수백발이 된 미사일 세례가 레크라스를 덮쳤다.

-콰과과과과과과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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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윽!”

어마어마한 굉음과 함께 주변 대지 가 뒤흔들렸다. 강렬한 후폭풍에 주 변 건물들이 통째로 뽑혀서 쓰러졌 다.

영식의 입에서 다급한 목소리가 홀 러나왔다.

영식은 어처구니없다는 표정으로 폭발이 일어난 자리를 바라보았다.

수십, 수백 발이라고 하더라도 고 작 손톱만한 크기에 불과한 미사일 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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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톱만한 크기의 미사일에 화약이 들었으면 얼마나 들어 있겠는가?

하지만 제리코 미사일이 보여준 파 괴력은 그가 예상했던 것 이상이었 다.

레클라스가 서 있던 주변 대지는 완전히 초토화 상태였고, 바닥에서 피어난 먼지가 주변에 안개처럼 내 려앉을 정도였다.

조준을 한 게 과연 의미가 있나 의심스러울 정도의 위력이었다.

영식은 다시 한번 이것이 지금 슈 트가 낼 수 있는 성능 중 고작 20% 에 불과하다는 사실에 전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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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체 이 슈트의 정체는 뭐야 ..?’

영식은 칠흑색 슈트를 바라보며 이 해할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대, 대체 뭐야 넌?”

제리코의 위력에 놀란 것은 영식만 이 아니었다. 강하린은 입을 쩍 벌 린 채 영식이 있는 곳을 바라보고 있었고, 천태황도 경악에 찬 표정으 로 영식을 바라보고 있었다.

“크, 아아아……

연기가 걷히며 레크라스의 모습이 드러났다. 그는 걸레짝이라고 불러 도 할 말이 없을 정도로 처참한 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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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였다. 만신창이가 된 레크라스는 어딘가에 홀린 듯이 혼란스러운 표 정으로 이마에 손을 올렸다.

“아, 아아……

그의 머릿속에 한 가지 기억이 스 쳐 지나갔다.

인간을 죽여라.

흐릿한 형체를 가진 무언가의 목소 리가 그의 귓가에 울려 퍼졌다. 그 리고 그 흐릿한 형체가, 아주 조금 선명해졌다.

레크라스의 두 눈이 부릅떠졌다.

“그럴, 리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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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크라스는 덜덜 떨리는 몸으로 영 식을 바라보았다. 그럴 리 없다, 라 는 말이 그의 입에서 계속해서 흘러 나왔다.

“왜, 왜 네가……

레크라스는 영식이 있는 쪽을 바라 보며 발작을 일으키듯 몸을 떨었다. 그의 전신에서 홀러나오는 검붉은 피가 사방에 흩뿌려졌다.

“왜 네 가아아아아아아!”

“크윽! 쟤, 쟨 또 왜 저러는 거 야?!”

갑자기 발작을 일으키듯 소리를 지 르는 레크라스를 바라보며 강하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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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굴을 찌푸렸다. 만신창이가 된 레 크라스의 몸 주위로 어마어마한 마 력이 모여들기 시작했다.

“어, 어?”

강하린의 입에서 당혹스러운 목소 리가 홀러나왔다. 끈적끈적한 불길 함이 그녀의 전신을 뒤흔들었다. 레 크라스의 주변으로 모여드는 마력을 느낀 강하린은 다급한 목소리로 소 리 쳤다.

“피해!”

절박하기까지 한 그녀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굳이 그녀의 다급한 목소리를 듣지 않아도 레크라스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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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변에 모이는 어마어마한 마력을 느낀 영식은 그에게서 멀어지기 위 해 땅을 박찼다.

[다용도 기능성 전투 슈트 락테온 2식의 사용 가능 시간이 끝났습니 다. 이후 재탑승을 위해서는 72시간 의 시간이 필요합니다.]

“제길! 왜 하필 이때!”

영식의 표정이 거칠게 일그러졌다. 마치 맞추기라도 한 것처럼 최악의 타이밍이었다.

사용 가능 시간이 끝난 슈트가 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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겁게 영식의 몸을 짓눌렀다. 이제까 지 그에게 막대한 힘을 주었던 슈트 가 오히려 그의 몸을 묶는 족쇄가 된 것이다.

영식은 거칠게 입술을 깨물며 슈트 를 벗기 위한 해제 코드를 가동시키 려고 했다.

“크아아아아아아아!!”

레크라스의 주변으로 모여든 마력 이 그의 입에 집중됐다. 넓게 벌려 진 그의 입 앞에 전율스러울 정도의 마력이 뭉쳤다.

그 모습을 본 영식의 표정이 딱딱 하게 굳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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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레스……

드래곤의 힘을 이어받은 드래고니 안이기에 사용할 수 있는, ‘파괴’라 는 행위의 정점에 달해 있는 공격.

-치이이익.

레크라스를 중심으로 그가 밟고 있 는 땅이 녹아내리기 시작했다. 열 폭풍이 주변을 휩쓸었다.

-퍼억! 퍽!

넘쳐나는 마력을 견디지 못한 레크 라스의 몸이 터져나가기 시작했다.

드래곤의 브레스를 단순히 흉내내 는 것을 넘어서, 진정으로 ‘드래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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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레스’를 사용하려고 한 대가였다.

레크라스의 전신에서 검붉은 피가 쏟아지기 시작했다. 그는 목숨까지 브레스에 갈아 넣으려고 하는 건지 전신에서 피가 쏟아지는데도 브레스 를 준비하는 것을 멈추지 않았다.

주변의 모든 것을 소멸시킬 파괴의 빛이 레크라스의 입 앞에 만들어졌 다.

“크아아아아아!”

레크라스는 마지막 남은 힘을 끌어 올리며 영식을 향해 브레스를 발사 했다.

드래고니안들이 일반적으로 사용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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는, 드래곤을 흉내 내어 그들 스스 로 만들어낸 브레스가 아니었다.

정말로 드래곤이 쏘아낸 것처럼 무 시무시한 마력을 머금은 레크라스의 브레스가 영식을 노리고 쏘아졌다.

눈이 멀어버릴 것 같은 강렬한 붉 은빛이 영식의 시야를 가득 메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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