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벨업 머신 070화
탈리온 요새 공방전(5)
“인간들이 이쪽으로 오고 있습니 다.”
타오를 것 같은 진홍색 비늘을 가 지고 있는 레크라스 앞, 한쪽 무릎 을 꿇은 드래고니안이 딱딱한 목소 리로 입을 열었다.
요새 도시 탈리온의 광장 쪽에 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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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 있는 드래고니안들의 몸에는 너 저분한 홁가루가 묻어 있었다.
“숫자는 어느 정도지?”
“20명 정도 됩니다. 숫자는 얼마 되지 않으나 하나같이 상당한 마력 을 가지고 있는 소환자들로 보였습 니다.”
“흐음. 그렇군.”
레크라스는 고개를 끄덕이며 주변 을 둘러보았다. 예상했던 대로 적은 숫자의 병력이었다.
그의 뒤쪽에는 바닥에 쓰러진 채 가쁜 숨을 몰아쉬고 있는 다섯 마리 의 드래고니안이 있었다. 탈리온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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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벽을 무너트리기 위해 브레스를 사용한 드래고니 안들이 었다.
“굴욕을 참으면서까지 사용한 전략 인데 그 정도 효과를 보여주지 않으 면 곤란하지.”
레크라스는 자신의 어깨에 뭍은 홁 을 털어내며 입을 열었다.
이번에 드래고니안들이 탈리온의 안으로 잠입한 방법 자체는 굉장히 간단했다. 드래곤의 힘을 이어받은 강력한 신체를 이용해서 기다란 땅 굴을 파고 무식하게 탈리온의 안까 지 들어온 것이다. 방법은 무식했지 만, 오히려 그 때문에 그들은 소환 자들에게 들키지 않고 탈리온의 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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쪽으로 들어올 수 있었다.
만약 마법을 사용하거나 시야가 보 이는 장소로 왔다면 미리 기습에 대 비해둔 소환자들에게 발각되고 말았 으리라.
하지만 서른에 달하는 드래고니안 이 각자 땅을 헤집으며 수키로 떨어 진 장소까지 잠입한다는 것은 그들 에게 있어서 무척이나 굴욕적인 일 이었다.
드래고니안은 용의 피를 이어받은 강력하고, 자존심 강한 일족이었다.
눈앞에 있는 모든 적들을 힘으로 찍어 눌러버리는 일족이 비참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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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을 파며 기습을 준비했으니 그런 감정을 느끼는 것도 당연했다.
“다들 전투를 준비해라. 적들은 숫 자는 많지 않다.”
레크라스 말에 스물에 달하는 드래 고니안이 깊게 허리를 숙였다. 레크 라스는 기다란 혀로 입술을 핥으며 소환자들이 나타나기를 기다렸다.
얼마 시간이 지나지 않아 척살대가 레크라스의 앞에 모습을 드러냈다. 선두에 선 강하린은 과연 사람이 다 룰 수 있을지 의심이 들 정도로 기 다란 장검을 꺼내들며 날카롭게 눈 을 빛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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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가 이번 습격을 주도한 도마뱀 이구나.”
“……건방진 인간 계집이로군.”
레크라스는 감히 자신을 ‘도마뱀’ 에 빗대어 말한 강하린을 바라보며 눈을 가늘게 떴다. 그의 몸에서 뜨 거운 불길이 넘실거리기 시작했다.
레크라스의 몸에서 넘실거리는 불 꽃을 본 강하린의 표정이 딱딱하게 굳었다. 그녀는 새하얀 검신을 가진 장검을 움켜잡으며 나지막이 입을 열었다.
“상준 오빠. 오빠는 다른 소환자들 을 데리고 드래고니안들을 상대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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줘.”
그녀의 말에 전신을 붕대로 둘러싼 괴인, 박상준은 묵묵히 고개를 끄덕 였다. 붕대로 감싼 그의 양팔에 검 은색 마력이 뭉치기 시작했다.
“태황아. 너랑 난 저 도마뱀 자식 을 상대할 거야.”
“예.”
근처에 있는 것만으로 전신이 저릿 해질 정도의 힘이 느껴지는 레크라 스의 앞에서 천태황은 망설임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의 눈빛에는 레 크라스에 대한 공포는 조금도 보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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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 않았다. 오히려 감히 자신이 상 대할 수 없는 강자를 만난 것에 대 한 기쁨만이 남아 있을 뿐이었다.
“이기어 검.”
천태황의 입에서 나지막한 스킬명 이 홀러나왔다. 그의 허리춤에 묶여 있던 다섯 자루의 검 중 네 자루의 검이 허공으로 떠올랐다.
히든 클래스, ‘검의 군주’가 가진 고유 스킬이 발동된 것이다.
‘이기어검’ 스킬은 무협지에서 흔 히 다뤄지는 것처럼 이 세상 모든 것을 베어내는 강기를 두른 채 빛과 같은 속도로 적을 참살하는 기술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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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었다. 그저 검들을 허공에 띄운 채 자유롭게 조정할 수 있는 스킬에 불과했다.
사실 일반적인 전사 입장에서 이기 어검 스킬은 오히려 독이었다.
검 하나 다루는 것에도 평생을 바 쳐야 하는데 몇 자루나 되는 검을 동시에 다루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 가능한 일이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천태황은 ‘일반적인 전사’ 의 범주에 놓을 수 없는 경이로운 천재였다. 그는 다섯 자루에 달하는 검을 마치 한 몸처럼 완벽하게 다뤘 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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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순히 다섯 개의 검을 동시에 휘 두른다는 의미가 아니었다. 그는 이 기어검 스킬만이 가진 가장 큰 장점 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며 인간이라면 도저히 불가능한 각도, 타이밍의 연 계를 적들에게 퍼부었다.
이기어검 스킬이 가진 가장 큰 장 점. 그것은 바로 ‘공중을 날고’있다 는 점이었다.
사람이 직접 검을 쥐고 휘두른다면 결코 나올 수 없는 기괴한 각도에서 의 공격도 이기어검 스킬을 활용하 면 가능했다.
“재미있는 장난감들이로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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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공에 떠오른 네 자루의 검을 바 라보며 레크라스는 입가를 일그러뜨 렸다.
그의 말을 들은 천태황의 표정이 살짝 일그러졌다. 이제까지 상대해 온 적 중에 이기어검을 보고 ‘장난 감’이라고 말한 것은 레크라스가 처 음이었다.
“확실히 흥미로운 기술이긴 하지 만……
레크라스의 몸에서 타오르는 불꽃 이 한층 더 강렬해졌다. 숨이 막힐 듯한 강렬한 열기가 그의 전신에서 퍼져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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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소롭지.”
천태황은 레크라스의 몸에서 뿜어 져 나오는 강렬한 불꽃에 자기도 모 르게 뒷걸음질 쳤다. 그의 표정이 딱딱하게 굳었다.
압도적인 힘. 그의 말대로 자신이 다루는 네 자루의 검이 하찮은 장난 감으로 보일 정도로 강맹한 힘이었 다.
“그건 직접 상대해보고 말하시지!”
강하린은 기다란 장검을 움켜쥔 채 땅을 박찼다. 그녀의 몸이 한줄기 빛살이 되어 쏘아졌다. 새하얀 검신 을 가진 그녀의 검이 레크라스의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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을 노리고 휘둘러졌다.
“좋군!”
레크라스는 순간적으로 아찔해질 정도의 참격에 감탄사를 터트렸다. 다섯 자루의 검을 동시에 다루는 인 간 남자보다 지금 눈앞에 있는 적이 훨씬 더 그를 짜릿하게 만들었다.
화르륵!
레크라스는 오른팔을 들어 올려 강 하린의 검을 막았다. 그의 오른팔에 뭉친 불꽃이 그녀의 검을 집어삼킬 듯이 격렬하게 타올랐다.
강하린의 표정이 일그러졌다.
“하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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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하린은 경쾌한 스텝을 밟으며 레 크라스의 목을 노리던 검을 회수했 다. 그녀의 눈이 날카롭게 빛났다.
“ 일섬 (-W)”
레크라스의 오른팔에 가로막혀 회 수되었던 그녀의 검신에 새하얀 빛 이 서렸다. 2미터에 달하는 장검이 라고는 믿을 수 없는 속도로 그녀의 검이 휘둘러졌다.
말 그대로 한 줄기 새하얀 빛이 된 그녀의 검이 레크라스의 옆구리 를 베어냈다.
촤악!
“크으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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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크라스의 입에서 침음이 홀러나 왔다. 드래고니안의 비늘은 어지간 한 검격 따위는 통하지 않을 정도로 단단했지만 강하린의 검 앞에서는 종잇장에 불과했다.
“강하군, 계집!”
- 쿵!
레크라스는 이 전투가 참을 수 없 을 정도로 즐겁다는 듯이 눈을 반짝 이며 거칠게 발을 굴렀다. 그가 서 있는 주변 지반이 무너져 내리며 무 시무시한 불길이 바닥에서 솟아올랐 다.
“읏!”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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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격을 이어나가려고 했던 강하린 은 다급하게 땅을 박차며 불길의 범 위에서 벗어났다. 하지만 거대한 불 꽃은 당장에라도 그녀를 집어삼킬 듯이 퍼져나갔다.
“혹한의 일격!”
천태황의 네 자루 검 중 푸른빛이 감도는 검신을 가진 검이 강하린을 덮치려는 불꽃의 앞을 가로막았다. 새하얀 서리가 검신에 맺히며 레크 라스의 불꽃을 갈랐다.
“땡큐, 태황아!”
강하린은 불꽃이 갈라진 짧은 시간 에 몸을 완전히 뒤로 빼냈다. 레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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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스가 쏘아낸 불꽃을 잠시 막아냈 던 천태황의 검이 그의 불꽃에 집어 삼켜졌다.
“호오.”
레크라스는 잠시나마 자신의 공격 을 막아낸 천태황을 보고는 홍미롭 다는 듯이 눈을 반짝였다. 그의 몸 에서 느껴지는 힘은 강하린이라 불 린 여인보다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약했지만 그 힘을 적절하게 활용해 서 자신의 공격을 끊어내는 기술만 큼은 절로 감탄사가 나왔다.
“하압!”
한 자루의 검을 잃어버린 천태황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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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크라스를 향해 달려들었다. 그는 손에 쥔 검을 레크라스의 하체 쪽으 로 휘둘렀다.
“어딜!”
레크라스는 오히려 무릎을 들어 올 려 천태황의 공격에 반격하려고 했 다. 그때, 공중에 떠올라 있는 세 자루 검 중 하나가 그의 뒷통수를 노리고 쏘아졌다.
레크라스는 공격을 멈추지 않고 고 개를 왼쪽으로 젖혔다.
“음?!”
그가 왼쪽으로 고개를 젖힐 것을 예상이라도 했다는 듯이 남은 두 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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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 검 중 하나가 그의 이마를 노리 고 쏘아졌다.
레크라스는 공격을 멈추고 허리를 숙였다. 그러자 바닥을 기어가듯 낮 게 날고 있던 천태왕의 마지막 검이 그의 목을 노리고 솟구쳐 올랐다.
“감히!”
레크라스는 자신의 목을 노리고 쏘 아지는 검을 향해 왼팔을 뻗었다. 거대한 화염의 방벽이 그의 앞에 만 들어 졌다.
“폭풍의 일격.”
천태황은 레크라스가 그렇게 행동 할 것을 예상한 것처럼 레크라스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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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 뒤로 미끄러지듯 이동했다. 천태 황의 검이 레크라스의 등을 베어냈 다.
카앙
“크읏.”
강하린의 검격과 달린 천태황의 검 격은 레크라스의 단단한 비늘을 완 전히 가르지 못하고 튕겨져 나왔다. 천태황은 짧은 침음을 삼키며 뒤로 물러났다.
“……애송이는 아니었군.”
레크라스는 마치 자신을 농락하듯 치밀한 연계로 공격을 성공시킨 천 태황을 바라보며 딱딱하게 표정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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굳혔다.
‘저 인간에게 저 여자처럼 강한 힘 이 있었다면……
레크라스는 천태황을 보며 눈살을 찌푸렸다. 만약 그랬다면 지금 일격 에 꽤나 큰 상처를 입었을 것이 분 명했다.
“네놈은 어떻게든 죽여 둬야겠군.”
레크라스는 천태황이 가지고 있는 무서울 정도의 전투 센스에 낮은 목 소리로 으르렁거렸다.
“홍, 우리 태황이는 도마뱀 따위에 게 당할 만한 남자가 아니거든!”
강하린은 팔불출 같은 말을 입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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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으며 레크라스에게 검을 휘둘렀 다. 레크라스는 그녀의 공격을 피하 며 뒤로 물러섰다.
“헤헹, S급 보스몬스터라기에 좀 긴장했더니 별거 없잖아?”
강하린은 뒤로 물러난 레크라스를 바라보며 씨익 미소를 지었다. 확실 히 불꽃을 다루는 공격이 강력하기 는 했지만, 상대하지 못할 정도는 아니었다.
“이거 시아 언니가 오기도 전에 끝 낼 수도 있겠는걸?”
강하린은 자신감에 찬 목소리로 씨 익 미소를 지었다. 그녀는 기대 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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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의 힘을 가지고 있는 레크라스에 게 순간적으로 방심했다.
그런 강하린을 바라보며 레크라스 는 굳게 입을 다물었다. 그는 손을 뻗어 날카로운 손톱으로 자신의 가 슴을 긁었다. 그의 손톱에 긁힌 자 국을 따라 검붉은 피가 흘러내렸다.
“카르가스 님의 힘을 이어받은 종 복, 레크라스가 위대한 존재의 힘을 청하옵니다.”
그는 두 눈을 감고 경건한 목소리 로 입을 열었다.
“불의 현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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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몸을 타고 흐르는 검붉은 피 가 끔찍한 마력을 머금은 불꽃으로 변해 레크라스의 몸을 휘감았다. 장 막처럼 펼쳐진 불꽃이 주변을 휩쓸 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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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 뒤로 물러서 태황아!”
“하린 씨!”
강하린은 불꽃을 보자마자 다급한 표정을 지으며 천태황의 목덜미를 잡고 그를 뒤로 집어던졌다.
천태황은 뒤로 날아가면서도 다급 히 강하린의 이름을 불렀다. 전율이 돋을 정도로 강력한 마력을 가진 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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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 장막이 강하린을 덮치고 있었다.
“읏……! 제, 제길!”
천태황의 몸을 뒤로 집어던지느라 대처가 늦었던 강하린은 장막의 범 위에서 벗어날 수가 없었다.
그녀의 표정이 창백하게 질렸다.
거대한 불꽃의 파도가 그녀의 몸을 뒤덮었다.
“하린 씨!”
다급한 천태황의 외침이 그녀의 귓 가에 맴돌았다. 강하린은 장검을 앞 으로 내밀며 필사적으로 몸을 웅크 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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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 였다.
-콰아아아아앙!
하늘에서 떨어진 두 줄기 빛이 불 의 장막을 갈랐다. 눈이 부실 정도 로 새하얀 빛과, 무저갱처럼 어두운 빛이었다.
“뭐, 뭐야……?”
강하린은 당황스러운 표정으로 불 의 장막을 가른 두 존재를 바라보았 다.
한 명은 갈색 머리칼을 가진 아름 다운 여인이었고, 다른 하나는…….
“슈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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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는 과거 모 유명 히어로 영화 에 등장했을 법한 기계 슈트를 바라 보며 어처구니없다는 표정을 지었 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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