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벨업 머신 069화
탈리온 요새 공방전(4)
-콰아아아앙!
무시무시한 충격이 성벽을 뒤흔들 었다. 끔찍할 정도의 마력을 머금은 다섯 줄기의 브레스가 성벽을 강타 했다. 거대한 폭발이 일어났고, 20 미터에 달하는 탈리온의 성벽이 무 너져 내리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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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리온의 외벽에는 브레스에 대비 한 강력한 마법 방어벽이 설치되어 있었다. 마력에만 반응하는 방어벽 이기 때문에 오우거나 다른 거대 몬 스터들이 물리적으로 성벽을 오르는 것을 방어하지도 못하는, 정말로 순 수하게 ‘브레스’만을 대비하여 만들 어낸 방어벽.
철저하게 준비했던 그 방어벽이 빛 을 보지도 못하고 산산이 박살났다. 탈리온 ‘안쪽’에서 브레스가 날아올 것이라고는 그 누구도 예상하지 못 했기 때문이었다.
“아아아아아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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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벽이 무너져 내리며 소환자들의 비명소리가 사방에 울려 퍼졌다. 지 옥에 들어온 것 같은 끔찍한 비명소 리였다.
정면에서 들이닥치는 몬스터들을 착실하게 막아내고 있던 토벌대는 갑작스러운 브레스 세례에 대처하지 못했다.
혈육이 타들어가는 매캐한 냄새와, 성벽이 무너지는 것에 미처 반응하 지 못한 소환자들이 거대한 돌무더 기에 짓눌리는 섬뜩한 소리가 울려 퍼졌다.
“저, 정신 차려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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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 몬스터들이…… 으아아아악!”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무너진 성벽 으로 몬스터들이 달려들기 시작했 다. 수성이라는 이점을 살려 착실하 게 몬스터들을 막고 있었던 소환자 들의 방어 라인이 무너졌다.
-크르르르!
콰직! 우드득!
“아아아아아악!”
끔찍한 학살이 시작되었다. 무너진 성벽을 짓밟으며 탈리온 안으로 들 어온 몬스터들은 혼란에 빠진 소환 자들을 무차별적으로 공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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뼈가 으스러지고, 소환자의 상반신 이 통째로 몬스터의 입 안에 씹어 삼켜졌다.
“수룡(水龍)의 강림.”
혼란에 빠진 소환자들의 귓속으로 맑은 여인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레비아탄 길드의 길드마스터, 박시 아의 목소리였다.
기습적인 브레스 공격으로 혼란에 가득 차 있는 전장의 상황과는 달리 그녀의 목소리는 여느 때와 같이 소 름 돋을 정도로 차분했다.
그녀의 목소리에 담긴 강력한 마력 과 차가운 기운에, 혼란에 빠진 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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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자들의 정신이 조금은 진정되었 다.
촤르르르르.
그녀의 몸 주변에 새끼 손톱만한 물방울들이 만들어졌다. 수천, 수만 개를 넘어서는 물방울들이 살아 있 는 생명처럼 허공에 뭉치기 시작했 다.
“아?
그 경이로운 모습을 바라보고 있는 소환자들의 입에서 짧은 탄성이 흘 러나왔다. 짜릿한 전율이 전신을 타 고 흘렀다.
박시아의 마법으로 허공에 만들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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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 것은 길이가 30미터는 넘어 보 이는 거대한 용이었다.
서양의 드래곤과는 다른, 동양에서 전해지는 뱀과 같은 기다란 몸체를 가진 물의 용. 그녀에게 ‘레비아탄’ 이라는 별명을 만들어준 마법이 사 용된 것이다.
-크롸롸롸롸롸뢰!
물로 이루어진 거대한 용이 포효했 다. 마치 진짜 용이 포효하는 것 같 은 광포한 굉음이 주변을 휩쓸었다.
-크르르…….
용의 포효를 들은 몬스터들은 딱딱 하게 굳은 표정으로 뒷걸음질 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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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란에 빠진 소환자들 사이에서 난 폭하게 공격을 퍼붓던 포식자들이 순식간에 온순한 양으로 변했다.
“레비아탄……
그 경이로운 모습을 멍하니 바라보 고 있던 한 소환자의 입에서 박시아 의 별명이 흘러나왔다.
레비아탄. 신화 속에 등장하는 바 다의 괴물. 겉으로만 보면 가녀린 여인에 불과한 박시아가 왜 그런 무 시무시한 칭호를 얻게 되었는지 그 는 절실하게 깨달을 수 있었다.
-크롸롸롸롸톼!
허공에 만들어진 물의 용이 거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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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효를 내지르며 몬스터들을 향해 거대한 입을 벌렸다. 순식간에 오우 거의 몸이 수룡의 입에 집어삼켜졌 다.
5미터에 달하는 거대한 크기를 가 진 오우거가 마치 장난감처럼 느껴 질 정도로 압도적인 크기를 가진 수 룡은 입안에 집어넣은 오우거의 몸 을 거칠게 씹었다.
콰직!
살이 뜯겨나가는 소리와 함께 투명 한 물로 이루어져 있던 수룡의 입에 검붉은 피가 퍼져나갔다.
“와아아아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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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비아탄 길드 만세! 박시아 만 세!”
소환자들은 박시아가 보여주는 경 이로운 힘에 환호성을 내질렀다. 바 닥까지 떨어졌던 토벌대의 사기가 다시금 끓어올랐다.
척!
“레비아탄 백인부대 제1군 진격!”
“레비아탄 백인부대 제2군 진격!”
박시아의 공격에 맞춰 진열을 가다 듬은 레비아탄의 정예 부대가 몬스 터들을 향해 진격했다.
근접 공격 클래스, 원거리 공격 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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래스, 힐러 클래스가 황금 비율로 짜여 있는 백인부대가 고레벨 몬스 터부대를 파죽지세로 밀어내며 전진 했다.
“와아아아!”
“우리들도 가자!”
레비아탄 길드의 강건한 모습에 도 망을 치려고 했던 소환자들조차 다 시 몬스터부대를 향해 달려들기 시 작했다.
박시아는 흥분에 찬 표정으로 몬스 터들을 향해 달려들고 있는 소환자 들을 바라보며 차갑게 표정을 굳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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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소환자들과 몬스터들 간의 싸움 을 차가운 눈빛으로 바라보고 있던 그녀는 고개를 돌리며 입을 열었다.
“소환자 강하린, 박상준.”
얼음장 같은 그녀의 목소리에 두 명의 남녀가 반응했다. 어깨까지 오 는 짧은 단발을 가진 늘씬한 미녀와 전신을 붕대로 감은 수상쩍은 괴인 이었다.
“예, 길드장님.”
강하린은 평소의 쾌활한 모습을 조 금도 보여주지 않은 채 딱딱한 표정 으로 대답했다. 박상준은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 박시아를 지긋이 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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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았다.
“몬스터부대는 저와 1군, 2군이 막 고 있겠습니다. 두 분은 미리 짜둔 척살대를 이끌고 보스몬스터를 잡으 러 가주세요.”
“예.”
강하린은 그녀의 지시에 짧게 대답 하며 몸을 돌렸다. 그녀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박시아가 말을 이었다.
“아까 전에 발사된 브레스는 다섯 발이었습니다. 아직 체력을 보존하 고 있는 드래고니안들이 20마리 이 상일 겁니다. 지금 척살대로 상대하 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전면전을 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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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 말고 그냥 시간만 벌고 있어주세 요. 최대한 빨리 이쪽을 정리하고 지원을 가겠습니다.”
“흥, 날 누구라고 생각하는 거야? 그딴 짝퉁 도마뱀 자식은 내가 혼자 서 잡을 테니까 걱정하지 마, 시아 언니!”
“……공적인 자리에서는 격식에 갖 춰서 말하라고 했잖아, 하린아.”
강하린에게 지시를 내리고 있던 박 시아는 깊은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그녀의 말에 강하린은 헤실헤실 웃 음을 홀리며 머리를 긁적였다.
“헤헤~ 난 아무래도 이런 딱딱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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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위기는 잘 맞지 않는 것 같아서 말이야.”
“후우, 여하튼 조심해. 절대 전면전 은 하지 마.”
“응!”
강하린은 힘차게 고개를 끄덕이며 앞으로 달려 나갔다. 그녀는 앞으로 달려가며 천태황을 향해 소리쳤다.
“가자 태황아!”
“예.”
천태황은 짧게 고개를 끄덕이며 그 녀의 뒤를 따랐다. S급 보스몬스터 를 잡는 척살대에 고작 61회차 소 환자에 불과한 그가 낀다는 것은 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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래라면 말이 되지 않은 일이었다.
하지만 천태황은 이미 어지간한 소 환자들은 감히 넘볼 수도 없는 강력 한 소환자였다. 그는 보스몬스터와 의 전투가 기대된다는 듯이 살짝 흥 분에 찬 표정으로 강하린의 뒤를 따 라갔다.
“도마뱀 사냥에 나설 사람들 모두 나와-!”
강하린의 목소리가 소란스러운 전 장에 울려 퍼졌다. 사전에 ‘척살대’ 에 배정받은 소환자들이 그녀의 말 에 앞으로 나섰다.
그렇게 해서 모인 척살대의 숫자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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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략 20여 명. 원래 50명 이상으로 조직됐던 척살대에 비해 한창 적은 인원이었다.
“?제길.”
그 모습을 확인한 강하린의 입에서 거친 욕설이 홀러나왔다. 이번에 척 살대에 지원한 소환자들은 모두 90 레벨 이상의 고레벨 소환자들로 만 들어진 강력한 전력이었다.
그와 동시에 그들은 길드의 주요 간부이거나, 아예 길드장인 소환자 들이 많았다.
그런데 갑작스러운 브레스의 습격. 그것을 수습하기 위해 원래 모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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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 했던 척살대가 반도 모이지 않은 것이다.
‘이건 진짜 위험해.’
그녀는 무거운 침음을 삼키며 그렇 게 생각했다.
가뜩이나 드래고니안들이 브레스도 많이 사용하지 않은 상태인데 원래 계획의 반도 안 되는 인원으로 그들 을 상대하러 가는 것은 자살행위나 다름없었다.
‘……가지 않을 수도 없어.’
강하린은 등에 맨 기다란 장검을 움켜잡으며 입술을 깨물었다. 박시 아의 노력으로 간신히 사기를 끓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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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렸는데 여기에 드래고니안들이 습 격이라도 했다가는 다시 전장은 아 수라장이 될 것이 틀림없었다.
‘랭커급이 한 명…… 아니 두 명이 라도 더 있었다면.’
강하린은 표정을 굳히며 브레스가 쏘아진 방향으로 향했다. 이렇게 된 이상 박시아의 말대로 최대한 시간 을 끄는 방법 이외에 다른 방법이 없었다.
대단하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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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식은 레비아탄 길드의 재빠른 대 처를 바라보며 나지막한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브레스가 요새 안쪽에서 발사됐다 는, 혼란에 빠져도 전혀 이상하지 않은 기습을 당하고도 레비아탄 길 드의 대처는 놀라울 정도로 차분했 다.
‘괜히 3대 길드의 길드장이 아니라 는 건가.’
자칫하면 일방적인 학살로 끝날 수 도 있는 전장의 분위기를 순식간에 뒤바꾼 박시아를 바라보며 영식은 눈을 빛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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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 괜찮으신가요?”
“예. 다친 길드원은 없습니다.”
주위를 둘러보며 묻는 티리아의 말 에 박철태가 대답했다. 티리아는 다 행이라는 표정으로 가슴을 쓸어내렸 다.
“설마 성 안에 잠입을 해서 브레스 를 쏘다니……
그녀는 예상을 벗어난 몬스터들의 지능에 오싹한 감각을 느꼈다. 브레 스에 대한 마법 방어벽이 외벽에만 집중된 것을 노린 예상밖의 기습이 었다.
“……곤란하게 됐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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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식은 눈살을 찌푸리며 그렇게 말 했다.
원래 계획대로라면 브레스를 쏘느 라지친 드래고니안들을 척살대가 급습해서 쓸어버린다는 것이었는데, 이번 기습으로 그 계획이 너무나 간 단하게 무너져 버리고 말았다.
성벽을 무너트리는데 사용된 브레 스는 고작 다섯. 서른이 넘는 드래 고니안의 숫자를 생각하면 그들의 전력은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더 멀 쩡한 상태로 남아 있을 가능성이 컸 다.
“지금 척살대만으로 상대할 수 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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을까요?”
티리아가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물 었다. 척살대에 속한 소환자들의 안 위를 걱정하고 있는 것이 아니었다. 척살대가 실패했을 때 벌어질 참혹 한 결과에 대한 걱정을 하고 있는 것이었다.
보스몬스터를 잡으러간 척살대가 반대로 전멸 당했을 때 전쟁의 승패 는 몬스터 쪽으로 급격하게 기울 것 이 틀림없었다. 아니, 단순히 전쟁의 승패 문제가 아니었다.
이번 전쟁의 핵심 세력으로 있는 레비아탄 길드가 이번 일로 무너지 기라도 한다면 엘노트 왕국에 사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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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주민들과 소환자들은 끔찍한 재앙 을 입을 것이다.
“실패할…… 가능성이 더 큰 것 같 습니다.”
한동안 고민에 잠겨 있던 영식이 어렵게 입을 열었다.
원래 계획대로라면 드래고니안들을 처치하기에 충분한 전력을 보유하고 있는 척살대지만 지금은 상황이 달 랐다.
“……제가 직접 가봐야겠어요.”
티리아는 가볍게 주먹을 움켜쥐며 그렇게 말했다. 척살대의 실패는 전 쟁의 패배로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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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된다면 지금 그녀에게 모든 것이라고도 할 수 있는 길드원들이 다칠 수도 있다는 생각이 그녀의 머 릿속을 가득 채웠다.
그녀의 말에 길드원들의 표정에 동 요가 생겼다.
“다들 여기서 몬스터들을 막아주세 요. 저는 잠시 척살대의 상황을 살 펴보고 올게요.”
티리아는 그렇게 말하며 몸을 돌렸 다. 영식은 혼자서 척살대가 있는 쪽으로 가려고 하는 티리아의 팔을 붙잡았다.
“잠깐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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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죄송해요 영식 씨. 이번에는 영식 씨가 말리신다고 해도 꼭 가봐 야 할 것 같아요.”
티리아는 어두운 표정으로 영식에 게 말했다. 영식은 고개를 저으며 그녀의 말에 대답했다.
“말리려고 하는 게 아닙니다.”
“예?”
티리아는 무슨 말을 하냐는 듯한 표정으로 영식을 바라보았다.
“저도 함께 가겠습니다.”
영식은 그녀의 팔을 잡은 손에 힘 을 주며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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